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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낚시(8), 강풍 뚫고 방파제서 낚은 대물 벵에돔
#. 2016 겨울 대마도 조행 시리즈
대마도 낚시(2), 마지막 캐스팅에 낚은 82cm 괴물 광어
대마도 낚시(3), 미지의 도보 포인트 낚시, 10시간의 망중한
대마도 낚시(5), 걸면 4짜, 한겨울 벵에돔 낚시의 매력
대마도 낚시(6), 굶주린 갈매기의 입질, 3마리 낚은 후
대마도 낚시(7), 손맛 보장하는 대물 벵에돔 포인트, 후타마타에 가다
이름 모를 마을 방파제
3박 4일 동안 성준씨와 함께했고 이후 상원아빠님이 합류하면서 다시 3박 4일을 함께하는 여정. 그렇게 6박 7일 동안 대마도 출조에서 6일 차 오전을 맞이합니다. 6일 동안 낚시하면서 바람과 파도의 부담을 지우고 편히 낚시했던 날은 단 하루. 그 외에는 쉼 없이 몰아치는 강풍과 비바람에 어렵사리 낚시를 이어나가야 했습니다. 썩 만족스로운 조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빈작도 아닌 상황에서 출조 때마다 4짜급 이상의 벵에돔이 2~3마리씩 나와준 것. 그래도 모든 꾼이 열망하는 폭조 즉, 폭발적으로 휘몰아치는 상황은 아직 보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첫날 뜻밖에도 대광어가 낚이면서 폭조의 전주곡은 시작되고 있었죠. 이제는 절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초속 17m/s의 강풍이 대마도 서쪽 해안을 강타한 상황
대마도까지 와서 마을 앞 방파제로 온 이유는 하나밖에 없죠. 낚시할 데가 없어요. ^^; 주의보급 날씨로 갯바위 출조선은 결항이고 민숙집 선장들은 오전에 쉽니다. 현지 선장들은 월급으로 일하기 때문에 이런 날이 많으면 많을수록 땡큐가 아닐까 싶은데 ㅎㅎ. 어쨌든 사진에 보이는 깍두기 모양의 테트라포드에는 대물급 벵에돔이 우글우글하다고 합니다. 날이 좋지 못할 때면 저곳에서 돌돔이나 벵에돔을 노리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자리한 곳은 방파제라 하기에도 뭐한 마을 앞 부둣가. 대상어는 자리돔(?) 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즌 자리돔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물급 벵에돔에는 수온이 안정되었을지 몰라도 자리돔에게는 춥기 때문이겠죠. 생각해보니 지난 6일 동안 자리돔을 본 적이 딱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밑밥을 뿌려보니 예상대로 자리돔이 피질 않고, 아무래도 이날은 어랭이나 잡아야 할 운명인가 봅니다.
이날 대물 벵에돔을 잡겠다고 민숙집에 들어온 손님은 많았는데 제 기억에 이날 오전에 출조한 팀은 우릴 포함해 두 팀 정도였을 겁니다. 한 팀은 제가 감성돔 낚시 중에 얻어걸린 대광어를 잡았던 곳으로 들어가 대광어를 노릴 것 같고(?) 나머지는 이곳으로 왔습니다. 사진은 부산에서 온 부부 조사님인데 사모님과 함께 종종 대마도로 다닌다고 하는데 아마도 저 모습이 우리 부부의 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식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저렇게 낚시나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려면 노후 준비도 잘해야 할 텐데 지금은 노후 준비는 고사하고 들었던 적금을 깨부수어야 할 상황이니 쩝. 아직은 아득히 먼 미래의 일이지만, 언젠간 저도 아내와 함께 여유 있게 낚시 다닐 날이 오겠지요? 그때도 지금처럼 사진 찍고 조행기 쓰면서 낚시할까요? 아니 그 전에 블로그란 플랫폼이 명맥이나 유지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세미 플로트 타입)
어신찌 : 쯔리겐 아시아 LC 0a(제로알파),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울트라플렉시블 1.7호
바늘 : 벵에돔 전용바늘 5~6호
