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질의 추억입니다. 오늘은 벼르고 벼랐던 포스팅을 할까 합니다.
이제 봄이 오니 봄 도다리 소식이 여기저기 들리고 있습니다. 횟집에선 봄 도다리 세꼬시라는 간판이
걸리기 시작하고 6시 내고양이 같은 TV 프로그램에선 봄 도다리 쑥국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생선회를 못드시는 분들도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얘긴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만큼 제철에 맞는 생선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요. 봄철에 살이 오른 도다리는 무엇을 해먹어도 맛이 좋고 또 보약이라고들 합니
다. 도대체 얼마나 봄 도다리가 맛있길래? 미식가는 물론 많은 분들이 여기저기서 봄 도다리, 봄 도다리
하는 건지 모릅니다. 한번 알아보도록 합시다.
*카테고리 관련 글* ☞ 미식가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봄 제철 생선 ☞ 멍게를 먹던 중 기겁했던 이것의 정체 ☞ 전설의 물고기 다금바리, 과연 존재할까? ☞ 자연산 생선들의 불편한 진실들 ☞ 된장국에서 나온 이것의 정체에 경악ㅠㅠ |
[봄 도다리의 진실 파해치기] 우리가 먹는 봄 도다리는 횟집에 없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횟집을 찾아보기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 먹거리 문화가 많이 바뀐걸까요?
예전에 비해 횟집들이 줄어든거 같고 대신 고기집들은 훨씬 늘어난 느낌입니다.
생선회에 대한 인식이 국민들에겐 여전히 고기보단 비싼 음식이라고 느끼는 걸까요. 아무래도 같은 값이면 고기를 더 배불리 먹을 수
있기도 하구요. 우리나라에서 생선회 문화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그 맛을 음미하는 방법이라던가 생선회에 대한
상식도 일본에 비해 홍보가 부족한거 같더라구요. 솔직히 생선회 맛을 제대로 알고 드시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특유의 쌈문화다 보니 생선회와 안맞는 부분도 좀 있고 원산지에 대한 불신에 가격적인 메리트까지.. 젊은 소비자층을 끌어오기엔
여러가지로 고깃집에 비해 불리한거 같아요.
그래도 봄이 오면 멍게와 쭈꾸미로 시작하여 다양한 제철 수산물이 올라오는데 도다리가 빠지면 서운하겠죠.
매스컴 여기저기선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막 잡혀져 올라오는 통통한 도다리 소식을 전하고 있구요. 지금 제철을 맞이하는 도다리가
그리 맛있다니 안드셔 본 분들도 이쯤되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회 좋아하시는 분들은 말할것도 없구요. 특히 뼈째로 썰어내 씹는 맛이
좋고 지방이 풍부해 씹을 수록 고소한 도다리 세꼬시는 봄철 진미로 빼놓을 수 없다는데, 오늘 이야기는 모르셨던 분들에겐 다소 충격일
수도 있겠구요. 그리고 도다리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스스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오늘 포스팅에 의문을 제기해 볼까 합니다.
제가 지난번 4월 제철생선 소개로 "미식가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는 4월의 제철생선" 으로 여러 어종들을 소개한 바 있었는데 그때 도다리를
제외시켰습니다. 왜 그런지 알아봅시다.
◐ 횟집에서 먹는 도다리, 과연 봄 도다리 맞나? |
문치가자미(일명 도다리)
우리가 보통 봄 도다리라고 하는 것은 위의 사진처럼 생긴것입니다.
표준명은 '문치가자미' 지만 전국적으로 '도다리'라고 불리는 것인데요.
겨울동안 지방을 축적해 온 도다리는 이르면 2월 말부터 시작해서 3월을 전후로 산란을 위해 우리나라의 연안으로 들어옵니다.
주로 '만'이라고 하는 가장 가까운 내만권으로 들어와 얕은 수심의 사니질등에서 산란을 하는데 이때 들어온 산란 도다리를 노리고
도다리 어획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도다리 산지로 진해만을 꼽을 수 있으며, 목포를 비롯 남해안 전역에서 살 오른 도다리가
잡히는데 이때 도다리 선상 낚시도 가장 많이 이뤄지구요.
양식으로 대량 유통되는 강도다리
그리고 이것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양식되고 있는 강도다리입니다.
자연산은 동해와 일본 북부, 오호크츠해, 베링해등지에 서식하며 비교적 찬물을 좋아하는 녀석인데요.
강이 인접된 기수역에서도 많이 서식하고 있어 강도다리라 불린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강도다리는 가자미류에서 맛이나 영양적인 측면에서
질이 떨어지는 편이며 대량 양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식이 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대량양식이 이뤄지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봄철 별미로 봄 도다리 세꼬시를 찾지만 과연 제대로 된 봄 도다리를 파는 횟집은 얼마나 있을까요?
위에 소개한 강도다리의 모습을 잘 기억해 두시기 바라며 횟집 탐방을 시작합니다.
