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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낚시(10), 6박 7일 대마도 출조를 마무리하며(에필로그)
#. 2016 겨울 대마도 조행 시리즈
대마도 낚시(2), 마지막 캐스팅에 낚은 82cm 괴물 광어
대마도 낚시(3), 미지의 도보 포인트 낚시, 10시간의 망중한
대마도 낚시(5), 걸면 4짜, 한겨울 벵에돔 낚시의 매력
대마도 낚시(6), 굶주린 갈매기의 입질, 3마리 낚은 후
대마도 낚시(7), 손맛 보장하는 대물 벵에돔 포인트, 후타마타에 가다
대마도 낚시(8), 강풍 뚫고 방파제서 낚은 대물 벵에돔
대마도 낚시(9), 물 반 고기 반, 낚시인이 꿈꾸는 환상의 낚시
일본식 불고기
이름을 알 수 없는 일본식 두부 요리
참깨 드레싱 샐러드
남자들은 잘 안 먹는 샐러드. 저만 열심히 먹는가 봅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꼭 참깨 드레싱을 한두 개 사가곤 하죠.
벵에돔 양념 구이
동해꾼들의 표현으로 '다데기'를 쳤던 그 날 밤. 모처럼 부담감을 떨치고 맥주 한잔 했습니다. 이제는 두드러기 원인이 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무엇보다도 우려하던 조황이 장밋빛으로 끝나 마음이 편안합니다. 지난 며칠간 저를 괴롭혔던 두드러기 원인이 생선이라는 사실만 빼고 말이죠. 낚시와 어류 관련 글을 쓰는 사람이 당장 생선을 입에 대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지만, 이날 오후 폭발적인 입질에 힘입어 그간의 걱정을 싹 날린 것처럼, 두드러기도 곧 "나아질 거야"라며 긍정의 힘으로 넘기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다 나았습니다.)
수년 간 낚시하며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났고 그때마다 느낀 것은 낚시를 즐기는 목적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소소하게 반찬감을 장만하려는 낚시인부터 회는 먹지 못해 손맛만 즐기는 낚시인, 그리고 토너먼트나 랭킹전을 뛰기 위해 즐기는 낚시인도 있습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저의 낚시 목적은 다소 특이한 경우라 할 수 있지요. 제 조행기가 블로그와 인낚, 다양한 월간지를 통해 여러 사람에게 읽히면서 '읽을거리'를 만들어오는 것이 목적이 돼버렸습니다.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낚시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저 자신의 만족도 만큼 읽는 이의 대리만족도 생각해야 하기에 조과에 대한 부담감을 늘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마도는 그 자체만으로 기대치가 높아서 함께한 일행의 조과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를 믿고 따라온 일행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저 자신의 취재물은 물론, 동행한 이들의 조과도 신경 쓰이지만, 다행히 낚시가 잘 풀려 지금은 부담을 떨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하게 되었습니다.
고아지(전갱이포)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방으로 들어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중간에 빅마마 스탭이신 김익재님이 합류해 맥주잔을 기울이고요. 남자 셋이 모여 무슨 말이 그리 많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 나누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자정. 6박 7일의 순조로운 마무리를 위해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위 사진은 말린 전갱이를 개별 포장한 것인데 중독성이 강한 맛입니다. 머리 떼고 건조하면서 더욱 작아졌지만, 가만 보니 벵에돔 낚시에서 미끼 도둑으로 꾼들을 괴롭히던 10cm짜리 전갱이(각재기) 크기입니다. 먹기 곤란한 크기로만 알았던 전갱이 새끼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파는 아이디어가 괜찮군요.
다음 날 새벽, 출항을 준비한다
월요일이라 민숙집 손님도 다 빠져서 굉장히 한적해졌습니다. 이 배에도 우리 둘 외에는 선장과 가이드가 전부. 모처럼 여유 있는 선상낚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새벽 공기가 차지만, 출조길은 언제나 즐겁고 설레지요. 지금은 담배를 끊은 지 십 년이 넘었습니다만, 찬 공기가 허파를 적실 때 피우는 담배가 얼마나 맛있는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설레는 새벽 출조에서 드넓은 바다를 보며 태우는 담배는 오죽 맛있겠습니까? 오후에는 이즈하라로 내려가야 하기에 주어진 낚시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그 많은 생선을 손질해야 하고, 짐을 정리하고, 밥 먹고 씻고 나오면 제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행복한 고민이지만, 앞으로 약 두 시간 반 정도 주어진 시간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겠노라 다짐해 봅니다.
