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마도 낚시(2), 나의 돌돔 낚시 입문기


 

 

 

 

뭐든 '처음'이란 말은 설렘을 줍니다. 누구는 처음 하는 낚시에서 운 좋게 대물을 낚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낚시에서 처음은 항상 좌충우돌했습니다. 특별한 조과보다 감을 익히는 것에만 의미를 둔 조금은 아쉬운 기억. 이번에는 달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금까지 제 블로그에는 소개되지 않은 낚시에 도전해 볼까 합니다. 흔히 바다낚시의 끝판왕이라고 하지요. 바다의 폭군, 횟감의 황제인 돌돔 낚시입니다.

 

 

대마도의 어느 주택가

 

돌돔 낚시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곳은 바다가 아닌 섬 내륙의 어느 주택가. 원래대로라면 대마도 서쪽 해안가에 즐비한 돌돔 특급 포인트로 갔어야 했는데 이날도 기상이 매우 안 좋아, 아소만으로 피신 오듯 와야 했습니다. 

 

 

주택가 앞에는 운하로 이어지는 작은 수로가 있습니다. 그 운하는 대마도의 동과 서를 잇는 최단거리입니다. 저 작은 보트로 이 좁은 수로를 통과해 나갈 수 있음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침 7시 30분, 출항

 

기상 악화 속에서 진행된 이번 여름 대마도 낚시. 이날을 포함해 아직은 원하는 포인트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과연 의외의 장소에서 대박이 터질지 기대가 되는 순간, 저마다 대물의 꿈을 배에 싣고 떠납니다. 분주해진 조타실. 성함을 잊었는데 아소만 쪽에서는 제일 가는 선장이라고 합니다.

 

 

고즈넉한 어촌 풍경

 

수로를 타고 아소만으로 진입, 출조길은 늘 즐겁다

 

개인 손님 한 분이 감성돔 포인트에 안착

 

그리고 저는 일행과 함께 아소만 입구에 있는 돌돔 포인트에 내렸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가이드님이 얼마 전 닥터 K 한판승부가 벌어졌다던 곳이라 하더군요.

 

 

발판이 경사져 썩 편하지는 않습니다. 화살표로 표시한 거북손 라인은 조금 물때의 만조선. 즉, 만조가 되면 저곳까지 차오르는데 여기서 너울까지 동반된다면, 모든 장비를 들고 뒤쪽 높은 자리로 피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당장 쓸 장비를 제외한 짐은 가장 높은 곳에다 쌓아두고 낚시 준비에 들어갑니다.

 

 

포인트 뒤쪽은 낮은 여밭이라 낚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앞쪽 돌돔 낚시 흔적에 맞춰 피스를 박습니다.

 

 

이날 함께한 일행은 창원꾼 성준씨. 원래 돌돔 낚시와 찌낚시는 그 특성상 한 자리에 공존하기가 어렵지만, 같은 일행이니 함께 내렸습니다. 여기서 성준씨는 여가 끝나는 부분에 서서 벵에돔 낚시를 시작.

 

 

저는 빅마마의 김현섭 스텝님으로부터 돌돔 낚시를 배워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낚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초반부터 노가다네요. 제가 아는 돌돔 낚시는 원투낚시의 연장선 정도였는데 이날 겪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군요. 일단 피스 박을 자리를 찾아야 하고, 피스가 잘 들어가면 다행인데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망치로 납을 뭉개야 하고, 거기에 사용하는 망치도 수십 만원대이고, 심지어 드릴로 뚫어야 하기도 합니다. 돌돔 받침대는 한 세트에 30~100만원까지. 릴 찌낚시도 자잘하게 들어가는 비용이 많은데 돌돔 낚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이날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나마 자잘한 소품이라면, 성게 집게와 성게 가위, 성게 꿰기 정도. (이것도 몇만 원씩)

 

 

성게라는 특수 미끼를 사용하니 성게 가시가 통과할 수 없는 전용 장갑을 껴야 하는 것이 기본.

 

 

여차여차 배운 끝에 스스로 낚싯대를 펴고 채비를 세팅한 다음, 성게를 꿰었습니다. 이제 던지고 기다리면 끝일까요? 아닙니다. 돌돔 낚시의 고행은 이제부터가 시작.

 

 

낚싯대 무게가 상당한데, 평소 사용하는 대와 무게 중심이 달라 캐스팅이 어색합니다. 여기서는 최소 30m 던져야 하고, 보통 50m까지 원투해야 하는데 저는 30m는 고사하고 10m 던지기도 벅차더군요. 먼저 현섭씨가 캐스팅하고 제가 던지는데 이 낚시의 이름처럼 발아래로 처박았습니다. ^^; 걷어 올리니 성게는 다 깨져가 있고..

 

 

2차 시도에서는 20m 정도 원투.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만, 이래가지고서 돌돔 얼굴을 볼 수 있을지.

 

 

한편 성준씨도 옆에서 고생하기는 마찬가지. 날이 워낙 흐리니 오전부터 줄도화돔이 시커멓게 피어올라 가까운 곳 먼 곳 할 것 없이 미끼를 훔치고, 그 와중에 간간이 채비가 내리면 저만 한 사이즈의 벵에돔이 물고 늘어지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수차례 캐스팅에 조금은 감을 익힌 나. 이제 30m 정도는 던질 수 있게 되자, 모처럼 여유가 찾아옵니다.

 

 

돌돔 낚시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초릿대가 흔들리기만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군요. 그러나 한없이 여유로울 줄 알았던 돌돔 낚시도 막상 해보니 중간에 점검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일단 10분 기다려보고 입질이 없으면 무조건 걷어보는 게 상책. 대부분 성게가 이꼴이 나서 올라오는데 분명 어신이 나타나지 않고 털리기만 한 원인이 있을 겁니다.

