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7), 손맛 보장하는 대물 벵에돔 포인트, 후타마타에 가다


 

 

 

#. 지난 글 목차

바다낚시의 천국, 대마도에서의 일주일(프롤로그)

대마도 낚시(2), 마지막 캐스팅에 낚은 82cm 괴물 광어

대마도 낚시(3), 미지의 도보 포인트 낚시, 10시간의 망중한

대마도 낚시(4), 발앞에서 낚이는 대물 벵에돔

대마도 낚시(5), 걸면 4짜, 한겨울 벵에돔 낚시의 매력

대마도 낚시(6), 굶주린 갈매기의 입질, 3마리 낚은 후

 

 

계속해서 이어지는 6박 7일 대마도 낚시 조행기입니다. 오전에는 비바람으로 인해 미네만 안쪽에서 감성돔을 노리고 낚시해봤지만, 4짜 중반급 황줄깜정이와 중치급 벵에돔 몇 수에 그쳤습니다. 추위에 벌벌 떨다 철수하고선 민숙집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강행군을 펼치기로 하는데.

 

 

이번에는 '후타마타'라는 포인트로 들어갑니다. 지난 며칠 간 조황이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로 꾼들이 서로 들어가려는 눈치가 있을 만큼 뜨거운 감자로 부상 중인 곳이죠. 미네만 입구에 자리한 곳으로 북서-서 계열의 바람이 강하게 내리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창 시즌이 무르익어갈 요즘, 해질 때 4짜급 이상의 벵에돔만 수십 마리씩 배출해내는 곳입니다. 저 역시 며칠 동안 지켜만 보다가 이제야 내리게 되었는데 이날 어떤 낚시가 전개될지 매우 궁금합니다. 

 

 

오후 1시, 끝썰물에 진입

 

이 포인트는 본섬에서 약 10m가량 떨어진 넓은 여로 동서남북 네 방향을 모두 노릴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가 만조가 되면 제가 선 이곳은 모두 잠기며 그나마 높은 자리만이 빼꼼히 남게 됩니다. 어디부터 공략해야 할지 둘러보는데 사진은 남쪽을 바라본 모습으로 건너편 간출여와 물골이 형성되고 있어 물때에 따라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원래 이 포인트는 서쪽을 바라보고 난바다를 향해 캐스팅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울이 수시로 갯바위를 덮치고 있어 할 수 없이 포기합니다.

 

 

이날은 상원아빠님과 함께 빅마마 피싱리조트 대표인 정효룡 사장님과 함께 동행했습니다. 정 대표님은 남쪽을 보고 맞은편에 있는 간출여 사이를 공략할 것으로 보이고, 저와 상원아빠님은 본섬을 마주한 물골을 공략해보기로 합니다.

 

 

본섬과는 불과 10m 정도 떨어진 작은 물골입니다. 이렇게 보니 무슨 냇가에서 낚시하는 기분도 드네요. ^^ 바람 때문에 메인 포인트를 포기해도 사방이 포인트이라 차선책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이곳은 지형 여건으로 보아 일몰에 반짝 몰아치는 입질을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보여 지금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탐색전으로 간만 보기로 합니다.

 

 

벵에돔 기본 채비인 제로찌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2호(세미 플로트 타입)

어신찌 : 쯔리겐 전유동 X원투 0호,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울트라플렉시블 1.7호

바늘 : 벵에돔 전용바늘 6호

 

처음 시작은 언제나 그랬듯 제로찌 기본 채비입니다. 해질 때 씨알 좋은 긴꼬리벵에돔이 들어오면 채비에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이때는 한낮인 데다 수심이 낮고 활성이 다소 낮아져 있는 일반 벵에돔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표층부터 3~5m 층을 고루 공략하기 위한 제로찌로 선택했습니다. 몇 번 흘리는데 조류가 시냇물에 가까울 정도로 방방히 흐르고 있어 g5번 봉돌을 두 개로 분납해 바닥 어딘가에 있을 대물급 벵에돔을 노려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어랭이와 복어의 성화에 냇가 낚시는 이 장면을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어랭이는 참을 수 있는데 복어 때문에 지금 바늘을 몇 번째 털렸는지 모릅니다. 9~10번만 털려도 3,500원짜리 바늘 한 봉지 값이죠. ^^; 남쪽을 보니 정 대표님도 잠잠하시고, 낚시가 생각처럼 풀리지 않자 상원아빠님이 먼저 자리를 옮기는데 새로 옮긴 곳은 최근 폭발적인 조황을 보인 북쪽 자리.

