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 여행(7), 낚시의 로망, 살떨리는 대물 감성돔 낚시


 

 

 

4박 5일 대마도 낚시 여행, 어느덧 일곱 편째를 향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출조에서 다작의 조행기가 가능한 이유는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나오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낚시에서 이야깃거리는 조과에 의해 결정되겠지요. 조과가 없으면 다작도 없을 것입니다.

이날은 대마도 낚시 여행 4일 차 오후. 일행은 서울로 향했고 저는 홀로 남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낚시는 이제 두 타임을 남겨 놓고 있는데요.

이날 오후는 대마도 민숙집사장님과 함께 아소만으로 감성돔 낚시를 즐기러 갑니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리히 아소만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두 시. 

다소 늦은 시간에 들어가는 오후 출조라 배에 탄 사람은 저와 사장님뿐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오전부터 아티누스 프로슈머 회원들이 감성돔 낚시 대회를 치르고 있어 썰렁했던 갯바위에서 사람 흔적을 볼 수 있군요.

 

 

이틀 전, 일행과 함께 감성돔을 낚았던 양식장 자리를 지나

 

 

이번에는 아담한 동산이 그늘을 제공하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여기는 양식장이 없네요.

 

 

보시다시피 갯바위 가장자리는 수심이 낮아 배가 속력을 줄이고 접안을 시도합니다.

낚시 짐을 꾸려 내리기 직전, 이곳 수심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재빨리 봐둡니다.

물색이 생각보다 흐려져 있지만 가까운 곳은 수영해도 될 만큼 매우 낮네요. 수심은 0.5~1m 정도.

 

 

그런데 뒤쪽은 갑자기 푹 꺼지면서 급심을 보입니다.

돌과 자갈로 된 바닥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저 지점(수중턱)부터 전방 10m까지를 입질 예상 구간으로 잡아봅니다.

 

 

갯바위 지형은 이렇다 할 특색 없이 일자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에 물속 지형도 거의 비슷할 것으로 보이고요.

갯바위 가장자리에서 전방 10m까지는 수심 0.5~1m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급심으로 떨어지니 대물 감성돔을 걸면 초반에 강제집행으로 어느 정도 띄운

상태에서 파이팅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턱에 쓸리거나 몰에 처박혀 애먹을 수 있겠네요.

이런 포인트에서는 채비를 조금 강하게 써주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이날도 저는 1.7호 목줄을 고수하며 낚시를 시작합니다.

 

 

오른쪽은 대회 중인 아티누스 프로슈머 회원분들이 낚시 중입니다.

때마침 뭔가를 걸고 파이팅 하는데 옆 사람이 뜰채 지원에 나섰지만 감성돔 씨알이 크지는 않아서 옆으로 끌어내는 모습이고요.

 

 

현장에 도착한 저는 밑밥통을 제외한 나머지 짐을 후방에 놓고 수온 체크에 들어갔습니다.

손으로 하는 수온 체크는 정확하지 않지만, 며칠 동안 이곳에서 낚시한 감이 있어 물이 차다, 차지 않다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만져보니 다행히도 이틀 전에 느꼈던 차디찬 물은 아니네요.

지금은 썰물이 진행 중이고 오전에 들어온 물이 일조량을 받아 어느 정도 대펴졌을 것을 예상됩니다.

물색도 적당히 흐리니 분위기가 나쁘지 않군요. 김 실장님은 이날 오전, 여기서 5짜 감성돔을 세 마리나 낚았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이날 저와 함께한 파트너는 다름 아닌 빅마마의 정 사장님.

함께 갯바위에 서본 적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감성돔 낚시로는 처음입니다.

 

 

사장님은 이날 감성돔 낚시를 위해 쯔리겐의 트리플 센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 찌는 세 개의 구성품으로 되어 있는데 수면에 안착하면 모두 분리되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죠.

맨 위는 g2~B 부력의 어신찌이며 중간에는 0.8호 구멍찌, 그 아래는 -0.8호 수중찌입니다.

