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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낚시에서 조류의 중요성은 지난 글에서 몇 차례 강조했고 이미 알고 있는데 보는 방법을 몰라 애먹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류는 고기가 있을만한 곳으로 미끼를 배달하고 물속 지형을 파악할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해 줍니다. 더욱이 모든 바닷물고기는 조류를 타고 들어와 먹이 활동을 하므로 조류의 방향, 속도를 알고 채비를 만드는 것과 조류를 무시하고 평소 하던 대로 채비를 만들어 낚시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도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조류 상관없이 낚시하면 어쩌다 기가 막히게 운이 좋아 고기가 물어주지 않는 한 조과를 거두란 어렵습니다. 조류를 보는 방법, 세 번째 이야기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을 훈수지대, 용승조류, 증조류, 합수머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 번 알아두면 낚시할 때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
■ 조류를 보고 지형(수중여)을 파악하는 방법
감성돔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상어종은 먹잇감이 풍부하고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암초'를 선호합니다. 암초를 낚시용어로 '여'라고 하며, 암초가 많은 암초지대를 '여밭'이라고 부릅니다. 여가 물때 상관없이 늘 잠겨 있으면 '수중여'가 되고, 물때에 따라 물 밖으로 솟아오르면 '간출여'라고 합니다. 어느 쪽이든 '여'는 물고기들에게 생활 터전이 되면서 각종 먹잇감을 가져다주는 서식지 역할을 합니다.
여가 있으면 그 위에 산호가 자라고 해초가 자라며 전복, 성게, 멍게, 소라, 담치 등 각종 부착 생물들이 자랄 수 있습니다. 또 그것과 관련된 여러 먹이사슬(플랑크톤,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들이 여 주변으로 몰립니다. 그래서 여가 많은 곳은 늘 일급 포인트가 되며, 여가 없고 모래(사질대)만 가득한 포인트에서는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제목에서 보듯이 '바다낚시 입문자'들에게는 새로운 내용일 수도 있어 적어 봤습니다. 그렇다면 포인트에서 수중여를 찾는 게 관건입니다. 수중여를 찾으면 그 주변으로 찌를 흘려 입질 확률을 높일 수 있을 테니까요. 수중여를 찾아내는 방법은 저는 세 가지로 봅니다.
1) 눈으로 확인한다.
편광안경은 수면의 난반사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편광안경을 쓰고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 포인트를 내려다봤을 때 물색이 주변보다 유난히 어둡다면 그곳에 몰이나 해초 등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해초는 모래에서 자랄 수 없고 반드시 수중여가 있어야 합니다. 해초나 산호가 있다는 것은 그곳에 수중여가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2) 밑걸림으로 파악한다.
찌를 흘리다 보면 특정한 곳에서 계속 밑걸림이 생기기도 합니다. 특별히 수심을 낮추지 않는다면, 채비가 그곳에 닿았을 때 여지없이 찌가 잠기는데 이때 낚싯대를 아주 천천히 들어 입질인지 아닌지 보고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그곳에 수중여가 있다 해도 무방합니다.
3) 조류를 보고 수중여의 위치를 짐작한다.
오늘 내용의 핵심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사진 1> 여밭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와류
수면을 보면 여러 복잡한 패턴이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잔잔한 수면에 유난히 얽히고설킨 '파장'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그 아래는 수중여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사진 1>을 보면 복잡하게 얽힌 띠 모양이 흘러가는데 특히, 사진처럼 광범위한 곳에 걸쳐 띠 모양이나 잔 파장들이 형성되면 여밭으로 봐도 됩니다. 배낚시에서 자주 보는 수면의 물결도 암초지대(여밭)에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이러한 물결은 '용승조류'에 의해 형성되는데 용승조류란 잘 흐르던 조류가 수중 장애물에 맞고 부딪혀 솟아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진 1>은 용승조류가 만들어 낸 복잡한 와류로 볼 수 있습니다.
<사진 2> 용승조류가 형성되는 과정
용승조류는 주로 수중 장애물을 만났을 때 생기는 반탄류입니다. 조류가 느리게 흐를 때는 수중 장애물에 맞아도 부드럽게 휘어나가지만, 조류가 어느 정도 강하게 밀어준다면 <사진 2>처럼 용승조류가 형성되면서 수면에 특정한 모양의 띠를 만듭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그 모습이죠.
<사진 3> 용승조류가 만들어낸 물결
<사진 3>은 용승조류가 만들어낸 물결로 그 아래는 수중여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밑에 수중여가 있다기보다는 조류가 흘러가는 상류 쪽에 수중여가 있고 수면에 생기는 둥그런 물결은 그보다 하류에 생깁니다. 이는 조류 속도가 빠를수록 차이가 벌어집니다. 수중여 규모에 따라서도 물결의 모양과 크기는 달라집니다. 어쨌든 <사진 3>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처럼 둥그스름한 띠가 있다면 그 주변(조류의 상류 쪽으로)에는 수중여가 있을 확률이 높으니 감성돔을 노릴 때는 그 주변에서 입질 받을 확률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만약에 조류 흐름이 없거나 미약하다면, 저 부근에 수중여가 있다 하더라도 수면에는 저런 모양의 물결이 지지 않습니다. 결국, 수면의 물결을 보고 수중여 위치를 짐작하기 위해서는 조류가 어느 정도 흘러가 줘야만 합니다. 일각에서는 <사진 3>에서 보이는 현상을 두고 '훈수지대'라 표현합니다만, 다른 의미로서 훈수지대가 있으므로 조류를 둘러싼 용어의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 훈수지대란 무엇인가?
