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못 보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

1) 폭염도 꺾을 수 없었던 짜릿한 손맛, 여름 참돔 낚시

2) 줄낚시로 민어를 잡다, 직접 낚아 먹는 진귀한 여름 보양식

 

 

다음 날 새벽, 고흥 외나로도

 

민어 포인트인 외나로도 곡두여로 향하는 중

 

얼마만의 단잠이었을까요? 잠을 언제 자보았는지 이틀 전 상황을 기억해 내야 했습니다. 아침부터 오전 내내 업무를 마친 저는 오후 3시 서울에서 출발해 그날 밤 나로도에 도착합니다. 자정에 출항하는 배에 몸을 싣고 평도에 도착하자 새벽 2시. 이후 갯바위에서 10시간 동안 비박 후 항에 도착하자 익일 오후 2시.

 

숙소에서 씻고 나와 곧바로 민어 낚시에 돌입. 철수해서 저녁 먹고 밤 11시쯤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새벽입니다. 요 며칠 동안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는데 앞으로도 줄줄이 일정이 있어 걱정도 되고. 그렇게 심란한 기분으로 둘째 날 새벽을 맞이합니다.

 

 

나로도의 일출

 

나로도의 바다는 오늘도 차분합니다. 바람까지 완전히 멎은 고요한 장판. 시중에는 맛보기 힘든 '제대로 된 민어회'를 먹여주겠다며 호언장담하고 왔는데 설마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겠나 싶은..

 

예전에 그리 생각했다가 빈손으로 많이 돌아갔지요. 이후 '설레발'은 금기시하였습니다. 저뿐 아니라 함께 동출하는 사람들도 스스로 입막음하는 경향이 있죠. 과학적 근거도 뭐도 없는 미신에 불과한 것을 최근에는 정면으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그런 건 없다고. 이번에야말로 실컷 호언장담하고, 호언장담한 만큼 잡아가겠다고.

 

 

배는 나로도 곡두여 앞에 멈췄습니다. 아직은 배가 많지 않은 상황.

 

 

나로도의 전통 민어낚시 채비

 

전날 쓰다 남은 새우는 어창에 보관해 싱싱하게 살아있습니다. 최근 바닷물이 30도에 육박하면서 양식장 광어도 폐사하고 난리가 났는데요. 이 흰다리새우는 남반구 아열대 해역이 고향이라 그런지 고수온에 제법 잘 견딥니다. 채비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외바늘에 산 새우를 뀁니다.

 

 

해가 뜨자 민어 배들이 몰려옵니다.

 

 

10kg 오버 민어는 아니더라도 7~8kg 이상 한두 마리만 잡아갔으면 좋겠다는 꿈을 안고 첫 캐스팅을 합니다. 우선은 여밭부터 노려보는데 밑걸림이 있는 곳이라 채비를 바닥에서 살짝 들어줍니다. 그 상태로 고패질 없이 기다리는데 첫 입질이 들어옵니다.

 

 

쏨뱅이로 스타트를 끊은 최필님

 

먹성 좋은 쏨뱅이가 자기 몸집만 한 새우를 먹겠다고 달려드네요.

 

 

해가 뜨면서 민어 배들이 제법 많이 모입니다. 민어낚시에서 가장 기대가 됐던 7~8시를 아무 소득 없이 보내자 이 선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포인트를 여밭으로 옮겨도 보고, 뻘밭으로 옮겨도 보았지만, 주변에 입질 받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새로 옮긴 포인트에서 당찬 입질을 받아낸 최필님

 

결국, 선장의 판단은 적중합니다. 새로 옮긴 포인트에서 우악스러운 파이팅이 시작됐는데 휨새로 보아 상당한 크기의 민어가 짐작됩니다. 그런데 이 녀석, 지구력이 만만치 않네요. 거의 끌고 왔다 싶으면 다시 처박기를 반복하며 보는 사람의 애를 태우는데요. 그렇게 한동안 실랑이가 이어지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 저는 당연히 반짝이는 은빛 철갑을 기대했는데.

 

 

올라온 녀석은 빛깔부터 실망감이 가득합니다.

 

 

45cm급 붉바리

 

올라오라는 민어는 안 올라오고 웬 잡어가.

 

 

대상어가 민어라 민어 아닌 것은 모두 잡어.

 

라곤 하나 붉바리만큼은 잡어라 부르기 미안하네요. 아무래도 이번 민어낚시 조행은 최필님의 독무대인가 봅니다. 하루 사이 씨알 좋은 붉바리만 두 마리째 올렸으니 확실히 붉바리 어복이 있습니다. 

 

횟감의 황제라 칭해도 아깝지 않을 붉바리가 씨알급으로 낚이자 모두의 손이 바빠집니다. 나중에 계측해보니 몸길이 45cm에 무게 2.2kg. 이 붉바리를 공판장 상인에게 보여주니 좀처럼 보기 드문 씨알이라며 놀라는 눈치입니다.

