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5), 걸면 4짜, 한겨울 벵에돔 낚시의 매력


 

 

 

#. 지난 글 목차

바다낚시의 천국, 대마도에서의 일주일(프롤로그)

대마도 낚시(2), 마지막 캐스팅에 낚은 82cm 괴물 광어

대마도 낚시(3), 미지의 도보 포인트 낚시, 10시간의 망중한

대마도 낚시(4), 발앞에서 낚이는 대물 벵에돔

 

 

이날 오전의 빈약한(?) 조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신년 대마도 조행기입니다. 시작부터 후줄근한 제 모습이 마음에 걸리지만, 타이틀로 쓰기에 이렇다 할 사진이 없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위 사진은 대마도 낚시 3일 차 오전 조과입니다. 함께한 일행이나 저나 2~3마리 조과에 그쳤는데 어신을 여러 번 받았지만, 턱 앞에서 들어온 입질에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터트리고 벗겨지고 심지어 갯바위로 끌어 올리고도 너울에 쓸려 자연 방생 되면서 많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 결과 4짜급 벵에돔 몇 마리만 챙기고 철수합니다.

 

 

오후 2시, 포인트 이동

 

오전에 했던 자리가 마음에 들었지만, 갈수록 바람이 강해져 그곳에서 더는 낚시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조용한 안통으로 옮겼습니다. 원래는 사진에 화살표로 표시한 곳으로 옮기려 했는데 사진에는 잘 표현되지 않지만, 엄청난 바람이 불고 있어 할 수 없이 바람이 의지 되는 안쪽으로 들어온 모습입니다. 

 

 

포인트를 이동하면서 일행이 늘었습니다. 함께하실 분은 다름 아닌 빅마마 정호룡 대표님과 손님이자 스텝이신 김익재님. 보다시피 포인트 여건은 이렇게 생겼는데 지난 몇 년간 본인들은 물론이고 다른 손님도 전혀 내린 적이 없다는 그야말로 생자리 중 생자리입니다. 주변에 일급 포인트가 지천이지만, 초속 13m씩 부는 바람 앞에는 장사 없지요. 저 역시 바람에 너무 시달려서인지 오후만큼은 조과 위주보다 한적하고 여유롭게 낚싯대를 드리우며 선비가 되어볼랍니다.

 

 

해서 나온 선비의 식사는 일본식 도시락. 가격은 400엔 정도면서 구성이 꽤 야무지네요. 가운데 우메보시가 박힌 흰 쌀밥이야 늘 보던 것이지만, 마요네즈 소스에 무친 우엉과 여러 해초 무침 하며, 함박 스테이크, 아래에는 파스타까지. 오전의 전투낚시로 허기진 배를 아주 맛있게 채워준 도시락입니다. 

 

 

빅마마 대표님과 성준씨가 먼저 낚시를 시작하는데 대표님은 물론, 모두가 처음 내린 자리다 보니 포인트에 대한 정보가 완전 깡통입니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 쭉 둘러봤지만, 큰 고기를 걸면 갈무리가 어려운 지형도 있고 하니 무난하게 배 댄 자리에다 밑밥통을 놓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채비는 오전에 했던 제로찌를 그대로 사용한 채로 밑밥을 넣는데 아직 잡어 한 마리도 피질 않습니다. 

 

다른 날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날 만큼은 포인트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물이 너무 맑아 가까운 곳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 몇 번 던져보고 잡어 한 마리도 피질 않자 그대로 g5번 봉돌 두 개를 분납해 힘껏 날렸습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이런 곳에서 벵에돔이 피길 바라기보다는 차라리 채비를 충분히 가라앉혀 하층에 있을 녀석을 꼬드기는 게 빠르겠다란 생각입니다. 수심은 어림짐작으로 5~6m, 그러다 전방 20m 지점에는 9~10m로 뚝 떨어지는 급심이 있음을 좀 전에 어탐으로 확인했기에 그 부근을 노리는데 뭔가 바닥층에서 깔짝하는 입질이 들어옵니다. 챘더니 바늘이 벗겨지고.

