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가 맹독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어획된 복어 독은 한 마리당 성인 30명을 사망에 이를 만큼의 맹독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 복어도 실제로는 자체적으로 생산한 독이 아닌 먹잇감으로부터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독을 체내에 축적하며 성장합니다. 먹잇감으로부터 독을 얻어 체내에 축적해두는 해양 생물 중에는 우리가 별미로 즐겨먹는 해산물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봄부터 여름 사이, 생선회를 비롯해 주의해서 섭취해야 할 해산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진 1> 가리비와 중장선

 

조개(패류) 독은 크게 마비성 패독과 설사성 패독으로 나뉩니다. 마비성 패독은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을 비롯해 삭시톡신이 있으며, 주로 홍합과 굴, 일부 가리비에서 발견됩니다. 증상은 안면 마비, 전신 마비로 이어지며, 심할 경우 호흡 마비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설사성 패독은 유독성 플랑크톤이 발생하는 봄~여름 사이 이를 섭취하며 자라는 가리비나 모시조개, 비단조개 등에서 나타납니다. 증상은 마비성 패독보다는 약한 설사, 배탈, 어지러움, 현기증 정도에서 그치며 시간이 지나면 회복됩니다.

 

 

#. 가리비

가리비는 크게 양식과 자연산이 있는데 우리가 주로 먹는 것은 큰가리비, 비단가리비, 홍가라비 등 양식산이 대부분입니다. 국내에 생산되는 가리비는 대부분 겨울이 제철이고, 일부 여름이 제철인 남방 종도 있지만, 봄부터 여름까지는 종류 불문하고 생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리비와 전복은 각각 플랑크톤과 갈조류(다시마 등)를 먹고 자랍니다. 이렇게 섭취한 먹잇감 일부는 독소가 있어서 '중장선(中腸腺)'이라 불리는 간췌장 역할을 하는 기관에 축적됩니다. 중장선은 먹잇감의 영양분을 저장하고 소화액을 분비하는 역할을 갖는 동시에 카드뮴 등의 중금속과 패류독을 축적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 봄~여름에는 생식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익혀 먹는다고 해도 될 수 있으면 빼고 드실 것을 권합니다.

 

중장선은 패류독 중 설사성 패독으로 이를 다량 섭취할 경우 구토 및 설사, 배탈이 날 수 있으며, 소량 섭취 시 사람에 따라 별다른 자각 증상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 가리비의 패독은 양식보다 자연산에서 많이 나타나며, 양식이라도 비단가리비란 종에 주로 나타납니다. 생식은 금하는 것이 좋고, 익혀 먹더라도 중장선의 과다 섭취는 유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왼쪽부터 전복의 육, 이빨, 내장(개웃)

 

피뿔고둥(방언 참소라)

 

#. 전복과 피뿔고둥(참소라)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를 주로 먹는 전복과 피뿔고둥의 중장선에서는 *광감작을 일으키는 '피로페오포르바이드A(pyropheophorbide a)'라는 독성 물질을 축적하기도 합니다. 피뿔고둥은 서해 및 서남해에서 채취되는 참소라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소라로 통용됩니다.

 

일명 '소라똥'이라며 즐겨 먹는 분들이 계신데 내성이 없는 분들은 봄철에 주로 축적되고 있는 피로페오포르바이드A를 섭취함으로써 복통이나 현기증이 올 수 있으며 특히, 햇빛이 있는 야외에서 섭취할 경우에는 햇볕에 노출된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가려우며, 일부 불에 타거나 쑤시는 듯한 통증을 수반합니다. 이 증상은 수 시간 동안 지속하다가 점차 회복합니다.  

 

4~5월의 전복 내장은 생식을 금하고, 될 수 있으면 익혀 드시길 권합니다. 전복 내장에 독성이 많이 축적될수록 색이 짙은 검녹색을 띤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즉, 황갈색 계열은 무독이라는 보고가 있는데 전복의 수치가 황갈색이고, 암치는 검녹색 계열이라서 봄철에 축적되고 있는 이 독성이 암수와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로 전복의 내장 색이 암수가 먹는 해조류 종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암수가 서식하는 수심대가 달라 그곳에서 취하는 먹잇감(곰피, 다시마 등 해조류의 종류) 또한 달라짐으로 인해 패독의 축적 여부도 갈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암수에 따른 패독의 상관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만큼, 4~5월의 전복 내장은 생식을 피하고 익혀 드시길 권합니다.