훈수지대, 훈수지대,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갯바위에 내릴 때 가이드 혹은 선장이 "나중에 물이 여기서 저기로 흐르면 저쪽에 훈수가 지니까 거기를 노려라" 이런 말들을 하는데 이 훈수지대의 쓰임새가 다양해 사실 좀 헷갈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훈수지대는 '두 조류가 만나 와류를 형성하는 곳'입니다. 주로 독립여 포인트에서 자주 생기는 현상인데 아래 사진을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사진 4> 훈수지대는 서로 다른 방향의 조류가 부딪혀 복잡한 와류를 형성하는 곳을 말한다.
예제는 황제도 땅콩여라는 포인트입니다. 전형적인 독립여로 여러 사람이 함께 들어와 낚시하는 곳이고 자리에 따른 유불리가 확실합니다. 이러한 곳은 처음부터 자리의 유불리가 정해졌다기보다는 물때 즉, 조류의 흐름에 따라 자리의 유불리가 바뀌므로 조류를 보고 포인트 이동을 하면서 낚시하면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는 곳입니다. '들물 포인트'니 '썰물 포인트'니 하는 건 이러한 맥락 때문도 있습니다.
<사진 4>는 본류대가 섬에 부딪혀 양 갈래로 갈라졌다 다시 합쳐지는 곳에서 '훈수지대'가 형성됩니다. 훈수지대를 '합수머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훈수지대, 합수머리, 조경지대 등의 용어는 쓰임새를 통일하지 못해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줄 압니다만, 저는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토대로 작성하겠습니다. 어쨌든 훈수지대(합수머리)는 갈라졌던 조류가 다시 모이는 곳으로 이 부근에 찌를 흘리면 일정한 방향성 없이 찌가 흔들리면서 어디로 샐지 갈피를 못 잡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조금씩 본류대로 휘말려 들어가며 난바다로 뻗어 나갑니다. 훈수지대는 일정한 방향성이 없이 물이 수직으로 도는 와류 현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진 5> 훈수지대(합수머리)는 이렇게 생겼다.
훈수지대는 마치 물이 끓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밀어부치는 조류 힘에 방향성이 없고 물이 돌고 도므로 각종 플랑크톤, 먹잇감 등이 모여 포인트를 형성합니다. 훈수지대에서 본류대로 빨려 들어가는 부근에는 증조류(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조류)가 형성되기도 해 이유없이 찌가 잠기기도 합니다. 이를 보고 초심자들은 입질로 착각해 챔질해보지만, 미끼만 멀쩡히 살아돌아온 경험들이 다들 있으리라 봅니다.
<사진 5>는 추자 절명여의 기차바위로 발 앞으로 형성된 훈수지대입니다. 섬 뒤쪽에서 강한 본류대가 맞고 갈라져 제 앞에서 다시 합친 것입니다. 양쪽에서 들어오는 조류가 서로 맞부딪혀 생긴 만큼 어느 한쪽이 강하게 밀면 훈수지대의 규모나 위치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왼쪽의 조류가 더 강하게 밀어부치면 훈수지대는 오른쪽으로 기울겠지요. 그래서 늘 같은 자리에 훈수가 지지는 않으며, 물때가 바뀌면 이곳에 졌던 훈수는 사라지게 됩니다.
■ 증조류와 델타지역
증조류가 형성되는 장면
증조류는 위에서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조류를 말합니다. 위의 훈수지역과 같이 양 갈래의 조류가 맞부딪혀 복잡하게 얽힌 조류(와류)에 생기는 현상으로 지속적일 때도 있고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지기도 합니다. 조류가 빠르거나 혹은 훈수지역에서 찌를 흘리거나 할 때 이유없이 가라앉는다면 증조류의 힘에 빨려 들어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러한 증조류는 각종 먹잇감이 모이는 곳으로 낚시 포인트로서 가치는 있지만, 찌가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여부력을 충분히 남겨두어야 합니다.
가령, 1호 찌에 -1호 수중찌를 달고 좁쌀봉돌로 여부력까지 없애버리면 예민한 입질도 파악할 수 있지만, 증조류 앞에선 속수무책입니다. 이럴 땐 1호 찌에 -0.8호 수중찌를 달아 2B 이상의 여부력을 남기는 게 요령입니다.
<사진 6> 델타지역에서도 증조류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홈통이 있는 포인트일 때 조류가 세차게 흘려간다면 <사진 6>과 같이 본류대와 지류대가 확실히 나뉩니다. 이때 지류는 홈통을 맞고 돌아 나오면서 다시 본류대로 합수되는데 이곳을 '델타지역'이라 불리기도 하며 일각에서는 합수머리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합수머리가 나오는데 역시 조류 관련된 용어는 뒤죽박죽이네요.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 용어 장난질이 다소 있지만, 용어의 쓰임새를 알기보다는 조류의 개념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사진 6>에서 찌를 지류에 태워 흘리면 천천히 본류대 방향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여기서도 증조류가 형성되어 찌를 밑으로 잡아당깁니다. 찌가 가라앉지 않게끔 여부력을 충분히 남겨두어 낚시하는 게 요령이며 찌가 증조류 구간에 들어갔을 때 뒷줄을 잡아 찌를 오랫동안 붙잡아 놓는다면, 입질 받을 확률이 올라가게 됩니다. 어찌 됐건 조류가 빠른 지역, 서로 맞부딪혀서 복잡한 물결을 만드는 곳에서 낚시할 때는 증조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부력을 한두 단계 남기고 흘리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이런 곳에서의 입질은 시원할 때가 많으므로 예민한 채비, 저부력 채비보다 둔탁한 채비, 고부력 채비가 더 유리합니다. 여기까지 조류에 관해 개념 정리를 하였습니다. 바다낚시 특히, 릴 찌낚시에서 중요한 부분이므로 미리 알고 한다면 예전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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