 

 

성게가 의외로 약하더군요. 잡어가 한번 쪼아먹기 시작하면 1~2분 만에 사라지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이 상태 그대로인 것은 잡어도 돌돔도 활성이 약하다는 증거이겠지요. 성게를 깨 먹는 잡어라 하더라도 여기서는 호박돔이나 돌돔, 강담돔 새끼 정도입니다. 그 비싸고 맛있는 강담돔이라도 치어가 붙으면 성게가 남아나질 않아 돌돔 낚시에서는 꽤 성가신 존재입니다.

 

 

입질도 없고 밑걸림은 왜 이리 심한지, 몇 번씩 터트리자 감아 놓은 원줄도 많이 줄었고,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이어질 때 성준씨가 처음 본다는 독가시치를 올립니다.

 

 

시간은 어느덧 1시. 성게 두 마리를 꿰다 던져 넣은 뒤 초릿대 어신을 지켜보며 도시락을 까먹습니다.

 

 

중간에 그럴싸한 어신이 왔습니다. 영상으로 본 건 있어서 본신이 이어질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리는데 좀처럼 본신으로 이어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 가눌 길이 없고. 그렇게 몇 분을 실랑이하다 걷어보면, 여지없이 성게가 다 깨 먹히고 없습니다. 이어서 현섭씨에게도 예신이 들어옵니다. 내 성게 먹어치운 녀석이 저리 갔나? ㅎㅎ 싶은 마음. 포인트에는 전에 없던 전운이 감돕니다.

 

이렇게 미끼를 물고 쥐어흔드는 어신은 실로 처음, 여기서 조금만 더 초릿대가 들어가면 의심의 여지 없이 챔질 타이밍이 나올 것 같습니다. 언제든 대를 세울 작정으로 대기 중인 현섭씨. 몇 차례 까딱하던 초릿대가 갑자기 쭉 펴지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가려던 찰나.

 

"왔다!"

 

대를 드는 순간 덜커덕하는 둔탁한 걸림이 전해집니다. 파이팅이 시작되고 카메라를 드는데 초릿대가 힘없이 솟아버립니다. 아~ 너무 성급히 챘던 걸까? 돌돔 얼굴 좀 보나 싶었는데 모처럼 잡은 기회가 날아가니 힘이 쭉 빠지고.

 

 

이후 성게가 다 떨어진 우리는 일찌감치 돌돔 대를 접고 벵에돔 낚시로 전환. 해넘이 한 물때를 노려봅니다. 성준씨가 갈돔 비슷한 녀석을 올리고.

 

 

표준명 줄갈돔

 

제게도 비슷한 씨알이 올라옵니다. 줄갈돔은 갈돔과 중 가장 소형 종으로 일본 현지에서도 상업적 가치가 덜한 잡어이나, 시장에는 소금구이 용으로 간간이 입하됩니다.

 

 

이어서 30cm가 좀 안 되는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오면서 포인트에는 다시 훈풍이 불기 시작. 25~30cm의 벵에돔이 몇 마리 올라오는가 싶더니 한 번은 대가 수면 아래로 처박힐 정도의 강력한 입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대물 긴꼬리벵에돔을 예상했다가, 수면에 살짝 비친 색이 영락없는 황줄깜정이. 그 특유의 째는 힘에 지지 않으려고 버텨봤지만, 결국은 돌 틈에 박히면서 상황은 종료됐습니다. 비록, 황줄깜정이지만, 1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짜릿한 손맛을 준 것에 만족하렵니다.

 

 

이후 현섭씨에도 황줄깜정이가 물고 늘어지고

 

 

다시 줄도화돔이 포인트를 장악하면서 저의 어설펐던 돌돔 낚시 입문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날이 좋아지는 데로 복수전을 해야겠죠?

 

 

숙소로 돌아와 식사를 마치는데 웬 집 거미가 이리도 큰지. 사모님 말로는 아침부터 저 자리에 꼼짝 않고 있다길래 혹시 모형이 아닌가 싶어.

 

 

성준씨가 손을 대자 갑자기 줄행랑. 헉 빠르기도 하여라. ㄷㄷㄷ

 

 

사실 이 날도 조과가 어중간해 빈손으로 왔습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숙소 앞 선착장에서 전갱이 낚시를 시작합니다. 밤이라 미끼가 줄도화돔을 뚫고 전갱이 회유층으로 내리는 것이 관건. 몇 차례 실패 끝에 감을 잡은 성준씨가 전갱이잡이에 성공합니다.

 

 

선착장에는 이런 전갱이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아주 낭창낭창한 볼락대로 잡으니 탈탈거리는 손맛 하나는 일품일 듯. 그런데 이 전갱이를 잡은 이유는 다름 아닌.

 

 

이날 몰골이 말이 아니라 가렸으니 양해를

 

붕장어 미끼로 쓰려고 말입니다. 한 주 전만 해도 어른 팔뚝만 한 붕장어가 1인 10마리씩 잡혔고, 그 맛있는 화살오징어(야리이까)도 곧잘 낚였다던데 우째 제가 가면 이 모양일까요? 이날은 폭우의 여파로 미네만 전체가 흙탕물입니다. 성준씨는 무늬오징어를 올킬할 수 있는 전갱이 생미끼를 썼지만, 소득이 없고, 저는 붕장어 한 마리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습니다. 

 

다음 날도 날이 안 좋아 민숙집 스탭분들이 비상 회의에 들어간 가운데 저는 하늘에 운명이 맡기고 잠이 듭니다. 선상도 해야 하고 벵에돔도 해야 하고 돌돔도 해야 하고 멀리 왔으니 하고 싶은 낚시는 많은데 과연 내일은 제대로 낚시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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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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