 

다시 한 번 그 지점으로 흘려 확인에 들어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 지점을 통과하면 어김없이 들어오는 입질. 찌가 살포시 잠기고 나서 한동안은 미동이 없어 참고 또 참아내다가 이번에는 챔질에 성공합니다.

 

"왔다."

 

 

표준명 쏨뱅이

 

가 아니고 웬 쏨뱅이? 고기를 만지는데 한기가 느껴집니다. 오전에 파도 밭에서 올린 벵에돔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던 녀석 같군요. 바깥쪽 수온은 미지근할 만큼 안정적인 데 비해, 이렇게 안통의 고인 물은 아주 차가웠습니다. 한물때가 바뀌면서 이 자리가 어떻게 변해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 자리에서 벵에돔을 낚아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판단.

 

 

5B 반유동으로 바닥층을 탐색해 본다

 

옆에 성준씨에게도 쏨뱅이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며, 이제는 감성돔을 노리고 전방 20m 급심으로 떨어지는 곳을 노려봅니다. 이 과정에서 밑걸림을 몇 차례 당하면서 어렴풋이 예상했던 수심과 지형이 어느 정도 그려지고, 생각보다 방방히 흐르는 횡조류에 찌를 태워보지만, 생명체 확인은 끝내 실패합니다.

 

 

제 오른편에는 빅마마 민숙집 스텝이신 김익재 프로가 깊숙한 안통을 노리는데 잔씨알급 벵에돔 한 마리를 낚더니 이후 들어온 입질에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면서 그만.

 

 

대를 해먹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큰놈이 물었을까? 흔히 이곳에서 말하는 "혹시 엿재이 아이가?" 싶은 장면이 속출하면서 그 비싼 가마대를 해먹는데 아마도 대에 흠집이 나서겠지요. 그만큼 겨울 대마도 낚시가 거칠다는 뜻이기도 하고, 수많은 테스트와 탐사를 통해 가마대를 혹사시킬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가마가츠 측에서 필드 테스터 제의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미네만 입구 후타마타 포인트

 

들지는 않았고요.(...) 아무래도 이곳은 낚시가 어렵다고 판단, 그 길로 조기 철수하는데, 아니 후타마타에 내린 사람들은 만족스러울 만큼 고기를 잡아서 조기 철수하는 사태가. 이때부터 저는 한동안 소강상태인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포인트를 비우자 수많은 까마귀와 매가 달려들어 갯바위에 붙은 크릴을 쪼아먹기 시작합니다. 매와 까마귀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보기에는 훈훈하군요. ^^

 

대마도든 우리나라든 낚시하고 난 자리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낚시인으로서의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일 것입니다. 도시락을 먹고 난 스티로폼 용기를 비롯해 기타 쓰레기를 갯바위에 두고 철수 배에 오르는 것은 다음 사람을 위해서도 좋지 않지만, 이러한 생각도 자연을 빌려 취미를 즐기는 것인 만큼 사람 중심이 아닌 자연 중심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마도에서 몇 차례 낚시하다 보면 조류에 떠밀려 온 국산 쓰레기도 있지만, 주로 한국의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많습니다. 특히, 도보 포인트 경우에는 보기 민망할 만큼 불을 피워 태운 흔적이나 취사(야영) 흔적에 쓰레기 투척까지 있어 인근 주민의 눈총을 받곤 하는데 이는 최근 늘고 있는 대마도 도보(자유) 낚시와 어느 정도 연관 있습니다.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 중 하나는 남의 나라라고 함부로 버린다기보다 그저 꾼의 좋지 못한 습관이 배여서일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버리고 무심코 방치해 두는 것이지요. 청소년기에 술 잘못 배우면, 나이 들어 주사만 부리듯, 낚시도 처음 시작할 때 잘못 배워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갯바위에 흘린 밑밥은 시간이 지나면서 말라붙고 악취를 풍깁니다. 발판이 높은 자리는 반드시 물청소를 해줘야 함에도 그것을 하지 않는 꾼이 상당히 많습니다. 다만, 위 사진처럼 발판이 낮은 갯바위는 물때가 만조에 이르면서 자연적으로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청소를 생략해도 되겠지만요. 이곳의 경우, 만조가 되기도 전에 까마귀와 매, 갈매기가 우르르 몰려와 밑밥을 다 주워 먹고 있어 적어도 이런 곳에서만큼은 흘린 밑밥을 치우지 않아도 금방 정화됩니다.  