 

 

자릴 옮긴 지 얼마 안 돼 상원아빠님이 벵에돔을 확인하면서

 

 

저와 정 대표님 모두 이곳으로 집결. ^^; 후타마타 북쪽 자리는 멀리 미네만의 수려한 자태를 보면서 하는 낚시입니다. 원래는 서쪽 난바다 방향이 메인이지만, 요근래 날씨가 좋지 못해 이곳에 내린 꾼들은 대부분 이 자리에서 낚시하다가 떼고기 조황을 맛보곤 했습니다. 수심은 깊어 보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반드시 들어와 손맛을 보장해주는 약속의 땅에서 두근두근 설렘을 안고 탐색전을 펼치던 중.

 

 

오후 2시경, 전형적인 벵에돔 어신이 들어옵니다. 찌가 잠방잠방 들어가는 듯하더니 살며시 원줄이 펴지는 그런 입질에 챔질하자 꾹꾹 누르며 낚싯대를 가져갑니다. 이제 폭조의 시작일까요? 

 

 

조금 멀리서 받은 입질이라 초반에는 무난하게 끌고 왔는데 발밑으로 다가오자 '와락' 하며 처박는 녀석을 살살 달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는 대를 세울수록 더욱 격렬하게 처박기 때문에 대를 수평에 가깝도록 낮춘 상태에서 버팁니다. 초릿대 보십시오. 금방이라도 훅하고 물속에 처박을 것 같지 않습니까? ^^

 

 

갯바위 턱으로 파고드는 녀석을 돌려세우고 난 후부터는 적극적인 펌핑을 시작. 힘이 빠질 때까지 이러고 있으면 수면에 에메랄드 빛깔의 뚱뚱한 벵에돔이 반기겠지요. 씨알은 40cm가 될까 말까 해 들어뽕은 좀 그렇고 해서 뜰채를 찾는 데 저만치 있길래 그냥 들어뽕 하다 팅! 걷어보니 바늘이 벗겨져 버렸습니다. "운 좋은 녀석. 넌 끝까지 살아서 70cm까지 자라거라." 하지만 놓친 녀석이 포인트를 휘젓고 다니면서 이제 막 붙기 시작한 벵에돔 무리를 와해시키는 건 아닌가 걱정도 듭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뽑아내는 벵에돔일수록 한 마리 한 마리 신중을 기해야 패턴이 잡히고 그것이 마릿수로 연결되는 것인데 말이지요. 

 

 

저 멀리 후타마타 가라세에는 두 명의 민숙집 손님과 김익재 가이드가 함께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익재님이야 빅마마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가이드 업무를 보고 계시니 고기가 들어오면 언제든지 뽑아낼 것으로 보이며, 저곳을 거울삼아 우리의 포인트 상황도 점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시간이 시간인지라 이렇다 할 입질이 없고.

 

 

처음 내린 주제에 포인트 설명까지 하는 건방진 입질의 추억 ^^;

 

 

음...!?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아니면 좀 전에 홀라당 벗겨진 녀석이 깽판 쳐서 그런지. (참고로 깽판은 표준어랍니다. ㅎㅎ) 낚시가 전~~혀 안 되자 이렇게 특급 포인트까지 들어와서 노가리나 까고 있습니다. 아직 피팅 타임이 오려면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하니 체력 비축을 위해서라도 설렁설렁해야겠지요. 예전 같았으면 죽으나 사나 낚시만 하던 저도 이제는 여유가 생겼는지 낚시 스타일에도 조금씩 변화가 오는가 봅니다. 죽어도 안 잡힐 때는 이렇게 쉬어주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음을 알면서도 몸이 말을 안 듣는 유체이탈, 이젠 좀 나아졌으려나요. 다만, 이 녀석들이 언제 우르르 입질해 댈지는 모르는 일이라서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면 한 사람은 망을 보든지 서로 교대하든지 해서 포인트 상황을 꾸준히 점검해야 좋을 것입니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3시. 슬슬 입질이 들어올 때도 되었는데 웬일인지 잡어 한 마리도 피질 않고 크릴도 그대로 살아오는 현상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두 분이 갯바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는 이곳에서 낚시가 잘 이뤄지지 않은 생자리를 찾아 그곳에 웅크리고 있을 붙박이 벵에돔을 노려봅니다. 다른 곳은 조용한데 유독 홈이 패인 이곳에만 포말이 일고 있으니 비록, 한낮이어도 한 마리 정도는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장담하면서 X 지점에 찌와 밑밥을 함께 넣고 기다립니다. 분명 저 아래에 벵에돔이든 뭐든 있다면 내려지는 밑밥이 대가리 위에 쌓일 것이고 ^^; 그러다 잠에서 깨면 그중 도드라져 보이는 내 미끼를 탐하면서 덜커덕!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는 찰나에 진짜로 입질이 들어옵니다.

