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함께 시작된 여름 대마도 낚시


 

 

 

당찬 손맛과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여름 어종에 대한 기대는 7월 중순 태풍 네파닥이 대만에 상륙했을 즈음하여 그렇게 불안한 기운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장마 전선의 진동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날씨 속에서 강행하게 된 대마도행 출조는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한 움큼 만들어지리란 기대와 함께 말입니다.

 

배편이 오전 8시 30분에 출항하는 부산 → 대마도행이라 이른 새벽부터 똥줄을 태워야 했습니다. 서울에서 KTX 첫차에 몸을 실어도 부산역에 떨어지는 시각은 7시 55분. 때문에 저는 내리자마자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 했습니다. 티켓 수속 마감은 출항 30분 전인 8시. 부산역을 나서자 창원꾼 성준씨가 차로 대기 중입니다. 얼른 짐을 싣고 연안여객 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 10분. 민숙집에서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한 덕택에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티켓 수속은 수월히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헉헉.

 

 

그러나 배에 오르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기상 악화가 염려되기 시작합니다. 주룩주룩 굵은 빗방울이 그치질 않고 해상에는 너울이 일고 있습니다. 첫날은 워밍업 겸, 집으로 가져갈 식재료 확보 겸으로 선상낚시를 계획해 두었는데 날씨를 보니 아무래도 마음을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대마도 남단 이즈하라에 도착한 우리는 민숙집 픽업 차량을 차고 50분가량 이동해 민숙집으로 향합니다. 중간에 마트에 들려 필요한 낚시 소품과 부식 거리를 삽니다. 다시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과 터널을 몇 차례 통과하자 호수처럼 잔잔한 미네만이 대마도인지 서해인지 모를 흙탕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흙탕물은 며칠 동안 폭우가 쏟아진 탓에 산을 쓸고 내려온 담수입니다. 순간 속으로 망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새로운 네코 실장이 반긴다

 

방을 배정받고 민숙집 식당에 들어서자 점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삼색 소바

 

일기 예보가 긴가민가해 선상낚시가 가능한지 잠시 나가보았는데

 

 

안 되겠네요. 미네만을 벗어나자마자 휘몰아치는 바람과 너울에 배가 휘청합니다.

 

 

아쉽지만, 시간이 남았으니 선상은 다음으로 미루고 조용한 미네만에서 갯바위 낚시를 준비합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밑밥은 크릴만 잘게 쪼개는 정도로만 준비한 다음, 출조를 서두릅니다. 

 

 

한폭의 동양화를 떠올리는 숙소 앞 갯바위. 숙소에서 배로 30초면 닿는 곳으로 주로 감성돔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날 출조 인원은 민숙집 스텝분을 포함해 총 네 사람. 평일이라 한산하니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성준씨와 개인 손님 한 분은 각자 다른 포인트에 내리기로 하고, 저와 민숙집 스텝인 석종씨는 민숙집에서 3~4분 거리에 있는 2번 자리에 내리기로 합니다. 때마침 만조라 발판이 안 나올까 걱정했는데.

 

 

두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자리는 되겠군요. 원래는 배 댄 자리가 포인트인데 최근에는 뒤편으로 넘어간 자리에서 대박이 났다고 합니다. 다만, 그 자리는 아직은 물에 잠겨있어 물이 빠질 때까지는 이 자리에서 하기로 합니다. 포인트가 어떻든 첫 출조에서 갯바위 주변을 감상하고 있으면, 차분함이 들면서도 조만간 있을 폭발적인 입질에 흥분이 교차합니다. 아직 낚시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 그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하고 참아내야 했던 모든 것을 이제는 토해낼 시간입니다.

 

낚시에서 가장 두근거릴 때도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수처럼 잔잔한 곳에서 40~50cm짜리 벵에돔이 솟구친다는 기대감을 안고 말입니다. 그러한 기대감은 연신 터트린 자리란 말에 더욱 높아졌습니다. 하늘을 보니 천상 장대비가 내릴 것 같은 표정입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혹시 몰라 우비를 입고 왔는데 벌써 습기가 차고 땀이 비 오듯 내리는군요. 우비를 잠시 벗어 놓고 서둘러 낚시 준비에 들어갑니다.

 

 

황금비율 필드 스텝으로 활동 중인 성준씨는 이번 일정에 자사의 집어제를 테스트하고자 파우더를 몇 개 나누어 주었습니다. 녹색 파우더야 익히 보아왔지만, 추가로 섞어야 하는 저 누런 가루는 밑밥의 침강 속도를 줄이거나 되려 체공 시간을 늘리면서 물속에서 가루를 확산시킨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밑에 있는 벵에돔을 시각적으로 현혹해 상층으로 피어오르게끔 유도한다는데 이번 출조에서 그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기대가 됩니다.

 

 

저는 이번 출조에서 쯔리겐의 몇몇 신제품을 테스트할 계획입니다. 현재 상황은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어 13g의 중형찌를 선택했고, 부력은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투제로(00) 를 택했습니다. 물색이 너무 탁해 벵에돔이 피어오르지 않을 것이란 것도 투제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입니다. 