 

*광감작 : 형광 물질 때문에 생체의 빛에 대한 감도(感度)가 높아지는 현상. 어류나 양서류의 피부에서 볼 수 있다. (출처 : 국어사전)

 

※ '피로페오포르바이드A(pyropheophorbide a)'주로 봄철에 나타나는 패독으로 6월까지 나타나며, 7월부터는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전복 내장의 생식은 이 기간에 한하여 금하고, 피뿔고둥(참소리) 똥은 시기와 상관없이 생식하면 안 되며, 익혀 먹더라도 내성이 없는 분들은 과다섭취를 금합니다.

 

 

왼쪽 진주담치, 오른쪽 참담치(참섭)

 

 

#. 홍합

봄철의 홍합은 마비성 패류독인 '삭시토신(saxitoxin])'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신경독은 주로 봄철에 발생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인 '알렉산드리움 타마렌스(Alexandrium tamarense)'와 '짐노디움 카테나튬(Gymnodinium catenatum)'을 섭취함으로써 체내에 축적하게 됩니다.

 

발생 시기는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동해의 경우 5~8월, 서남해안은 4~6월입니다. 이 시기에 자연산 홍합은 삭시토신이라는 맹독을 품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임의로 채취해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참고로 국내에 서식하는 홍합은 크게 진주담치와 참담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홍합은 진주담치로 지중해가 원산지인 외래종이 선박을 통해 유입되었고, 현재는 토종인 참담치의 서식영역을 밀어내고 동, 서. 남해 할 것 없이 고루 번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식당은 물론, 우리 식탁에 오르는 진주담치는 대부분 양식산입니다. 양식산은 4~6월에 출하된 것이라도 독성이 없을 확률이 높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출하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패류 독에 대한 잔류 검사를 마친 것으로 식용에 문제가 없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홍합을 먹고 마비성 패독에 중독돼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패독에 의한 사망사고가 처음으로 규명되었던 1986년 이후부터는 수시로 독성을 검사해 출하시킴으로써 패독에 의한 중독사고를 상당 부분 예방하고 있습니다.

 

4~6월 홍합의 패독은 주로 자연산에 많이 발생합니다. 양식을 하지 않는 참담치의 경우는 서식지에 따라 패독의 축적 여부가 달라집니다. 패독이란 것이 유독성 플랑크톤을 먹고 체내에 축적해둔 것인 만큼, 유독성 플랑크톤이 서식하지 않은 해역이라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해당 지역 주민에 의한 경험적 판단이 전제돼야 합니다.

 

제가 취재한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참담치의 경우 이르면 4월부터 머구리에 의해 채취됩니다. 4~6월 준성수기는 물론, 거의 일 년 내내 홍합밥으로 소진하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울릉도에는 유독성 플랑크톤이 없거나, 혹은 있어도 그 양이 미미해 독소 축적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독소를 대비해 4~6월만큼은 생식을 금하기도 한다지만, 이 시기에 생식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진언도 있었습니다.

 

삭시토신 등 마비성 패독은 익혀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4~6월에 채취한 자연산 홍합은 생식은 물론, 익혀먹는 것도 조심하길 권합니다.

 

 

독성이 강한 털골뱅이와 나팔골뱅이

 

#. 골뱅이(고둥류)

골뱅이와 소라는 종류가 다양하고,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달라 헷갈리지만, 여기서는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우리가 골뱅이로 알고 먹는 것은 대부분 '고둥'입니다. 우리가 참소라(표준명 피뿔고둥)로 알고 먹는 것도 고둥의 한 종류입니다. 참소라를 비롯해 무슨 골뱅이 무슨 골뱅이라 불리는 것은 대부분 침샘이라 불리는 타액선을 가지고 있으며, 계절과 시기 상관없이 독이 들어 있으니 직접 사다 먹을 경우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삐뚤이 소라의 타액선

 

타액선은 내장이 아닌 살 속에 박혀 있습니다. 생으로 손질하면 하얀 기름덩어리 모양이며, 삶아서 육을 세로 방향으로 가르면,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흰 알맹이 형태로 박혀 있습니다. 이를 모르고 먹으면 구토와 현기증, 설사,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진행되며 심한 경우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도 합니다. 사망에 이르지는 않으나, 수 시간 동안 시달리다가 서서히 회복됩니다. 타액선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고둥류일수록 맛이 있는 경향이 있는데 그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 타액선(귀청)을 반드시 제거해야 할 종류

