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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 산양읍
이곳은 통영 미륵도의 한 선착장. 원래 미륵도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통영대교가 이어주고 있어 많은 차량이 오갑니다. 서울에서 지인과 함께 출발한 저는 오후 1시, 통영에 도착합니다. 거기서 몇몇 현지꾼들과 만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요. 이날 잡게 될 횟감과 함께 훌륭한 저녁 식사가 될 것입니다.
"물론, 잡는다면 말이죠."
이 중요한 전제가 수반되지 않으면 생선회는 포기. 모처럼 바다를 찾았는데 햇반에 라면만 먹고 갈 순 없잖아요. 하지만 지금이 어떤 계절입니까? 초보자도 감성돔을 낚을 수 있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아닙니까. 가을에는 눈감고도 잡는 것이 감성돔인데 ^^;
그런데요. 오늘은 그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선외기 낚시. 저는 선외기 낚시가 처음입니다. 통영에서는 풍화리가 유명하고 저도 오며 가며 관심은 가졌지만, 정작 기회는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한 기회로 접하게 되었는데요. "때마침 일정이 비는데 한번 가볼까?" 하며 즉흥적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선외기 낚시는 아주 간단합니다. 모터 달린 배를 몰고 포인트로 들어가는데(손님이 배를 몰지 못하면 선장이 해주겠지요.) 선착장에서 5분 거리인 내만권입니다. 몇몇 포인트에는 부표가 떠있고, 밧줄로 배를 고정한 다음 카고나 흘림찌 낚시를 합니다. 배에는 어창이 있으니 잡은 고기를 살려서 가져올 수 있고요. 쉽게 말하자면, '간이 배낚시'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이날은 일행들과 두 대로 나눠타고 포인트에 들어왔습니다. 내만권이라 어지간한 날씨에도 바람을 막아주고요. 무엇보다도 너울이 없으니 뱃멀미 걱정도 덜합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아내도 무척 좋아할 것 같은데요. 조만간 부부 출조를 계획해 봐야겠습니다.
이날 선장이 추천한 포인트는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이렇게 생긴 곳에서 낚시합니다. 왼쪽에 여 덩어리들이 산재한 것으로 보아 낚시 자리까지 이어졌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수심은 간조 때 약 6~7m, 만조 때는 9~10m 정도 나오는 여밭 포인트입니다.
선외기 낚시는 막대찌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치누 1-530
릴 : 시마노 하이퍼포스 BBX 3000번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세미플로트 2.5호
어신찌 : 긱스코리아 미루 막대찌 1.5호
수중찌 : 쯔리겐 클리어수중 -1.5호
목줄 : 토레이 일본선 1.7호
바늘 : 감성돔 바늘 3호
선외기낚시는 막대찌가 매우 유리합니다. 이유는 시인성 때문인데요. 발판과 해수면 높이가 차이 나는 갯바위는 구멍찌로도 시인성을 확보하지만, 이렇게 해수면과 같은 선상에서 낚시할 때는 구멍찌가 잘 안 보입니다. 때문에 약은 어신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막대가 필요하고요. 이왕이면 통영, 거제꾼들이 즐겨 쓰는 통영식 막대찌를 권합니다.
이날은 수심 7~8m 권을 공략하는데 바람은 그야말로 강풍입니다. 이날 예보된 풍속이 8~12ms이며, 그나마 북풍 계열이라 조금은 의지가 됐는데요. 마음 같아서는 이 바람통에 잠길찌 반유동을 쓰고 싶었지만, 혼자서 비중이 다른 채비를 쓰면 양옆 일행의 채비와 엉킬 수 있어 막대찌로 통일합니다.
잠시 후 첫 번째 어신이 제게 닿는데요.
생애 처음으로 접하게 된 선외기 낚시에서 첫수는 다름 아닌 전갱이. 적당히 구워 먹을 만하니 어창에 살려둡니다.
제가 전갱이를 갈무리하자 일행분은 작은 농어(까지메기)를 올립니다. 흠~ 혹시 잡어만 다양하게 낚이고 끝날 징조는 아니겠죠?
이때 또 다른 일행분이 문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를 걷어 올립니다.
바로 돌문어죠. ^^ 이곳 선외기 낚시에서 돌문어가 잘 나올 거란 첩보를 들었기에 저도 문어 채비를 준비할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괜히 이도 저도 아닌 낚시가 될까 봐서 하나만 잘하자며 흘림찌 채비만 준비했는데요. 이걸 보니 문어 채비를 해올 걸 그랬습니다. (우리 딸이 두족류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ㅎㅎ)
시간은 오후 4시. 입질은 드문드문 이어졌지만 아직은 전갱이와 어린 농어뿐. 지금부터는 초들물이 들 때라 바짝 긴장하고 낚시하는데요. 이때 옆 일행의 로드가 하늘 높이 치솟습니다. 휨새로 보아선 잡어는 아닌 듯하네요.
수면에는 은빛 번쩍한 갑옷을 두르며 올라오는 것이 딱 그 녀석! 승화씨가 안전하게 뜰채 지원을 합니다.
