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환 셰프의 노르웨이 연어 요리 in 류니끄


며칠 전,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의 초청으로 연어 요리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노르웨이산 生연어의 맛과 우수성을 다양한 요리를 통해 느껴보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스타 셰프 류태환씨가 운영하는 '류니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류니끄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젊은 세대들로 인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행사에 참여한 저는 노르웨이 연어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보며 궁금한 부분에 관해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그 현장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겠습니다. ^^ 


 

프렌치 레스토랑 류니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이 날 행사에 선보일 요리를 진두지휘할 류태환 셰프

분주한 주방 풍경

창밖을 바라본 풍경

오랜만에 찾은 신사동 가로수길은 학생, 직장, 그리고 모델 촬영으로 붐비는 활기찬 거리였습니다. 
분위기 있는 카페, 클럽, 옷 가게가 즐비한 골목에는 피팅 모델이 멋들어진 선글라스와 의상을 한 모델이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촬영에 열중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재밌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풍경들을 보며 행사장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테이블 세팅

제 앞에는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NSC) 한국, 일본 담당자인 헨릭 앤더슨 이사와 통역관이 자리하였고요.
이날 노르웨이 연어 요리를 선보여 주실 류태환 셰프와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착석하였습니다.
류태환 셰프는 현재 노르웨이 수산물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이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젊고 감각있는 셰프입니다.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 출신이며 현재 대학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셰프이기도 합니다.


이날 선보일 코스 요리들이에요.
연어로 만들었다고는 하나 대부분 생소한 메뉴로 프렌치 레스토랑답게 프랑스식 스타일의 요리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 Entree(앙트레)는 스펠링이 잘못되어 있었네요. 급하게 치셨나 봅니다. ^^


우선 시식에 앞서 연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뱃살 슬라이스를 내어 왔습니다.
검은 건 '김'으로 만든 퓨레이고 그 위에 고추냉이가 한 점 올려진 건 여느 생선회와 다를 게 없습니다.
제가 관심 있게 보았던 건 김으로 만든 퓨레의 텍스춰인데요. 자칫 김향이 연어 고유의 맛을 그르치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맛이 강하지 않았고
잘근 하게 씹히는 질감만이 감돌아 밋밋할 수 있는 치감에 포인트를 준 것 같습니다. 
지방이 풍부한 연어 뱃살은 부드럽게 녹아드는 고소함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맛입니다. 



화이트 와인이 서빙되고


Amuse : 노르웨이 연어 카르파쵸와 아보카도 퓨레

용기가 재밌네요. 꼭 과학 실험실에서나 나올 법한 용기 같습니다. ^^



땅에서 나는 풀과 곡물(라이스 페이퍼), 그 안에는 바다에서 나는 연어가 들어갔고요. 그 위에는 과일계의 버터인 아보카도 퓨레가 얹어졌습니다. 
아보카도는 초록색, 그 옆에 붉은 건 사케와 간장으로 졸인 소스로 아보카도와는 상반된 맛과 색을 연출하는 등 작은 용기 안에 작은 세상이 담겼습니다.



라이스 페이퍼로 연어를 감싼 건 월남쌈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여요.
부드러운 연어와 역시 부드러운 라이스 페이퍼. 여기에 두 가지 소스가 맛의 보조를 잘 맞추고 있습니다.



식전 빵



Salad : 에끌레어 샐러드 - 참치 타르타르, 프레스햄, 그린 샐러드


붉은 소스는 와인을 졸여서 만든 리덕션으로 쓱쓱 묻혀가며 먹습니다.
샐러드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샌드위치같아 식전 빵과 다소 겹치는 듯한 느낌이 들고요. 
노르웨이 연어를 테마로 한 요리와는 별개로 슬라이스 햄과 참치 타르타르? 혹은 참치 캔?
이 날 나온 요리 중 가장 '가정식'이자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 음식이 아닌가 싶군요. ^^;



