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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범섬 낚시(상), 벵에돔을 대신하는 화끈한 손맛

- 제주도 범섬 낚시(하), 강렬한 손맛, 달콤한 뒤풀이

 

 

오전 11시, 제주도 보목항

 

느지막이 일어나 보목항 근처 물회 집에서 끼니를 떄우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달리는 차 안에서 햄버거로 때웁니다. 이번 목적지는 섶섬(숲섬). 고기는 우도와 가파도에서 나오는데 배는 주의보로 결항이니 계속해서 겉도는 출조만 하게 되네요. 적당히 손맛 보고 즐거운 조행기를 쓰기에는 숲섬도 부족하지 않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여기까지 경비와 시간을 들였는데 잡고기만 잡아가는 것은 아무래도 자존심이 허락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이 주의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바람을 피해 그나마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는 섬을 찾아가는 것. 이날은 북서풍과 북동풍이 교차로 불면서 제주도 윗지역은 거의 초토화되었습니다. 아마 제주꾼들도 섶섬이나 범섬 등 서귀포 일대로 몰리지 않나 싶은데요.

 

 

그래도 한라산이 바람을 막아주는 덕에 남쪽은 낚시하기 괜찮은 여건입니다.

 

 

배는 섶섬 북동쪽 포인트에 댔습니다. 이동 가능한 갯바위로 제법 넓으니 많이 들어올 때는 10명씩 들어와 낚시하기도 합니다. 

 

 

제가 선 왼쪽 풍경입니다.

 

 

이날도 제주도 한달살기를 운영하는 예찬씨와 함께 낚시를 시작, 촬영은 일루바타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예찬씨는 아직 전유동 낚시를 해 본 적이 없어 이날은 낚시점에서 구입한 제로찌로 첫 시도에 들어갑니다. 

 

 

0c(제로씨) 채비로 시작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NS 알바트로스 1.5-530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2호 세미플로팅

어신찌 : 쯔리겐 슈퍼 익스퍼트 0c,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울트라플랙시블 2호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6~7호

봉돌 : 상황에 맞게 가감

 

밑밥은 크릴 3장, 빵가루 1장, 오로라 붉은색 1장, V10 1장으로 구성.

 

 

밑밥을 치는데 가까운 곳은 자리돔의 활성도가 대단하군요. 전방 10m에 한 주걱, 15m에도 한 주걱 치니 그곳도 자리돔으로 시커멓습니다. 그런데 전방 20m를 넘겨서 치니 자리돔이 몰리지 않는군요. 잡어가 일정 거리를 두고 활동 반경에 선을 긋고 있을 것입니다. 포인트는 당연히 전방 20m 혹은 그 후방으로 결정.

 

밑밥을 갤 때 물을 조금만 섞었고, 손으로 꾹꾹 눌러놨기 때문에 점도가 다소 뻑뻑합니다. 어차피 크릴이 해동되면서 그 부분이 해소될 것이기에 지금은 물을 추가로 섞기보다 주걱으로 꾹 누르면서 원투성을 더합니다. 잡어가 몰리지 않는 전방 20m 부근에 밑밥 3~4주걱을 연달아 품질하고 곧바로 캐스팅해서 찌를 품질한 곳으로 가져다 놓습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25cm급 긴꼬리벵에돔이 반깁니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째 활성이 저조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방 20m를 넘겨서 흘리면 크릴이 아예 살아오기 일쑤. 그보다 가까운 곳으로 흘리면 십중팔구는 잡어로부터 공격당하니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만, 진작에 들어왔어야 할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여서 지금부터는 봉돌을 물리고 좀 더 가라앉히기로 합니다.

 

 

채비 들어간 지 1분 가량지났을 시점입니다. 조류가 발 앞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채비는 멀리 던졌어도 입질 받은 지점은 낚시 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갑자기 총알같이 나가는 뒷줄에 깜짝 놀라서 챔질. 낚싯대를 끌고 들어가는 무지막지한 힘이 느껴집니다. 브레이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대를 힘껏 세우고 낮은 자리로 이동하는데. 

 

 

대를 확실히 세우지 못한 것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몇 발 짝 이동하는 사이 틈이 생긴 것인지 수중 턱 아래로 박아버렸군요. 으아~ 줘도 못 먹나? ㅠㅠ 이렇게 되면 녀석을 빼낼 확률은 50대 50. 줄을 충분히 풀고 녀석이 바깥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아예 꿈쩍도 안 합니다. 햐 이거 어쩐댜? 낚싯대를 바깥으로 돌려서 빼내려고 하면 초릿대가 살짝 꿈틀거리기만 할 뿐, 그냥 박힌 채 요지부동입니다. 기다리다 못한 저는 채비를 터트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바늘만 터지고 올라옵니다.

 

 

바로 옆 현지꾼이 뜰채를 댈 만한 씨알을 걸었는데 독가시치.

 

 

이어서 제게도 입질이 들어오는데 이게 만약 벵에돔이었으면 40cm은 됐을 터..

 

 

녀석이 옆으로 째기 시작. 낚싯대가 덜덜 떨리는 것은 전형적인 독가시치. 한손으로 하려니 손목이 꺾이면서 부담은 가지만, 그래도 손맛 하나만큼은 찌릿찌릿합니다.

 

 

약 37~38cm급 독가시치

 

평소에는 뜰채 댈 만한 씨알이어도 낚싯대가 1.5호라 파도에 실어서 들어뽕.