4월 중순 서울의 어느 번화가
한창 도다리 철을 맞이하고 있을 즈음 저는 서울의 횟집들이 팔고 있는 도다리 실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작년 이맘때에도 이와 비슷한 포스팅을 한적이 있었고 많은 분들이 몰랐던 사실에 대해 많이 공감해주셨는데요.
오늘 내용은 거기에 + 알파입니다.
서울의 어느 평범한 횟집입니다. 스끼다시 왕 만족을 내세워 영업하고 있지만 해마다 줄어드는 손님들에 아마 고심이 많을겁니다.
바로 앞 횟집도 어느새 문을 닫고 그 자리엔 고기집이 들어섰더라구요. 아무튼 일단 수족관부터 확인을 해보는데 봄철 별미 도다리는
뭘로 회를 뜨나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강도다리를 팔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횟집입니다. 부요리(스끼다시) 가지수 보단 활어를 위주로 파는 간이횟집으로 두세명이 소주한잔 하기 딱 좋은
그런 곳이였습니다. 역시 봄철 별미인 도다리 세꼬시라는 메뉴가 눈에 띄여 수족관을 확인해봤더니
이곳도 지느러미에 검은 줄무늬가 박혀있는 강도다리를 팔고 있었어요.
일반 손님들은 이런것에 신경을 전혀 안쓰니 주는대로 드시지만 저 같은 경우 낚시를 즐기고 바다 어종과 생선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수족관을 살펴보면 다루는 어종이나 수족관 위생상태로 그 집 수준을 알 수 있는데
생긴지가 비교적 얼마 안된 대형 횟집
"봄 도다리 세꼬시"라고 아주 크게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봄 도다리를 팔까요? 살펴보러 갑니다.
우선 이 집은 규모도 큰 만큼 다른곳에 비해 다양한 횟감을 팔고 있었는데요.
능성어와 줄돔(작은돌돔)이 보입니다. 분명 저 능성어를 다금바리라는 메뉴로 팔고 있겠지요.
흔히 수도권에선 그렇게 팔아도 사람들이 별 관심도 안두고 무지하다 보니 멸종되다 시피한 다금바리를 능성어로 팔아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 일껍니다.
다른 수족관을 살펴보니 대게와 돔 종류 그리고 광어까지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봄 도다리는 어디 있는 걸까요.
바로 여깄네요. 한쪽 모퉁이에 깔려있는걸 보니 한눈에 봐도 강도다리라는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지느러미에 검은 무늬가 선명합니다.
아직 몇 군데 밖에 못 돌아다녔지만 다른 곳에 가더라도 결과는 왠지 뻔할거 같더라구요.
여기도 ..
작년 이 맘때에도 여러 횟집의 수족관을 둘러보며 느낀거지만 산란을 위해 영양분을 축적해 가지고 온 봄 도다리를 수도권의 횟집에서
보기란 참 어려운거 같습니다. 지금 보시는 강도다리는 봄철에 살이 오른 도다리와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양식어기 때문에 일년내내 한결같은(?) 맛을 자랑합니다.
그러니 횟집들어가서 "뭐 드릴까요?"라고 물으면 대충 주문한다고 "걍~ 도다리 주세요"하시면 강도다리가 나옵니다.
썰렁했다면 죄송하구요. ㅋㅋㅋ
결론적으로 우리가 산지가 아닌 도시의 일반 횟집에서 소비하는 도다리는 봄 도다리가 아닌 중국과 국내에서 가지고 온 종류가 다른
가자미류입니다. 물론 전체가 다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도심지의 동네횟집에서 파는 도다리들은 크게 두가지로 지느러미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강도다리와 몸집에 물집이 있는 돌가자미가 그것인데요. 육질이나 맛이 도다리에 비해 떨어지는 어종입니다.
◐ 도다리의 제철은 정말 봄인가? |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드는 의문은..
TV등 매스컴에선 봄 도다리가 보약이라며 봄 도다리 쑥국도 보여주고 회도 보여주고 있지만 정말 봄 도다리의 제철은 봄일까요?
여기서 제철은 두가지 의미로 하나는 가장 맛있는 철이 있고, 또 하나는 가장 많이 잡히는 철이 있습니다.
도다리의 제철이 봄이라고 하는건 제 생각엔 '후자'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왜냐면 생선이 가장 맛이 좋을 때란 "산란을 앞두고 지방을 가득 축적시킬 때" 가 바로 그 생선의 제철이라 하거든요.