제 채비는 언제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다만, 마을 앞 선창가다 보니 채비를 약간 경량화했습니다. 바람을 등지긴 했지만, 워낙 강풍이라 감아 들어오는 바람에도 낚싯대가 휘청거리는군요. 밑밥을 던지면 왼쪽으로 휘어지고 캐스팅하면 찌도 바람에 밀려 왼쪽으로 떨어집니다. 원하는 곳으로 채비와 밑밥을 넣으려면 오른쪽으로 15도로 각도를 틀어 캐스팅하고 품질 해야 했습니다. 이런 강풍 속에서 정확하게 찌와 밑밥을 한 곳에 넣는 일은 쉽지 않을 겁니다. 몇 번의 미스 캐스팅, 몇 번의 품질 BBIG사리, 그러다 감을 찾기는 했는데 이거 무슨 포트리스 게임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도 이런 여건에서도 던지고 품질 하는 연습은 제법 된 모양입니다. 이번 대마도 출조로 인해 이제 웬만한 바람은 두렵지 않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
무려 벵에돔으로 더블히트
어쨌든 자리돔을 노리고(?) 낚시하는데 무려 벵에돔이 더블히트가 됩니다. 와 이런 곳에도 벵에돔이 낚이다니(오늘은 글 쓰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에 ㅠㅠ)
잠시 후 벵에돔이 또 잡혔습니다. 뒤에 집들이 많이 보이는데 저기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아마 그렇게 된다면 낚시가 재미없겠지요? 낚시란 출조할 때의 설레는 기분이 백미인데 저런 곳에 살면 츄리닝 입고 털레털레 걸어와서 그날 반찬감이나 잡아가는 그런 낚시가 일상이 돼버리겠지요.
사실 주의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부둣가로 오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조과에 대한 부담감이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보기에는 이래도 바람이 터질 때는 이곳만 한 곳도 없습니다. 하루인가 이틀 전에도 바람을 피해 온 팀이 이곳에서 4짜를 비롯해 씨알 굵은 벵에돔을 스무 마리 정도 잡았다고 하니 저도 그 팀이 거둔 조과의 절반은 잡아야 체면이 서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었던 것입니다.
앞서 상원아빠님은 인제 이틀 낚시했음에도 등이며 어깨며 안 쑤시는 곳이 없다고 출조를 포기하려 했습니다. 그것을 급구 만류해 모시고 온 곳이 이곳인데요. 척 봐도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마을 앞 부둣가지만, 다른 팀이 거두었던 조과도 있고 하니 이왕 이렇게 된 출조 최선을 다해 좋은 그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다시 대광어가 잡힐 리는 없겠지만, 조용한 마을 앞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물이 물고 늘어지는 의외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에 은근히 그런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기도 했지요.
정말 예상치 못했던 어종이기만 하면 됩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그런 어종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바람은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입질이 없다가 한번은 발 앞을 노리는데 찌가 광속으로 들어가서 얼떨결에 챔질. 한두 번 꾹국 하는데 벵에돔 느낌이랑 다릅니다. 올리는데 분홍빛 자태가 선명한.
표준명 참돔이 올라옵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지요. ^^; 낚시에서 이만한 참돔은 복이 아닌 황을 몰고 온다는 게 흠이지만, 일본에서는 참돔이 복(福)을 부르고 장수하는 물고기로 귀히 여깁니다. 지금도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면 어김없이 참돔 요리를 대접하고 있죠.
그렇게 어린 참돔을 연달아 두 마리를 낚자 억지로 끌려와 낚시할 마음도 기분도 없어 보이는 상원아빠님의 대가 휩니다.
