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도감/릴찌낚시] 아홉동가리(논쟁이)


어류도감 마흔 네번째 주인공은 '아홉동가리'입니다. 얼마전 포스팅을 했기에 이제는 낯설지 않은 어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 현지에서는 '논쟁이'로 불리지만, 제주도 일대 횟집에서는 '꽃돔'으로 잘못 불리는 어종이기도 합니다.
'꽃돔'이란 말은 근거가 없고 단순히 팔아먹기 위한 상술로 이렇게 출처가 불분명한 명칭은 표준명과 지역 방언을 교란하는 근간이 될 수 있으니
될 수 있으면 지양해야 할 명칭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홉동가리와 헷갈리는 게 여덟동가리인데요.
이 두 어종 모두 제주도에서 낚시하다 보면 간간히 낚이지만, 조금이라도 취급을 소홀히 하면 살에서 악취가 나 먹을 수 없게 되니 이 점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제주도에서 낚시하다 본 어종이 낚이면 반갑게 맞아주세요. ^^ 


■ 아홉동가리에 관하여
표준명 : 아홉동가리(농어복 다동가리과)
방언 : 논쟁이(제주), 꽃돔(X)
영명 : Whitespot-tail morwong
일명 : 타카노하다이(タカノハダイ)
전장 : 45cm
분포 : 경북 울릉도, 제주도, 일본 중부 이남, 타이완
음식 : 회, 조림, 소금 구이
제철 : 10~2(가을에서 겨울)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아홉동가리(논쟁이)

#. 특징과 생태
앞쪽은 체고가 높으나 뒤로 갈수록 날씬하며 아홉줄의 짙은 가로 줄무늬가 특징입니다. (유사 어종인 여덟동가리는 여덟개의 가로 줄무늬)
꼬리자루는 잘록하며 짙은 갈색에 흰색 반점이 선명히 난 건 아홉동가리만의 특징. 인상은 입술이 두꺼워 귀여운 인상을 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의 주 서식처는 제주도와 울릉도이며 남해 먼 바다에서도 가끔 어획되고 있습니다.
얕은 지대의 암반에 서식하고 저서의 작은 수생 동물과 갑각류를 섭취하며 제주 지방에서는 벵에돔 낚시 중에 곧잘 잡히지만 현지꾼들에게는
'냄새나는 고기'로 천대받습니다. 이는 내장에서 암모니아의 오줌 냄새가 나기 때문. 잡자마자 바로 손질하는 게 좋고 손질할 때도 내장을 터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어종입니다. 아홉동가리는 개체수가 적어 자주 잡히지는 않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 근해에서 보고된 다동가리과는 3종인데 본 어종이 그나마 많이 잡히는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홉동가리(왼쪽)와 여덟동가리(오른쪽)

#. 유사 어종인 여덟동가리와의 차이
둘 다 다동가리과로 형태적인 특징이 비슷해 헷갈릴 수 있습니다만, 이 둘을 구분하는 알 포인트는 꼬리지느러미(B)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아홉동가리(논쟁이)는 꼬리에 물방울 무늬가 선명히 나 있는 반면, 여덟동가리는 단순하게 거무튀튀한 색으로 되어 있어 구별이 쉽습니다.
그 밖에 무늬와 채색(A)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다갈색에 황색 지느러미를 가진 아홉동가리와 달리 여덟동가리는 연한 회갈색에 진한
흑갈색 가로 줄무늬가 나 있으며 배부분까지 이어지지 않으며 흐릿해졌다 사라지는 무늬를 갖고 있습니다.

#. 수산업적인 가치는 낮으나 제주도 횟집에서는 뜻밖에 득세?
두 어종 모두 취급을 잘못하면 오줌 냄새가 날 수 있으며, 그 향은 대가리 쪽에 가까울수록 더 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겨울보다는 여름에 잡힌 개체에서 냄새가 많이 나고요. 한국의 갯바위에서 아홉동가리를 낚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제주도로 겨울에도 가끔 낚이나
여름과 가을에 출현 빈도가 많은 편입니다. 여기에 많이 잡히는 어종이 아니어서 수산업적인 가치는 매우 낮고 시장에서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횟집에서는 '자연산이다." "귀한 횟감이다."라는 말로 손님의 초이스를 따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홉동가리는 전량 자연산이 맞으며, 귀한지는 모르겠으나 흔한 어종이 아니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떡입니다.