36cm급 감성돔
비록, 승화씨가 잡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잡은 것처럼 기뻐해요. 모처럼 서울서 통영까지 왔으니 이 손맛을 빨리 봐야 할 텐데 말입니다. ^^
시간은 오후 4시 30분. 본격적으로 초들물이 들면서 조류 흐름은 제법 원활해졌습니다. 이에 여밭 고기들도 활성도가 올라가는 느낌인데요. 감성돔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제게 당찬 입질이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좋다고 웃었는데 어어어~ 녀석이 저를 끌고 들어가려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그대.
그래도 돌돔은 돌돔입니다. 이 정도면 방생 씨알 갓 넘긴 소금구이 사이즈. ^^
지금 시각은 오후 5시. 시간도 시간이지만, 물때가 좋으니 입질은 심심찮게 들어오는데..
대부분 전갱이라는 것. 요건 우리 딸 반찬감으로 당첨! 바람 때문인지 물때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은 감성돔이 마릿수로 잡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아마 추석이 지나면서 상황은 좀 더 좋아지겠지요.
슬슬 일몰입니다. 네 개의 막대찌가 유유히 흘러가는 상황. 어느 순간 바람이 멎었고 물색과 조류도 적당하니 이보다 좋은 여건은 없어 보이는데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감성돔 손맛을 봐야 할 텐데..
일행분은 열쇠고리 사이즈 돌돔을 올립니다. 넘 귀엽죠. ^^ 방생~
제겐 계속해서 전갱이만 물고 늘어지는데요. 해가 지면서 녀석들이 제법 들어온 듯합니다.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전갱이.
승화 씨도 제법 준수한 씨알의 전갱이를 올립니다.
오후 6시 30분. 이제 철수합니다.
첫 선외기 낚시라지만, 조황이 조금 아쉽습니다. 바람의 영향 탓인지 전반적으로 감성돔과 돌돔 조황이 부진했는데요. 내일 상황이 바뀌길 기대하며 일단은 일보 후퇴합니다.
이날 우리가 잡은 선외기 낚시 조과
어쩜 그렇게 딱 먹을 만큼의 찬 거리만 잡히는지. 본 게임은 지금부터죠. ^^
모처럼 승화 씨가 실력 발휘합니다.
감성돔과 뺀찌는 회로 먹고요.
한쪽에선 고기를 굽습니다.
선장님이 이날 잡은 문어로 숙회를 내오는데요.
문어 대가리까지 통째로 썰었습니다. 황장까지 든 싱싱한 문어 숙회. 내장인 줄 모르고 드셨다면, 분명 꽃게 내장인 줄 알겠습니다. 그만큼 구수하면서 잡내 하나 없네요.
이어지는 먹방 타임. 저도 그렇고 다들 배가 너무 고팠나 봅니다. 저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오느라 잠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요즘 저의 하루 수면 시간이 3~4시간이에요. 바쁜 건 좋은데 이러다가 몸 망가지는 건 아닌가 싶어요. ㅠㅠ
양파 쌈에 싸 먹는 감성돔 회 맛이 나쁘지 않다
가을에 농익은 감성돔회라 하기에는 2% 부족한 맛. 물론, 엄중한 잣대로 평가한 겁니다. 일반 사람들이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회를 드시면 다 맛있어요. ^^;
이날은 삼겹살이 소고기에 공군 빼고 육군과 해군이 모두 모였습니다. 그렇다면 삼합으로 맛을 봐야겠죠. ㅎㅎ
이것이 바로 입질의 추억식 삼합
우선은 상추를 펼칩니다. 잘 구운 삼겹살을 소금에 콕 찍어 올리고요. 감성돔회는 와사비 간장에, 문어 숙회는 초장에, 그리고 마늘과 양파는 쌈장에 찍은 다음 한가득 싸서 입에 넣습니다.
혹자는 무슨 맛으로 먹겠냐고 할 테고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먹어봤습니다만, 신기하게도 모든 맛과 식감이 다 느껴지면서 한데 어우러지네요. 삼합을 먹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가 봅니다. 서로 다른 재료의 충돌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것이 꽤 재미있습니다. ^^
문어 삶은 국물은 타우린 덩어리! 절대로 버리시면 아니 되옵니다. 선장님이 문어 삶은 국물에 라면을 끓여오셨어요. 크~~ 마무리 확실합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져 갔고, 11시까지 술과 함께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저는 승화씨를 제하곤 모두 초면이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원래 알던 사이나 선후배지간은 아니라고.. 낚시 하나로 우연히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3~4명에서 다니곤 했다는데요. 경험 있으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3~4명씩 모여 낚시를 다니다 보면, 어떠한 이유에서 건 마찰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특히, 낚시라는 취미는 뭇 남성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매력이 있지만, 서로 다른 낚시 스타일과 선호도, 성격 차이에 몇 번 다니다 보면 나랑 안 맞는다는 이유로 한둘씩 빠지게 되죠.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다들 좋네요. 서로 배려하고, 챙기고~ 그런 게 눈에 보이니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든든합니다.
우리는 근처 민박에서 다 같이 숙박하고 이른 아침에 나왔습니다. 이날은 2시까지 낚시하고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 고기만 잘 나와준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과연 이날의 조황은 어땠을까요? (다음 편 계속)
- 통영 산양읍 선외기, 덴마 낚시 문의
달아레저(010-9350-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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