 

 

다만, 우리가 쓰다 무심코 버리는 원줄과 목줄은 쉬 녹지 않기 때문에 손으로 돌돌 감아서 챙기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곳뿐 아니라 국내 갯바위도 마찬가지입니다. 낚싯줄이 따개비나 거북손에 감겨있으면 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을뿐더러 낚시할 때 기분도 나지가 않습니다. 포인트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주변이 지저분하면, 우선은 짐 정리부터 하고 청소부터 하기를 권하며, 저 또한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날 저녁

 

대마도 마트에서 소주 한 병 가격이 300엔(식당도 아니고). 살 때는 다소 머뭇거렸는데 이걸 보니 사오길 잘했단 생각도 들고. 

 

 

 

#. 두드러기 리포트(2)

이날 점심을 먹고 나서 몸에 접히는 부위란 부위에는 빨갛게 달아오르다가 저녁을 먹고 나자 본격적으로 얼굴이 벌겋게 변하기 시작. 다행히 가렵지는 않았지만, 목과 얼굴이 벌게지고 손목과 발등에도 두드러기가 올라와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보통 두드러기는 어떤 음식에 반응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먹은 것을 종합해 봐도 공통점이나 이렇다 할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타이레놀이나 세네갈산 갈치를 의심했지만, 그로부터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 두드러기가 가시지 않아 정말 음식으로 인한 게 맞나 의심됩니다. 그렇게 4일 차까지 저녁만 먹었다 하면, 어김없이 두드러기가 났는데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은 "혹시 알코올?". 생각해 보니 대마도에 온 이후 저녁마다 술을 먹어서 술에 의한 두드러기가 의심됐습니다. 이제 유력한 용의자는 술. 다음 식사 때는 술을 먹지 않고 반응을 살피기로 합니다.

 

 

다음 날 아침, 선착장

 

대마도 낚시 4일 차 아침, 이날 저와 성준씨는 미네만 초입에 있는 '후타마타 나가세'라 불리는 포인트에 내렸습니다. 현재까지 3박 4일 일정을 보내는 중인데 바람 잘 날이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이날도 초속 12m/s가 넘는 북서풍으로 인해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는데 특히, 사진에서 멀찌감치 보이는 간출여는 최근 며칠간 대박 났던 자리지만, 이날은 오전에 만조가 겹치고 바람도 강해 아무도 내리질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이곳에서 종일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말은 종일 낚시지만, 워낙 숙소와 가까워 중간에 점심을 먹고 성준씨를 보낸 다음 다시 들어올 예정입니다. 그동안 3박 4일 동안 저와 함께한 성준씨는 오전 낚시를 끝으로 집으로 돌아가며, 이날 오후에는 닉네임 상원아빠님이 합류할 예정입니다. 지금쯤이면 KTX에서 몸을 실은 채 대마도에 대한 부푼 설렘을 안고 있겠지요. 그래서 제가 문자 하나를 보냈습니다.

 

"Welcome to Fishing hell"

 

원래는 "지금 상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 지금이라도 취소하시려면 취소하세요."라고 장난치려다가 진짜로 취소할까 봐 일단 저 정도 수위로 문자 하나 보내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이곳도 처음 내린 자리인데 생각해 보니 내릴 때 포인트 안내도 받지 못했습니다. 어떨 때는 포인트 안내가 사람을 헷갈리게 차라리 모르고 하는 낚시가 나을 때도 있는데 이날 만큼은 저도 안내 좀 받아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왜냐하면, 나가는 날이기 때문에 생선 상자 한 박스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주변을 둘러보니 미네만 바깥쪽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설 엄두가 안 나고, 사진에 보이는 갯바위 턱에라도 붙여볼까 싶었지만, 파도가 수시로 넘어오고 있어 이 또한 망설여지고.

