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에 만원짜리 한우등심, 실체가 궁금해
    (제주시 노형동 고기집 푸줏간 도새기)



    어느날 밤, 저는 음식점을 고르기 위해 제주시 노형동에서 방황하던 중 어느 고기집의 홍보문구를 보고
    순간 혹해서 들어가봤습니다. 내용은..

    "소고기 등심(1인분)에 단돈 만원"

    이게 말이나 될까? 그것도 한우 200g 이라고 하던데요.
    저는 망설임 없이 들어가 확인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요.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은 부분이 보였습니다. 


     
     

    제주시 노형동의 어느 고깃집

    들어간 곳은 노형동의 유명 고기집인 '돈사돈' 바로 옆에 위치한 푸줏간 도새기란 곳입니다.
    저녁시간이 되자 적잖은 인파들로 붐볐는데 단체로 한라산 관광을 오셨는지 하산한 등산객들이 제법 계십니다.
    일단 고기집이 북적인다는 건 맛에 대한 메리트가 있다는 증거. 하지만 이곳 노형동은 공항과 가깝고 관광객의 접근성이 좋아 늘 붐비는 동네이니
    지금 이 시간에 손님이 없다면 그 집은 뭔가 문제가 있는 거겠지요.


    일단 이 집의 주력 메뉴는 소등심이 아닌  "흑돼지 근고기"로 보입니다. 600g에 25,000원이면 가격이 착한편.
    저는 '만원짜리 소고기' 혹해서 온 만큼 좋다고~ 소고기 2인분을 시켰어요.
    그런데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 원산지 표기가 좀 애매합니다.

    "국내산 한우라고 써 있는데 그 옆엔 제주산 육우?"

    한우와 육우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이제 왠만한 분들은 알고 계실텐데요.
    (혹여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한우는 누렁이, 다시말해 '황소'를 말하며, 육우는 젖을 짜지 않고 식용으로만 키워지는 얼룩소를 말함)
    이 두 종자는 엄연히 구분되기 때문에 저런 애매한 표현이 다소 아쉽습니다.
    저는 서빙하시는 분에게 정확히 어떠건지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서빙하시는 분도 잘 몰라 정육하시는 분에게 물어보고 온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주문한 소고기는 한우가 맞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우등심 200g에 만원이 사실이라는 얘긴데..


    숯은 참숯을 사용.


    노란 떡심이 중앙에 붙어 있도록 재단하는 것은 국내산의 특징이기도 하다

    # 떡심과 지방의 색으로 상태를 확인한다
    한우등심 2인분(400g)이 나왔습니다. 딱 두 조각인데요.
    떡심의 위치가 가운데 끼여 있는걸 보아 일단 미국산의 재단 형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떡심의 색깔은 좀 거슬리는군요. 보통 떡심의 색깔은 노란색이 맞습니다만, 그 명도가 어둡고 칙칙하며 피가 살짝 스며든 것을 보아 냉동육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떡심에서 이어진 흰색의 지방 덩어리. 저 색깔 유무에 따라 숙성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요. 요 부분은 제가 연구중입니다. 
    결과가 어느정도 성과를 보인다면 소고기 판별법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이건 도축업자를 통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지금 제가 아는 상식으로 말씀드리자면 흰색의 지방에 핏기의 침착 정도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약 2주 이하의 숙성기간을 거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숙성기간이 길어질수록 흰색의 지방은 핏물에 의해 핑크색으로 변색되기 마련입니다.


    소고기가 검붉은 색이면 싱싱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표면에 수분기가 보인다면 냉동을 의심해야

    색을 보니 검붉은 게 고기는 일단 싱싱해 보입니다.

    # 검붉은 색이 싱싱한 고기다?
    우리가 고기에 대해 크게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 그러한 내용들이 떠돌고 있는데요.
    고기 색이 검붉으면 수입산을 의심해야 하며, 또 상온에 오랫동안 방치되면 저러한 색깔을 띈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고기색이 붉은 이유는 딱 두가지 입니다.

    1) 냉동 고기를 막 썰었을 때 고기 색이 검붉다. → 이는 해동이 진행되면서 선홍색으로 되돌아 옵니다.
    2) 냉장육을 막 썰었을 때에도 고기 색이 검붉다. → 생고기도 공기에 접촉되지 않은 것은 검붉습니다.


    1)번의 경우는 고기 좀 좋아하시는 분들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2)번은 처음 듣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봐요.
    보통 사과를 공기에 노출시키면 갈변 현상이 생겨 누렇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고기도 공기중에 오래 노출되면 검붉게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과
    갈변현상으로 인한 색깔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소고기가 빨간 이유는 혈액 성분 중 하나인 헤모글로빈 때문인데 이것이 공기와 접촉되면 오히려 선홍색으로
    변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저 고기는 썰어 낸 덩어리의 안쪽 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말에 손님상에 내놓기 전 까지는 외부 공기로부터 차단된 고기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고기가 검붉은 이유에 대해선 저는 1)번에 무게를 두고 싶군요.
    보시다시피 고기가 실온에 노출되자 표면에 수분기가 올라오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게 생고기면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한우라고 말하면서 고기는 냉동의 특징을 보인다라니...
    매일 수십근을 판매하는 정육식당 특성상 냉동 한우가 있을리 만무할텐데.. 역시 메뉴판에 적힌대로 국내산 육우에 무게를 둬야 할까요?
    이게 다 원산지 표기를 애매하게 한 탓입니다.
    소고기 등심 1인분이 만원인건 무척 환영할만한데 보다 신뢰가 가게끔 표기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파무침과 참기름장

    특별한 감흥이 없었던 파무침 양념.


