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만 먹을 수 있는 낚시인의 보양식

    
    낚시인은 언제나 피곤하고 지치고 배고픕니다.
    사실 밥이 고프다기 보단 입질이 고픕니다. ^^;
    오늘은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요 생각에 낚시를 집중하다보면 배고픔도 잊어버리곤 해요.
    결국 끼니를 마다해가면서 낚시와 씨름을 하기도 한다지만 그래도 이 추운 겨울에 뼈속 깊숙히 스며드는
    차디찬 새벽공기는 낚시인이라도 견디기가 쉽지 않죠. 그리곤 스믈스믈 빈속이 쓰려옵니다.
    이럴때 뭐라도 든든하게 안먹었다간 갯바위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허덕일지도 모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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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만 먹을 수 있는 낚시인의 보양식




    찬 새벽공기를 마시며 낚시인들은 밑밥준비에 한창이다.

    12월 말에 접어든 어느날, 청산도로 겨울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밤새 우등버스로 달려온 곳은 목포의 어느 낚시점, 다들 저마다 쓸 밑밥과 미끼를 챙기고 있는 중이예요.
    이때가 새벽 2시




    낚시배에 탑승중인 낚시인들

    그리곤 목포에서 다시 완도로 한시간 반정도 달립니다.
    완도항에 도착하면 밥을 먹고 배에 탑승하는데 낚시가방, 아이스박스, 무거운 밑밥통등 혼자서 무거운 짐들을 배로 나르고 있습니다.
    이때가 새벽 4시반





    탑승이 완료되면 또다시 배로 한시간정도 달리는데 그제서야 오늘 낚시를 하게될 청산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곤 두명씩 조를 이뤄 내려주는데요. 이때가 6시인데 동절기라 해가 늦게떠서 출조시간도 늦습니다.
    이제부터 철수하는 오후 2시까진 고립된 갯바위에서 오로지 낚시만 하게 되겠죠.
    날이 춥고 체력소모도 많으므로 새벽에 든든하게 먹어둬야합니다.




    완도항에 있는 어느 식당

    그런데 이 날 저는 몸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였답니다. 
    몸에 열이 오르고 몸이 으스스해지는게 전형적인 몸살기운 초기증상이였어요. 근데 다음주 포스팅 계획이 이번에 다녀온 낚시 이야기로 
    짜놨기 때문에 취소하기 힘든 상황. 결국 출조를 감행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출항직전에 아침밥을 먹게 되는데 말이 아침밥이지 새벽밥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무도 밥을 안먹는 이 시간, 훤하게 빛을 비추며 문을 열어놓고 있는 음식점은 낚시인들이 주요 고객인 도시락집인데요.
    보통 수도권에서 출조점을 통해 낚시를 갈 때 출조비용에 3끼 식사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기껏해봐야 5~6천원짜리 백반을 먹습니다. 





    반찬이 8~10가지가 나오고 거기에 생선구이에 제육볶음도 나오는데 어딘가 모르게 2% 부족할때가 많더라구요.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짜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아쉬운건 배고픈 낚시인들이 먹기엔 반찬이 늘 부족합니다.
    물론 더 달라면 갖다주기도 하지만 제육볶음이나 생선구이를 더 달라기엔 뭐하구요. 반찬은 가짓수만 많지 먹을만한 반찬은 별로 없는..
    근데 이번엔 아침 메뉴를 바꿨더라구요.
    뭘까요? ^^





    "에? 반찬이 이게 고작?"
    총각김치, 나물반찬 하나에 달래무침 이게 다였습니다.





    "뜨거우니 조심해요!"
    그리곤 뜨끈뜨끈한 죽이 나오더군요.
    보기에 살짝 괴상망측하게 보이는 때깔을 지닌 이 죽은 한눈에 봐도 "그것"이였습니다.
    근데 에이~ 설마 그 죽이 나왔을까? 돈이 얼만데..





    "이것이 오리지널 전복내장죽"
    한수저 떠보니 큼지막한 전복살이 실하게 들어있더라구요.

    "이거 진짜 전복죽이야~"
    "근데 이거 얼마짜리예요?"
    "만이천원"





    수저로 여기저기 떠보니 실한 전복살이 올라옵니다. 
    내장까지 쒀가지고 빛깔도 제대로 났더라구요.
    어디 소라가지고 만들어 놓고 전복죽이라고 팔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짝퉁 전복죽"과는 비교불가입니다. ^^
    완도가 원래 전복산지로 유명한데 완도항에서 오리지널 전복죽을 먹으니 오죽하겠어요.





    밑반찬은 많지 않았지만 전복죽을 먹는데 딱 필요한 반찬만 나옵니다.
    총각무는 제 입맛엔 다소 시큼했지만 전라도 특유의 분위기가 났구요.
    다들 주무시고 계실 한겨울의 새벽 4시에 찬바람 맞고 들어와 뜨끈한 전복죽을 먹는 이 기분 낚시인들만 알꺼예요. ^^
    요렇게 달래무침을 얹어 먹어보니 그 맛이 각별하더라구요. (사진속 달래무침 밑엔 전복입니다. 감자 아닙니다.. 왜 감자처럼 보이는지 ㅎㅎ)
    전복죽도 바로 끓여냈는지 너무 뜨거웠어요. 입천정이 좀 헐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후~후~ 불어가면서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몸살기운이 있는 가운데 나간 출조라 부담이 있었는데 결국 낚시하면서 몸살을 박살내고 왔습니다. ^^;
    와이프가 서운해하더군요. ㅋㅋㅋ
    "내가 옆에서 아무리 간호해줘도 안낫던 몸살, 낚시 다녀오니깐 나아서 와? 기가막혀;;"
    모 저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건 아닙니다요~
    어쩌면 전복죽 때문에 몸살이 쏙 들어갔을 지두요 ㅎㅎ

      ◐ 여기서 잠깐! 전복죽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전복은 비타민B1, B12의 함량이 많고 칼슘, 인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여 산모의 젖이 나오지 않을 때 효과적이라고 하는데요.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 음주 후 속풀이, 몸이 허약할 때 기운을 돋워 주며 
     피부노화 방지와 내장 보호, 고혈압 환자에게 도움이 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여 황달과 방광염을 예방하고 시신경 피로회복 효과등이 있다고 합니다.


    마치며..
    사실 이렇게해도 남는 장사니깐 전복죽을 택했겠지만요, 그래도 보통 같았으면 5~6천원짜리 백반으로 때워도 상관없을텐데 
    출조전에 좋은 전복죽을 먹을 수 있어서 넘 좋았어요. 아마 제가 출조를 나가면서 먹은 새벽밥 중 가장 맛있게 먹은걸로 기억에 남을꺼 같습니다. ^^
    이거 먹고 나오니 배가 따듯하고 든든한게 덜 춥더라구요.
    이런 기억은 기억에만 남는게 아니라 앞으로 출조나가면서 매번 먹을 수 있었음 좋겠어요.
    제가 자주가는 모~피싱클럽(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실듯)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복죽으로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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