 

 

벵에돔 낚시의 기본 채비인 제로찌로 시작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2호 (세미 플로트)

어신찌 : 쯔리겐 전유동 X원투 0호,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울트라플렉시블 2호

바늘 : 벵에돔 전용바늘 6호

 

채비는 전날과 같습니다. 수심이 깊던 낮든, 이른 아침에 벵에돔이 피든 피지 않든 현재로써 제로찌만 고집하는 이유는 입질이 너무 약아서 0c나 00호 같은 잠길찌는 어신 파악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시로 뒷줄을 잡아가면 깔짝이는 입질을 캐치해 낼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입질 예상 지점에 채비를 오랫동안 머물게 해야 한다면, 잦은 뒷줄 조작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찌로 어신을 파악하는 채비로 갑니다. 전날 포말이 왕창 쏟아지는 파도 밭에서도 입질 파악이 되지 않을 만큼 벵에돔의 먹성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보다 내만인 이곳에서의 입질은 어제보다 약으면 약았지 시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낚시 시작하자마자 성준씨가 첫수를 받아내는데 난데없이 연날리기를 합니다.

 

 

좀 전부터 갈매기가 겁 없이 크릴을 받아먹더니 이런 결과가. 하필 걸린 갈매기도 씨알이 워낙 커서 성준씨가 제압에 애를 먹습니다.

 

 

힘껏 당겨 갯바위로 끌고 왔다 싶으면, 다시 날아가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카메라를 놓고 성준씨를 도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좀 전에 마음먹었던 곳으로 채비를 흘리는데 전갱이가 낚이자 뒤도 안 돌아보고 타겟 지점을 옮깁니다. 

 

 

이어서 잔씨알이지만, 긴꼬리벵에돔으로 스타트를 끊는 성준씨.

 

 

이어서 제게는 일반 벵에돔이 물고 늘어지는데 챙길 만한 씨알이 아니라 이런 건 모두 방생하고요. 그러다가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조용하던 미네만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가까운 갯바위 턱 앞에서 이런 벵에돔을 몇 마리 낚았기에 이번에는 조류에 태워 흘릴 생각에 30m 전방으로 캐스팅합니다. 조류는 횡으로 적당한 속도로 흘러가 주면서 왠지 한 마리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아니나 다를까 수면에 작은 베이트 피쉬가 튀어 오르는데 순간 찌가 흔들리더니 다시 떠오릅니다. 그대로 10초를 기다려보지만, 찌는 미동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멸치에 털렸나 싶어 채비를 거둘까 하는데 다시 한 번 찌가 흔들리더니 수면 아래 살짝 잠긴 채로 있습니다. 아 이것 봐라.

 

캐스팅한 지 1분이 지난 시점이라 하층에서 어랭이가 물었나 싶지만, 전에도 이런 입질에 대물 벵에돔이 물고 늘어진 경우를 종종 보아왔기에 끝까지 서두지 않고 얼굴을 확인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20초 이상 흘렀는데도 찌는 수면 아래 살짝 잠긴 채로 놓이고, 전에 성급히 챘다가 벗겨진 경우가 많아서 뒷줄을 사리고 팽팽히 놓는데 그제야 찌가 골골골 거리며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입질이 엄청나게 예민합니다. 첫 어신 후 무려 30초의 시간이 흐르고, 저는 참을 '忍'자를 세 번이나 씁니다. 그리고 찌가 시야에서 보일락 말락 할 즈음, 채비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강하게 챔질합니다. 

 

 

그거 아세요? 챔질하는 순간 바늘이 단단한 위턱에 박히는 느낌을. 바로 그 느낌에 대가 들리다가 휘청거렸고 녀석은 쏜살같은 속도로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왔다!"

 

두 시 방향에 벵에돔이 파고들기 좋은 지형이 물속에 잠겨 있는데 역시 그쪽으로 달아나는 것을 낚싯대 탄성으로 저지합니다. 힘으로 꾹꾹 누르는 녀석에 나도 모르게 허리가 숙여지고, 잠시 멈칫거리는 사이 릴링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겨울 벵에돔의 당찬 손맛은 벵에돔 자체의 힘이기도 하지만, 발밑 지형에 따라 휨새와 각도에 따른 손맛이 매번 달라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차지고 탱글탱글한 벵에돔 회를 씹고 있을 때면 낮에 걸었던 벵에돔 힘이 바로 이 근육에서 나옴을 느끼면서 말이지요. 힘껏 당기는 순간 낚싯대는 허공을 향해 서버림을 예전에 많이 겪었기에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밑 지형을 확인해가며 녀석의 고삐를 컨트롤하는 재미와 때로는 컨트롤이 안 되는 녀석을 걸다 혼쭐 나는 재미도 한겨울 벵에돔 낚시의 매력이겠지요.

