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주꾸미에 불맛을 입히다, 집에서 만드는 불맛 주꾸미 볶음


 

 

언젠가 불맛이 나는 주꾸미 볶음으로 맛집 반열에 오른 식당 조리법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내는 불맛의 정석은 볶을 때 불에 그슬리게 하는 것. 그러려면 반드시 웍을 이용해 센 불에 볶아내야 하고, 손목 스냅을 이용해 웍을 놀림으로써 재료를 지속적으로 불에 닿게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가정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토치를 이용한 불맛 내기입니다.

 

 

#. 불맛 주꾸미 볶음 재료(2인 기준)

주꾸미 300~400g, 양파 1/2개, 양배추 한 주먹, 매운 고추 2개, 대파 2뿌리

 

#. 양념

고춧가루 3큰술, 고추장 1큰술, 다진마늘 1큰술, 진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매실액 1T, 맛술 2큰술, 위스키 혹은 브랜디 1T(생략 가능), 다진 생강 1티스푼(생략 가능), 후추 약간

 

#. 기타 재료

참기름 1T, 통깨 1큰술

 

※ 제 레시피는 밥숟가락과 종이컵으로만 계량합니다. 1T는 깎아서 한 스푼, 1큰술은 수북이, 1티스푼은 말 그대로 티스푼으로 계량.

 

 

먼저 손질된 주꾸미를 삶습니다. 주꾸미 손질법은 관련 글을 참고하세요. (관련 글 : 편리한 주꾸미 손질법)

 

 

주꾸미를 삶을 때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삶습니다. 

 

1) 냄비에 분량의 물과 청주(또는 맛술) 1큰술을 넣고 끓인다.

2) 물이 끓으면 주꾸미를 넣는다.

3) 주꾸미를 넣으면 끓어오르던 물이 차분해지며, 다시 끓어오르려고 할 때 불을 끄고 건진다.

4) 주꾸미를 채반에 받치고 찬물로 헹군다.

 

 

큰 볼에 위에 소개한 양념을 모두 넣고 고루 섞어준 뒤.

 

 

삶은 주꾸미를 양념에 무칩니다. 이 상태로 랩에 씌워 2~3시간 이상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숙성 시간은 최소 2~3시간 이상. 하루 정도 두어도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양념에 잰 상태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주꾸미에 간이 밸 뿐 아니라, 양념에 쓴맛이 빠지고 맛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채소는 위 사진처럼 다듬어 놓습니다. 대파 한 뿌리는 어슷썰기하고, 나머지 한 뿌리는 파 기름을 만들 용도로 잘게 썹니다.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다진 파를 넣습니다. 파가 노랗게 익을 때까지 휘휘 저어서 파 기름을 만듭니다. 파 기름에 주꾸미를 볶기 위해서는 기름이 넉넉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어림짐작으로 종이컵으로 반 컵이 사용되었습니다.

 

 

파가 노릇노릇 볶아지면 양배추와 양파를 넣고 살짝만 볶다가 곧바로 양념에 잰 주꾸미를 넣습니다.

 

 

사용한 주꾸미는 베트남산인데 요즘은 생물로도 항공 수송해 들어옵니다. 그런데 개인 사정으로 이 주꾸미를 사 놓고도 한동안 먹지 못해서 그사이 선도 저하가 우려되었습니다. 한번 삶아냈기 때문에 여기서 1차로 비린내가 빠지지만, 그래도 남은 잡내가 염려될 때면 도수 높은 위스키나 브랜디로 플람베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플람베는 기름이 튀는 볶음 요리에 위스키나 브랜디 등의 도수 높은 알코올을 부어 재료에 불을 붙이는 것을 말합니다. 식당에서는 퍼포먼스용으로 하지만, 원래는 재료에 붙은 잡내를 날리기 위함입니다. 요령은 팬을 불가로 기울인 다음.

 

 

위스키나 브랜디를 1~2스푼 정도 팬 가장자리부터 시작해 중앙까지 고루 부어주면 됩니다. 불이 생각보다 높이 솟을 수 있으니 양은 조절해야 합니다. 

 

 

재료에 위스키를 골고루 뿌리면, 불도 골고루 붙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불을 붙이면 잡내가 알코올과 함께 날아갑니다.

 

 

이 과정은 잡내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싱싱한 주꾸미나 해산물을 이용할 때는 생략합니다.

 

 

곧바로 어슷 썬 대파와 매운 고추, 그리고 참기름을 1큰술 넣고 한바탕 섞어준 뒤 불을 끕니다.

 

 

마무리로 불맛을 입히는 작업인데요. 가정에서 가장 간단하게 불맛을 입히는 방법으로 토치 사용을 권합니다. 

 

 

다만, 이 작업은 평소 토치 사용에 대한 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합니다. 화력이 너무 세거나 불을 과하게 쏘면 재료가 순식간에 탈 수 있기 때문에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쥐포와 같은 건어물은 웬만큼 직화로 구워도 쉬이 타지 않지만, 생물 특히 양념이 밴 재료는 조금만 쬐여도 금방 타므로 토치를 재빨리 움직여서 골고루 쬐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치 질은 주꾸미에만 해도 되지만, 채소 등 전체적으로 해주어도 상관없습니다. 이 작업을 하는데는 고작 1분. 이 1분이 평범한 주꾸미 볶음을 불맛 나게 바꿔버립니다. 다소 귀찮을지 몰라도 맛있게 먹을 가족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 수고로움은 감수할 수 있어야겠지요? ^^; 여기까지 했다면, 식가위로 주꾸미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접시에 담아 통깨를 뿌리면 불맛 주꾸미 볶음 완성.

 

 

주꾸미는 한번 데쳤기 때문에 살짝만 볶아준다는 느낌이며, 볶는 시간을 오래 끌면 오래 끌수록 주꾸미는 질겨집니다. 그래서 파기름을 내고 재료를 투입하는 순간부터 불을 끄기까지 5분를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가스 불도 초지일관 센불이 좋습니다.

 

 

봄 주꾸미에 불맛을 입히다

 

이날 저녁은 매콤한 주꾸미 볶음에 귀리를 섞은 흰 쌀밥, 그리고 시금치 계란국으로 식단을 맞췄습니다. 갓 지은 흰 쌀밥 위에 불맛 나는 주꾸미를 한점 올려 먹자 갑자기 소주가 당기는 이 기분. ^^; 평범한 맛의 주꾸미 볶음, 국물이 생기는 주꾸미 볶음에서 탈피하고 싶다면, 다소 수고로워도 오늘 소개한 방법으로 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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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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