그러는 사이 배는 미네만을 벗어나자마자 속력을 낮춥니다. 포인트를 살피는 야마다 선장.
배는 갯바위에서 약 150m가량 떨어트린 곳에 닻을 내리기로 합니다. 흔히 선상낚시는 선장이 고기를 잡아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벵에돔과 참돔을 노리는 흘림 선상낚시는 조류가 고기를 잡아줍니다. 조류의 방향, 속도에 따라 그날 조과가 좌우된다고 보아도 손색이 없기 때문에 조류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바람과 순방향인지 역방향인지를 보고 포인트를 선정합니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몰라도 이곳 미네만과 대마도 서쪽 해안은 조류가 해안선을 따라 남북으로 흘렀을 때 좋은 조과를 보입니다. 벵에돔을 비롯해 대부분 대상어가 갯바위나 여밭을 따라다니기 때문에 선상에서 흘리는 밑밥이 해안선을 따라 흘러가 주면 집어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반면에 조류가 갯바위로 붙으면 잡어가 붙거나 씨알이 잘고, 난바다로 나가면 허당이라 입질 빈도가 확연히 떨어집니다.
또한, 조류의 유속이 너무 느리거나 가지 않으면 벵에돔 입질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독가시치와 쥐치 같은 잡어가 꼬입니다. 반대로 유속이 너무 빠르면 90~100m 이상 흘러야만 겨우 한 마리씩 입질 받기 때문에 마릿수에서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곳의 벵에돔 선상낚시가 좋은 조황을 보이려면 조류가 남북으로 뻗어주고 적당히 흘러가 줘야 하는데 물때와 상관없이 그때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복불복 낚시입니다. 이날도 두 시간이라는 짧은 오전 낚시라 그 시간에 조류가 원하는 방향과 유속으로 흘러갈 줄지 관건입니다. 조류가 좋으면 짧은 시간 동안 타작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낱마리, 청물이 끼거나 물이 멈추면 빈작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마이너스 B 잠수찌로 시작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시마노 BB-X 스페셜 SZ 2-485
릴 : 시마노 스텔라 6000번
원줄 : 선라인 블랙마크 4호
어신찌 : 마이너스 B로 시작 → 쯔리겐 흑봉 3B로 교체 → 마이너스 G2로 교체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3호
바늘 : 긴꼬리 전용 바늘 9~11호
장비와 채비는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선상낚시는 장비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류에 따른 봉돌 운용입니다. 유속을 보고 입질 수심층까지 내 미끼를 35~45도 각도로 자연스럽게 내리기 위해 봉돌을 얼마나 가감해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선상 낚시는 개인의 조과 차로 벌어집니다. 벵에돔의 활성도가 좋으면 2~3m, 보통은 4~6m권에서 입질이 잦습니다. 전방 30~40m로 흘러간 채비에서 내 미끼가 4~6m권에 놓인다면 금상첨화인데 이렇게 하려면 g2에서 5B까지 다양한 봉돌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야마다 선장이 뜰채를 들고 쥐치를 퍼 올리고 있군요. ㅎㅎ 잘 보면 쥐치가 수면 가까이 피어올라 밑밥을 주워 먹고 있는데요.
그걸 뜰채로 잡아낼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예전에 뜰채질을 해봤는데 이거 보기보다 어렵습니다. 물속에 들어간 뜰채는 매우 무겁고 느리게 움직이지만, 물고기는 순간적으로 내는 스피드가 엄청나지요. 자리돔 같은 어종이라면 모를까 싶었는데 여기서 뒤통수를 한방 맞은 기분이 듭니다. ㅎㅎ
야마다 선장이 다시 한 번 뜰채질을 시도합니다. 뜰채를 살포시 담갔다가 녀석이 근처로 들어오면
최대한 빠르게 퍼 올려 순식간에 세 마리를 잡아냅니다. 이후로 쥐치를 퍼담으려(?) 했지만, 계속되는 뜰채질에 쥐치도 경계심이 생겼는지 점점 멀어져 갑니다.
