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을 높이는 다시마 숙성회, 광어 곤부지메 만들기


 

 

생선은 일 년 열두 달 같은 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감칠맛을 높이는 숙성법이 행해집니다. 일식에서는 주로 다시마를 이용해 다시마 성분을 생선회로 흡수시키는 것으로 원발음은 '코부지메(昆布じめ)'입니다. 여기서 '콘부(こんぶ)'는 다시마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식에서는 '곤부지메' 정도로 불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도 여러 방법이 있으나 흔히 사용하는 방법으로 소개합니다.  

 

 

먼저 다시마 숙성(곤부지메)을 위해 광어 한 마리를 준비했습니다. 사진의 광어는 지난 2월, 대마도 출조 때 잡은 82cm급 광어로 보시다시피 알이 꽉 찼습니다. 일반적으로 광어 산란기는 봄부터 여름까지로 알려졌지만, 저위도 고수온의 영향을 받는 지역일수록 이러한 산란기는 앞당겨집니다. 2월의 대마도 해역은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미미하게나마 받고 있어 한겨울임에도 15~16도 수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산란기에 놓인 광어가 잡힌 것으로 보입니다. 무게 7kg은 족히 나가 보이는 대광어라 맛을 기대했지만, 꽉 찬 알을 본 순간 대광어의 사용을 생선가스나 피쉬앤칩스로 돌리기로 했지요. 그래도 살이 워낙 많이 나오기에 일부는 산란 광어의 부족한 맛을 채우고자 다시마 숙성을 하기로 합니다.

 

 

광어가 워낙 커서 저만한 지느러미살이 네 줄기가 나오는군요. ^^

 

 

다시마는 생선살을 덮을 수 있도록 큰 것을 준비합니다. 준비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젖은 행주를 이용해 다시마 표면을 살짝 닦아준다.

2) 다시마에 청주를 고루 뿌린다.

3) 횟감에 소금을 살짝 친다. (선택 사항)

 

청주를 뿌릴 때 분무기를 이용하면 수월합니다. 이렇게 해서 준비한 다시마에 숙성할 횟감을 올리고

 

 

말아서 잘 감쌉니다.

 

 

저는 지인에게 줄 것까지 두 덩이를 준비했습니다. 생선회는 산소와 지속적인 접촉으로 산화되면서 선도가 급속히 떨어지므로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첫 번째는 랩으로 바짝 감싸는 것이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두 번째 방법은 락앤락 같은 밀폐용기에 넣어두는 것인데 이왕이면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을 모두 하는 것이 좋겠지요. 여기서는 랩이 없어 밀폐용기에 넣고 뚜껑을 꽉 닫아줍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윗 공간이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마 숙성은 다시마와 회를 충분히 접촉해 다시마 성분을 회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랩으로 단단히 묶어주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위 사진처럼 밀폐용기에만 넣어두겠다고 했을 때 윗 공간이 남으면 접촉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게가 있는 물체로 빈공간을 채워 재료에 적당한 압력을 가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정 숙성 시간은 어종과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광어와 대도미를 기준으로 12~48시간 사이이며, 하루 정도면 알맞은 상태가 될 것입니다. 그 외 크기가 작은 학공치는 3~6시간 정도이며, 필요에 따라 새우, 오징어류, 연어회도 곤부지메를 할 수 있습니다. 보관 환경은 온도 변화가 최대한 적어야 합니다. 따라서 문을 자주 여닫는 일반 냉장고는 권하지 않으며, 가정에서는 김치냉장고(이왕이면 자주 문을 열지 않은 숙성 전용 서랍칸)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하루쯤 숙성한 광어 곤부지메를 꺼냈습니다.

 

 

 

전반적으로 표면이 누렇게 뜬 것은 다시마의 끈끈한 액과 그 안에 포함된 여러 감칠맛 성분이 살에 스며들어서입니다.

 

 

다시마의 감칠맛이 녹아든 광어 곤부지메

 

충분한 숙성을 거쳤기에 다소 물러진 식감을 조금이라도 상쇄하고자 두툼하게 세로 썰기 하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일식 자격증도 없고 정식으로 배운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데 바다낚시를 즐기다 보면 죽은 생선에 대한 예의이자 가족과 지인과 함께 맛있게 즐기고픈 공유의 욕심이 있습니다. 그저 잡아온 것을 집사람에게 던져주고선 '알아서 만들어'라며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자기는 주말마다 낚시나 즐기면서 아내를 주말 과부로 만들기보다는, 혼자 취미를 즐긴 것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가족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그런 낚시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생선을 다듬고 음식을 만들다 보면, 일식에서 통용되는 기술과는 별개로 자기만의 노하우가 쌓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음식은 비록, 현업에서 돈을 받고 팔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는 아니더라도 가족, 지인과의 대접을 통해 새길 수 있는 의미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라 예전처럼 전문 서적을 통하거나 현업에 종사하면서 배운 기술을 단지 검색으로 보고 따라 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정확한 정보와 그렇지 못한 정보를 스스로 거를 수 있어야 하는데 아는 지식이 부족하니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가 참 모호합니다. 그래서 글을 보고 따라 하려는 분들에게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벵에돔 껍질구이회와 광어 곤부지메로 단출한 주안상을 만들었다

 

이때의 광어는 대마도에서 서울로 공수하면서 불안정한 숙성을 거쳤고, 집으로 가져온 다음에도 또 한 번의 숙성을 거쳤기에 살이 꽤 물러졌습니다. 물론, 산란기에 놓인 광어라는 점도 한몫했고요. 광어뿐 아니라 횟감에 이용되는 모든 생선은 배에 알이 꽉 찼거나 혹은 산란을 마쳤을 때 맛이 가장 떨어진 상태입니다. 일식집과 횟집에서 양식산 광어를 직접 고를 때도 해마다 이맘때(4~5월)면 배에 알이 찬 광어가 다수 있기에 배를 만져보고 알이 든 광어는 가져오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제 다가오는 5월에는 산란기에 놓인 자연산 광어가 그물에 많이 잡혀들 시기입니다. 자연산 광어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시기도 이때가 되겠죠. 충남 서천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자연산 광어와 도미로 축제를 벌일 것입니다. 하지만 산란기에 놓인 광어회는 자체적으로 품고 있는 맛이 부족합니다. 산지의 싱싱한 회를 즐기는 것은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갓 잡은 활어회+초고추장의 조합이기에 씹는 맛으로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지만, 회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럴 때 산란기에 놓인 횟감으로 다시마 숙성회(곤부지메)를 만들어 먹는다면, 맛의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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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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