Raw Fish : 흰살 생선회, 간장새우와 새우파우더, 기름에 절인 청어, 노르웨이 연어와 하몽 이베리코


아기자기한 디스플레이에 탄성을 자아냈던 에피타이저입니다.
먹는 방법은 양념이 안 된 재료에서 양념이 진한 재료 순으로 가장 왼쪽인 흰살생선으로 시작해 오른쪽 끝에 있는 절인 청어로 마무리합니다. 
여기서 흰살생선은 자연산 광어로 처음 나왔던 연어 뱃살과 마찬가지로 김 퓨레와 고추냉이가 올려졌습니다. 그 옆의 무화과 열매는 간장 새우를
먹기 전에 입안을 한번 정리해 주는 역할로 보였습니다. 재밌는 것은 간장 새우를 에피타이저에 포함해 다른 재료와 조화를 이루었다는 것이에요.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짜지 않은 간장 새우에 새우를 빻아서 만든 파우더가 올려져 새우라는 테마를 완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옆은 노르웨이산 생연어와 하몽 이베리코. 아시다시피 하몽은 스페인에서 돼지 뒷다리로 만드는 주요 식재료인데  이것도 세라뇨와 이베리코
두 가지가 있는 줄 압니다. 세라뇨가 백돼지로 만든 하몽이라면, 이베리코는 이베리코산 흑돼지로 만든 하몽.
조금 아쉬웠던 건 하몽 이베리코를 연어에 감싸기보다는 따로 내어 개별적으로 맛을 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

마지막으로 레디쉬 뒤에 빼꼼이 내밀고 있는 정체 모를 생선 조각은 다름 아닌 '청어'에요.
그 위에 꽂은 간장 주사기는 그 모습도 재밌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굿 아이디어였습니다.
손으로 살짝 눌러 간장을 주입해서 먹는 기름진 청어 맛은 절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는데요. 조리법은 예상대로 토치로 지방층을 태워 풍미를 끌어
올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접시 바닥 몇 방울 찍힌 우메보시(매실) 퓨레는 기름진 청어 맛을 보조해 줄 소스로 느꼈습니다.  
마무리는 밑에 깔린 파인애플까지 먹음으로써 이 작은 코스는 막을 내립니다.
그러고 보니 이 한 접시가 풀코스 메뉴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스타터에서 메인디쉬를 거처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노르웨이 생연어

이쯤에서 저는 시식을 잠시 미루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셰프께서 보여줄 게 있다며 주방으로 안내했는데요.
들어오자마자 눈에 보이는 건 커다란 연어 휠렛입니다. 뱃살은 이미 먹어서 지금 보이는 건 등살과 중뱃살입니다.
뱃살도 세분화하면 몇 가지 부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내장을 감싸는 1번 뱃살.
그러니까 참치로 따지면 배꼽살로 꼬득한 치감에 고소함이 극에 달한 부위라 할 수 있습니다.
마리당 몇 점 안 나오는 부위이므로 횟집이나 일식집에서는 단골손님을 위해 따로 빼두기도 하지요. ^^

참고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이며 양식 연어입니다.
연어는 육질에 따라 몇 가지 등급이 있고 가격도 다릅니다만, 대체로 양식산 연어가 자연산 연어보다 비싼 편입니다.
그 이유는 연어의 생태와 관련이 있는데요. 간략히 설명하자면, 연어는 강에서 바다로 나가 살다가 산란할 때가 오면 다시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회귀성 어종'입니다. 그리고는 강기슭에서 산란을 마친 연어는 죽어버리죠.
전에도 글을 썼지만, 모든 생선은 '산란기' 직전이 맛이 좋습니다. 알에 영양소를 비축하기 위해 먹이 활동을 왕성히 하며 살집을 불리기 때문이지요.
이때는 살에 지방이 차서 맛이 풍부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넘기면 영양분이 정소나 난소로 집중되면서 살은 기름기가 한층 빠지며, 산란을 마친
생선은 배가 홀쭉해지는 등 비육 상태가 매우 안 좋아 상품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겠지요. 
그러한 이유로 가장 맛있는 연어를 꼽으라면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전, 바다에서 어획된 자연산 연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산 연어는 남획으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물량이 많지 않고 철에 따라 유동적이라 자기 나라에서 대부분 자체 소비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맛있는 연어를 꼽으라면 사료 먹인 양식산 연어가 되겠고요. 가장 질이 떨어지는 연어는 역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다 잡힌 연어가 되겠지요.
연어 설명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시트러스 소금

셰프께서 보여줄 연어 절임용 소금입니다. 코를 갖다 대면 향긋한 향이 훅하고 들어와 기분 좋게 하는데요. 비단 절임 용 뿐 아니라 방향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방에는 시트러스 소금을 만드는 방법과 진공 요리법인 '수비드'에 관해 시연해 주었습니다.