 

 

오전 8시 정각, 4짜 중반의 벵에돔을 올린 필자

 

"참을 '忍'자 세 번이면, 벵에돔을 낚는다."는 속담이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지금까지 오짜를 보지 못한 아쉬움은 없습니다. 이 바람통에 이런 손맛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행운이겠지요. 3박 4일 동안 단 한 번도 날이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4짜 한두 마리씩은 매번 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어서 성준씨가 3짜 조금 넘는 벵에돔을 들어뽕으로 올립니다.

 

 

오전 8시 30분이 되자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뜨면서 바다는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수면에 찌가 보이지 않을 때도 이때부터인데요.

 

 

찌가 잘 보이지 않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갈매기들이 포인트 주변을 선회하며 밑밥을 받아먹고 있다는 점입니다. 계속되는 품질에 떠나질 않고 저러다 한두 번은 갈매기를 걸어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가운데, 근방에 있는 성준씨의 찌가 들어갑니다.

 

 

 

"왔다~ 왔어!"

 

성준씨가 대를 세우는 동시에 너무 빨리 앞으로 나가는 바람에 그사이 벵에돔은 갯바위 턱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터트리고 맙니다. 휨새로는 씨알이 상당해 보였는데 아쉽네요. 그사이 유유히 내리던 제 채비는 지금쯤 바닥층 근처에 있을 거란 생각에 낚싯대를 살짝 들었다 놓습니다. 만약, 미끼가 살아있다면 근방에 있는 무언가가 덮석 물 거란 생각으로. 순간 거짓말같이 입질이 들어오는데 제법 시원하게 당겨지는 원줄에 놀라서 채보니

 

 

표준명 황놀래기

 

이곳에서는 흔하디흔한 황놀래기 한 마리가 물고 올라옵니다. 대마도를 비롯해 제주도와 남해 연안에서 쉽게 접하는 놀래기는 총 4종류가 있습니다. 이들 어종을 통틀어 경남에서는 '술뱅이'라 부르고, 제주지방에서는 '어랭이'라 부르죠. 4종류는 표준명 놀래기를 비롯해 용치놀래기, 황놀래기, 어랭놀래기로 이들 어종은 평소 바닥층에 있다가도 밑밥이 뿌려지면, 그날 수온과 여러 조건에 따라 피어오르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피어오르지 않는 종류도 있습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표준명 놀래기와 용치놀래기는 수온이 높을 때 수면까지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주로 장마철을 전후로 많이 피는데 위 사진과 같은 황놀래기와 어랭놀래기는 웬만해선 표층까지 피질 않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말이지요. 그래서 벵에돔 낚시 중에 이 녀석이 물면 목줄에 붙인 봉돌을 떼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미끼의 침강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며, 해당 수심의 하층에 도달했을 때 위 어종이 물고 늘어집니다.

 

 

시간은 오전 9시, 성준씨의 낚싯대가 또 한 번 크게 휘어집니다. 이번에는 대응을 잘해 비교적 여유 있게 끌어올리는데요. 찌가 초릿대 가이드에 약 한 뼘가량 떨어져 있지만, 이 녀석이 쿡쿡거릴 때마다 찌가 초릿대 가이드를 때릴까 봐 지켜보는 제가 노심초사합니다. 발판 낮은 여밭에서 목줄이 필요 이상 길면 결국에는 찌가 초릿대를 때리면서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그런 이유로 발판 낮은 여밭에서는 목줄을 길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길어야 2.5~3m. 물론, 이 이야기는 190cm 이상 장신에게 해당하지 않습니다. 만약, 최홍만씨가 이 자리에서 낚시한다면, 목줄 4m를 써도 크게 상관없겠지요. ^^; 그래서 대물과의 파이팅에서는 키 큰 사람이 좀 더 유리하겠지요.

