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맛집] 18년 전통의 독가시치회(따치, 따돔) 전문점 백선횟집


    "독가시치"를 아십니까?


    이름만 들어도 왠지 무섭고 독이 있을 것만 같은데 실제로 이 생선은 '독'이 있습니다.
    제주에서 낚시하다 보면 따돔이라 불리는 이 독가시치가 종종 잡히는데 등지느러미에 찔리는 날에는 
    심하면 병원가야 할지도 몰라요.^^; 그만큼 손이 붓고 통증이 심해 하루종일 고생할 수 있지만, 싱싱
    할때 회를 치면 다른 생선회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주시 삼도동에 위치한 어느 횟집.
    이곳은 십수년 전 구멍가게 터였다고 합니다. 당시 제주도에선 이 독가시치가 '냄새나는 물고기'라며 버리곤 했는데 하루는 주인장께서 싱싱한 독가시치를
    잡아다 회를 쳤더니 손님들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해요. 이후 앞바다에서 잡힌 자연산 독가시치로 회를 친게 18년이나 됐다고 합니다.
    독가시치회를 다루는 집들 중에선 가장 오래된 셈이지요. 어디가서 맛볼 수 없는 이 독특한 횟감으로 특화를 시켰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겐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보니 관광객보단 주로 이 고기의 맛을 기억하는 현지인들 사이에선 인기가 좋습니다. 


    수조에서 노닐고 있는 독가시치(따돔, 따치)들

    제주도에서 벵에돔 낚시도중 잡은 독가시치

    대중들에겐 매우 생소한 독가가시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표준명 : 독가시치
    제주도 방언 : 따치, 따돔
    최대전장 : 50cm
    분포 : 제주도 주변 해역과 남해 동부권 일부 지역
    특징 : 지느러미에 독이 있슴
    제철 : 겨울에 가장 맛있지만 실제로 어획이 많은 시기는 여름에서 가을까지이다

    보다시피 지느러미 가시가 매우 날카롭습니다. 등과 가슴, 배 지느러미엔 모두 독이 있어 찔리면 심하게 붓고 통증이 밀려옵니다.
    때문에 낚시를 하다가도 이 녀석이 걸리면 수건으로 눈을 가려 발버둥치지 않게 한 뒤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플라이어나 바늘빼기 집게등을 이용해
    안전하게 갈무리를 해야 합니다. 지느러미에 독이 있어 요리할 때도 이 부분은 모두 제거하고 조리합니다.

    독가시치회가 특별한 이유는 취급이 까다로운 만큼 특별한 회맛을 선사한다는데 있습니다.
    여타 어종에 비해 다루기 힘든 이유가 있는데 독가시치의 주된 먹잇감이 해조류다 보니 내장을 터트릴 시 그 냄새가 살로 옮겨져 풀냄새가 납니다.
    때문에 배를 가를 때 내장을 터트리게 되면 횟감으로 쓸수 없고, 살아있을 때 내장과 피를 제거한 후 신속하게 회를 떠야만 독가시치의 참맛을
    느낄 수 있지요. 또한 이 독가시치회는 방금 뜬 것 보다는 30분~1시간 가량 숙성시킨 회가 더 쫄깃거리고 맛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냄새에 예민하신 분들은 독가시치에서 특유의 쌉사름한 향을 느낄 수도 있는데 사람에 따라선 이러한 향이 거슬릴 수도 있고, 향기로운 풍미로 다가올
    수도 있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이 집에서 먹은 따치회는 그런 냄새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특별한 노하우가 있을지도 ^^)


    제주시 삼도동에 위치한 독가시치(따돔, 따치) 전문 횟집

    이곳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모둠 사시미뿐입니다.
    우리 일행은 4명이여서 대짜로 주문하였는데요. 이 집을 이용하실때 한가지 참고해야 할 사항은 독가시치 전문점이긴 하지만 한접시 수북히 내어오는
    회접시에 독가시치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철에 따라 광어, 부시리, 우럭, 밀치(가숭어)등과 함께 섞어서 낸다는 사실.