표준명 말쥐치
사실 쥐치과 어류는 선상 낚시에서 미끼만 훔치는 불청객으로 여기지만, 맛은 참 좋은 고기입니다. 싱싱할 땐 회를 쳐도 맛있고 생간도 별미죠. 제주도 여행 시 꼭 먹어봐야 하는 객주리 조림의 주인공도 바로 이 녀석입니다. 집에 가면 아내가 쥐치 챙겨왔느냐고 물을 정도로 회와 조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기회만 닿으면 쥐치 입에 맞는 작은 바늘로 쥐치만 낚아서 한 상자 마련해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어종이지요.
35cm급 벵에돔으로 스타트
발밑에는 쥐치 밭이기 때문에 15m 정도 캐스팅한 상원아빠님이 첫수로 기분 좋은 벵에돔을 낚아 올립니다. 상원아빠님의 신발 크기가 290mm이니 대략 35cm 정도. 여기서는 귀여운 아가 취급받지요. ^^;
이어서 쥐치를 노리고 발밑을 공략한 제 채비에 예상대로 쥐치가 물고 늘어집니다.
이 정도 씨알이면 쓸만하지요. 제주도에서 객주리 조림 大자가 35,000원인데 거기에 쓰이는 씨알이 대략 저 정도이고 작은 건 한 마리 반을 씁니다. 사실 작은 바늘을 달고 한다면 저런 쥐치는 얼마든지 낚을 수 있는데 미련하게 벵에돔만 노리니 쥐치는 마릿수가 떨어집니다.
중들물인데도 조류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자 입질이 매우 약습니다. 마이너스 B찌로는 어신을 받아내기에 한계가 있어 3B 막대찌로 교체합니다. 막대찌를 쓰더라도 찌매듭이 없는 전유동 형태입니다. 수중쿠션은 쓰지 않아도 되며, 목줄에 B봉돌 1~2개를 물려서 내려도 시인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깔짝이는 입질이 들어올 때 바로바로 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은 찌에 미동이 없다가 잠깐 흔들립니다. 찌가 들어가지 않고 있다가 살짝 잠기길래 채려 했지만, 도로 올라와 버립니다. 무언가 미끼를 건드린 것은 분명한데 그게 뭔지는 모릅니다. 다만, 쥐치가 많이 들어와 있으니 쥐치를 의심할 뿐입니다. 채비를 걷어보니 역시 미끼가 없습니다. 좀 전부터 계속해서 미끼를 도둑맞고 있는데 정체를 확인할 방도가 없고, 그래서 긴꼬리 전용바늘 11호에서 벵에돔 바늘 9호로 크기를 줄였습니다. 이렇게 유속이 느리고 입질이 예민하면 가장 먼저 바늘 호수부터 줄인 다음, 벵에돔인지 다른 잡어인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바늘을 바꾸고 다시 한 번 캐스팅하는데 저만치 흘러가던 막대찌가 또다시 흔들립니다. 햐 뭔지 몰라도 정말 약네요. 줄을 풀어서 충분히 흡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곧바로 채야 할지 결정장애가 온 것 같습니다. 도로 올라온 찌가 또다시 잠기자 이번에는 가차 없이 챔질합니다.
순간 드랙이 "찌이이익~" 나가며 낚싯대가 휘청입니다. 굉음을 내던 드랙을 조여 잠시 진정시키고 펌핑을 시도하는데 처음에는 참돔인 줄 알았다가 아닌 것 같아 내심 아쉬웠지만, 이 녀석도 만만치 않은 힘으로 제 팔을 압박해 옵니다.