사실 이 글을 통해 고백하자면, 블로그를 운영하고 조행기로 나름대로 인기를 얻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팔로워가 늘면서 팬이라 자처하는 일부 독자분들이 일주일에 몇 차례 정도 동출 제안을 해오기도 합니다. 네이버 쪽지, 메일, 방명록, 비밀댓글 등등으로 받는 동출 제안이 수십 건은 되는데 사실 제가 뭐라고 동출 제안도 받는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통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저와 동출하면 굉장히 피곤해진다는 것입니다. 일단 저와 동출 하면 카메라 조작은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자기 낚시하기도 바쁜데 남의 낚시 사진 찍는다 생각해보세요. 낚시를 마치고 펼친 조과를 찍는 건 쉽습니다만, 그 과정을 일일이 기록해야 하는 제 조행기 특성상 왠만한 꾼들이면 그 전에 질려버릴지도 모릅니다. 물론, 제 조행기에 자기 얼굴이 나오고 그것이 주변 지인들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인낚(인터넷바다낚시) 메인에 걸리고, 다음이나 네이버 메인에 걸리기도 하며, 월간낚시21, 월간낚시춘추, 월간 아웃도어, 루어앤플라이, 그 외 여러 미디어에서 초상권이 노출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입니다.
성격이 꼼꼼하다 보니 매사가 피곤하고 실제로 낚시도 다소 피곤하게 합니다. 글에 죽고 글에 사는 인생이기 때문에 생각나는 게 있으면 메모를 하든 사진으로 기록하든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피곤해지는 사람은 저를 지척에 둔 일행일 것입니다. 저를 좋게 봐주시고 동출 제안까지 해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위에 열거한 것을 감내할 수 없다면 서로가 피곤해져서
보세요. 보기엔 웃고 계시지만 얼마나 피곤한 모습입니까? 온몸이 쑤셔 파스까지 붙이고 아침에는 진짜 나가기 싫은 사람 억지로 붙잡아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은 엄청나게 불고, 이렇게 낚시할 기분이 아닌데도 사진을 위해 자세를 취해주시는, 어쩌면 웃는 얼굴이 웃는 게 아닐 거란 생각이 인제야 번쩍 든 것입니다.
게다가 낚시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참견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낚시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존중하는 게 맞지만, 저보다 낚시 실력이 모자란 초보자(저보다 낚시를 못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ㅎㅎ)와 함께하다 보면, 사실 속에서 열불이 나고 속이 터져도 저는 입 하나 빵긋하지 않습니다. 조언으로 시작한 것이 결국에는 참견이 돼버리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맨땅에 해딩을 하든 채비가 엉켜 30분 동안 풀고 앉았든, 고기를 걸고 터트리든지 해도 참견하지 않다가 나중에 사석에서 술자리가 늘고 친해지다 보면, 그때는 현장에서 조금씩 조언도 하고 저도 모르게 참견하기도 합니다.
방금 한 마리를 터트린 상원아빠님. 휨새로 보아 4짜 중후반은 될 것 같은데요. 계속되는 파이팅 미스에 연신 큰 녀석을 걸어도 잡아내질 못하시니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운 것도 사실입니다. 낚시의 로망은 대물을 품에 안는 것인데 숱하게 낚시하러 다녀도 제대로 된 입질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요? 하지만 기회의 땅인 대마도에서는 아무래도 대물의 기회가 자주 옵니다. 문제는 걸어도 먹질 못한다는 점. 이번 대마도 일정에서 터트린 것으로만 포장해도 스티로폼 박스 몇 상자는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개인 기량에 따라 품에 안을 수 있는 사이즈의 한계가 대략 정해진 느낌인데 그 벽을 깨고 나아가려면 원줄과 목줄의 믿음, 낚싯대 휨새가 버틸 수 있는 정도, 전반적인 파이팅에 대한 감, 자세 교정 등 손봐야 할 게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앞으로 경신해나가야 할 기록어가 무수히 많이 남아있고요. 결국은 많이 걸어보고 많이 터트려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상원아빠님도 40cm급 기록어를 깨고 올라가려는 기로에서 놓인 것으로 보입니다. 언젠가는 터트리지 않고 여유 있게 제압하는 날이 오겠지요.