 

"봤죠? 제 생각이"

 

 

왕 어랭이 한 수

 

"틀렸다는 거. ㅠㅠ"

 

쩝. 좀 전부터 톡톡 건드린 입질이 저 녀석이었군요. 여러 번 던져보았지만, 좁은 홈통에서 확인된 생명체라곤 어랭이 한 마리뿐. 아무래도 이곳에는 벵에돔이 없거나 있어도 입을 완전히 다문 상태이거나 둘 중 하나. 비전이 없으니 원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때마침 낚시를 시작한 정 대표님이 긴 정적을 깨고 입질을 받아냅니다. 

 

 

크진 않아도 꽤 오랜만에 벵에돔이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이어서 상원아빠님도 한 마리 거두며 폭조의 점화에 불을 붙여 봅니다. 시간은 오후 4시에 접어들었고 물때도 이제 막 초들물이 시작됐기에 포인트에는 슬슬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쯤이면 벌써 35cm 이상 한두 마리는 비춰야 함에도 또 다시 소강상태로 가면서 낚시는 미궁에 빠지고 맙니다. 우리의 거울인 건너편 포인트도 잠잠하기는 마찬가지. 전날까지 고기가 계속 나왔는데 뭔가 계산이 빗나간 걸까요? 정 대표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고, 상원아빠님도 이제나저제나 찌가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이곳에서의 조황을 살피면 낮에도 씨알급 벵에돔이 따문 따문 물다가 오후 4시를 기점으로 가히 폭발적인 입질이 이어지면서 1인당 4짜 전후로만 10마리 이상 챙기곤 했는데 오늘은 뭔가 바다 상황이 안 맞는지 크릴만 계속해서 살아오는군요.

 

밑밥을 뿌리면서 조금이라도 변화하는 바다를 읽으려고 애를 써봅니다.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잡어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모습에서 벵에돔이 들어왔음을 직감했다가도 계속해서 크릴이 살아오자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경험적으로 오후 5~6시에 이어지는 폭발적인 입질은 그 전조 현상이 분명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그 전조 현상은 오후 3~4시부터 입질이 따문 따문 들어오는 것인데 이날은 그런 입질이 아예 없었다는 점에서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고기가 많이 나왔을지 몰라도 이날 만큼은 죽은 바다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인트를 남쪽으로 옮기고 행여나 들어올지도 모를 폭조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망을 보기로 합니다. 건너편 간출여를 바라보고 적당히 던지자 조류가 왼쪽으로 보기 좋게 흘러갑니다. 포말도 적당히 일고 있어 폭발적인 입질은 아니더라도 한두 마리는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다 한 번은 입질이 없어 채비를 거두자 그제야 낚싯대가 꾹꾹 합니다. 물고 있는지도 모른 채 얼떨결에 올린 녀석은 다름 아닌.. 

 

 

학꽁치. 씨알도 형광등급에 달한 녀석들이 지천으로 깔리면서 밑밥을 주워 먹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런 학꽁치는 원 없이 잡겠지만, 대마도라는 장소가 주는 인식과 분위기로 인해 마냥 학꽁치와 놀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맛으로만 따지면 지금의 학꽁치가 최고죠. 살은 토실토실하게 쪄서 썰어 먹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수면에 학꽁치를 따돌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미끼를 내려도 입질이 없다는 것. 봉돌을 물려 바닥까지 내려도 물고 올라오는 것은 어랭이. 이게 아닌데. 지금 시즌, 이 시간에 이 좋은 포인트에 벵에돔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돼. 있어도 물지 않거나 아니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거나.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낚싯대가 잠잠한 걸 보면 순전히 내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자.