아아 힘 무지하게 쓰네요. 발 앞으로 끌고 오자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치는 녀석. 다시 드랙을 차고 나가면서 긴장의 순간이 옵니다. 초릿대가 수면으로 박히지 않도록 버티는 제 팔도 무척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웬만하면 벨트에 꽂아서 파이팅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일주일간 쉬지 않고 낚시한 탓일까요? 이제는 힘도 부치고 해서 이 장면을 끝으로 낚싯대 그립을 배꼽에 댄 다음, 허리로 펌핑합니다. 헉헉.
48cm급 벵에돔(아 매번 1~2cm 모자라 ㅠㅠ)
뜰채질로 올리자 시커먼 것이 한눈에 봐도 5짜. 막상 재보니 아쉽게도 5짜에 조금 미달입니다. 그래도 발 앞에서 연신 처박으며 짜릿한 손맛을 주었던 벵에돔. 이 정도면 적어도 9~10년생인데 생각해보니 9~10년 전에는 제가 벵에돔 낚시를 하지 않았을 때라 이 녀석은 억울하겠는데요.
이번에는 야마다 선장이 입질을 받아냅니다.
말쥐치 잡아주셔서 감사해요. ^^;
이제나저제나 원줄이 휘리릭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일행
입질은 그리 폭발적이지도 저조하지도 않은 따문따문 잊을 만 하면 들어오는 식입니다. 조류는 그나마 속도가 붙기 시작해 뻗어주는데 그 방향이 하필 난바다. 이러면 조과가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 불청객 갈매기까지 가세해 미끼며 밑밥을 주워 먹습니다. 저러다 또다시 갈매기를 낚으면 어쩌나 싶어 캐스팅할 때마다 노심초사. 훠이~훠이~ 소릴 내고 손짓을 해도 당최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한동안 소강상태인 듯하다가 오랜만에 들어온 입질. 벵에돔 숨은그림찾기가 돼버렸습니다. ^^
저와 상원아빠님, 그리고 야마다 선장까지 셋이서 주거나 받거니 입질 받으며 시간은 어느덧 예정된 철수 시각인 10반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6박 7일간의 낚시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2월 후순인 이때, 긴꼬리벵에돔 조황이 주춤했는데 선상에서도 굵은 씨알의 긴꼬리를 좀처럼 보기가 어렵네요. 가장 큰 사이즈가 41~42cm 두세 마리. 그 외에는 30cm급입니다. 벵에돔은 충분히 잡았으니 긴꼬리의 당찬 손맛을 보고 싶은데 웬일인지 상원아빠님에게만 긴꼬리가 잡히고, 제 채비에는 일반 벵에돔이 물고 늘어집니다. 조류가 난바다로 흘렀다가 갯가 쪽으로 붙었다가 갈피를 못 잡는 데 불과 몇 미터 차이에서 조류의 성질에 따라 긴꼬리벵에돔이 낚이기도 하고 일반 벵에돔이 낚이는 상황입니다.
이번에는 자릴 바꿔서 조금 더 바깥 조류에 채비를 흘리는데 갑자기 빨라지는 유속에 이것이 조류 때문인지 입질 때문인지 아리송합니다. 그러다가 100m는 족히 흘러간 채비에서 원줄이 씩씩하게 나가다가 갑자기 후루룩하며 빨랫줄 송구처럼 풀려나갑니다. 이건 볼 것도 없이 챔질! 그 먼 거리를 질질 끌고 오는데 모처럼 긴꼬리벵에돔이 얼굴을 드러냅니다.
아가미에 선명하게 찍힌 검은 테가 긴꼬리벵에돔임을 말해주고 있다
씨알은 30~35cm 사이로 고만고만합니다.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의 차이는 제 블로그에서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아직 그 차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초심자를 위해 간략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는 종류 불문하고 갯가로 붙어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오후 4시부터 해질 때까지는 벵에돔 낚시에서 황금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각자 좋아하는 조류를 타고 놀기 때문에 갯바위에서는 주로 일반 벵에돔이 낚이고, 선상에서는 긴꼬리벵에돔이 잘 낚입니다. 비율상의 차이는 있지만, 긴꼬리벵에돔은 유속이 있는 본류를 타고 놀기를 좋아하고, 벵에돔은 본류보다 조류가 한풀 꺾이는 지류권에 노니 포인트 편차가 제법 벌어집니다. 갯바위라도 본류가 닿는 곳이면 얼마든지 긴꼬리벵에돔이 낚이지만, 포인트는 대단히 한정됩니다.