    사시미 대짜가 6만원인데 부요리(스끼다시)가 없습니다.
    보다시피 스끼다시라곤 할 수 없는 '반찬'들로 내어지기 때문에 제주도의 여느 관광횟집처럼 스끼다시에 치중하는 스타일은 아니며 그냥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실비횟집 정도의 이미지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거나, 혹은 스끼다시를 바라신다면 이 곳은 비추입니다.
    이 집은 오로지 독가시치회를 맛보기 위해서 찾으실 때만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부요리(스끼다시)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
    철에 따라 구성물이 다르긴 하나 이때는 5월 말이여서 별다른 횟감은 눈에 띄지 않았고 그냥 광어회와 지느러미(엔가와)가 나와줬어요.
    한치회는 그 특유의 끈적거림으로 인해 한점 먹고 손을 놨고 가운데 돛새치로 추정되는(새치는 확실합니다.) 회는 영 아니올시다.


    밑반찬은 소박하다 못해 단촐합니다.
    개인적으로 마늘쫑과 양파, 고추 당근에 손이 자주 갔는데 특히니 인상 깊었던건 우측 하단의 다시마를 고등어 젓갈에 찍어 먹는 맛이였습니다.
    그 밖에 고추와 당근은 제주산으로 보이는데 특히 고추 때깔이 육지것과 달리 매우 밝지요.
    일전에 백령도에서나 봤던 고추 색과 동일한데, 제가 농산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것도 하나의 섬 지역 특성으로 보입니다.
    맛은 육지산보다 더 아삭하고 씹으면 고추에서 단맛이 받치는게 최상급입니다.
    가운데 우뭇가사리는 너무 셔요. 옆에 있던 제주 토박이 지인께선 "괜찮은데?"하셨지만 육지 입맛을 가진 저에겐 다소 셨습니다. ^^;


    국내 유일, 제주도에서나 맛볼 수 있는 독가시치회

    밑에 얼음이 깔려 있어 수북해 보이지만 그걸 제쳐두고서라도 정말 푸짐해 보입니다.
    일단 눈으로 감상하시고요.


    통영산 양식 숭어(밀치)가 양쪽에 포진해 있고 나머진 독가시치로 한마리를 통째로 떠서 올려졌다.

    먹으면서 제가 잠시 착각을 했는데 숭어가 섞여 있는 줄도 모르고 독가시치회 맛이 이랬나? 라는 의문을 가진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원래 독가시치는 특유의 쌉사름한 향이 나기 마련인데 이집의 독가시치회는 냄새가 없어 외지인들의 입맛에도 이물감이 없어 보여요.
    그것은 아마도 18년 동안 독가시치만 취급해 오면서 생긴 노하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통으로 떠서 올린 독가시치 회맛이 일품이다.

    이 집 독가시치가 특별히 괜찮았던 이유는 포뜬 모양에 있습니다.(가운데) 
    보통 회를 칠때 오로시라 그러죠. 포를 뜨면 두쪽이 나오는데 그것을 다시 반씩 갈라서(지아이 가시를 제거하기 위해) 썰어내다 보니 면적이 작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어왔던 생선회는 포 하나를 반으로 갈라서 썰어낸 모양이지요.
    그런데 여기선 지아이 가시를 제거하기 위해 포를 반으로 가른 것이 아닌 그냥 핀셋으로 가시를 제거하고 통으로 썰어냈기 때문에 저리 길쭉히면서도
    단면적이 넓게 나오는 겁니다. 이렇게 했을때의 장점은 회 면적이 넓어 오래 씹게 되지요. 회는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받치는 맛을(흔히 감칠맛이라고 함)
    감지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런면에서 본다면 좀더 회맛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썰기가 되겠습니다.
    회의 감칠맛은 활어보다는 냉장고에서 숙성을 가할수록 또렷하게 나타나는 부분인데 독가시치도 살아있는 상태에서 회를 치긴 하지만 손님이 몰리는 날엔
    잠시동안 냉장숙성했다 내기도 한답니다.


    독가시치 뱃살

    고추냉이(와사비) 분말 색을 보니 제가 그닥 선호하는 제품은 아니지만 ^^;
    어쨌든 독가시치의 뱃살을 맛볼 생각에 눈앞이 캄캄할 지경입니다.
    정말로 저것을 먹을 땐 잠시 눈을 감고 오물오물해 봅니다.(초고추장은 Never~ 맛을 느끼기 힘들어요. 저런 회는 간장에 찍어드셔야 느낄 수 있어요.)

