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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어가 수상하다, 모두가 쉬쉬하는 일본산 방어의 습격
겨울 하면 방어, 방어하면 대방어 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참치처럼 고소하고 지방 가득한 맛에 부위별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지요. 방어의 제철은 1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지니 제철 방어회의 고소한 맛을 즐기는 적기도 이제 약 한 달 가량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방어는 계속해서 들어오지만, 한창때 맛을 지나쳤기 때문에 그즈음에는 슬슬 봄에 맞는 제철 생선을 찾는 것이 더 낫겠죠. 그런데 시중에 들어오고 있는 횟감용 (활)방어가 수상합니다. 다름 아닌 일본산 방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데 우리는 일본산 방어회를 접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 시장을 돌거나 횟집을 지나칠 때마다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지만, 일본산으로 표기된 방어는 본 적이 없습니다. 분명,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활방어를 수입하는데 그 수입량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는데 시중에서는 일본산 방어를 전혀 볼 수 없다. 어찌 된 일일까요?
<사진 1> 일본산 양식 (선)방어
우리가 기존에 먹어오던 방어는 크게 제주산과 동해산으로 양분됩니다. 최근에는 고수온의 여파로 동해산 방어 어획량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대방어의 경우는 자연 채집(조업) 후 약 한 달 동안 해상 가두리에서 사료를 먹여 살을 좀 더 찌운 뒤 시장으로 출하하기도 합니다. 사료를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비축해 둔 영양분은 분명 자연산입니다.
반면, 동네 횟집에 구색 맞추기로 가져다 놓은 일명 小방어(무게 2kg 이하)는 국내 양식산일 확률이 높습니다. 한 마리가 아닌 비슷한 크기로 여러 마리가 수조에 있다면 아예 양식이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국내 방어 양식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약 2kg 가까이 키우면 출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조에 흔히 보이는 몸 길이 40~45cm 내외의 양식 방어의 무게가 1kg 남짓합니다. 양식이고 어린 방어라 가격이 저렴하다는 경제적인 측면은 있지만, 맛에서는 자연산과 대방어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간혹 어떤 이들은 방어 철이라고 해서 동네 횟집에서 구색 용으로 넣어 둔 어린 방어를 먹다가 영 입에 안 맞는다며 방어회를 평가절하지만, 방어는 성장 크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를 만큼(이를 출세어라 합니다.) 맛과 가치가 큰 폭으로 벌어집니다.
최근 저는 채널 A 먹거리 X파일의 취재에 자문하면서 일본산 양식 방어가 국산으로 둔갑해 팔릴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먹거리 X파일 팀은 미사리 수산시장에서 수거했다는 방어가 정말 방어가 맞는지 알아봐 달라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전송해 왔지만, 작은 사진만으로는 파악이 안 돼 결국은 제 자택으로 가지고 온 것이 <사진 1>입니다. 그래서 제 앞에는 5kg짜리 일본산 양식 방어 두 마리가 놓였습니다.
방어는 맞는데 확실히 이전에 보았던 방어와는 어딘가 다른 느낌입니다. 어디서 그런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는데 원인은 채색에 있었습니다. 자연산 방어는 갓 잡았을 때 청색이 강하게 돌다가도 수산시장이나 대방어 전문점 횟집 수조에 틀어박히면 주변의 조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군청색이 되면서 전반적인 채색이 어두워집니다. 반면, 일본산 양식 방어는 자연산보다 전반적으로 밝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체고(등에서 배에 이르는 높이)가 높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언뜻 보아서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자연산 방어만을 쭉 보아온 저로서는 일본산 양식 방어를 통해 자연산 방어에는 없는 낯선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약간 둥근 주상악골입니다.(사진에 화살표) 사실 이것 때문에 제작진들이 부시리(히라스)와 무척 헷갈려했고 저 역시 휴대폰으로 전송된 사진으로 단정하기 애매한 포인트들이 있어 이렇게 실물로 살피게 되었는데요. 정상적인 방어라면 주상악골이 날카롭게 꺾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 방어는 부시리만큼은 아니지만, 살짝 둥글게 라운드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어는 아예 부시리처럼 주상악골이 마모된 느낌으로 둥글지만, 그 외 형태적인 특징은 방어와 모두 일치했기에 이런 주상악골의 특징이 일본산 양식 방어에서만 나타나는 알 포인트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는 방법은 일전에 몇 번 설명했으니 참고토록 바랍니다. (관련 글 : 헷갈리기 쉬운 방어와 부시리 구별법)
#. 일본 양식 방어, 우린 왜 모르고 먹었나?
참치와 방어 소비량이1위인 국가답게 일본의 방어 양식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2kg 크기로 출하하는 국내 양식 방어와 달리 일본은 5~6kg까지 찌워서 내수용으로 판매하며, 심지어 겨울 생선인 방어를 사료를 통해 여름에 지방이 오르도록 조절, 여름 생선회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나머지는 초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홍콩, 유럽, 미국, 캐나다 등으로 판매하며, 북미 대륙으로 수출되는 일본산 방어는 대부분 냉동입니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일본산 방어는 전량 활방어로 선어는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런데 먹거리 X파일 팀의 취재 결과에는 일본산 양식 방어 중 상당량이 선어로 들어와 미사리 수산시장에서 경매를 치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렇게 경매에 치른 일본산 방어는 다시 각 지역의 횟집이나 선술집으로 유통돼 구이나 조림, 탕거리로 이용될 것입니다. 활어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원산지표시의무제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업소가 '일본산'이라 표시하지 않아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미사리에서 대량으로 경매를 치른 (선)방어는 어디서 어떻게 들어온 걸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밀수입니다. 일본에서 양식하다 괴사한 방어 중 상당수를 밀수해(낚시꾼이 잡은 것처럼 위장하면 통관됩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그런 시나리오는 아니었으면 합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스트레스성 괴사입니다. 일본의 활방어는 통영으로 들어옵니다. 그 방어가 활어차에 실려 서울, 수도권으로 올라오다가 일부 스트레스로 괴사한 것을 모아다가 경매를 집행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 활방어는 미사리 수산시장에서 며칠을 보내다가 중간상인이나 횟집, 일식집으로 팔려갑니다. 그렇게 팔려간 방어는 '국내산'이라 표기된 상태로 손님상에 오를 것입니다.
업자와 상인들이 쉬쉬하는 동안 소비자들은 일본산 방어를 국내산으로 알고 먹어온 셈입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들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방사능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생선회와 수산물에 일본산 딱지가 붙으면 소비 심리는 극도로 위축될 것을 염려한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요즘 국내산 방어 몸값이 그야말로 금값입니다. 그에 비해 일본산 양식 방어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윤을 남기기 좋은 식재료가 됩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원산지를 허위로 표기하다가 적발되면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1억 이하에 처합니다. 지금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지만 않았지, 조만간 본방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면 그간 일본산 방어를 쓴 일식집, 횟집, 수산시장 상회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때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여파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중단됐거나 부분적으로 들여놓았지만, 지금은 해가 바뀔수록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량이 늘고 있습니다. 그중 매년 늘고 있는 수입량이 양식산 활방어입니다. 수입량은 늘고 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전국의 여기저기로 팔려가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일본산 방어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홉 가지 수산물(우럭, 광어, 참돔, 낙지, 뱀장어, 미꾸라지, 명태, 고등어, 갈치)의 원산지 표시 의무제를 좀 더 확대하고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산 방어의 국내산 허위 표시를 적발해 모두가 알고 먹을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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