발 앞에는 학공치를 비롯해 몇 종류의 잡어가 피어올랐는데 이 녀석들이 벽에 딱 붙어 나가질 않고 있습니다. 전방 10m까지는 밑밥이 착수됨과 동시에 우르르 몰려나가지만, 15m 이상 넘겨서 캐스팅하면 밑밥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잡어가 꼬이지 않으니 그 아래에는 벵에돔든 뭔가가 들어왔다는 증거로 봐야겠지요.
전방 10m 앞에 흐르는 거품 띠까지는 잡어가 꼬이는 상황. 해도 떴겠다 지금부터는 전방 20~25m 권을 노려봅니다. 바람에 밀려 쉽지는 않지만, 찌가 착수된 이후에는 초릿대를 물속에 푹 담그고 낚싯대를 물속 방향으로 챔질해줌으로써 수면에 늘어진 원줄을 가라앉힙니다. 포인트에 밑밥 세 주걱, 발 앞에 밑밥 세 주걱. 시간을 세고 50초가 지날 즈음에 초릿대가 쭉 펴지는 시원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25cm급 긴꼬리벵에돔
상원아빠님도 저와 함께 공략 범위를 늘려나감에 따라 벵에돔 입질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같은 위치에서 일반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그나저나 바람이 감아 돌아오고 내항에도 물결을 만들어지고 날은 추우니 도저히 맨정신으로 낚시를 이어나가기가 어렵습니다. 넥워머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시린 손을 구명복에 꼽아가면서 낚시하니, 차라리 상원아빠님 말씀대로 오전 낚시는 쉴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합니다. 이때 옆에서 "왔다."하는 말이 들립니다.
제법 멀리서 받은 입질에 모처럼 씨알 좋은 벵에돔이 물었나 봅니다. 이번에도 터트릴까 봐 옆에서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는데
드디어 상원아빠님도 4짜급 벵에돔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런 부둣가에서 이런 바람통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엔 몰랐는데 사진을 편집하면서 눈에 들어온 상원아빠님의 저 표정.
저 표정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간 해결되지 않은 찝찝한 숙변이 말끔히 씻겨진 기분일까요? 아니면 듣기 싫었던 "엿재이"에 대한 설움 때문일까요? ㅋㅋ
이걸로 엿재이에서 완벽하게 탈출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4짜 벵에돔 축하합니다. 사진상으로는 그리 안 보여도, 손이 커서 그런 겁니다. 워낙 장신이시다 보니 갯바위 장화도 사이즈 맞는 게 없어(특히, 일본 사람들 발이 작죠.) 몇 주에 걸쳐 직구로 구입해야 했던 설움까지.
비결은 바늘에 있었습니다. 중치급 벵에돔은 그런대로 시원하게 입질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뭔가가 꾸준히 미끼를 건드리는데 뒷줄을 잡아다 살짝 당겨보면 물었다 뱉는 게 느껴지고, 적당히 참았다가 채보면 벗겨지기 일쑤고. 처음에는 어랭이나 작은 자리돔 정도로 여겼다가 아무래도 바늘을 타는 것 같아 목이 짧은 찐따 바늘로 교체합니다. 앞서 상원아빠님도 이 바늘로 4짜 벵에돔의 입질을 받아냈기에 몇 개 얻어서 묶은 다음 던졌더니.
학공치만 연신 올라오는군요. ^^; 것도 걸핏하면 삼키고 올라오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좀 전에는 학공치가 10m 바깥으로는 나가질 않았는데 지금은 사방이 학공치 밭이라 철저히 발 앞에 묶어두는 체제로 갑니다. 한번 캐스팅할 때마다 발 앞에 3~4주걱, 포인트에는 1주걱으로 꾸준히 패턴을 잡아나가려던 찰나 전방 25m 정도에 흐르던 찌가 잠기고 (제로알파에 g5번 봉돌을 달아서 채비가 정렬되면 찌가 잠깁니다.) 이제는 마음속으로 초시계를 세어도 의미 없을 시간일 즈음, 낚싯대를 살짝 뽑았다 놓습니다. 그 순간 줄을 잡고 있던 엄지와 중지 손가락에 미세한 끌림이 느껴지고, 줄을 살며시 잡자, 수면에 L자로 휜 원줄이 슬그머니 일자가 됩니다. 속으로 "왔구나"를 외치며 거리가 제법 있으니 힘껏 챔질. 순간 바늘이 위턱에 박히는 단단한 느낌과 동시에 낚싯대가 휘청거리며 들어갑니다.
