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9), 푸짐한 귀환, 겨울 벵에돔 초밥


전에 '바다낚시 동기부여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칼럼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낚시에 관심은 있는데 아직 시작하지 못한 분들을 대상으로 '바다낚시 3단 매력'을 강조한 내용이었는데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1) 낚시 여행을 준비하면서 설레는 기분을 즐기자. (2) 짜릿한 손맛을 만끽하자. (3) 자연산 뒤풀이로 낚시를 마무리하자.

혹자는 그럽니다. "말은 쉽지". 다시 말해 (2)번이 없으면 (3)번도 없다는 것.
낚시갈 때마다 해피엔딩일 수는 없지만, 이번 대마도 낚시는 여러 가지로 운빨이 맞아 푸짐한 귀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은 선착장에서 고기를 포장해 집으로 공수해 오는 여정이 남았는데 이 과정을 담아봤습니다.

"3박 4일 대마도 낚시의 푸짐한 귀환"
 




숙소 물칸에 살려둔 고기를 꺼낸다.

함께 온 쯔리겐 FG 카페 회원들도 고기를 나눠서 포장하고

꾸득히 말린 벵에돔과 벤자리

다들 고기 포장하랴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그 와중에 어떤 분은 잡은 고기에 소금을 치고 해풍에 말려서 가져가기도 합니다.
저도 다음에 갈 때는 소금이랑 건조대를 챙길까 봐요. 낮에는 호시탐탐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와 물수리가 신경 쓰이지만, 하루 종일 말릴 필요는
없다고 해요. 저녁에 걸어두고 새벽에 걷는다면, 아주 훌륭한 생선 반찬이 될 것 같은데 엄청나게 부지런해야 할 겁니다.


피 빼기 작업

전부 횟감으로 쓸건 아니지만, 일단 피를 빼놓으면 나중에 집에서 손질할 때 응고된 피를 긁어낼 수고를 덜어 줍니다.
방법은 칼로 멱을 따는 건데 아가미 한가운데에 칼을 넣어 심장을 찌른 뒤 그대로 울대(아랫턱)까지 재껴줍니다.


이후 해수에 5분간 담가 놓으면 아가미에서 피가 다 빠집니다. 그 사이 냉동실에 넣어둔 것도 가져오고.


피가 말끔히 빠진 벵에돔

선착장 주변에는 늘 피비린내와 부산물 때문인지 전갱이들이 모여 삽니다.
보기에는 얕아 보여도 저 바닥 수심이 3~4m는 돼요.


그 상태로 박스에 넣어도 되지만, 저는 비늘을 일일이 쳤습니다. 얼마 전, 집 하수구가 막혀 며칠을 고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뚫어뻥을 아무리 부어도 소용없고 싱크대를 다 뜯어도 막힌 곳은 그 밑에 하수관이어서 결국 사람을 불렀습니다.
전동 모터에 쇠줄 같은 걸 꼽아서 지하까지 찌꺼기를 밀어버리는 것으로 뚫었는데 아마도 생선 비늘에 원인이 있었던 거 같아요.
이 집에 이사 온 지 3년이 넘었는데 그간 알게 모르게 들어간 비늘이 누적되어 하수구를 막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저는 어지간해서는 현장에서 비늘 치는 편입니다. 그런데 비늘 치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네요.
저렇게 쭈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여러 마리를 처리하다 보니 허리 나가는 줄 알았어요. 한겨울이지만, 비지땀도 제법 흘렸습니다. 


이제 스티로폼 상자에 담았습니다. 포장하기 전에 얼음 주머니를 넣어 주고요.


이렇게 테이프로 밀봉하면 끝.


3박 4일 대마도 낚시의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식사

보리가 섞인 미소시루

점심을 먹고 나오니 식당 아주머니가 인근에서 잡은 생선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생선인지 아시는 분? ^^


선착장에 나가보니 여기도 똑같은 생선을 다듬고 있는데요.


멸치(위), 숭어 새끼(아래)

위쪽은 우리가 잘 아는 멸치입니다. 그리고 아래쪽 생선은 '며르치'라고 해요. 그러니깐 멸치와 며르치는 엄연히 구분된다고.
발음상  ^^;

실은 숭어 새끼입니다. 일본에서는 '보라(ボラ)' 한국명은 '숭어'인 치어인데 꼭 멸치와 비슷하게 생겼죠.
이것들은 튀김용이라고 합니다. 숭어 새끼지만, 맛은 있겠네요.