 

그래서 저는 붙였던 g5 봉돌을 모두 떼고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합니다. 바늘을 5호로 낮추고 바늘 위 50cm 부근에 g7번 봉돌 하나만 붙여 채비를 내려보기로 합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봉돌이란 것은 아예 붙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조류가 제법 속도를 내거나 수면에 학꽁치가 붙으면 같은 호수라도 중량이 나가는 바늘을 선택하거나 혹은 작은 봉돌이라도 물려 채비 내림을 시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겠지요. 이 상황에서 000(쓰리제로) 찌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작 3~4m 밖에 나오지 않는 여밭에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이고, 무엇보다도 입질이 약아 어신을 캐치하기에도 불리합니다. 지금은 제로찌에 봉돌 수정을 수없이 가하면서 최적의 내림 상태를 만드는 것. 그렇게 해서 낱마리라도 잡아내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이미 이런 상황이라면, 폭조는 고사하고 낱마리나마 포인트 내에 산재한 벵에돔을 뽑아내는 것이 최선일 듯합니다. 그래서 밑밥은 포말에 다량으로 넣어 학꽁치의 시선을 유도한 다음, 포인트에 두 주걱을 넣고 곧바로 캐스팅합니다. 건너편 간출여 방향으로 던져진 찌를 끌어와 밑밥이 들어간 곳에다 놓고 학꽁치 몇 마리가 찌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니 제발 건드리지 말기를 바라면서 있는데 순간 찌가 골골 하며 가라앉습니다. 캐스팅하지 불과 30초. 벵에돔이라면 목줄이 정렬되려고 할 때 무는 것이니 떠서 문 것입니다.

 

대를 힘껏 세우자 벵에돔 특유의 파고드는 힘이 팔로 전해질 때, 기억 저편으로 잊힐 것 같았던 손맛이 짜릿하게 파고듭니다. 발앞에는 날카로운 턱이 있어 신경이 쓰이지만, 최대한 앞으로 나가 바깥쪽으로 뽑아내듯이 녀석의 움직임을 콘트롤 합니다. 오랜만에 느껴본 손맛(그래 봐야 몇 시간 만이지만)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씨알이 커서일까? 생각보다 굵은 씨알을 예상하며 뜰채질에 들어가는데.

 

 

35cm급 벵에돔

 

힘을 많이 쓰길래 4짜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한 것보다는 작은 씨알. 물골에 방방한 조류를 거스르며 잡은 것이라서 그런가 싶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없었던 입질이 따문 따문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고기가 나오기 시작해 일행을 이쪽으로 부르고.

 

 

몇 번 캐스팅하지도 않았는데 연속으로 들어온 입질. 이번에는 30cm급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어가는데

 

 

계속해서 이어지는 입질. 이번에는 26~27cm 정도 되는 벵에돔 한 마리를 들어뽕하고 서둘러 캐스팅하자 수면에 학꽁치가 튀고 난리도 아닙니다.

 

"이제 고기 붙었다."

 

순간 와락 하며 들어온 입질로 보아 긴꼬리벵에돔을 예상. 처음에는 낚싯대를 이리저리 가져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옆으로 째며 달아납니다. 뭘까? 낚싯대를 반대로 틀어 녀석의 머리 방향을 바꾼 다음 수면에 띄우긴 띄웠는데 힘으로 제압해 띄웠다기보다 녀석이 스스로 올라온 것입니다. 그때 멀찌감치 서서 확인한 것은 분명 숭어인데.

 

 

정체 불명의 고기가 바늘털이를 위해 점프하는 장면

 

다시 보니 숭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숭어가 저렇게 높이 뛰면서 바늘털이하는 경우도 처음이고 그렇다고 농어는 더더욱 아니고. 애초에 미끼를 가져갈 때부터 긴꼬리벵에돔처럼 와락 했기에 숭어 입질과도 거리가 멀고. 사진을 확대해도 잘 보이지가 않으니 일단은 제가 모르는 고깁니다. 덩치는 커도 시간이 지나면 순순히 끌려오는 숭어와 달리 이 녀석은 이리 날뛰고 저리 날뛰다가 그만 바늘이 벗겨지는 바람에 정체를 확인하지 못한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서둘러 다시 던져보지만.