 

 

시간은 오후 1시. 해가 중천이고 잡어의 극성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데 조금만 멀리 던져서 가라앉히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그런 희망 고문을 버리라고 말하듯 조류는 점점 빨라지면서 어제와 비슷한 시냇물 조류가 형성됩니다. 이때부터는 봉돌 호수를 조금만 더 높이고 수심 6~7m까지 미끼를 천천히 내리는 것에 주력합니다. 

 

 

다시 옆 현지꾼의 낚싯대가 휘어지는데

 

 

계속해서 올라오는 독가시치.

 

 

처음에는 저게 뭔가 싶었는데 트롤링이군요. 지금 이 시즌에 트롤링으로 노릴 수 있는 대상어를 생각해보는데 아무래도 방어나 부시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로 바닥층에서 입질이 들어온다

 

채비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났습니다. 20m 전방에서 가라앉힌 채비는 어느새 6~7m 전방으로 들어왔는데 이곳은 수심이 5~6m로 낮아서 별다른 조작 없이 가라앉힌 미끼는 그냥 바닥에 누워있거나 혹은 밑걸렸을지도 모릅니다. 낚싯대를 살짝 들어 크릴을 띄우고 놓자 몇 초 지나지 않아 뒷줄이 슬그머니 펴지더니 소심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순간 어랭이 같은 바닥층에서 들어올 만한 잡어를 떠올렸는데 대를 세우니 적어도 어랭이는 아니군요.

 

 

비슷한 씨알의 긴꼬리벵에돔이 물고 옵니다. 긴꼬리벵에돔이 바닥에서 나풀거리는 크릴을 물었고, 달아날 때 움직임이 더딘 것으로 보아 여건이 썩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3~4m까지만 피어올라 줘도 마릿수가 되겠는데 잡어 층을 뚫고 어렵게 어렵게 내려야 겨우 한 마리씩 건져 올리는 식이니 이거야 원.

 

 

그렇게 바닥층을 고집하니 밑걸림이나 당하고 말이죠. ^^;

 

 

언제나 그랬지만, 낚시란 게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지금까지 했던 전략을 버리고 리셋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다 한두 마리씩 올라오는 벵에돔을 노리려고 애쓰기보다는 새 판을 짜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입니다. 잠시 낚싯대를 놓고요. 옆에서 고전 중인 예찬씨를 봐줍니다.

 

 

그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고기가 잡히지 않자 뒤에서 지루해하던 일루바타님이 낚싯대를 잡았습니다. 일루바타님이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잡아본 경험은 지난 4월 제주도 형제섬 코너 이후로 처음입니다. 그때도 촬영 겸 소풍 겸 놀러 왔다가 잠깐 쥐어본 것이 전부인데요. 

 

 

그래도 뒤에서 본 건 많으니 일단 자세는 나오는 듯하더니.

 

 

입질을 받아버렸네요?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바로 앞 수중턱으로 연신 처박으려는 것을 힘으로 버티는 중입니다. 슬슬 올라온다. 낚시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본 게 많아서 그런지 파이팅을 곧잘 하네요.

 

 

낚시를 처음 하면서 이런 걸 용케 잡아내다니요. 사실 일루바타님은 평소 낚시를 하지 않지만, 제 조행기는 꼬박꼬박 챙겨본답니다. 그래도 그렇지 조행기를 본 것으로 이렇게 자세가 나올까. ㅎㅎ

 

 

이쯤 되자 일루바타님의 손맛을 위해 돕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보냈습니다. 일루바타님도 낚시에 슬슬 취미가 생기려는지 꽤 집중하는 모습이군요.

 

 

아직 밑밥을 써 본 적이 없는 예찬씨는 급한 대로 김장통을 가져와 밑밥통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들물이 진행되는 가운데 낚시 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3시. 이제부터는 뭐라도 입질이 들어와야 할 시점인데 때마침 적막을 깬 입질이 들어옵니다. 이번 입질은 아주 시원시원했습니다. 이것으로 상황이 반전되면 좋겠는데.

 

 

근처에 파고들 만한 자리가 하나 있는데 걸었다 하면 그곳으로 연신 처박으면서 팔심을 축냅니다.

 

 

이놈은 지치지도 않네요. 서로 힘들다. 그만 올라와라~!

 

 

이제는 기대를 하지 않으니 실망도 없습니다. 벵에돔은 수심 4~5m에서 낱마리로 올라오는데 그 층을 통과하면 여지없이 독가시치가 물고 늘어지는 식입니다. 물을 만지는데 아직 따듯합니다. 어림잡아 수온이 17~18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수온이 점차 내려감에 따라 아열대성인 독가시치의 극성이 수그러들어야 덩치급 벵에돔이 들어올 텐데 말이죠. 한 마리라도 어슬렁거릴 벵에돔을 꾀내기 위해 30~40m권까지 노려보지만, 제 능력에는 닿지 못한 듯합니다.

 

 

 

이제 철수 시각까지 2시간 정도 남았고, 이때부터 포인트 주변에는 연신 올라오는 독가시치에 낚싯대는 연신 휘고 뜰채가 바삐 움직입니다.

 

 

이날 독가시치만 몇 마리짼지 팔이 욱신거릴 정도로 손맛은 충분히 봤지만, 여전히 벵에돔의 묵직한 손맛이 그리운 상황입니다. 시간은 오후 3시. 이번에도 원줄이 후루룩하며 쭉쭉 나갑니다. 그 시원시원한 입질 만큼 긴꼬리벵에돔이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대를 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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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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