 

 

정체를 확인하는데 척 봐도 씨알이 괜찮은 벵에돔.

 

 

이런 곳에서는 뜰채질 생략하고 포말을 이용해 질질 끌어올리는 게 빠르지만, 정작 이때는 포말이 치지 않아서 고생. 얼른 가서 목줄 잡아줘야 할 듯.

 

 

그래도 바늘이 야무지게 꽂혀 올라왔습니다. 바늘 선택이 절묘하게 좋았다는 것이고, 계속 이렇게만 올라오면 더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시간은 오전 9시 20분. 제게 또 한 번의 어신이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도 뜰채질 생략하고 질질 끌어 올리니

 

 

35cm급 벵에돔

 

이번에도 정말 깔짝거리는 입질을 서너 번 참아가면서 받아내야 했습니다. 수온은 그렇게 차지 않은데 뭐가 문제인지 벵에돔이 적극적으로 물지를 않습니다. 캐스팅 후 50초에서 1분 전후로 입질이 들어온 것으로 보아 밑밥에 반응은 하는데 3m 이상으로 피어오르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4~6m 권에서 입질이 들어오고 찌가 살짝 들어갔을 때 전광석화같이 바로 채거나 아니면 저처럼 꾹 참았다가 뒷줄로 본신을 유도한 다음 채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며, 저는 주로 후자의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발판이 낮아서 카메라를 매고 하니 동작에 제약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니면 사진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러면 지금처럼 조행기를 쓰기가 어렵겠지요. 어떤 컷이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무슨 일이 벌어지면 찍어 놓고 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20여 컷 당 선택받은 한 컷이 지면에 오르는 것이겠지만요.

 

 

이어서 성준씨의 낚싯대가 크게 휘어지는데 이번에도 연날리기를

 

 

한동안 잠잠하던 갈매기가 다시 붙었습니다. 참 이럴 때마다 괴롭지요. 입질은 간간이 들어오는데 갈매기 한 마리 걸면 시간적 손실이 상당합니다. 게다가 대마도 갈매기는 성체만 날아다니는지 펼친 날개 길이가 거짓말 조금 보태서 미터 급. 이 바람통에도 굴하지 않고 날아다니다 보니 근육이 많이 발달한 갈매깁니다. 어지간해선 지치지도 않더군요. 저 상태에서 목줄 잡을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맨살로 목줄을 만졌다가는 살에 밸 수도 있는데 제가 몇 번 당해 손에 상처만 늘었습니다.  

 

 

한동안 갈매기와 씨름하느라 낚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 녀석들이 이제는 겁을 줘도 도망가질 않고, 발 앞에 넣은 밑밥도 죄도 주워 먹으면서 낚싯대를 휘두르게 하고, 그렇게 휘두르다 보니 채비 정렬이 늦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크릴을 탐하다 몇 차례 걸 뻔했기에 이제는 아예 밑밥으로 잡어 분리, 아니 갈매기 분리를 해가면서 낚시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한번은 채비가 잘 내리고 있고 곧 있으면 입질 반경에 들기 직전인데 발가락으로 줄을 건드리거나 그 상태로 걸치고 날아올라 낚시를 초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갈매기가 극성인 경우는 처음 겪어봐서 당황스러웠는데 막상 밑밥으로 갈매기를 분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캐스팅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닌, 밑밥을 한 주걱 던져서 갈매기를 유인한 다음 그보다 먼 곳에 캐스팅합니다. 다시 처음 던진 곳으로 한 주걱 넣은 다음, 채비를 가라앉혀서 들어오게 하면서 일단은 갈매기의 위협에서 많이 벗어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준씨와 제가 중치급 벵에돔 몇 마리를 낚아냈고, 다시 한 번 입질에 점화를 시도합니다.

 

 

성준씨는 이날 마지막이니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고, 또 지난번 출조에서는 날씨로 인해 조과가 좋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어떻게든 한 박스 마련해서 보내고 싶었습니다. 아직 폭발적인 조과는 없지만, 4짜 전후로 꾸준히 모아놨기에 어떻게든 한 박스는 될 것입니다.