본 어종은 제주도 횟집에서 킬로당 12~13만원에 팔리는 횟감입니다. 현지에서는 '꽃돔'이라고 불리고 있고요.
매일 나가는 조업배에서 하루 몇 십 킬로씩 수확해 활어 칸에 실어 오면 대략적인 위판가로 킬로당 1.5만원에 낙찰, 제주도 횟집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팔고 있습니다. 물론 부요리 포함이고 2~3인 기준이어서 바가지는 아닙니다만,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낚시꾼들로부터 외면받는 생선을 굳이 '꽃돔'
이라는 표현을 붙여가며 팔아야겠냐는 목소리도 없잖아 있습니다. 더 싸게 팔아야 합당한 생선인지는 모르겠으나 횟집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이는
어쩔 수 없는 문제 같습니다. 다만, 횟집에서 붙인 이름을 그대로 믿고 드신 후 인터넷에다 '꽃돔 먹었다'고 퍼트리기 보다는 이 어종이 실제로 어떤 생선
인지 (좋든 안 좋든) 알고 드시는 게 좋지 않을까해서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제주도 외돌개에서 벵에돔 낚시 중에 잡힌 아홉동가리

#. 아홉동가리와 낚시
본 어종을 주 대상어로 노리는 낚시는 거의 없다고 보여지며, 대부분 벵에돔 낚시 도중 걸려드는 잡어입니다. 
조류 흐름이 좋지 못할 때 종종 출현하며 벵에돔 입질에 목말라 있는 꾼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기는 고기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기본 씨알이 30cm이상이고 대물급은 40cm가 넘어가므로 바다낚시 초심자들에게는 기분좋은 '잡어'로서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실제로 이 어종을 걸어본 느낌은 초반 힘이 '돌돔'과 헷갈릴 정도로 처박는 힘이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몇 초를 못 버티고 힘이 풀렸는데요.
걸고나서 중반까지는 이 어종이 '벵에돔'이나 '30cm급 돌돔' 으로 착각하기 쉬워 짜릿한 손맛을 주는 어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A는 아홉동가리회, B는 쥐치회, C는 독가시치(따치)

#. 아홉동가리의 식용
본 어종은 일본에서도 맛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요. 국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다동가리과 어종들은 내장에서 심한 악취가 나 손질 중 내장을 터트리면 살에 쉬이 베여 낚시꾼들은 꺼리는 고기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낚시하기 바빠 낚자마자 손질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독가시치(따치)의 취급도 아홉동가리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어종은 대게 숨을 거두기 전에 피를 빼고 대가리와 함께 내장을 분리해 신문지나 봉지로 잘 감싸 쿨러에 넣어 오는 게 상책입니다.
아홉동가리는 현재 제주도 횟집 일대에서 '꽃돔'이라는 이름으로 잘못 불려지며 판매되고 있습니다. 꽃돔이라는 명칭은 관광객을 상대로 아홉동가리를
판매하기 위한 전략적 상술로 보이는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맛 본 관광객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입니다.
이유는 활어로 취급하며 전문적으로 회를 취급하므로 이럴 때 '기본적인 맛'을 보장하는 어종입니다.

위 사진은 작년 가을, 외돌개에서 낚은 아홉동가리로 맛 좋기로 소문난 쥐치보다 더 맛있었다는 평가였습니다.
본인과 아내는 물론, 함께 시식한 지인도 아홉동가리에 손을 들어 줬는데요. 이때는 살이 단단한 쥐치를 다소 도톰하게 썰어 질겨진 치감이 한 몫해
상대적인 호감을 얻었던 탓도 있지만, 아홉동가리 회맛 자체도 그렇게 떨어지는 편이 아니였으며 식감의 쫄깃거림은 오히려 참돔보다 나았습니다.
제주도에서 선어 위판업을 하시는 분은 "아홉동가리의 가치가 과소평가됐다. 먹어보면 꽤나 맛있는 횟감이다." 라고 말했고, 일부 아홉동가리 회를
즐겨먹는 이들의 목소리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선도를 챙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소금구이를 적극 권해 봅니다.

추신 : 지금 시화방조제에서 짬 낚시 중입니다. 이 시즌에 제가 시화방조제를 간 이유는 다름 아닌 '그것' 때문인데요. ^^
         재밌는 조행기가 나오면 좋겠지만, 시화방조제라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녀와서 소식 전해드린다는 약속은 못하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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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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