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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서의 첫 날, 벵에돔과 만남은 결렬되었습니다.
마라도를 품은 바다와 만남을 가진지 두 시간, 해가 져서 어쩔 수 없이 낚싯대를 접습니다만, 지금이라도 담그면 왠지 나올 것 같은 여운이 아른합니다.
그 길로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잠들었습니다.
새벽 5시, 출조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유난히 크게 들리고, 어제의 여운은 잊었는지 5분만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이 아내는 화장까지 마치고 나갈 채비를 합니다. 저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네요. 의욕이 넘칩니다.
넘치는 의욕만큼 고기가 물어주면 좋으련만, 마라도 낚시여행 둘째 날은 유람선 선착장으로 알려진 자리덕에서 아침 낚시를 이어나갑니다.
국토 최남단 자리덕 선착장
새벽에 향하는 곳은 마라도 특급 포인트인 자리덕 선착장. 위 사진은 낮에 찍은 자리덕입니다.
맨 우측 'ㅅ'짜 철탑이 있는데 이곳이 자리덕의 명당. 이때 마라도는 좀 처럼 보기 어려운 화창한 날씨가 이어져 전날 많은 낚시꾼이 입도했습니다.
새벽부터 포인트 경쟁이 예상되기에 저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밤잠 설치며 준비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릅니다.
AM 5시 30분, 자리덕 선착장에서 낚시를 준비하는 아내
제로 전자찌로 밤 낚시를 이어 나간다.
<<입질의 추억 채비>>
낚싯대 : 로젠기 1.7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서스펜스 타입
어신찌와 수중쿠션 : 쯔리겐 전기원추 0호, 조수우끼고무 M사이즈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2호를 직결, 바늘 위 3호 목줄 10cm를 덧댐.
봉돌 : 없이 흘리다가 5번 봉돌 하나 추가, 이후 강한 조류가 전개되면서 2~3개 분납 운용.
전날 밤, 민박 손님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마라도에서 원줄 1.5호를 사용한다고 하자 다들 얼척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마라도에서 벵에돔 원줄은 최소 2호.
새벽과 해 질 무렵에는 5짜 출현도 빈번해 4호 원줄도 불사한다고 합니다. 어차피 이곳의 벵에돔은 목줄을 잘 타지 않는 특성이 있어 구태여 얇게 쓸
이유가 없고 더욱이 얕은 여밭이다 보니 필드가 상당히 거칩니다. 목줄 3호, 심지어 4호도 그냥 쓸려나간다며 으름장을 놓길래 혹시나 싶어 3호 목줄을
10cm가량 덧대긴 하였으나 이렇게까지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감성돔이든 벵에돔이든 같은 씨알을 기준으로 보면 지역에 따른 힘의 차이가 분명 있습니다. 저도 그 점은 충분히 느껴왔고요.
또 계절에 따라 그 힘이 현격히 차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래 봐야 40~50cm 물고기일 뿐인데 그게 힘이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싶은 생각이
제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대마도에서 40cm급 벵에돔을 걸었을 때도 앞에 턱이 있어 목줄이 쓸렸지 줄의 인장력이 약해 터진 적은
없었습니다. 목줄이 턱에 쓸린 것도 제가 고기를 잘못 다뤄서 생긴 일이지 적절히 대응했다면 쓸리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
일전에 아내는 전방에 여뿌리가 나 있는 지형에서도 2.5호 목줄로 70cm급 부시리를 올렸습니다. 그 부시리가 6짜 벵에돔보다 힘이 덜하지는 않을 텐데
4짜급 벵에돔을 상대로 3호 목줄까지 써야 하나 싶기도 하고.(그러고 보니 재작년 90cm에 달하는 부시리를 올렸을 때 쓴 목줄이 3호인데)
하여간 이때는 밤이고 걸면 뜰채질보다 들어뽕을 해야 할지도 모르므로 일단 채비를 강하게 써봤습니다.
아내도 '걸리기만 하면 강제 집행한다.'는 생각에 저와 같이 바늘 위 최전선 목줄 호수는 3호로 하였습니다.
아침 6시 40분, 서서히 먼 동이 트기 시작한다.
30cm에 달하는 쓸종개
일출 시각까지 약 두 시간가량 쪼아봤으나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올라온 쓸종개는 제가 잡은 쓸종개 중 가장 크네요.
밤에는 긴꼬리벵에돔이 발 앞까지 접근하므로 발소리를 내는 등 불필요한 소음이 나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또 불빛에 매우 예민하므로 랜턴을 바다에 비추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하고요. 찌는 전방 5m 안쪽으로 바짝 붙여서 흘립니다.
이곳의 발 앞 수심은 3~5m로 3.5m로 고정한 반유동 채비가 잘 먹혀든다고 합니다. 현지꾼들은 대부분 반유동을 고집하고 외지에서 온 꾼들은 전유동을
하는 편인데 저 역시 작은 봉돌로 바닥층까지 천천히 훑는 탐색을 해 봅니다만, 아직 이곳에서 대를 세운 낚시꾼은 없습니다.
이날 아침, 자리덕에서 낚시한 사람은 저까지 총 다섯 명입니다.
한창 고기가 나올 때는 열 명씩 서기도 한다네요. (생각만 해도 끔찍 ㅎㅎ)
마라도 자리덕 선착장은 서쪽을 향해 있어 해가 뒤에서 뜹니다. 그래서 바다 풍경이 흑백 톤처럼 되어버렸어요.