먼저 오렌지와 레몬 껍질을 마이크로 플레인에 갈아 줍니다.



1) 간 오렌지 껍질에 자스핀 차잎과 꽃 소금을 1:1:1 비율로 섞습니다.
2) 손으로 박박 문질러 소금에 오렌지와 레몬 향을 섞이게 합니다.
3) 연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4) 완성된 시트러스 소금을 연어 위에 넉넉히 뿌려 재웁니다.


이렇게 하면 재우는 시간에 따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달라집니다.
너무 오래 재우기보다는 5~10분만 재운 뒤 흐르는 물에다 헹궈줍니다. 헹굴 땐 반드시 찬물로.
이렇게 하면 연어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사실 선도가 좋은 생연어는 그 자체만으로 비린내가 나지 않지만, 잡냄새가 우려되는 생선
이라면 이 방법으로 재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연어에서 오렌지나 레몬 향이 강하게 풍긴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재우는 시간이 길어지면 또 모르겠네요. 다음에 제가 생선 스테이크를 구울 기회가 오면 시트러스 쏠트를 사용해 몇 가지 실험해 볼까 합니다.


진공 포장으로 수비드 조리법을 설명 중인 류태환 셰프

이렇게 진공 포장을 하는데 그 전에 올리브나 포도씨유 오일을 뿌려 함께 포장하면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풍미를 헤치지 않은 선에서 연육 작용을 일으켜 육질은 좀 더 부드러워지겠지요.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향이 진해서 안 되옵니다. ^^;
어쨌든 이 상태로 냉동실에 보관해도 좋고요. 여기서는 수비드 공법으로 연어를 익혀 봅니다.


수비드는 더운물에 담가 약 한 시간에서 길게는 네 시간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슬로우 푸드 조리법이랍니다.
최근에는 쇠고기 스테이크를 이 방법으로 조리해 속부터 익힌 다음 팬으로 곁을 익혀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통 50도씨에서 고기를 익히지만, 여기서는 연한 생선살임을 고려해 보다 저온인 33도로 맞춰 놓고 했습니다.
우리가 온탕에 들어갈 때 물 온도는 약 40도 가량이지만, 처음 들어갈 때 뜨겁다는 느낌은 있어도 살이 익지는 않듯이 33도에서는 고기가 익지 않고 
'숙성'형태로 조리될 겁니다. 아래 사진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연어 수비드 요리입니다.



# Entree : 시트러스 소금에 절인 노르웨이 연어, 스모크한 바나나, 으깬 달걀 흰자, 미소폼, 아르간 오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접시였습니다. 좀 독특하죠? ^^ 사진은 아르간 오일을 뿌리는 장면인데요.
아르간 오일은 모로코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건데 향이 매우 독특하면서 중독성이 있습니다.
보통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지만, 요리에 소량을 뿌려 먹으니 훅하고 느껴지는 독특한 향에 잠시 취했습니다.
볶은 헤이즐넛과 바닐라 등을 섞어 놓은 듯한 복합적인 향이었고요.



33도에서 긴 시간 수비드로 조리한 생연어예요. 수비드로 했기 때문에 맛과 영양 손실이 일어나지 않으며 곁부터 속까지 촉촉하였습니다.
초록색의 아보카도 소스에도 문질러가며 한입 두 입 먹다 보니 감질맛 나는 양에 아쉬운 여운이 남았습니다.
일반적인 연어 회와는 또 다른 질감으로 제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표현을 빌려 쓰자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란 말이 제대로 와 닿았습니다.
평소 생선회와 관련해 맛을 표현할 때 저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실제로 회는 입에서 살살 녹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입에서 살살 녹는 회는 숙성한 방어 뱃살이나 참다랑어 대뱃살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수비드로 조리한 생연어 요리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게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 요리였습니다.
그 맛은 구수하다 못해 달콤하였고 다른 재료와의 조화로움이 인상에 남습니다.