 

이 찌는 반원구슬이 필요 없습니다. 면사매듭이 구멍찌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채비가 정렬되면 일반 수중찌보다 몇 그램 무거운 -0.8호 수중찌가

형광 녹색의 구멍찌를 수면 아래로 천천히 잠기게 합니다. 면사매듭으로 설정한 수심층뿐 아니라 더 깊은 수심층을 전유동 형태로 더듬을 수 있으며 이때

입질이 들어오면 맨 위 어신찌(오랜지 색)가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반유동 잠길찌(반전유동)를 보다 쉽게 구현해주는 소품인 거죠.

개인적으로 써보고 싶지만 지금은 품절이라 구할 길이 없네요.

 

 

반면에 나는 2B 전유동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낚싯대 : 머모피 티탄사이버 1-530

릴 : 오쿠마 LBD릴 3000번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5호 세미 플로팅타입

어신찌 : 쯔리겐 전유동 X-B 4-2-4 2B, 조수우끼고무 L

목줄 : 토레이 토너먼트 SS 1.7호 4.5m

바늘 : 감성돔 바늘 4호

봉돌 : B봉돌 2개 → 2B봉돌 1개 → B봉돌 1개와 2번 봉돌 1개 → B봉돌 1개 순으로 채비에 변화를 줌

 

포인트 앞 수심은 0.5~1m로 낮은 사면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깊어지는데 몇 번 흘려보니 갯바위 턱 경사면이 생각했던 것보다 급심이 아니었습니다.

약 45도 각도로 내려가는 경사면의 끝 부분은 수심 5~6m. 거기서 또 한번 깊어지면서 수심은 8~9m로 떨어지며 거기까지의 거리는 발판에서 약 20m.

그 이상 벗어나면 수심이 10~12m로 더욱 깊어지지만, 이 사실을 초반에는 파악하지 못했기에 저는 B 봉돌 2개를 분납해 빨리 가라앉혀 바닥층을 파악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상한 수심보다 침강속도가 빠름을 알게 돼 2B 봉돌 한 개로 교체해 더듬다가 역시 빨라 B봉돌 한 개와 2번 봉돌(g2) 한 개로

서서히 침력을 줄여 나가 최적의 침강속도를 찾아내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막판에는 간조에 이르면서 B 봉돌 하나로 바닥층을 훑어나갔습니다.

 

전유동 낚시, 특히 멀리 캐스팅해 발 앞으로 천천히 더듬어 와야 하는 낚시는 봉돌의 침강속도가 절묘해야 효과적인 탐색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가령, 침강속도가 너무 빠르면 봉돌과 목줄, 바늘이 빠른 시간 안에 바닥에 누워버립니다.

그대로 두면 조류의 흐름이 이어질 때 밑걸림이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바닥에 깔린 밑밥으로 인해 감성돔이 내 미끼를 발견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바닥에 깔린 밑밥 크릴 중에서 내 미끼에 생동감을 더하려면 낚싯대를 뽑아올리거나 뒷줄을 잡아당겨야 하는데 여기서는 낚싯대를 충분히 들어 올려 

고패질 효과를 노렸습니다. 바닥에 누운 크릴을 1~2m 이상 띄웠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밑밥을 주워 먹는 감성돔이 움직이는 크릴을 보고 그냥 지나칠 리 없습니다.

 

이론은 이러한데 실제로 해보면 적잖은 난관에 부딪힙니다. 가장 큰 문제는 견제할 때마다 찌를 끌고 들어오게 한다는 점입니다.

바닥층까지 겨우 내렸는데 몇 번 견제해보지도 못한 채 찌가 발 앞으로 밀려오면 효과적인 공략이 어렵겠죠.

그렇다고 찌를 한 자리에 머물게 하면서 견제만 하는 방법은 현재로써 없습니다. 

갯바위 낚시는 비거리가 멀면 멀어질수록 수면에 드리우는 원줄이 많아지며 거기서 오는 하중과 표면장력의 힘 또한 늘어나게 됩니다.

표면장력은 찌를 끌어당기는 일등 공신. 결국, 견제를 길게 가져가면 가져갈수록 내 미끼가 입질 층에 머무는 시간이 단축됩니다.

입질 확률이 대폭 낮아지는 거죠. 감성돔은 열심히 밑밥을 주워 먹고 배를 불리는데 나는 던지고 감고를 수없이 반복할 뿐이고.