긴꼬리벵에돔과 벵에돔을 구별하는 외형적 포인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쉬운 구별법은 아가미에 찍힌 검은 테 여부입니다. 검은 테가 있으면 긴꼬리벵에돔이고 없으면 일반 벵에돔. 수면에 띄웠을 때 채색이 밝고, 체형은 날씬하고, 비늘이 작고 촘촘하면 긴꼬리벵에돔, 체고가 높고(어떤 건 뚱뚱) 채색이 비교적 어둡고, 비늘이 크고, 전반적으로 못 생기고 투박한 느낌이 들면 벵에돔.
힘은 같은 씨알을 놓고 보았을 때 긴꼬리벵에돔이 단연 세고, 40cm 이상은 이빨(융모)도 날카로워 목줄과 바늘 선택이 올바르지 못하면 걸어도 낚아내기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다만, 입질 받기까지의 과정은 개인적으로 벵에돔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동안 입질이 없으면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나? 하는 불안감이 오기 마련입니다. 채비를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꿔도 뚜렷한 해법이 없고, 손가락을 댄 원줄은 당장에라도 쏜살같이 치고 달릴 것 같은데 아무런 미동이 없습니다. 이제는 조류가 멈추면서 스풀을 떠나던 원줄의 움직임도 멎었습니다. 걷어야 할까? 좀 더 내버려 둘까? 갈등이 생기고, 차라리 뒷줄을 살짝 당겨볼까? 하는 마음에 시도하는데 순간 원줄이 미끄러지듯 풀리면서 대를 세워야 할 때의 쾌감이라고 할까요. 순간 '터억'하며 받치는 느낌과 동시에 드랙이 찌익 하고 나갈 때의 기분을 상상하며 기다립니다. 이윽고 저와 자릴 바꾼 상원아빠님이 모처럼 대를 세우는데.
일반 벵에돔이 걸려 옵니다. 미끼가 흘러가는 곳이 조류의 바깥쪽이냐 안쪽이냐에 따라 긴꼬리벵에돔과 일반 벵에돔의 비율이 달라지는 것도 꽤 흥미로운 사실이지요.
이번에는 더블 히트로 걸어내면서 일주일간의 대마도 낚시를 마무리합니다. 이후 몇 분 더 노려봤지만, 만조에 이르면서 유속은 줄고 입질도 거짓말같이 끊기면서 미련 없이 철수합니다.
조타실 입구에는 제비집이 들어섰네요. 어린 시절, 서울 한복판에 살았을 때도 저런 제비집을 여럿 보았는데 지금은 보기가 통 어렵습니다.
오전에 짧은 선상낚시는 48cm급 벵에돔을 포함해 열댓 마리 낚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돌아와서 물칸을 보는데 한숨이 나옵니다. 앞으로 약 두 시간이 남았는데 그사이에 이걸 다 손질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손질을 위해 해수부터 가득 담습니다.
몇 번을 뜰채질해도 고기는 남고 허리는 아프고 해서 상원아빠님과 바톤터치를 하고
조과가 신통치 않을 때는 일행에게 고기 챙겨주느라 빈손으로 올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고기를 두둑이 챙겨오라는 아내의 어명이 있어서 이번엔 좀 챙겨가자 했습니다. 이렇게 장기간 낚시를 보내 줄 때는 반드시 아내의 요구 조건을 들어줘야 합니다. 보아하니 최근에 그 많던 생선은 다 떨어져 없고 딸내미는 생선을 좋아하는데 저는 수술 때문에 낚시를 못 가고. 어쩔 수 없이 삼치를 돈 주고 사 먹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생선을 사 먹은 적이 거의 없을 만큼 냉동실이 풍족했는데 정작 필요할 때는 생선이 없고 말이지요. 일주일간 낚시하면서 먼저 간 성준씨 한 박스 만들어 주고 다시 모은 것인데 이것을 상원아빠님과 사이좋게 나누기로 합니다. 첫날 오자마자 잡은 팔짜 광어는 여태 팔팔하게 살아 있습니다. 중간에 산 전갱이를 두어 마리 잡아다 물칸에 넣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사라진 걸 보아 아마 잡아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급소를 찌르고
아가미 속을 찌른 다음 해수를 받아 놓은 통에다 던져 넣습니다. 피 빼는 장면은 온통 붉은색이라 생략하겠습니다.