 

경매가를 묻자 이 정도 씨알은 kg당 6만 원. 2.2kg이니 13만 원 정도 나오더군요. 이 가격으로 관광객에게 팔면 kg당 10~12만 원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좀 전에 최필님은 바다에서 24만 원 상당의 금품을 뽑은 것과 같군요. 인형 뽑기 대신 바다에서 붉바리 뽑기. 잡히기만 한다면 꽤 괜찮은 놀이죠? ^^; 이로써 최필님은 집에 가져갈 여름 보양식을 확보했습니다. 저도 빨리 분발해야겠습니다.

 

 

우리가 붉바리를 처리하는 사이, 한쪽에서 소리소문없이 낚는 이성훈 선장.

 

 

통치(민어 새끼)

 

통치가 올라옵니다. 이곳 고흥 나로도에서는 통치를 퉁치라 부르는데요. 통치든 퉁치든 민어는 민어입니다. 제수용으론 아주 그만이죠.

 

 

시간은 8시 30분. 정말로 최필님의 독무대가 이어지려나요? 또다시 입질을 받아내는데..

 

 

이번에도 민어가 아닌

 

 

붉바리가 올라옵니다. 이쯤이면 최필님은 붉바리 킬러로 등극? 지난 6월, 광도 농어 낚시에서는 그렇게 입질 한번 못 받고 고전하더니만, 이날은 물 만난 물고기 같습니다.

 

정적이면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민어낚시는 체질상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잘 안 맞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횟감의 황제 붉바리의 위상이 말도 아니네요. 이곳 고흥에선 아주 흔해요. 흔해~ ㅎㅎ

 

"무슨 소리예요. 형님. 제가 잘 잡아서 그런 거지. 제가 붉바리 두 마리 잡았으니 이건 형님이 가지세요."

"... (낚시를 못 하니 얻어먹어야 할 처지라니. 시무룩)"

 

 

그건 그렇고 낚시가 매우 답답하게 진행됩니다. 앞서 붉바리 두 마리에 통치가 올라오긴 했으나, 모두 저를 피해서 올라왔기 때문에 가장 조급한 사람은 접니다. 하지만 저는 졸리기만 할 뿐. 이날 따라 졸음은 왜 그리 쏟아지는지,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이어진 강행군에 피로가 누적되고, 수면도 부족하다 보니 몸은 흔들흔들, 고개는 푹푹 꺼지면서 민어낚시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 시간에 한 마리씩 잡히는 입질 간격도 지루함을 부추겼죠.

 

그런데 이때..

 

 

이성훈 선장의 손동작이 빨라집니다. 줄낚시 채비에서 뭔가가 걸려들었는데요. 설마 3연타석 붉바리는 아니겠지? 싶은데..

 

 

이번에는 은빛 철갑을 두른 녀석이 올라옵니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나고.

 

 

 

"와 사이즈 대박~!"

 

그런데 혹시 숭어?

 

 

올라오자마자 부레에 공기부터 빼주고 포토 타임을 가집니다.

 

 

누가 조기 가문 아니랄까 봐, 얼굴이 딱 조기입니다. ㅎㅎ

 

 

햇볕을 받아 금빛이 나는 4~5kg급 민어

 

이런 건 직접 봐야 하는데..

 

산 고기에서 후광이 난다는 사실, 실화입니다. 빛깔 좀 보세요. 이런 빛깔은 아무리 살려서 공수한들 서울, 수도권에서는 볼 수 없는 빛깔이죠. 이 선장은 민어낚시를 생업으로 하기 때문에 공판장에 내다 팔기까지는 잘 살려두어야 합니다.

 

 

오전 9시 30분

 

결국, 이 선장의 포인트 선정은 적중했습니다. 여기서 입질이 집중되자 다른 곳에 있던 배들도 한둘씩 몰리는 상황. (눈치 빠릅니다.) 이번에도 보통 녀석이 아닌 듯 힘을 쓰는데요. 좀 전에 이성훈 선장이 잡은 것보다 클 것으로 기대되는데..

 

 

지금부터 잡히는 고기는 집으로 가져갈 횟감입니다. 앞서 붉바리를 두 마리나 잡았기 때문에 붉바리는 충분한 상황. 그래서 이번에는 대물급 민어를 은근히 바랐는데 수면에 비친 빛깔은.

 

 

민어? 농어? 숭어?

 

 

한동안 실랑이 끝에 뜰채에 담긴 녀석. 정말 묵직합니다.

 

 

5~6kg급 민어

 

"드디어 먹을 만한 민어가 나왔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죠~"

 

이날은 최필님의 독무대네요. 아주 큰 민어는 아니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기에는 딱 좋은 민어입니다. 시가로 얼마나 할까요? (나중에 공판장에서 확인해보니 경매가만 대략 20만 원 정도.)

 

저만 빼고 모두가 짜릿하게 손맛 본 상황에 졸음은 진작에 달아났습니다. 이제는 제가 배값을 해야 할 때. 남은 몇 시간 동안 집중해 이보다 큰 민어를 잡아 보이고 싶습니다. 취미로 하면 즐거울 낚시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과연 입질의 추억은 이곳에서 민어의 추억을 쌓고 돌아갈 수 있을지. 고흥 나로도에서 민어낚시,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 고흥 민어, 농어, 타이라바 문의

해덕호(010-5305-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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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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