 

 

잠시 후, 서울에서 오셨다는 사장님(성함을 여쭤보지 못했네요.)이 포인트로 들어오시고

 

 

오전 10시 13분경, 철수 시각을 십여 분 남겨둔 가운데 성준씨는 일찌감치 대를 접고 정리에 들어갑니다. 앞으로 10분 동안 더도 말고 두 마리만 더 낚았으면 좋겠는데 그 바람을 바다가 알아줬는지 또 한 번의 약은 입질이 들어옵니다. 이번에도 신중하게 서너 번을 참아가며 챔질 타이밍을 재고 있는데 고맙게도 줄을 살며시 당겨주는 바람에 곧장 챔질로 이어집니다. 대를 세우는데 이번에도 4짜는 넘길 듯 우람한 힘이 전해지고, 발밑에는 여뿌리가 고약하게 뻗지는 않았지만, 벵에돔이 파고들기 좋은 지형이라 여기서 늘 조심해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뜰채질로 갈무리. 4짜를 조금 넘기는 벵에돔 한 마리 추가됩니다. 시간은 10시 21분. 30분에 배가 오기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한두 번의 캐스팅만이 남았습니다. 이제 딱 한 마리만 더 잡으면 미련 없이 대를 접으련만. 

 

"정말 딱 한 마리만"

 

 

철수 직전에 받은 마지막 입질

 

낚시란 게 늘 마음처럼 되지 않았는데 이날 만큼은 신기하게도 마음먹은 대로 되더군요. 이번 대마도 낚시는 유독 철수 직전에 던진 마지막 캐스팅에서 극적인 입질을 받아냈는데 이때도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던져야지 했는데 입질이 들어와 줍니다.

 

 

손맛도 정말 당차고, 씨알도 그리 나쁘지 않고. 이 엄동설한에 이런 손맛을 어디 가서 보겠나 싶기도 하고.

 

 

마지막까지 4짜급 벵에돔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고기가 연달아 걸리는 와중에 철수하게 돼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목표를 달성했으니 미련 없이 대를 접어야겠지요. 

 

 

대마도 낚시 3일 차, 오전 조과

 

많은 마릿수는 아니지만, 잔 씨알은 방생하고 대부분 4짜 전후로 담아올 수 있었던 기분 좋은 낚시. 그것도 엄두가 나질 않는 바람통에서 바람을 등지고 얻어낸 행운이었습니다.

 

 

앞서 전날에는 후타마타에 내린 분이 다수의 벵에돔과 함께 4짜급 돌돔을 낚아왔는데요. 

 

 

쫄깃하고 탱글탱글함에선 최고인 돌돔 회

 

대마도를 떠나면서 제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덕분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

 

 

두드러기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돌돔 쓸개주를 참아야 했던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점심에 돌돔 회라니요.  

 

 

이제는 떠나는 성준씨를 위해 고기를 장만해야 할 시간. 돌아가면 횟감을 기다리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있겠지요. 그래서 4짜 이상의 벵에돔은 특별히 골수 마비(이케시메)로 장만해 봅니다. 이케시메에 관해선 일전에 글을 올렸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관련 글 : 횟감용 생선을 가장 싱싱하게 해주는 신경절단법)

 

이렇게 이케시메를 한 것과 하지 않은 횟감은 수 시간을 숙성했을 때 육질에 차이가 납니다. 특히, 대마도에서 고기를 공수해 가지고 올 때는 부산에 사는 분이라면 크게 상관없지만, 저처럼 서울로 수 시간 이상 숙성해 와야 한다면, 이케시메가 육질 보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적당히 한 박스 채워서 가져가게 된 성준씨. 비록, 일정 동안 날씨가 좋지는 않았지만, 이번 대마도 출조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가기를 바래봅니다. 성준씨를 보내고 홀로 남은 저는 곧바로 오후 출조길에 오릅니다. 지금쯤이면 상원아빠님이 대마도에 도착해 이곳 민숙집으로 오는 중일 텐데, 그사이 저는 오전에 낚시한 자리로 돌아가 벵에돔 낚시 패턴을 잡아 놓고 있을 것입니다. 일주일간 대마도 낚시, 이제 절반이 지났습니다. 앞으로의 일정에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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