 

그러면서 감성돔이 안 들어왔다고 착각하거나 혼란이 오면 곤란하겠죠.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은 인위적인 뒷줄 조작을 최소화하면서 내 미끼를 하층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입니다. 

앞서 견제 동작으로 바닥에 드리운 미끼를 1~2m 정도 띄우려면 목줄에 부착한 봉돌과 바늘과의 거리를 약 50cm라고 가정했을 때 곱하기 3배를 더하여

1.5m 정도 낚싯대를 뽑아줘야만 합니다. 그만큼 찌는 앞으로 당겨지겠지만요.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려면 해당 수심에 맞는 최적의 침강속도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적정 침강속도는 찌가 수면에 떨어지고 난 후 20~40초 사이에 미끼가 하층에 도달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보다 빠르면 견제를 많이 할 수밖에 없으며, 이보다 느리면 하층의 감성돔을 노리는 데 비효율적이겠지요. 

여기에 조류가 흐르는 상황이라면 미끼는 입질 반경에서 벗어나므로 감성돔의 입질 확률이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먼저 낚시를 시작한 빅마마의 정 사장님.

 

밑밥은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갯바위 턱에 뿌리며 찌는 그보다 먼 곳에 안착해 충분히 가라앉도록 원줄을 방출해둡니다.

낚싯대를 들어 올려 원줄을 수면에서 띄우는 방법도 채비 내림에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면 30~40초가 경과되었을 때 밑채비가 바닥층에 도달해야 합니다.

저 부근의 수심이 8~9m이므로 10m에 마킹한 면사매듭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며 바닥층의 도달 여부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몇 초 간격을 두면서 뒷줄 견제에 들어갑니다. 견제는 짧게 자주 하거나 혹은 정반대로 하기도 하지만 너무 인위적인 액션은 자칫 경계심을 갖게 할

수도 있어 미끼의 활력은 아주 천천히 섬세한 동작으로 넣어줍니다. 만약, 감성돔이 밑밥을 주워 먹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이것을 덮쳐야 하겠지요.

또 그런 확신으로 낚시에 임해 봅니다.

 

몇 번의 견제로 찌는 조금씩 당겨져 수심 5~6m 지역으로 들어왔습니다. 10m에 마킹한 면사매듭이 초릿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군요.

이번에는 낚싯대를 살짝 뽑았다가 놓습니다. 수중에서 펄럭거리다가 자연 낙하할 크릴을 상상하면서..

그 순간 찌가 흔들리더니 천천히 잠기더니 원줄이 쭉 펴집니다. 전형적인 감성돔의 3단 입질입니다.

 

"왔다!"

 

 

PM 4:00, 낚시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받은 첫 입질

 

아소만 감성돔이 힘이 약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녀석도 생각보다 힘을 쓰는데 초반에 기선제압을 할 틈도 없이 드랙을 풀고 들어갑니다.

 

"찌이이익"

 

드랙을 잠근 저는 반강제로 띄우려고 했지만 녀석은 턱 쪽으로 파고들면서 그때마다 목줄이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걸치는군요.

어어 더 들어가면 위험한데. 목줄이 1.7호다 보니 마음 놓고 당기진 못하겠습니다. 결국, LB 브레이크를 2~3번 놓아 주며 달래기를 시도. 

 

 

파이팅한 지 30초가 지났을 무렵, 찌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앞으로"

 

 

 

 

 

PM 4:01분, 감성돔 한 마리 성공

 

"한 마리 했습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녀석이 힘은 왜 그리 센지.

어쨌든 기분은 이때가 가장 좋죠. 단순히 감성돔을 낚아서만은 아닙니다. 

보이지 않은 물속을 여러 가지 단서로 예측해 추리해 내는 과정이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제 나름대로 구성한 채비가 적중했다는 성취감이 있어서겠지요.

감성돔 낚시의 매력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해도 포인트에 대상어가 들어오지 않으면 말짱 허사지만, 적어도 감성돔이 들어와 있다면 몇 마리 정도는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면서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몰아 검증 놀이를 할 수 있음이 즐겁기도 합니다.

 

 

이어서 정 사장님도 입질 받고 파이팅에 들어갑니다.

 

 

휨새를 보니 감성돔이 분명해 보이는데

 

 

4짜에 조금 못 미치는 감성돔이 올라옵니다.