메인 디쉬가 나오기 전 상큼한 셔벗으로 입안을 정리하고

셔벗이 좀 독특하죠? ^^
마치 어릴 적 문방구에서 사다 먹는 불량식품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입니다. 크기가 업그레이드 된 아폴로 정도? ^^
양손으로 비비다 보면 잘 빨려요.(...)


화이트 와인에 이어 레드 와인이 서빙되고

Main : 두 번 조리한 돼지 삼겹, 브레이징한 표고버섯, 후레쉬 양배추와 콩고물 파우더, 돼지껍질튀김, 새우향의 데리야끼 소스

좀 독특했던 돼지껍질 튀김

돼지 껍질은 서민들의 애환이 있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메뉴. 그런데 이것이 이런 장식품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물론 먹는 겁니다. 충분히 식힌 거라 온도가 따듯하지는 않으며 씹으면 바삭하게 깨지는 질감과 과자 같은 고소함이 특이합니다.
잡내 제거를 위해 보쌈 삶는 방식과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양파, 생강, 마늘 등의 향미가 강한 채소와 함께 돼지 껍질을 두 시간가량 삶고
망에 걸러 식으면 뜨는 기름층을 걷어주고요. 껍질을 건조한 다음 190도에서 튀기면 마치 팝콘처럼 터지며 저러한 형태가 된다니 신기하죠? ^^


위에 얹은 재료들을 걷어 내 속살을 살펴봅니다. 양배추에는 콩가루가 뿌려져 있었는데 삼겹살집에서 나오는 콩가루에 착안했다고 해요.
곁들어 먹으면 그런 맛이 납니다. 표고버섯은 맛술과 간장으로 푹 졸여냈다고 합니다.


삼겹살은 삶아서 구웠다고 해요. 삶는 과정에서 기름기가 많이 빠져나가 느끼하지 않았습니다.


조린 표고버섯은 간이 매우 강하게 먹어들어갔기에 삼겹살 조각과 함께 곁들이면 간이 딱 맞았습니다.


Sweet : 허니밀크 판나코타와 캐슈넛 프랄린, 오징어 먹물 페스츄리 파우더, 라즈베리 퓨레, 감귤 아이스크림, 졸인 과일

재료들을 한데 섞어 먹어도 되고 따로 맛봐도 되고 먹는 방법에 형식은 없어요.
저는 따로 맛을 보았는데 마지막까지 수저를 핥게 만드는군요. ^^;
가운데 검은 가루는 오징어 먹물 페스츄리 파우더 어쩌고 설명이 되어있었지만, 딱 '돼지바' 표면에 입힌 크런키한 가루 같습니다.
그 앞에 캐슈넛 프랄린(초콜릿)은 아이스크림 형태지만, 질감이 독특하였습니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감귤 아이스크림과는 반대로 차졌습니다.
원기둥으로 세운 파나코타 푸딩은 화가 잔뜩 난 여친을 달래기에 충분할 정도로 러블리하였습니다.



류태환 셰프와 류니끄 스텝들

전체적인 느낌은 모든 요리의 완성도가 높았고 디스플레이도 훌륭했으며 연어의 특징을 살린 에피타이저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수비드한 생연어는 노르웨이 연어의 참맛을 느끼는데 주저 없이 권해볼만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메인에서 연어의 특성을 살린 메인 디쉬(연어 스테이크라던지)를 기대했는데 이날의 테마와는 크게 상관없는
요리가 선보였다는 점이었어요. 물론 돼지고기 요리도 제게는 색다른 맛의 경험이었지요. ^^