이제 짐을 싣고 히타카츠 항으로 출발합니다. 여기 오신 분들이 어찌나 고기를 많이 잡았던지 고기 박스 싣다가 낚시짐을 다 못 실었습니다.
결국, 미니버스에 나눠서 실었죠. 사람도 타야 하는데 앞 뒤로 짐을 꾸역꾸역 실으니 다 들어갑니다.
중간에 마트에 들러 쇼핑할 시간을 주네요. 그래서 저는 과자, 초콜릿, 일본 커리, 하이라이스 등을 샀습니다.
그 하이라이스는 오늘 아침에 소고기와 함께 볶다가 끓여 먹었는데 맛이 좋았습니다.
하이라이스에 들어가는 소고기는 샤브샤브용으로 아주 얇게 슬라이스한 게 제격.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마트 수산물 코너. 이건 조림용 벵에돔인데 반마리가 500엔 가까이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다음 장면에서 조금 놀랐습니다. ^^


벵에돔 숙회(유비끼)가 단돈 380엔.
대마도가 다른 건 몰라도 생선회 하나만큼은 정말 저렴하네요. 어떻게 된 게 토막 낸 벵에돔보다 싼지. ^^


모둠회로 단돈 1,280엔, 우리나라 돈으로 13,000원가량 합니다.
구성은 연어, 참돔, 벵에돔, 눈다랑어, 오징어 등으로 제법 다양한데요. 이 정도 가격이면 마트에서 사 먹을 기분 나겠습니다.


PM 3:00, 히타카츠항

출입국 신고서 앞에 줄이 이렇게 늘어섰습니다. 하얀 스티로폼 박스를 가진 분들은 전부 낚시꾼. ^^
사실 대마도 낚시 마지막 날, 훈훈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쯔리겐 FG 부회장님께서 벵에돔 낚시가 처음인 동창, 후배들을 대거 이끌고 오셨는데요. 
대마도가 자원이 많고 훌륭한 무대라 해도 다들 벵에돔 낚시가 처음이다 보니 조과가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결국, 빈손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를 쯔리겐 FG 회원들이 전날 잡은 고기를 조금씩 보태 스티로폼 박스로 2~3개를 채워 기증이라 하기는 뭐하고 가져갈
수 있도록 챙겨주었습니다. 고기를 받은 부회장님 친구분들은 성의에 감동했고 그중 화장품 회사 사장님이 계셔 모두에게 주소를 받아 며칠 뒤 여성용
화장품으로 화답하였다는 훈훈한 전설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고기를 보태주지도 못했는데 옆에 있다가 얼떨결에 선물을 받았네요.
워낙 촬영 때문에 정신을 빼고 다니니 그런 사정이 있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사실 벵에돔은 많이 가져와도 짐이라 (이거 망언인가요? ^^;) 
어쨌든 여기에 신이 난 건 아내입니다. 아무튼, 이글을 보고 계신다면, 감사히 잘 쓰고 있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


PM 7:00 부산↔서울 KTX를 타고

AM : 12:20 서울 집에 도착

휴우~ 드디어 대마도 낚시 일정이 모두 끝났네요. 집에 오니 긴장도 확 풀리고 당장에라도 침대로 들어가 눕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얘네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지금 여기서 내장 따고 손질하기에는 답이 안 나올 거 같아 일단은 횟감과 구잇감만 선별하기로 했습니다.


사이즈가 작은 건 모두 구이나 조림용으로 포장해 냉동실에 넣어 두고.


사이즈가 되는 녀석들만 포 떠서 김치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지금 당장 먹을 건 아니고 다음날 초밥용으로 쓰기 위함이에요.


다음날, 벵에돔 간장 양념구이 1차 시도

벵에돔구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함은 아니고요. 
사실 벵에돔이란 어종은 회로 먹었을 때가 가장 맛있는 것 같고 남으면 조림이나 구이를 먹는 게 보통인데 구이는 약간 풋내가 납니다.
그 풋내를 감추고자 한 게 고추장 양념구이나 간장 양념구이인데 여기서는 아내가 나름대로 소스를 조합해 간장 양념구이를 했답니다.
채소는 그냥 냉장고에 있는 걸 활용하는 수준이에요. 맛은 정말 GOOD!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니.


벵에돔 간장 양념구이 2차 시도

이번에는 양파도 올리는 등 조금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맛은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 ^^;
진짜 이거 하나면 밥 한 공기 뚝딱입니다. 간도 적당해 혀에 착 감기는 맛이 끝내줍니다. 벵에돔이 이렇게 맛있었나? 간장 소스랑 잘 어울리네요. ^^
레시피는 아직 다듬는 중이라 완성하는 대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내가 한 음식이고, 지금부터는 제가 만든 초밥입니다.