씨알은 조금 아쉽지만 지금 시각은 황혼에 접어들고 있어 이제부터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물때는 끝썰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물때이기도 하지요.

최근 끝썰물과 초들물에 재미를 봐서인지 특히, 저녁과 겹치는 날이면 심장이 쿵쾅쿵쾅 합니다. 이날 고저 차는 약 1.5m.

물이 빠져 드러난 지형 중 제법 괜찮은 발판이 있어 밑밥통을 그쪽으로 옮기고 바다와 최대한 밀착해 은빛 왕자를 맞이하려 합니다.

 

 

초반에 품질을 많이 해서 밑밥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남은 한 시간 동안 적절히 나눠서 품질하렵니다.

원래는 크릴(미끼)도 잘 관리해야 하지만 이날 낚시 시간은 총 3시간으로 아주 짧아 그럴 겨를이 없네요.  

 

 

PM 5:40분. 또한번의 입질이 들어온다.

 

낚시 칼럼에 쓸 자료로 찌를 촬영 중인데 갑자기 수면 아래로 잠깁니다. 

아소만의 낚시 환경은 파도가 없으므로 5D Mark2를 사용하기에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싸울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를 뒤쪽에 다소곳이 내려두고 찌를 보자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어서 원줄이 펴지는 시원한 입질.

 

"왔다!"

 

 

표준명 황놀래기

 

"아 진짜.."

 

무는 건 좋은데 바늘은 삼키지 말지.  

이제는 1분 1초를 다투는 긴박한 시간이 왔네요. 해는 이미 서산으로 졌고 바다는 한결 어둑해집니다.

좀 전까지 활발하게 다니던 배들도 이제는 없습니다. 하늘을 종횡무진 날던 물수리와 까마귀의 비상도 이제는 볼 수 없습니다. 바람도 없습니다.

있는 건 낚싯대를 드리운 우리뿐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찌를 응시합니다.

적막한 바다지만 그 속에서 활기차게 돌아다닐 대물 감성돔을 상상하며 조금씩 조금씩 뒷줄을 잡아당기며 유혹합니다.

 

"이제는 먹어라"

 

시간은 오후 5:50분. 철수시각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이럴 줄 알고 짐 정리는 대충 해 놓은 상태. 멀리 철수배가 보이면 얼른 낚싯대를 접을 생각입니다.

찌는 좀 전부터 미동 없이 한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그럴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끌어당겨 놓습니다. 

처음 이곳에 내렸을 때 잡어가 많지 않았기에 바늘에는 크릴이 달려있을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저녁이라 포인트가 가까워질 것을 염두한 저는 찌를 과감하게 끌어와 전방 10m앞 5~6m 수심대에 놓았습니다. 

순간 찌가 살짝 잠깁니다. 복어일 수도 어쩌면 좀 전에 낚았던 놀래기일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견제하는 대신 낚싯대를 쭉 내밉니다. 

 

"이번에는 먹어라." 

 

이것은 마지막이 될 어신이기에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본신으로 이어지지 않는군요.

만약, 암놈이라면 오짜 이상일 확률이 높고 그렇지 않다면 멸치나 작은 베이트 피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나자 찌가 스르륵 하며 잠겨 듭니다. 아직은 챔질하기 이릅니다. 조금만..조금만 더.

수면 아래 살짝 잠긴 찌. 왜 이리 입질이 더딜까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그냥 이대로 챔질해도 될 것 같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에 문 상태에서 그대로 몸만 틀면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찌가 미끄러지듯 들어가더니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챔질하자 강력한 저항에 낚싯대가 활처럼 구부러집니다. 

 

"드륵~드륵~드륵"

 

 

LB 브레이크를 줄 때마다 릴 손잡이가 역회전합니다. 이어서 휘이이잉하는 피아노 줄 소리가 아소만의 정적을 깨웁니다.

지금 이 시각, 이 순간에는 저와 감성돔 둘뿐인가 봅니다. 이 넓은 바다에서는 실로 공간의 낭비가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야생에서 8년 이상 자라왔을 대물 감성돔과 마주하는 순간이 곧 다가올 테니까요.