 

 

괜찮은 씨알의 쥐치가 반겨주네요. 말쥐치가 아닌 오리지널 쥐치가 이 정도 크기면 도감에 쓰인 "몸길이 30cm까지 자란다."에 가까운 성어입니다. 살아있을 때 포를 뜨고 깨끗한 타월에 말아 냉장고에 넣어 둔 다음, 쥐치 생간을 간장과 와사비와 함께 믹서기에 갈아 소스를 만듭니다. 두어 시간 지난 후 쥐치를 꺼내 썰고 쥐치 간 소스에 찍어 먹어야 어디 가서 '나 쥐치 회 좀 먹어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건 없고요. 그래도 알아주는 별미니 저런 쥐치를 잡으면 꼭 그렇게 해서 드셔 보길 바랍니다. 하다못해 생간을 몇 점 집어 드셔 보십시오. 정말 푸아그라 뺨치는 녹진함에 입에 살살 녹는 땅콩버터 맛이 느껴질 것입니다. 행여나 생간에 박혀있을지도 모를 고래회충은 잘 빼 드시고

 

 

쥐치를 잡고 난 이후 상원아빠님이 35cm 정도 되는 벵에돔 한 마리를 낚아 올립니다. 이 녀석을 낚기 전에 상원아빠님이 4짜 후반에서 5짜는 됨직한 벵에돔을 걸었지만, 파이팅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터트려 아쉬움을 남기던 찰나, 이 녀석을 걸고 좀 전과 똑같이 고전하시길래 좀 전에 놓친 녀석이 4짜 후반은 안 되겠구나 싶어 그나마 위로(?)가 되고. ㅋㅋ

 

원래 벵에돔 낚시란 게 하면 할수록 쉬워야 하는데 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하면 할수록 대물 입질을 받을 확률이 점점 높아지면서, 오히려 고기를 잘 터트리는 상황이 빈번해집니다. 감성돔은 입질 받기까지가 어렵지만, 벵에돔은 입질을 받고 나서부터가 문제라 발 앞에서 파고드는 벵에돔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많이 터트리죠. 지금 이 시즌, 대마도는 걸면 4짜가 넘어가는 확률이 못해도 30% 이상입니다. 포인트마다 정반대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지만, 서쪽 해안의 경우 세 마리 걸면 그중 한 마리는 4짜이고, 개중에는 4짜 중반에서 후반 씨알도 그리 어렵지 않게 받아내지만, 경험 부족으로 제압에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낚시는 고기를 걸고 손맛을 보고 손에 쥐어보는 것인데 걸어도 고기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터트리는 문제가 빈번하다 보니 타박 아닌 타박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그럴만한 처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기록어가 될지도 모를 큰 고기를 걸어도 거는 족족 터트리니까 옆에서 지켜보는 제 마음이 얼마나 아프면(핑계대지마) 그러겠습니까? ^^;

 

 

이제는 해넘이를 바라보며 마지막 스파트를 올려보지만, 아까도 예상했듯이 이날은 뭔가 상황이 맞지 않아서인지 긴꼬리벵에돔이 들어오지 않았고, 그나마 낚이는 일반 벵에돔도 씨알이 잘아서 4짜급 이상은 낱마리 조황이 예상됩니다. 그 낱마리라도 뽑아내자는 생각에 대를 놓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지만, 낚시는 하면 할수록 쉽지 않네요. 하루에 4짜가 넘는 벵에돔만 수십 마리씩 배출해낸 명소도 뭔가 조건이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사실을. 여자 마음은 어떻게든 알아낼 길이 있어도 한낱 인간으로서 바닷속 마음은 알아낼 방도가 없군요.

 

 

그렇지만.. 기어이 입질을 받아냅니다. 계속해서 들어가는 밑밥에 잡어도 많이 부상하고 잔씨알급 벵에돔도 부상하는 분위기에서 이번에는 그럴싸한 녀석을 걸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파이팅을 서두릅니다. 너무 바짝 끌었는지 선상 낚시도 아니고 수면 위로 철퍼덕거리며 질질 끌려오는 신세. (이때 사용한 목줄은 1.7호에서 2호로 갈았습니다.)