개중에 4짜 이상 큰 벵에돔은 횟감용으로 가져가기 위해 골수 마비(이케시메)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사후경직을 늦출 수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가져오는 동안 육질이 쉬이 물러지지 않아 숙성회로 먹었을 때 활어회에 버금갈 만큼 쫄깃쫄깃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둘이서 열심히 했지만, 이케시메하느라 고기 장만에만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른쪽에 두 박스는 횟감용이고, 왼쪽의 두 박스는 구이와 조림용으로 만들어서 일행(상원아빠님)과 사이 좋게 나눠서 포장합니다. 이렇게 가져온 고기는 지인들에게 조금 나눠주고, 남은 것은 꾼의 레시피를 비롯해 여러 음식과 레시피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사용될 것입니다.
사진만 보고 섣불리 곡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벵에돔은 자원 고갈 및 보호 대상 어종이 아니죠. 그래서 방생 규정이 없지만, 그래도 낚시인들이 자발적으로 정하고 동참하는 방생 씨알(평균 25cm, 내만은 23cm)은 있습니다. 저 역시 지키고 있고 또한, 지킬 수밖에 없는 신분이고. 사실 이 시즌에 대마도에서 25cm 이하 방생은 쉽습니다. 처음에는 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25cm만 넘기면 챙겨두기도 합니다만, 나중에 35~40cm급으로 몇 마리 쌓이면, 30cm 이하는 전부 바다로 쏟아버리곤 합니다. 사진에는 고작 네 박스만(?) 보이지만, 이곳에 머물면서 방생한 벵에돔을 모조리 모아놨다면, 꽤 많은 양이었을 겁니다.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쓴소리 좀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야 쿠로시오 난류의 세력이다 수온이다 뭐다 해서 여러 가지로 서식환경이 일본(특히 규슈 지역)보다 열세이다 보니 아무래도 자원과 씨알 면에서 뒤떨어집니다. 현실이 그러하니 내만권에 동네 어르신들이 손바닥만 한 벵에돔을 잡아다가 튀겨 먹는데 그걸 가지고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현지꾼들이야 바다가 지척이니 하루가 멀다 하며 출조하면서 손바닥만 한 벵에돔을 10~20마리씩 잡아가도 누구에게 싫은 소리 하나 듣지 않는데 수도권 사람들은 많이 가야 고작 일 년에 3~4번 가는 원도권에서 하루 조과도 아니고 며칠씩 장박하며 잡아 놓은 것에는 죽기 살기로 덤비는 이들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게 사진뿐이니 이게 몇 명에서 낚은 것인지, 며칠 동안 잡아다 놓은 것인지 몰라서 그러는 건 이해합니다만, 잘 알지도 모르면서 무조건적인 비판은 삼가하자는 것입니다.