    입안에서 미끌어져 들어온 저 살점은 탱글탱글함을 선사하나 싶더니 이내 목구멍으로 빠져버립니다.
    너무 대충 씹었나. 어디한번 다시 먹어보자..
    그렇게 몇 번을 씹으니 독가시치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의 깔끔한 맛과 농후한 지방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네요.
    아직 숙성이 덜되서 그런지 식감은 찰지지 않았지만 독가시치가 이렇게 맛있었나.. 


    쇠주 한잔 털어옇고 저렇게 쌈을 싸서 먹으니 그저 행복했다

    독가시치는 취급이 까다로워 제주도의 다른 횟집에서도 잘 안갖다놓는데 뭐든 한가지 우물만 파야 하나 봅니다.
    과거엔 냄새난다며 버려졌던 고기가 현재에 이르러선 명품 횟감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깔끔한 맛을 보이니..
    역시 생선회는 회 자체의 선도도 중요하지만 다루는 칼 솜씨가 참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참고로 독가시치는 전량 자연산입니다. 양식은 일체 없어요.
    그 외에 이 집에서 취급하는 부수적인 횟감(광어, 우럭, 숭어)등은 양식을 사용합니다.


    국내 유일,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가시치 매운탕

    마무리는 서더리로 끓여낸 독가시치 매운탕입니다.
    저는 서울 사람이다 보니 제주도의 토속음식이 사뭇 다르게만 느껴졌습니다. 이집 매운탕도 마찬가진데요.
    제주도는 물회도 그렇고 유독 된장 베이스의 국물을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매운탕 역시 된장 베이스로 끓여내 처음엔 약간 생소했지만 이게 먹으면
    먹을수록 입에 착 감기는 맛이 있습니다. 매운탕 국물이 구수하니 절로 밥을 시키게 되는..


    된장 베이스로 끓여낸 독가시치 매운탕은 잡내가 없고 구수한 맛이 발군이였다.

    지리나 매운탕에 사용되는 재료가 횟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잡내'를 얼마나 잡느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께요. 매운탕에 대부분의 생선이 어울리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어울리는 생선들이 따로 있습니다. 
    최고의 일선엔 쏨뱅이가 자리하고 있지요. 육지에선 좀 처럼 보기 힘드나 여수, 통영에선 구경할 수 있습니다.
    쏨뱅이는 단맛이 나고 뼈에서 맛있는 육수가 우러나와 당연히 매운탕이 맛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으론 삼식이(일명 삼세기)가 있지요. 살이 단단해 살을 떠 먹는 분들에겐 발군의 만족감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우럭이 있습니다. 생우럭탕, 무와 미나리, 그리고 고춧가루만 넣고 끓여도 시원하지요. ^^

    그런데 씨알이 작으면 흙냄새가 나는 벵에돔, 서해 갯벌을 먹어 갯내음이 나는 서해산 숭어등은 매운탕 재료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매운탕에는 잡내가 없고 맛있는 육수를 낼 수 있는 탕꺼리 생선을 최고로 치는 것이지요.
    헌데 독가시치는 딱히 특징을 잡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잡내를 없애기 위한 방편인지 된장 베이스의 국물맛이 강한 탓도 있고 독가시치에 대해 국물용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면 나중에 지리탕을 먹어봐야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집 매운탕 솜씨는 제가 그간 먹었던 매운탕 중에서도 TOP 5 안에 듭니다.



    네비주소 : 제주시 삼도1동 584-22
    주차시설 : 완비

    제주시 백선횟집 총평
    6만원짜리 사시미를 시켰는데 부요리(스끼다시)는 광어회가 유일, 소소한 밑반찬만 깔리니 수도권의 여느 횟집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집을 갈 땐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1) 부요리(스끼다시)에 대한 기대를 버릴 것
    2) 가격대 성능비 찾지 말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이유는 역시 독가시치라는 다른곳에선 쉽게 맛볼 수 없는 특수 어종인대다 그 맛이 발군이여서가 아닐까.
    정말로 회를 좋아한다면 독가시치회 하나만 믿고 가보시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 집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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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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