이 장면,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마냥 좋기만 할 뿐이지요. 사진에는 잘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받은 입질이라서 그런지 발 앞에서 앙탈 부리는 것을 달래 바로 띄워도 될 것을 몇 초라도 좀 더 손맛 보겠다고 낚싯대를 이리저리 놀려봅니다. 그리고
마을 앞 부둣가에서 즐기는 대물 벵에돔 낚시(?)
드디어 뜰채에 담았습니다. 저 입꼬리 올라간 것 좀 보세요. 제가 봐도 조금 건방져 보입니다. ^^;
그래서 이번에는 착한 표정(?)으로.. (그나저나 꼬리가 잘려서 고기가 작게 보인다고요. 상원아빠님!) 사진 찍는 사람 정말 피곤하겠죠? 크기는 늘 그랬듯이 계측을 하지 않고 오로지 손자로만 잽니다. 제가 벵에돔을 계측하는 경우는 5짜가 넘을 때만 (이런 시건방진 ^^;;) 해서 손자로 재보니 정확히 두 뼘 치가 나옵니다. 제 손의 한 뼘 길이가 정확히 22.5cm(힘껏 펼쳐 자로 재면 23cm까지 나오기도 합니다.)니까 이놈은 45cm 정도 되겠지요. 부둣가에서 나오는 씨알 치곤 좀 작습니다.(?)
그렇게 건방진 태도로 일관한 저는 이후로 입질을 못 받고 자리를 옮겨 바깥쪽을 향해 던집니다. 이쪽에 서니 바람의 위력이 새삼 실감이 나더군요. 어떨 때는 몸까지 휘청휘청합니다. 그나마 우리에게 희망이라곤, 오후 들어 바람이 잦아진다는 점. 그래서 지금은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사진에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찌가 전방 15m에서 바깥쪽으로 유유히 흘러나가고 있습니다. 채비가 최대한 바람에 밀리지 않도록 초릿대를 수면 아래로 콕 찌르고 낚시하는데 여기서 마지막 입질이 들어옵니다.
표준명 복섬
자연산은 맹독성이라 매우 조심해야 하는 복어입니다. 이빨이 날카로워 삼키면 바늘을 헌납해야 하지만, 가끔 삼킨 바늘을 빼겠다고 집게로 이리저리 쑤시다가 간신히 바늘을 빼면 목줄이 너덜너덜해 다시 자르고 새로 바늘을 묶는데 문제는 너덜너덜한 목줄 끝부분에 복어 피가 묻은 줄 모르고 바늘을 묶다가 그 피를.. 그 뒤론 아시죠?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복어가 바늘을 삼키면 라인 커터로 깔끔하게 방생 처리.
부둣가는 인근 마을 주민이 이용하는 곳으로 작지만 엄연한 항만 시설입니다. 만조가 되어도 물이 차오르지 않고, 이날처럼 초속 17m/s의 강풍이 불어도 파도가 넘어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흘린 밑밥은 깔끔히 물청소를 해준 다음에 철수해야겠죠?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첫째, 눈물 둘째는 소변, 셋째는 밑밥이라는 사실. ^^;
6일 차 오전은 소소하게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촌극은 없는 것 같네요. "이제 촌극을 보여줘 봐" 이런 댓글이 달리는 건 아닌지 ^^;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데 비빔밥에 고추장이 콩알만큼 올려져서 처음에는 좀 당황했습니다. 일본식 비빔밥인데 비벼보니 밥에는 이미 간장과 참기름으로 양념 되어서 맛이 괜찮습니다.