저도 수산물과 관련해서 비평할 때는 그 비판에 설득력을 얻기 위해 밤새 자료 조사합니다. 제목 보고 스크롤 대충 내려 사진만 보다가 마지막에 글 몇 줄 읽고 태클 거는 이들에게 질려버렸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요즘 댓글이 안 달리나요? ^^;) 이번 출조에서도 한 팀이 고기를 손질하는데 25cm는커녕 23cm가 될까 말까 한 벵에돔 여러 마리를 물칸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손질하는 것을 봤습니다. 내만권에서 잡은 것이라면 먹을 만큼 잡아가는 것을 이해하는데 대마도까지 와서 그런 고기 잡아가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이 부분에 관해 상세히 늘어놓고 싶지만,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비판하는 것과 사진만 보고 넘겨짚은 것과는 이렇게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위 사진만 보고 태클 걸지 마라는 것입니다. ^^;)
부산역, 짐이 태산이다
손질하느라 제시간을 지키지 못했기에 점심은 생략하고 차에 오릅니다. 이즈하라에서 배를 차고 오는 동안에 잠시 눈을 붙이고요. 부산역에 도착해 저녁을 먹자 오후 7시. 8시에 출발하는 KTX에 이 무거운 짐을 싣고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아 봅니다. 지난 일주일간 펼쳐졌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그간 찍었던 사진을 뒤적이고 싶지만, 축 늘어진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하자 고맙게도 독자이신 최필님이 차를 몰고 마중 나와 있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니 짐이 태산인 저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그에 대한 보답을 해주고 싶지만, 제가 해드리고 싶은 것은 횟감과 반찬감을 챙겨주는 것뿐이네요. 최근 이런저런 일로 낚시를 가지 못해 자연산 회가 얼마나 그립겠습니까? 정성껏 마련한 벵에돔을 넉넉히 챙겨주는 것 외에는 이 밤에 달리해줄 게 없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자정. 이것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못할 일인가 봅니다. 마음은 곧장 침대로 가서 드러눕고 싶지만, 지금은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입니다. 먼저 대광어부터 포를 뜨고 숙성해 놓습니다. 큰 고기일수록 사후에 많은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포 떠서 숙성고에 넣어두어야 합니다. 그다음은 횟감용 벵에돔을 모조리 포 뜬 다음, 숙성고에 넣어둡니다. 포 뜨고 남은 서덜은 차곡차곡 비닐에 싸서 역시 숙성고에 넣어둡니다. 우리 집 숙성고는 김치냉장고 서랍 칸으로 옵션은 '소고기 숙성(또는 김치 보관)'으로 해두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온도는 0~1도에 가까우니 음료나 물김치 등의 액체류는 성질(염분기)에 따라 살짝 얼기도 합니다.
손질을 마치니 새벽 두시 반. 이제는 바닷물에 쩐 장비를 꺼냅니다. 샤워기를 틀고 가볍게 씻으면서 저도 함께 샤워합니다. 낚싯대와 릴, 솔채, 뜰채, 사용한 찌를 씻어다 햇볕이 들지 않은 발코니에 둡니다. 그간 쌓인 빨래도 정리하고, 가방까지 정리한 다음 컴퓨터 앞에 앉으니 새벽 4시. ㅠㅠ 이젠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질 않습니다. 대신 머리가 묵직하고 정신은 몽롱합니다.
일주일간 타지에 있으니 밀린 원고가 한둘이 아닙니다. 모 출판사에서는 원고 달라며 독촉이 오고(지금 세 번째 책을 집필 중입니다.) 월간지 칼럼 마감도 서둘러 마쳐야 합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올리는 수산물 이야기도 구상해 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할 일을 체크하고 잠시 앉아 있는데 어느새 의자에서 깜빡 졸아버렸습니다. 해가 뜨고 정오가 오면, 처형 댁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을 아내와 딸내미를 데리러 가야 합니다. 그때까지 몇 시간이라도 눈을 붙이지 않으면 웬지 큰일이 날 것만 같습니다. 침대에 눕자 얼마 전 전신마취 수술한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때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잠이 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온 엿재이를 신경 써주신 빅마마 피싱리조트의 정 대표님과 스텝분들. 그리 멋있지도 않은 제 파이팅 모습을 열심히 담아준 성준씨, 서울역으로 마중 나와 준 최필님, 3박 4일 동안 엿재이 소릴 들어가며 함께 낚시하며 촬영을 도와주신 상원아빠님께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별거 아닌 이야기를 상세히 풀어쓰다 보니 장편이 돼버렸군요. 이렇듯 조행기는 조과에 비례해 다작이 될 수도 단편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가까운 내만에서도 이런 다작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저의 대마도 출조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며, 아직 번외 편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조행기는 봄을 앞둔 설렘으로 이야기하겠지요.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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