바다는 잔잔한데 금방이라도 대물이 물어 재낄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고요한 적막감을 누가 먼저 깨트릴 것인가?
아직 잡어 입질도 못 받은 아내. 조금씩 원줄을 풀어주며 찌를 응시합니다.
"뭔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인데 안 나오네"
오늘따라 유난히 바다가 고요하네요. 그 흔한 갈매기도 안 보입니다.
수면에는 멸치떼 같은 초소형 베이트 피쉬들이 지나다닐 뿐 별다른 기척이 없어요.
AM. 7시 35분.
이제 해가 다 뜨고 말았습니다. 어두 컴컴한 바다에 붉은빛을 내던 전자찌는 역할을 다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원투형 찌로 교체해 먼 거리를 공략해야 할듯싶습니다. 대물 긴꼬리벵에돔이 낚였으면 진작에 낚여야 했을 텐데 해가 다 뜨도록 여태 입질이
없다는 건 무언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어젯밤, 꾼들과 얘기해 보니 갑자기 수온이 내려갔다는 말도 있고.
(그나저나 우리만 오면 수온이 내려가는 일이 생길까요? ^^;) 그렇다는 것은 얘네들이 예민할 수 있다는 건데 이참에 낚싯대를 1호대로 바꾸고 목줄도
바늘도 한 단계 줄이죠 뭐. 튼튼한 채비로 했다가 하루 종일 입질도 못 받고 철수하느니 얇은 줄로 터트리더라도 입질은 받아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채비를 교체 중에 있는데 릴링 소리가 나길래 고개를 드니 아내가 낚싯대를 번쩍 들고 있습니다.
"지금 뭐하는 겨?"
"보면 몰라?"
"아니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야지 사람 참"
뒤늦게 카메라를 들고 찍는데 저 굵은 낚싯대가 제법 휩니다. 수면에 띄우자 시커먼 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벵에돔이네요.
녀석은 수면에서 첨벙첨벙 날뛰고 아내는 뜰채를 달라고 하는데 지금의 아내 채비면 그냥 들어뽕해도 될 것 같아 그리하라고 일렀습니다.
마라도에서 첫 벵에돔을 낚아 올리는 순간.
"들어~ 뿅!"
33~34cm급 긴꼬리벵에돔이 얼굴을 내민다.
사진 각도상 고기가 조금 작게 나왔는데 실제로 이 정도 씨알은 마라도에서 아기 취급받습니다.
우리는 4짜 이하면, 고기 취급을 안 하므로 이런 건 방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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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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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만한 아량이 부족해 (마라도 첫 고긴데) 살림통에 기포기를 틀고 고이 넣어 둡니다. ^^;
잠시 후, 우리 부부를 안내해준 현지 가이드님이 고기를 걸었습니다.
씨알은 아내가 올린 것과 비슷한 씨알의 일반 벵에돔.
해가 높이 솟자 경량한 채비로 바꾸는 아내.
어랭이 한 수로 아침 낚시를 마감했다.
원래 계획은 10시까지 하는 거였는데 중간에 유람선이 들이 닥치고 거기서 관광객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급히 낚싯대를 접어야 했습니다.
이날 자리덕에서 여럿이 낚시했지만, 겨우 손맛 본 사람은 아내와 가이드님 뿐.
숙소의 물칸에 넣어 살려뒀다.
빈작을 겨우 면한 아침 낚시 조과입니다. 하나는 긴꼬리벵에돔이고 하나는 벵에돔.
어느 게 긴꼬리벵에돔인지 아시겠죠? ^^
이날 오후 낚시는 작지끝이 차서 오른쪽 자리가 비어 있는 할망당 여로 갔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몸은 급격히 피로가 몰려오고. 낚시를 몇 시간 안 한 느낌인데 생각해 보니 새벽 5시 반부터 했군요.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눕자 저도 모르게 눈이 잠깁니다. 그래도 마라도에 와서 행복하기는 하구나.
"낚시하고 자고 먹고 낚시하고 자고 먹고."
이 생활이 계속된다면, 참 매력 없겠죠? ^^;
낚시란 게 그런 거 같습니다. 제주도에서 두 달 간 살면서 실컷 해보니 좀 질린다는 걸 느꼈으니(이거 직장인들에게 폭탄 발언인데)
빡시게 일하다 한 번씩 찾아와 2박 3일 동안 좋아하는 낚시 실컷 할 수 있는 것.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습니다. 비록 손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내도 한 마리에 아쉬움을 갖고 있고요. 뭔가 폭발적인 입질이 이어질 것도 같은데 애초 기대한 것과는 다르고 마라도 갯바위는 여기저기 꾼들로 넘쳐
포인트 싸움에 부대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기 못 잡아도 좋으니 둘이서 한적한 갯바위에서 여유로운 촬영을 하고 싶은데 마라도의 필드 상황이
이러할 줄 몰랐던 저의 불찰입니다.
그렇게 낮잠을 자다 깨니 시간은 벌써 1시를 가리킵니다. 점심을 먹고 나가는데 원래 가기로 했던 '작지끝'은 다른 꾼이 선점한 상황.
꿩대신 알로 할망당 여를 택했는데 그곳에도 낚시 중입니다. 다행히 옆자리가 비어 들어가기는 했는데 온통 김이 껴서 발판이 마땅치 않습니다.
물칸을 보니 먼저 온 꾼들이 35cm급 긴꼬리벵에돔을 서너 수 했습니다. 이 자리서 고기가 나왔으니 기대를 하고 낚시를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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