 

 

시간이 시간인지라 초릿대를 보면서도 저 멀리 철수배가 오는지도 살핍니다. 초반에 조금이나마 띄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저는 팔을 최대한 높이 들어 녀석의 힘이 빠지길 만을 기다렸습니다. 팔을 높이 든 만큼 기분도 사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습니다.

 

"아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얼마나 팔이 아플까요? ㅋㅋ

한동한 벌서는 자세로 있으니 슬슬 힘이 빠지려나 봅니다.

늘 있던 시나리오는 갯바위 턱 가장자리에서 가로막힌 감성돔이 좌우로 째는 것. 그것까지도 너는 내 속 안에 있다.

그리 자신만만한 표현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 손으로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의 대물이길 바랬으니까요.

터트려도 좋고 몰에 감겨도 좋으니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거대한 힘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한번 싸워나 보게.  

 

 

 

안전하게 뜰채로 랜딩

 

하지만 녀석은 지친 나머지 가쁨 숨을 몰아쉬며 올라옵니다. 챔질 타이밍을 충분히 뒀기에 목줄은 입속으로 들어간 상태.

 

 

서둘러 계측하니 오짜에서 1~2cm가 모자릅니다. 에잉.

별것 아니지만 똑같이 1~2cm가 부족해도 오짜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아주 다르게 느끼니까요.

 

 

이날 마지막이 될 감성돔을 들고 기념 촬영.

 

지금 시각은 오후 5:52분. 철수를 앞두고 배가 우리 앞을 지나칩니다. 거기서 몇 팀을 태우고 다시 오기까지는 몇 분의 시간이 걸리겠지요.

우리만 철수하는 게 아닐 테니 낚싯대 들고 있다가 배가 들이닥치면 모두에게 민폐가 될 것입니다.

좀 더 낚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끝내자니 아쉽네요. 포인트에는 고기가 확실히 붙은 것 같은데 철수를 준비해야하다니.

사장님은 낚싯대를 접고 철수 준비에 들어갑니다. 저도 딱 한 번만 캐스팅해보고 낚싯대를 접을까 합니다.

 

서둘러 크릴을 꿰어 던집니다. 밑밥은 이미 동나서 없군요.

찌는 전방 20m 부근에 떨어졌고 릴을 몇 바퀴 감아 15m 부근에 놓습니다. 그리곤 베일을 닫고 기다립니다. 

찌는 서서히 밀려와 수심 6~7m 부근으로 진입합니다. 그리고 몇 초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10초, 15초 20초..

여전히 미끼가 하강 중인 가운데 찌가 살포시 흔들리더니 가차 없이 원줄을 가져갑니다. 순간 초릿대까지 펴지려는 찰나 반사적인 챔질에 성공.

 

 

마지막 캐스팅에서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한 마리 더 왔습니다."

 

정리하던 사장님이 철수 직전에 받은 입질과 파이팅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집어 듭니다.

 

 

이어서 찌가 팽그르르 돌며 나타납니다. 반듯하게 펴진 목줄, 그 끝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무언가가 비치며 올라옵니다. 

조금 서둘러 끌어올린 탓에 녀석의 힘이 아직 남아있네요. 어둑한 수면의 한 지점에서는 은빛이 아른거립니다. 이 장면을 보는 것도 흥분되죠.  

 

 

철수 직전에 극적으로 감성돔을 추가한 필자

 

역시 대물 감성돔이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도 훌륭한 씨알이지만 기록 경신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ㅠㅠ

부력망에 넣고 기다리는데 웬일인지 철수배가 오지 않네요.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기념 촬영을 해봅니다.

 

 

대마도 낚시 여행 4일 차 오후, 이곳에서 낚은 감성돔 조황

 

이날 감성돔 낚시에서 사용된 찌

 

철수 길에서 박진철 명수를 만나다.

 

이날은 박진철 프로님을 만나 함께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평소 팬이었기에 다른 누구보다도 만남의 기쁨이 있었던 시간. 

그 시간을 뒤로하고 저는 대마도 낚시 여행 마지막 날, 오전 출조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대마도 낚시에서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었는데요. 그것은 마지막 날 오전 출조에서 2마리 이상 낚아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꽝이었거나 혹은 1마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입질의 추억. 그 징크스를 이번에는 깰 수 있을지. 봄날의 대마도 낚시, 마지막 편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 편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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