#. 노르웨이 수산물의 적극적인 홍보 전략이 앞으로 미칠 영향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연어 소비량이 많지 않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연어 요리에 대한 인식은 훈제 연어 샐러드, 스테이크, 까나페 정도에
멈춰 있으며 평소 밥상에는 자주 오르지 않은 식재료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연어와 관련해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고 여러 가공품이 속속들이 출시
되고 있습니다. 이에 노르웨이의 수산물 홍보 전략도 뒷받침하고 있을 텐데요.  
사실 한국에서는 연어 소비가 꾸준히 있었지만,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본격적인 연어 상품은 이제 걸음마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30년 전 국내에서 처음 참치 통조림을 선보였던 그 시절과 같다면,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이야기지만.
최근 우리나라 밥상에는 후쿠시마발 방사선 사태로 일본산 수산물이 외면받는 가운데 국내산 수산물도 소비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러한 시국에 노르웨이 당국은 '청정해역'에서 잡히는 고등어와 '엄격한 위생관리'로 양식하는 연어에 관해 한국, 일본을 오가며 대대적인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네 밥상에서 저만치 밀려난 일본 수산물을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연어로 대신해 어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에 작년에는 비영리 단체인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NSC)'가 한국에서 자국 수산물을 홍보하기 시작했으며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에서 쌍방향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천 남동국가산단에 노르웨이산 생연어 가공 공장이 들어선 것을 계기로 보다 위생적이고 신선한 연어를 유통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마트에서는 참치캔 일색이었던 진열대에 다양한 제품의 '연어캔'이 등장해 참치 대용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게 다 후쿠시마발 방사선 사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동아시아는 물론 태평양 해역에서 잡히는 원양산조차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불안한 소비
심리를 '청정해역'과 '안전성'이라는 장점으로 돌려세우려는 의도인 것입니다. 이에 대한 최대 수혜자가 바로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연어입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다이(Sea Lice)' 박멸을 위한 농약(디플루벤주론) 사용입니다.
얼마 전 어느 종편 방송에서는 '노르웨이 연어의 두 얼굴'이란 주제로 방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문제와 관련해 함께 식사했던 노르웨이 수산물 홍보 이사인 헨릭 앤더슨씨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단순히 TV 보도 내용만을 접했다면 이러한 내용에 관해 우려할 수 있겠습니다만, 모든 문제는 양측의 의사를 들어 봄으로써 더욱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2차 대전 때 수은을 싣고 가던 독일 배와 러시아 핵잠수함이 노르웨이 해역에 침몰한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관해 노르웨이 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은 제가 내린 결론은 아직 명확히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객관적이고도 납득할 수 있는 규명'을 노르웨이 수산물 측은 할 수 있는 데 비해 방송을 보도한 프로그램 측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일단 노르웨이 양식 연어는 노르웨이 식품 안전청의 책임하에 약품 잔류 여부를 감시하고 있으며 
약품(디플루벤주론)의 경우 국제적으로 제한하는 수준의 100분의 1까지 조사, 지금까지는 한 차례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도 양식장에는 멸균과 위생을 위해 여러 약품과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시나요? 
하지만 그렇게 투여한 항생제가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는 '협약기간'을 준수하기 때문입니다. 
협약기간이란? 투여된 항생제가 일정 시간을 거쳐 체내에 배출되는 기간으로 어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60일에서 100일가량 됩니다. 
그러므로 출하 직전에 놓인 양식어는 항생제 투여를 전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가끔 이를 어겨 문제시된 적은 있음)
방송에서는 노르웨이가 EU 회원국이 아니라는 사실로 규제에서 벗어난 약물을 투여한다고 했지만, 이것도 얘기를 들어보니 사실과 다른 것으로 
유럽 연합(EU)와 동일한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방송에서 제시한 내용은 연어 양식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편파보도라는 것.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소재로 나가고 조작이나 연출도 서슴지 않은 종편 방송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진실인지 정확히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합니다. 저는 직접 노르웨이 홍보 이사로부터 성실한 답변을 들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노르웨이 수산물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므로 제품에 대한 '신뢰'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으로 넘겨지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노르웨이 수산물은 양식 연어를 얼리지 않고 36시간 항공 배송해 국내의 가공 공장에서 포장, 生연어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는 노르웨이 수산물 업자들이 공익을 위해 만든 비영리 단체로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향후 수산물 소비 트랜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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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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