비록 초밥 전문집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벵에돔이라는 이유만으로 맛은 보장됩니다.
지난번 여름 벵에돔도 맛이 좋았는데 겨울 벵에돔은 어련하실까. ^^


벵에돔 숙회(유비끼) 초밥 8피스 8,000원

1피스에 천 원. 너무 비싼가요? ^^
자연산이고 쉽게 먹을 수 없는 초밥임을 고려한다면야.


겨울 벵에돔 초밥 10피스 9,000원

사실 마음은 가게 하나 차려서 이렇게 팔고 싶지만, 취미 삼아 만든 초밥과 직업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누군가에게 팔 만큼의 실력은 아니지만, 가족들에게 먹일 만큼의 품질은 될 겁니다. 
이렇게 하려면 고기를 가져온 당일 날 포를 떠서 키친타올에 잘 감싼 뒤 김치 냉장고에 보관해야 합니다. 
저는 고기든 생선이든 숙성할 때 1도로 맞춰놓는데 냉기가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순환해야 하는 게 중요하므로 평소 잘 열지 않는 아랫칸을 숙성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관하면 초밥용은 2~3일 갑니다. 4일을 넘기면 간장 양념구이를 해 드시면 됩니다.


겨울 벵에돔 초밥 완성

불향이 살아 있는 벵에돔 숙회

토치로 껍질을 그을려 익힌 벵에돔 숙회입니다. 왜 이렇게 먹느냐고 묻는다면.
껍질의 쫄깃함을 맛보기 위함과 함께 껍질과 혈합육 사이의 지방을 열로 활성화해 고소한 풍미를 끌어내기 위함입니다.
불향이 적당히 섞여 아부리한 느낌도 나고요.


깔끔하고 담백한 벵에돔 초밥

겨울 벵에돔은 여름 벵에돔과 먹는 식습관을 달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파래 등 해초를 위주로 먹는 여름 벵에돔과 달리 겨울은 갑각류 위주로 먹어 갯내음이 덜하다고 해요. 그래서 벵에돔은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맛이 좋다고
알려졌는데 여기까지는 구전으로 들은 내용입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맛의 경험으로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특히, 구이의 경우 대마도산 벵에돔은 일반 벵에돔, 긴꼬리벵에돔 상관없이 갯내음이 조금씩 났으며 여름이든 겨울이든 벵에돔에서 갯내음이 나는 것은
비슷하였습니다. 제가 먹은 구이중 가장 맛있었던 벵에돔은 가을에 낚은 차귀도산 긴꼬리벵에돔이었습니다. 특유의 풀향이 나지 않았고 고소했는데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은 게 잡자마자 바로 내장을 따서 구잇감으로 손질해 뒀기 때문에 반나절 이상 내장과 함께 숙성된 벵에돔과 비교하기에는
공수한 시간도 환경도 달라 차귀도산이 더 맛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대마도에서 내장까지 제거하고 가져와 구워봐야겠습니다.

초밥과 회는 겨울 벵에돔이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한 인상을 줬고 고소함은 여름 벵에돔이 조금 나았습니다.
이유는 여름에 잡은 게 대부분 긴꼬리벵에돔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겨울에 잘 낚이는 벵에돔 VS 여름에 잘 낚이는 긴꼬리벵에돔 중에서 손을 들라면
저는 여름 긴꼬리벵에돔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이틀 가까이 숙성한 겨울 벵에돔 초밥, 마지막 한 피스까지 꿀꺽했다

개인적으로 벵에돔은 다른 요리보다도 회가 가장 맛있는 거 같고 구이는 별로입니다. ^^; (돔 구이는 참돔이 가장 나은 것 같음)
그런데 간장 양념구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빨리 레시피를 완성해서 올리고 싶습니다.


#. 3박 4일 대마도 낚시 조행기를 마치며
다음에 대마도를 가게 된다면 그때는 여름이 될 것 같은데, 벵에돔도 좋지만, 벤자리 낚시를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정리를 해봤습니다. 4일간 낚시는 체력적으로 꽤 부담스러운 일정이었습니다. 
겨울이라 5짜 벵에돔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고 지난번 마라도 낚시 때부터 1.5호 원줄로 줄곧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었기에 내심 걸려줄 것을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대물 손맛은 못 보고 왔습니다. 대신 촬영하기에 적당할 만큼 마릿수 재미는 봐서 절반의 목표를 이루고 온 것 같아요.
아내도 이번 대마도 낚시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으리라 봅니다. 이것으로 벵에돔 낚시는 당분간 쉬겠습니다.
벵에돔 시즌이 올 때까지는 다른 어종으로 손맛을 볼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글솜씨임에도 대마도 낚시 조행기를 재밌게 봐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려면 여기를 클릭!

대마도 낚시 문의(http://www.oasisfishing.com)
오아시스 민박 : 010-7231-5886, 090-4340-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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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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