 

 

45cm급 벵에돔

 

질질 끌려온 4짜 중반 벵에돔이니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이제 철수시각이 다가오고 있어 아기자기한 손맛보다는 뽑아 먹는 재미가 간절합니다. 발판 근처에는 자연 물칸이 있어 뒤처리가 수월하고요. 일단 던져놓고선 뒤도 안 돌아보고 크릴을 꼽아 던집니다.

 

 

연거푸 들어오는 입질. 그런데 팅! 아~ 이번엔 더 컸는데 ㅠㅠ

 

 

뒤늦게 합류한 정 대표님도 몇 수 거들고 있지만

 

 

어차피 낱마리라면, 결정적인 씨알 다시 말해, 4짜 후반에서 5짜 벵에돔이 절실한 이때이건만, 이날도 볼 수 없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한 마리 낚는 과정만 해도 A4 용지는 꽉꽉 채울 만큼 자세히 묘사했는데 이곳에서는 40cm급 벵에돔이 우습게 낚여서 그런지 조행기가 점점 가벼워지고 글쓴이 마음도 점점 간사해지는 느낌이군요. 내가 언제부터 이런 벵에돔을 낚았다고 에잇~ 정말로 대마도는 초심을 파괴하는 아주 못된 곳입니다. ㅠㅠ

 

 

이왕 초심이 파괴된 김에 철수 직전에 기적 같은 5짜 한 마리 걸어야 할 텐데(아직도 정신 못 차림 ㅎㅎ)

 

 

포인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돌고래

 

결국, 이날의 패인은 돌고래였음을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요근래만 해도 이 시간에 40cm 전후로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이날은 상황이 완전히 달랐죠. 수온 이상 없고, 물때 이상 없고, 날씨는 오히려 좋아졌고, 그런데 잡어조차 입질하지 않았던 북쪽 포인트에서 크릴만 계속해서 살아온다는 것은 뭔가 있다는 것. 건너편 후타마타 나가세에 내린 팀도 조황이 좋지 못했는데 그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4m는 됨직한(보기엔 작아 보여도 돌고래치곤 엄청나게 컸답니다.) 돌고래가 포인트 가까이 들어와 물속을 휘젓고 다녔다는 점. 좋으나 싫으나 지금은 돌고래 한 마리로 위안 삼아야 할 판입니다.

 

 

#. 두드러기 리포트(4)

대마도에 온 이후, 저녁만 먹었다 하면 얼굴에 두드러기가 돌아 원인을 캐내야 했는데 처음에는 알코올을 의심했다가 술을 먹지 않아도 올라오는 두드러기에 가만히 공통점을 생각해보니 다름 아닌 '생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저녁은 생선만 빼고 먹었죠. 그 결과 두드러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류 칼럼니스트가 어류만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이 상황이 좀 처럼 받아들여지질 않는군요. 회는 물론, 탕, 구이도 가리지 않고 생선만 먹으면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ㅠㅠ

 

 

계속되는 강행군에 조금 지쳐 보이는 상원아빠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은 초속 17m/s의 북서풍이 대마도 서쪽 해안을 강타하면서 아예 배가 뜨질 못했습니다. 도보 포인트에서 억지로라도 낚시할 팀을 빼곤 민숙집에 남아 휴식을 취하기로 합니다. 상원아빠님도 지친 터라 이날 오전만 쉬자 했지만, 6일째 낚시 중인 제가 멀쩡한 관계로 상원아빠님을 모시고 그렇게 반강제적인 출조길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끌려온 곳은 작은 어촌의 부둣가. 초속 17m/s면 주의보급인데 이런 강풍에서 낚시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날 돌고래 여파(?)로 손맛에 굶주린 저는 이곳에서 짧은 오전 낚시를 이어가기로 합니다.

 

 

그리곤 인기척도 없는 마을 선창가에서 제법 큰 입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6박 7일 대마도 낚시는 폭조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지금은 폭풍전야입니다. 다음 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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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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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15 13: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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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를 하면서 큰고기를 잡아본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고기가 믈어도 해결되지 않은 경우가 많더군요.
    큰고기를 잡아본젇느 없으니 터트려도 내고기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제 장비에 대한 믿음도 부족했던것이 사실이었구요.
    목줄 2.0호가 그렇게 강한 줄이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빨리 폭조의 결과가 보여졌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2016.03.16 12: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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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있어요. 눈요기 잘 하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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