 

 

밑밥을 몇 주걱 넣으며 탐색전을 펼치는데 시뻘겋게 몰리는 잡어의 정체가 줄도화돔임을 알고 나서는 험난한 길이 예상됩니다. 발 앞에 줄도화돔을 묶어주고 채비를 조금 멀리 던져 가라앉히니 첫수로 복어가 올라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폭우. 이 상황을 사진으로 담아내겠다며 카메라를 꺼낸 저도 제정신이 아닌지만, 실은 이런 날에 낚시하는 것 자체가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비야 우두커니 맞으면 되지만, 대신 촬영은 포기해야 합니다. 문제는 바람인데 지금 당장은 뒷바람이라 상관없지만, 물이 조금 빠지면, 얼마 전에 퍽퍽했다가 대부분 터트려 먹었다는 자리로 건너가 맞바람을 안고 낚시해야 합니다. 그게 부담스러우면, 이곳에서 줄도화돔이랑 노닥거리거나.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폭우에 석종씨는 고기 나오는 자리로 건너간 상황이고, 저는 카메라가 마음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손바닥만 한 벵에돔 한 마리가 올라옵니다. 씨알을 보니 아무래도 건너가야겠군요. ^^;

 

 

반대편으로 건너간 상황입니다. 우석종 프로가 맞바람을 동반한 폭우에서 우두커니 낚시 중인데 그 모습이 상남자로군요. 저야 늘 카메라를 끼고 낚시해야 해서 이런 악천후는 피하는 편인데 오늘은 여기까지 왔으니 속옷까지 쫄딱 젖더라도 해야겠습니다. 아직 물이 덜 빠져 발판이 나오질 않습니다. 미네만의 높은 발판만 생각하고 갯바위 단화를 신었는데 저곳에서 낚시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찍찍이가 돼버립니다.

 

어차피 버린 몸. 이왕 이렇게 됐으니 최대한 앞으로 나가서 낚시하기로 합니다. 때마침 포인트 뒤쪽에는 커다란 마대자루가 있어 비를 피해 배낭과 카메라를 넣어 둘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정면으로 비바람을 맞고서야 하는 자리지만, 확실히 포인트는 포인트입니다. 크진 않아도 25cm급 벵에돔이 연달아 물고 늘어집니다.

 

 

이번에는 쭉 잡아당기는 입질에 놀라서 챘더니 뺀찌급 돌돔이 반깁니다.

 

 

이런 흙탕물과 폭우 속에서도 입질이 제법 들어옵니다. 이번에 올라온 벵에돔은 채색으로 보아 완전히 뜬 것으로 보입니다. 수면을 확인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올라온 녀석을 보고 확인에 들어가는데 세상에.. 

 

 

크진 않아도 이런 녀석들이 전방 20m 지점의 수면에서 첨벙거리며 놀고 있군요. 오랜만에 수면에서 벵에돔의 라이징을 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목줄과 바늘을 타는지 미끼를 좀처럼 물지 않습니다. 몇 번은 물었다가 뱉기를 반복하면서 벗겨지기 일쑤고. 그렇게 벵에돔의 라이징은 짧디짧은 시간으로 끝났고, 이후로는 3~4m 혹은 그보다 깊은 수심층을 노렸는데 별다른 성과 없이 대마도 첫날 낚시를 마무리했습니다. 잡아 놓은 것은 모두 방생.

 

숙소로 들어와 정리하는데 정말 속옷까지 쫄딱 젖었군요. 더욱이 문제는 카메라가 켜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물과 내구성에 취약한 이놈의 캐논기(600D)는 중요한 시점에서 장렬히 가셨습니다. 일단 배터리를 꺼내 따듯한 아래 묵에서 말립니다. 혹시 몰라 카메라를 두 대 챙겨온 것은 천만다행. 이후부터는 낚시 촬영에는 잘 쓰지 않았던 메인 카메라(캐논 5D Mark2, 캐논 16-35)로 촬영에 들어갑니다. 

 

 

이날 저녁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여기 와서 오지게 먹기만 한다는 느낌이 든 것은 왜일까요? ^^;

 

 

 

 

며칠 동안 쏟아진 폭우에 민숙집에는 손님도 잡아놓은 횟감도 없어 회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환영입니다. 낚시오면 왜 그리 고기가 당기는지. 고기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데 회는 이상하게 물린단 말이죠. (나 어류 글 쓰는 사람 맞는지) 사실 누구든 직업적인 일을 평소에도 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굳이 회를 달고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반복적으로 먹다보면 처음 느낀 좋았던 맛의 기억도 희석될 테니까요. 맛에 대한 기준점이 높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는 회가 아니라면, 회 맛의 기억을 간직하면서 무뎌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날 식사는 폭우 속 낚시 여파 때문인지 허기진 상태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기며 소시지며 모든 음식에 꿀을 발라 놓은 느낌. 역시 사람은 배가 고파야 하나 봅니다. 원래는 밥을 먹고 숙소 앞에서 에깅이나 붕장어 낚시를 계획했지만, 지금은 너무 지쳤습니다. 계속되는 비 소식에 숙소에는 말려야 할 것도 많겠죠. 미네만도 엄연히 바닷가라 여름에는 기본적으로 고온다습합니다. 한여름이라도 보일러를 때워야 하고, 대신 쪄죽으면 안 되니 에어컨을 틀면 등은 따신데 위에는 시원한 느낌으로 잠자리에 들게 됩니다. 그렇게 등을 지지고 누워있으니 저도 모르게 눈이 감기네요. 이때가 밤 9시. 다음 날 새벽까지 곤히 잠들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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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낚시(4), 발앞에서 낚이는 대물 벵에돔

두미도 감성돔 낚시(4), 괴력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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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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