    엔젤링이 형성된(?) 나박김치

    얼마전 맥주광고를 보니깐 신선한 맥주는 유리컵에 거품띄(엔젤링)가 층층히 형성된다는데요. 그거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멘트인거 아시죠?
    엔젤링은 맥주의 품질과 크게 상관이 없는 줄 압니다. 일단 엔젤링을 만들려면 차가운 맥주에 얼린 잔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품이 생기게끔 따라 준 후, 거품이 안정이 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마저 따라서 꾹꾹 채워주면 됩니다.
    그렇게 마시는 맥주는 어지간하면 엔젤링이 생긴다고 해요. 다시 말해 온도 보관이 잘 된 맥주의 신선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엔젤링이라는 것.
    이 집 나박김치도 엔젤링이 생기는데요(?) 맥주와 달리 엔젤링이 생기는 고추가루 국물이라면 고춧가루 품질을 의심해 봐야 할듯 합니다.
    하기야 대부분의 고기집들은 동치미나 나박김치를 직접 담그지는 않지요. 제품을 사서 쓰는데 문제는 이 집 나박김치 국물말입니다.
    다시 물을 먹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쌈장이 아닌 막장을 내 놨는데 맛이 괜찮았다

    김치맛은 평균 이상

    서비스로 간 천엽

    고기집에선 흔한 키위 드레싱의 셀러드와 양파 장아찌

    쌈도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소고기 먹는데 쌈은 이용하지 않는다(고추만 먹는다)

    한우등심 2인분 상차림

    일단 구워봤습니다.
    식당측에선 한우라고 하는데 가격은 저렴해 맛에 대해 왠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만원짜리 한우 등심의 속살입니다.
    굽기전에 마블링 상태로 봐서는 등급이 좋다고 볼수 없지만 어쨌든 국내산 소고기 1인분(200g)을 만원에 먹을 수 있다는 건 환영할 만 합니다.
    맛은 어떨까요? 생각보다 질기지 않았고 육즙의 맛도 조금 느껴집니다. 만원짜리 소고기 치고는 훌륭한 편.


    다만 썰어낸 두께가 얄팍하여 감흥을 제대로 죽입니다.
    이걸 좀만 두껍게 썰었음 좋았을텐데..  아마도 한덩이 가지고 200g에 맞추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노란 떡심도 맛보았습니다. 떡심은 약간 질겼지만 못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제주시 노형동의 어느 고깃집

    그런데 계산하려고 보니 테이블당 1인 4천원을 받고 있네요?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돼지고기는 테이블 비용을 안받는데 소고기 등심을 시키면 그리 받나 봅니다. 결국 소고기 1인분씩만 드신다면 200g에 14,000원 꼴인 셈.
    물론 이 가격도 저렴한 편이지만 왠지 낚인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결론적으로 봤을때 1인당 테이블 세팅비인 4천원을 너끈히 뽑아 드시려면 혼자서 3인분 씩은 드셔야 할텐데 솔직히 속보이는 전략입니다.


    그리고 막판에 또 한번 뒷통수를 때린 것은..
    400g을 시켰는데 그람수가 438g으로 오버되었지요. 그래서 가격이 초과될 수 있다고 사전에 말해준 건 좋습니다.
    고기란 게 정확히 그람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니 십분 이해가 갑니다만..

    "육우 등심"이라고 써진 부분이 또 걸립니다.

    메뉴판에는 한우와 국내산 육우를 병행 표기하는 바람에 직접 물었더니 한우라는 대답을 들었는데..
    스티커에는 또 다시 "육우 등심"이라고 써져 있어 손님들로 하여금 혼선을 빚게 합니다.


    제주시 노형동 고기집 푸줏간 도새기
    위치 : 본문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제주시 노형동 2598-5
    주차 : 매장 앞에 적당히 댈 수 있슴


    #. 국내산 소고기 등심 1인분에 만원하는 푸줏간 도새기 총평
    일단 문제가 좀 있습니다. 고기 맛은 가격대비 괜찮은 편인데 가장 중요한 한우인지 육우인지가 불명확합니다.
    냉동육을 해동해서 쓴 흔적도 보였고, 그래서 저렴한 건가 싶었는데 1인 세팅비를 4천원이나 받으면서 플랫카드엔 큼지막하게 1인분에 만원이란 홍보
    문구가 써져 있으니 이는 미끼 상품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았지만 오겹살도 맛 보았는데 바로 옆 집인 돈사돈에 비해 한참 모자른 맛입니다.
    근고기를 제대로 구우실 줄 아는 손님은 몇 안됩니다. 그래서 두꺼운 고기는 숙련된 직원들이 직접 구워주는 게 좋아요.  
    (근고기 원조격인 돈사돈과 김돈이는 전부 직원들이 구워주고 있습니다)

    이 집 소고기 등심은 가격에 비해 그렇게 저질도 아니고 생각보다 맛이 있었기에 여기서 메리트를 느끼려면 1인 테이블 세팅비인 4천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이 시켜 드시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니 여성 손님들에겐 비추고, 남성 분들 중에 신체 건장한 분들이 여럿이 와서(씨름선수 환영)
    1인당 5인분 이상을 시켜 드신다면 54,000원에 국내산 소고기 1키로를 구워 드시는 셈이니 이 부분에 있어선 가격대비 메리트를 찾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여기에 해당되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 싶습니다.
    세팅비 4천원이 추가로 들어가고 한우인지 육우인지 불명확해 아쉽긴 하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면 어쨌든 비싼 가격대는 아니므로 한번쯤 드셔볼
    만 합니다. 참숯을 사용한 것도 고기맛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는 증거이니 이 부분은 환영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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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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