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도 방파제에 들이닥친 해무의 엄습


    바다여행 그리고 낚시를 하다보면 종종 만나게 되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해무"인데요. 지난번 신진도 방파제로 출조를 나갔다 우럭 한마리 잡는데 그쳐 아쉬웠었던 기억이
    있기에 복수전을 하러 또 다시 찾았습니다. 원래는 계획에도 없었던 출조였는데 갑자기 삘이 꽂혀
    급하게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오늘 안가면 왠지 후회할것만 같았습니다. 안그래도 전날밤 잠을 충분
    히 자지못해 피곤한 상태였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에 이 한밤중에 신진도 방파제를 찾았을까요?
    졸린눈을 비비며 서울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저는 마치 뭔가에 홀린듯한 기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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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도 방파제, 칠흙같은 어둠속에 들이닥친 해무


    "한치앞도 안보이는 농밀한 안개를 만난적이 있으십니까?"

    아마 운전중에 한두번 겪어봤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운전할때도 만나봤지만 낚시를 하던 도중 이러한 안개를 만나기도 합니다.
    영화 "미스티" 뺨치는 밀도 높은 해무가 방파제에 들이닥치리라곤 불과 30초 전만해도 알아차리지 못하였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갑자기 낚시가 땡겨 뭔가에 홀린듯한 기분으로 그대로 차를 끌고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해무와 추위에 벌벌떨다 온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깐 이 날이 지난주 목요일.. 
    지난번 신진도로 출조나갔다 저조한 조과에 아쉬움이 큰 나머니 활어 공판장에서 자연산 우럭을 사다 초밥 만들어 먹었던 이야기
    기억하실껍니다. ^^;   하지만 원래 계획했던 날은 바로 이 날이였습니다. 물때가 아주 좋았거든요.
    게다가 우럭이 활동할 시간대인 해질녘과 밤시간이 맞아 떨어지기에 낚시를 하러 온 것입니다.
    기상체크도 이미 다 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늘 사진은 열악한 조명아래 찍어서 흔들린게 많습니다. 양해바랄께요.



    신진도항 전경

    그리고 도착한 시각은 해가 진 직후인 오후 7시 였습니다.




    갑자기 희뿌연 안개가 드리우기 시작하더니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온사방을 수중기로 뒤덮습니다. 전방 10m 앞도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욱한 해무였어요.
    원래 서해바다에서 해무가 잦은 시기는 4~5월로 알고 있어요. 대게 해수면이 차갑지만 하늘에서 불어오는 공기가 상대적으로 온난다습할 경우
    이렇게 해무를 일으킨다고 알고 있습니다.
    낚시에 있어서 해무는 제 경험에 의하면 그다지 좋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이는 수온이 차다는 반증이며, 수온이 차면 고기들의 활성도가
    현저히 줄어들게 되니깐요. 이 날 기온은 영상 7도로 낚시하기엔 양호해 보였습니다. 바다의 물결도 0.5m로 잔잔했구요.



    한밤의 신진도, 마도 방파제

    그런데 신진도 방파제에 막상 도착해보니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한명도 없었고 등대는 홀로 레이져쇼를 뽐내며 있었어요.
    그저 쌀쌀맞은 북서풍만이 휘휘~~ 불고 있으니 얼마 서 있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추위가 엄습해 옵니다.
    그새 바다에서의 기온이 육지에서의 기온과 같을 것이라고 망각한 걸까요? 이 엉성한 낚시꾼은 그러한 사실도 잊었는지 방한대비도
    엉성하였습니다. 게다가 남자가 뭔가를 하러 왔으면 무우라도 뽑고 가야하는데 포스팅용으로 뭔가 건져볼 생각으로 촬영을 시도해 봤지만
    보시다시피 방파제엔 등대에서 나오는 불빛 이외엔 조명이 전무하였답니다. 삼각대도 없는 저에겐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신진도 마도 방파제

    저에게 주어진 유일한 조명은 낚시용 헤드랜턴과 카메라에 기본으로 장착된 플래쉬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손각대를 이용해 최대한 차분하게 숨을 쉬면서 한장이라도 건지기 위해 애를 써봅니다.
    그런데 카메라의 셔터음이 "찰칵! 찰칵!" 이게 아닙니다.

    "찰~~~~~~~~~~~~~~~~~~~~~~~~~~~칵!"

    도저히 흔들려서 사진을 건질 수가 없었습니다. 칠흙같이 어두운 방파제서 초점 잡기가 쉽지 않지만 그나마 나오는 등대불빛에 초점을 맞춘후
    다시 시도해 봅니다.

    "찰~~~~~~~~~~~~칵!"



    신진도 마도 방파제

    이번엔 그나마 셔터스피드가 짧아졌습니다. 내장 후레쉬도 켜봤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리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찍은것을 확인해보니 절로 한숨만 푹푹 나옵니다. 다시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최대한 팔꿈치를 고정시킨 후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셔터에 올려진 제 손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손이 시려서 감각이 약해져 옵니다.
    옛날 군시절 때 사격하면서 배운 내용들이 떠오릅니다.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길때 최대한의 여러단계를 거치듯 스무스하게 셔터를 눌러줍니다.




    방파제 시멘바닥에 등을 착 붙이고 눕습니다. 그대로 숨을 멈추고 찰칵~!
    잉~ 근데 이왕이면 건너편에 방파제의 빨간 불빛이 보였을 때 찍혔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시도해봅니다. 숨을 멈추고 타이밍을 제대로 맞춰 셔터버튼을 누르는 검지에 조금씩 압력이 들어갑니다.




    이번엔 성공입니다. 건너편 등대에서 요염하게 빛을 내는 저 빨간불빛.. 그리고 마도의 흰등대에서 내뿜는 녹색 빔이
    한장면에 다 들어오니 얼추 만족입니다. 그런데 집에 가져와서 보니 노이즈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나마 RAW파일로
    촬영을 했기에 DPP에서 노이즈 제거를 어느정도 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이럴땐 RAW촬영은 필수인거 같습니다.



    충남 태안, 신진항

    그런식으로 수십장을 찍었는데 그나마 건진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우우우웅~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찬 바람이 온몸을 강타합니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곤 하나 2월말 서해바다는 여전히 얼음장같이 찼고
    바람은 매서웠습니다. 슬슬 몸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따듯한 집이 그리워졌어요.
    지금 낚시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낚시는 하기 어려운 기상조건입니다. 이따가 시도는 해보겠지만 무리는 절대 금물입니다.
    이런 어두컴컴한 방파제에서 안개까지 맞아가며 무리했다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도대교에서 신진항을 바라본 모습


    신진대교

    예전에는 밤낚시하면 그냥 랜턴하나 들고 갔지만 지금은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삼각대도 지참해야 할거 같아요.
    그나저나 아직 봄도 아닌데 무슨정신으로 이런 야밤에 낚시하러 왔을까요? 자욱한 해무에 바람까지 부는 아무도 찾지 않는 방파제를 말입니다.
    제가 이 날 뭔가 홀리긴 홀린거 같습니다. 게다가 당황스런 사실 중 하나는..

    지금 제 옆에 아내가 있습니다. 추워서 낚시는 좀 더 미루겠다는 아내를 다짜고짜 졸라서 여기까지 데려와버렸습니다. ^^;
    그리고 이 날이 결혼기념일 3주년 바로 다음날이였어요.

    한밤중에 바람불고 해무까지 들이닥친 상황에서 우리부부는 결국..
    아무도 없는 방파제에서 낚시하게 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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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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