삐뚤이소라(표준명 갈색띠매물고둥)

- 털골뱅이(털고둥), 청골뱅이, 명주매물고둥, 나팔골뱅이

- 그 외 아이 손바닥만큼 크면서 나선형 구조로 된 고둥류는 대부분 해당

 

 

반면에 타액선이 없거나 있어도 독성이 미미해 제거하지 않아도 되는 종류도 있습니다. 이들 종은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만, 내장만큼은 생식을 금합니다.

 

※ 독이 없거나 미량이라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종류(아래 숫자는 사진에 표시된 숫자와 같음)

1) 서해 골뱅이(표준명 큰구슬 우렁)

2) 백골뱅이(표준명 물레고둥)

3) 참소라(표준명 피뿔고둥)

4) 제주 뿔소라(표준명 소라)

5) 그 외 논골뱅이를 비롯해 크기가 작은 고둥류(보말, 두드럭고둥 등)

 

 

자연산 우럭회에서 발견된 고래회충(아니사키스)

 

#. 생선회 기생충

바닷물고기에 기생하는 기생충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우리가 조심해야 할 대표적인 기생충으로는 고래회충을 꼽습니다. 고래회충은 다른 해양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아 성장하지는 않지만, 일단 위장에 들어오면 위액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뚫고 나가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이 수반되며, 천공을 비롯해 여러 부작용이 생기므로 고래회충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생이 검증된 횟집을 이용하고, 낚시인의 경우 죽은 생선을 회로 썰어 먹는 행위를 자제해야 합니다.

 

고래회충은 고등어, 볼락, 우럭, 쥐노래미, 붕장어 등 갑각류 및 베이트 피쉬를 섭취하는 거의 모든 바닷물고기에서 발견됩니다. 숙주의 내장에서 성장하며, 최종 숙주인 고래나 상어에 잡아먹힐 때까지 기다립니다. 고래회충의 성체는 종숙주인 고래에서 완성되므로 생선에서 발견되는 고래회충은 대부분 1~3cm 정도의 유충입니다. 

 

고래회충증을 방지하려면,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질돼야 함이 첫 번째 전제 조건입니다. 이미 죽어버린 생선은 내장에 있던 고래회충 중 일부가 근육으로 이행될 확률이 있으므로 생식을 피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가 주로 먹는 생선회의 90% 이상이 양식산이란 사실입니다. 양식산은 분쇄 냉동육이 포함된 사료를 먹고 자라므로 고래회충의 숙주가 될 확률이 극히 낮습니다. 간혹, 해상가두리에서 길러지는 고등어나 우럭의 경우 조류에 실려 온 갑각류를 먹고 고래회충을 보유할 확률이 극히 낮은 확률로 존재하겠지만, 이 역시 정상적인 횟집이라면, 활어회가 됐든 숙성회가 됐든 가장 기본은 활어 상태에서 내장이 제거되는 것이므로 우리 입으로 들어올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비브리오 패혈증

해마다 해수온이 오르는 6월 말~8월 사이 비브리오균에 의한 패혈증이 유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브리오 패혈증은 물고기가 바닷물을 먹고 오염된 것이 아닙니다. 호흡에 의한 감염이 아닌 상처 감염이므로 상처가 난 몸으로 해수욕은 자제할 것을 권합니다. 또한, 활어가 비브리오균에 감염되려면, 여기저기 상처가 나서 2차 감염이 이뤄진 것이거나, 혹은 비위생적인 조리기구 사용으로 칼, 도마, 헹주를 통해 균이 회로 옮겨붙은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애초에 칼, 도마를 소독하고 손질 용도에 따라 2~3개를 구비해 사용하는 식당이라면, 비브리오균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주로 여름에 회를 먹고 감염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위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산시장 좌판입니다. 비브리오균은 수돗물(담수)에 약하므로, 포를 떠서 수돗물에 헹구는 것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됩니다. 여름에는 특히, 조개류의 날 섭취를 피하고, 생선회도 위생이 검증된 곳을 이용하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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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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