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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낚시, 4일 차 날이 밝았습니다. 마지막 날이라 주어진 낚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아침에 서너 시간만 낚시하고 철수해 곧바로 고기 포장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점심을 먹은 뒤 히타카츠 항으로 이동하고요.
여객선을 타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남았습니다. 이날은 벵에돔 일변도였던 낚시에 변화를 주고자 대상어종을 감성돔으로 정하고 포인트도
거기에 맞게 진입했습니다. 대마도에서 감성돔 낚시는 이날이 처음인데요. 국내의 감성돔 낚시 방법과는 포인트나 채비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AM 6:50, 대마도 아소만
낚시를 시작하는 아내
마지막 날은 감성돔과 벵에돔, 두 팀으로 갈라졌는데 우리는 다른 감성돔 팀과 함께 이곳에 내려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포인트 지명은 정확히 몰라요. 가이드님도 지명이 따로 없다고 합니다. 거리는 숙소에서 5분밖에 안 걸리는 아주 가까운 곳이고 아소만 안쪽이다 보니
바다라기보다 호수같이 잔잔해요. 이런 곳에서 괴물같은 감성돔이 낚인다니 대단하죠. ^^
AM 7:08, 구름에 가려진 일출
해가 뜨자 아소만의 고요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굽이굽이 이어진 능선 위로 보라색 하늘이 차분한 느낌을 주네요.
고목 나무와 낚시하는 이들의 실루엣이 묘하게 매치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네 명이 하선하였고 우리 부부는 사진에 보이는 곳이 아닌 반대편 쪽 마을을
보고 낚시하고 있습니다. 저기 계신 두 분은 쯔리겐 FG 회원으로 영동에서 오신 김학준님, 제주도의 이정배님.
리아스식 해안의 특징을 가진 아소만
이곳 아소만은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해안선이 심하게 구불구불해 제가 자리한 앞뒤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리아스식 해안은 하천에 침식한 육지가 침강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해안선이 구불구불하고 곶과 만이 많습니다.
조류가 세지 않으니 조개와 같은 양식에도 유리하다고 해요. 실제로 대마도 아소만은 진주 양식장으로 매우 유명하다고 합니다.
가운데는 수심이 상당히 깊어 참돔을 비롯해 감성돔, 벵에돔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합니다.
아소만 감성돔 낚시를 위해 G2 전유동으로 채비를 세팅했다.
#. 사용한 채비와 장비
낚싯대 : 로젠기 1.75-530
릴 : 오쿠마 3000번 LBD
원줄 : 토레이 하이포지션 2.5호
어신찌 및 수중쿠션 : 쯔리겐 전유동 X 4-2-4 G2호, 조수우끼고무 L사이즈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7호를 직결
바늘 : 감성돔 바늘 3호
봉돌 : G2 한 개
아내도 제 채비와 거의 비슷하게 꾸리고 낚시를 시작하는데 한 십여 분 했을까. 아소만에서는 잘 안 불 것 같던 바람이 조금씩 부는데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상당히 차갑네요. 전에 불었던 바람과는 좀 달랐습니다. 아내는 찬 바람에 으실으실 떨더니 급기야 낚싯대를 내려놓고 '낚시 안 해'를 선언.
또 부엉이가 되었고 이후의 낚시는 저 혼자 하게 됐습니다.
멸치들이 징하게 올라온다.
밑밥을 뿌리자 몰리는 멸치떼
아소만 이름 모를 포인트에서 감성돔 낚시 중
풍경이 감성돔보다 꼭 붕어 낚시에 잘 어울릴 것으로 보입니다. ^^
보통은 파도가 일어 시끄러워야 할 텐데 바다낚시 하면서 이렇게 잔잔하고 고요한 곳에서 해보는 건 손에 꼽아요.
그래서 편하기는 한데 잡어들이 설칠까 봐 걱정됩니다.
매 한 마리가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멸치의 인해전술에 감성돔은 어디로?
뒤편 풍경
해가 뜨면서 멸치떼가 더욱 극성을 부린다.
여기는 멸치 양어장인가요? 아소만의 감성돔 낚시, 쉽지 않네요.
전방에 가까운 곳이 10m, 그 뒤로는 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경사가 가파르게 들어가는 턱이 이어지는데 그곳을 중점적으로 노리고 있습니다.
밑밥은 전방 10~15m에 꾸준히 뿌리고 채비는 30m가량 멀리 던져 천천히 가라앉힌 다음 서서히 경사면으로 붙이는 낚시를 하는데요.