대마도 낚시 6일 차 오후
이제 대마도를 떠나기까지 단 두 번의 출조만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날 오전은 2시간짜리 짧은 선상낚시가 예정되어서 갯바위 출조는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그런데 내린 포인트를 둘러보니 가관입니다. 처음에는 뭐 이런 곳엘 내려주나 싶었는데 "B나 3B 전유동을 해야 합니다."라는 가이드님 말에 다소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런데 포인트 상황을 보니 B~3B가 이해 갑니다.
예고한 대로 바람은 거의 멎었는데 너울은 아직 남은 상태고 갯바위 주변 수심은 기껏해야 3~4m. 여기저기 거친 여들이 많이 산재해 1차로 너울을 막아주지만, 그런데도 낚시 자리를 위협하는 파도에 당장 카메라 둘 곳도 마땅치 않고, 어설프게 밑밥통을 뒀다가는 죽되기 십상으로 보입니다. 이런 자리일수록 자리 선정은 최대한 신중하게, 최소 5분 정도는 지켜보고 너울이 침범하지 않은 자리를 눈 여겨 보았다가 그곳에다 밑밥통을 갖다 둡니다. 제법 후방이라 천상 여기서 밑밥을 던진 다음, 몇 발짝 앞으로 나가사 캐스팅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2016년 겨울 대마도 갯바위 출조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채비는 B 전유동입니다. 수심은 3m가 나올까 말까 한 낮고 거친 여밭이지만, 너울에 의해 부서지는 포말과 반탄류가 상당히 거세기 때문에 B봉돌로 채비를 내려도 물에 잠기지 않는 B찌를 선택합니다.
응아를 흘리며 올라온 긴꼬리벵에돔
첫 번째 캐스팅에서 시원하게 줄을 가져가는 긴꼬리벵에돔. 한낮이라 아직은 씨알이 잡니다. 방생하고요.
이어서 계속되는 긴꼬리벵에돔의 입질. 이후 우리는 1타 1피로 손맛을 보지만, 씨알은 전부 방생 급으로 이날 방생한 고기만 둘이서 70여수에 이를 겁니다.
오후 3시 18분, 가이드는 발 앞 가까운 곳을 공략하라고 일렀지만, 계속해서 잔씨알만 나오자 이번에는 전방의 여를 넘겨 먼 곳을 공략해 봅니다. 사실 저 지점이면(사진의 x표) 대물을 걸어도 끌고 오는 게 문제지만, 일단 그 문제는 걸고 나서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잔씨알을 피해 조금이라도 당찬 씨알을 만나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30cm를 조금 넘기는 벵에돔을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 생각에 35~40cm까지는 어떻게든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보다 큰 씨알이 물어 재끼면, 여와 여 사이사이를 피해 끌고 오는 과정이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은 미처 찍지 못했지만, 상원아빠님이 가까운 곳에서 25~30cm급 벵에돔을 몇 마리 낚으면서 전략을 급히 수정.
밑밥은 포말에 넣고 찌도 가까운 곳에 넣습니다.
일렁이는 포말을 뚫고 내릴 미끼를 상상하며, 사진의 찌는 채비가 정렬 중인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정렬을 마친 모습입니다. 이 상태에서 미끼가 바닥에 닿았다 싶으면 낚싯대를 살살 뽑아주면서 입질을 유도하고, 들었을 때 부하가 느껴지지 않으면 채비를 걷고 하는 식으로 입질을 기다리는데
순간 찌가 들어갑니다. 찍고 있는데 들어가면 어떡해
"턱!"
4짜 후반의 벵에돔을 걸고 파이팅 중인 필자
오후 4시부터 따문따문 이어지던 입질은 5시를 기점으로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광어로 시작된 폭조의 전주곡이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람은 완전히 멎었고 파도만이 남아있는 바다. 해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포인트는 어느새 4짜 벵에돔의 수족관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던지기만 하면 1타 1피로 4짜 벵에돔이 물고 늘어지는 그야말로 미친 바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주일간의 조행을 종지부 찍을 클라이막스를 향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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