또 하나는 "산란을 마친 후 일정 시간이 지나서 홀죽해진 몸에 새살이 돋을 때" 이때도 맛이 좋을 때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수산강국인 일본에선 3~4월 산란을 마친 도다리가 새살이 돋는 시기인 6월(초여름)이 제철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해역에 사는 도다리는 봄에 산란을 하고, 일본 해역에 사는 도다리는 초여름에 산란을 하는건 아니니깐요.^^
우리나라에선 2~3월에 산란을 위해 도다리가 가까운 내만으로 들어오는데 이때 잡힌게 상품으로 여기니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4월이 넘어가면 이미 산란을 마친 도다리이므로 일년 중 가장 홀죽하고 지방이 빠진 상태의 도다리가 되는데 이것을 2~3월의 도다리와
한데 묶어서 제철 도다리라 하는건 무리가 있지않나 싶은것입니다. 어찌보면 시기적으로 간발의 차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그래서 횟감보다는 국거리가 적합하여 이를테면 도다리 쑥국으로의 활용을 권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실제로 봄에 난 쑥과 도다리는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니깐요. 역시 가장 맛있을 때와 가장 많이 잡힐 때와는 구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7월초 감성돔 낚시 중 우연히 잡은 도다리로 아주 살이 올라 통통했다. (맨 우측)
결론은 도다리가 가장 맛있을 시기는 2~3월 산란전 도다리가 되겠고, 산란기을 마치게 되는 4~5월을 건너뛴 후 새살이 돋는 시기인 6월 부터 맛이
좋아진다고 보면 되겠구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도다리(표준명 문치가자미)는 어디 수산물 연구 결과를 본적이 있었는데요.
사계절에 따른 지방함량의 수치를 조사한걸 본적이 있는데 도다리의 지방 햠랑은 산란 직전인 이른 봄철 가장 많이 나타나는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이 역시 다른 철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습니다. 즉 도다리라는 생선은 사계절 내내 맛의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봄만 되면 "도다리 세꼬시"를 드시러 많은 분들이 횟집을 찾는데 그것도 사실 봄 도다리가 아닌 양식으로 들어온 강도다리나 돌가자미 새끼가
대부분이며, 심지어 어린 광어를 세꼬시(뼈째썰기)로 팔기도 하니 손님 입장에선 썰어놓은 모양새만으로 판별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 많은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로 도다리가 잡히지도 않구요. 잡힌 도다리들은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가 이뤄지거나 고급 일식점으로 팔려나가므로
수도권의 동네 횟집까지 넘어 오긴 어렵구요. 또 단가도 안맞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먹는 도다리 세꼬시라고 하는건 봄철 지방을 가득 담은 도다리가 아니며 어린 도다리가 맛이 나면 또 얼마나 맛이 나겠어요.
자연산 도다리라도 세꼬시 할 정도의 크기(보통 손바닥 사이즈)면 상품가치가 많이 떨어집니다.
어쨌든 그런데도 횟집에서 봄 도다리를 판다는건 넌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애초에 봄 도다리란 횟집에 없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마치며...
이러한 사실을 알고 계시는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모르고 드시는 분들이 많으실 줄 알아요.
횟집가서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보여드린 강도다리처럼 지느러미에 검은 줄무늬가 있진 않은지.
조만간 다음편에 도다리와 광어의 정확한 구별법과 진품 도다리와 가짜 도다리의 구별법, 그리고 현재 시중에서 봄 도다리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짝퉁 도다리들(얘네들도 이름이 있는데 짝퉁이라 표현해서 미안하지만) 이 구별법까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근데 이런 얘길 왜 하는 것일까요 ^^;
저는 그냥 바다낚시가 취미고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자연산 어종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늘 직접 낚은 자연산을 먹다보니 가끔 동네 횟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과의 괴리감(?) 그리고 많은 분들이 횟감에 대해 별다른 관심 없이 드신다는 점을 이용해서 적당히 속이고 판매하는 수산업
관련 분들을 보자니 그냥 지나칠 수 없더라구요. 우리나라가 축산업 원산지엔 굉장히 민감하고 촛불시위까지 하면서 수산물에 대해선 왜들
조용한지 개인적으로 답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것 만이 다가 아니며 표면적으로 꼭 드러나야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가 웰빙음식이라 칭하면서 먹는 수 많은 횟감들은 대부분은 인체에 해로운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환경 호르몬이 들어있는
중국산 양식어가 아닌지요? 그러면서 생선회가 웰빙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구요.
소나 돼지는 같은 종류라도 원산지에 따라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식에 비해 생선은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다 비슷비슷한 횟감으로 인식을 하는 등 거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탓 때문인지 멸종되어 사라지다 시피 한 다금바리가 지금도 서울의 여러
횟집에선 곧잘 팔리는 메뉴 중 하나이며, 심지어 전설의 물고기 돗돔도 팔더군요. 거의 소비자 우롱 수준에 다다르고도 다금바리 1Kg 주세요
란 말이 아직도 나오니 답답한 것입니다. 이제는 횟감도 어떤 종을 쓰는지, 어느 원산지를 사용하는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우리 스스로가 똑똑해 져야만 다시는 저급 어종을 가지고 제철 생선회라며 생색내며 팔지 않을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수산물 > 수산물 생선회 상식 백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비끼, 마스까와, 히비끼의 차이 (89) | 2011.07.14 |
---|---|
참숭어와 보리숭어 이야기 (105) | 2011.05.09 |
제철생선을 알아보자, 4월의 제철생선 (128) | 2011.04.04 |
전설의 물고기 다금바리, 과연 존재할까? (142) | 2011.03.11 |
3월 제철생선(노랑가자미, 자연산 쥐노래미) (113) | 2011.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