도중에 물고 늘어지는 멸치떼로 이렇다 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깐새우나 민물새우 같은 대체 미끼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크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니 결국, 멸치만 사육하게 된 꼴.
그나저나 무슨 멸치가 이렇게 큰지.
이걸 먹으러 참돔이 많이 들어온다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참돔 포인트는 아니라서 그런지 멸치 외에는 반응이 없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평화로운 아소만, 저기 계신 분들은 감성돔을 잡았을까?
해가 높이 솟자 매들이 본격적으로 먹이 활동에 나섰습니다. 여기는 갈매기보다 매가 더 많네요.
낚시에 진전이 안 되자 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근처에 갈매기나 까마귀가 접근해도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멸치를 사냥하는 모습이 뜻밖입니다.
멸치들은 대부분 수면에서 노는데 게 중 일부는 갯가로 올라와 몸을 비벼가며 비늘을 털고 있습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생을 마감할 때가 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본 매들이 가만 놔두질 않았고 결국, 갯가로 올라와
있던 멸치들은 하나둘씩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그렇게 돌아가는 생태계인가 봐요.
물청소하고 철수를 준비합니다.
내려가 보니 다른 일행들은 뜰채로 멸치잡이가 한창. ^^
뜰채를 넣고 재빨리 휘두르면
요렇게 몇 마리씩 걸리는데요. 현장에 초고추장만 있었더라면 ^^
조금 야만적이긴 해도 곧바로 대가리 따서 맛볼 만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해가 중천에 솟자 매들이 하늘을 지배합니다. 네셔널지오그라피에서나 보던 물수리의 사냥 장면이 곳곳에서 일어나니 구경하는 재미는 있네요.
하지만 제 카메라로는 그것을 담는데 한계가 있어 그럴싸한 장면을 건지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매가 저렇게 설치는데도 멸치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나 잡아먹으슈~하며 갯가로 올라와 펄떡이고 있습니다.
그런 녀석은 십중팔구 잡아먹히고요, 일부는 매의 발톱에 잡혀 둥지로 사라집니다.
AM 10:00, 만조가 되자 퇴로가 잠겼다.
겉보기에는 호수 같아도 바다는 바다네요. 만조에 가까워지자 평평한 지형은 잠기기 시작합니다.
낚시는 저 뒤에서 반대편을 보고 했다가 이제는 철수를 위해 처음에 배 댄 곳으로 이동 중인데 아직 만조가 안 됐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지금보다
수위가 더 늘어날 겁니다.
철수배를 기다리며 아소만의 풍경을 감상하다가
아내가 물수제비를 시전한다.
우리를 제일 늦게 픽업하려는지 철수배가 유난히 늦네요. 이곳은 물수제비 하기에 적당한 짱돌이 많아 잠시 놀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물수제비 사진은 합성입니다. 두 번째 파장을 복사해 세 번째 파장을 만들었죠. ^^
이쪽에는 둘 다 영 소질이 없어 네 번까지 튕겨 본 것으로 끝.
결국, 이날은 아무도 감성돔을 보지 못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멸치떼의 난립으로 적절히 공략하지 못했고요.
개인적으로 밑밥 품질도 아쉬웠습니다. 아소만에서 감성돔 낚시를 할 때는 뭉쳐서 뿌리기보다 흩어뿌리기가 유리하다고 해요.
아무래도 조류의 흐름이 미약한 곳이다 보니 감성돔이 소리에 예민합니다. 행동반경도 좁고 움직이는 속도도 느린 은둔자 타입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수면에 착수음이 크게 나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경계한다고 해요.
아직 대마도 낚시를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조만간 이곳에서 사용하는 벵에돔과 감성돔 채비에 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마도에서 감성돔을 뽑아 올리는 장면을 찍고 싶었는데 아쉬움과 여운이 남습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벵에돔 팀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저 모습을 보니 고기가 꽤 나왔나 본데요.
벵에돔 팀의 조과
내려서 보니 30cm~40cm 넘는 벵에돔이 수두룩합니다. 이 장면을 보니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나? ^^;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벵에돔 낚시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쉽지만, 우리 부부의 대마도 낚시는 여기서 마감합니다.
이제 마지막 과정이 남았습니다. 그동안 잡아놨던 고기를 모두 꺼내 피 빼고 포장한 뒤 집으로 안전하게 가져오는 일이 남았습니다. 여기에 뒤풀이까지 ^^
대마도 낚시, 마지막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추신 : 오늘 조행기를 두 편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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