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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보양식 전복죽, 맛있게 끓이는 꿀팁
전복이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식탁에 오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전복 양식이 크게 성행하면서 마트에서는 어린아이 주먹보다 조금 작거나 비슷한 크기의 전복을 2~3마리에 10,000~12,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매대에는 이미 포장된 전복을 팔지만, 손으로 살짝 눌러보면 살이 움직이고 살아있으며 다만, 그 상태로 시간이 상당수 흘렀기에 활력은 둔화된 상태가 많습니다.
수조에서 싱싱한 전복을 고를 때는 바닥에 놓인 것보다 유리 벽에 단단히 붙은 것이 좋습니다. 전복을 유심히 보아 앞쪽에 더듬이처럼 생긴 것이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좋고, 집으로 가져와 뒤집어 놓았을 때도 살이 꿈틀거리는 것이 좋습니다. 전복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좀 더 비중 있게 다루도록 하고, 오늘은 가정에서 전복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간편한 음식인 '전복죽' 끓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오늘날 인터넷에는 전복죽 레시피가 수없이 공유되고 있지만, 제가 만드는 방법은 아주 약간 다릅니다. 사진을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손질한 전복입니다. 자세한 전복 손질법을 링크해 놓았으니 참조 바랍니다. (관련 글 : 초보 주부를 위한 전복 손질법(동영상))
#. 전복죽 만들기 재료(1인분)
쌀 150g, 전복(小) 2마리, 다시마 육수 3컵, 진간장 1T, 참기름 2T, 청주(혹은 맛술) 1T, 소금 약간
※ 참고
- 제 레시피는 언제나 밥숟가락과 종이컵으로 계량합니다.
- 쌀 150g은 종이컵으로 약 1컵에 해당합니다.
여기서는 전복 껍데기를 육수에 사용합니다. 전복 껍데기로 육수를 내면 시원한 맛이 돌고 산모의 모유 수유를 돕는 것으로알려졌습니다. 우선 전복 껍데기로 육수를 내려면 소독부터 해야 합니다. 칫솔로 구석구석 문질러 닦은 껍데기를 끓는 물에 3분간 끓여내고 물은 버립니다.
※ 전복죽 만들기에 앞서 사전에 해둬야 할 두 가지(매우 중요)
A. 쌀은 사전에 3~4시간 정도 물에 담가 불립니다.
B. 가로 세로 약 10cm인 다시마 두 장을 찬물에 담가 놓습니다.
냄비에 B(다시마 우린 물)를 붓고 좀 전에 소독한 전복 껍데기를 넣어 약 7~10분간 끓입니다. 이때 냄비 뚜껑은 열어두며, 너무 팔팔 끓이지 않도록 중불에서 중약불 맞춥니다. 육수를 끓이는 과정에서 올라오는 거품은 걷어냅니다.
A(불린 쌀과 물)와 게웃(전복 내장)을 믹서기 통에 담습니다. 물은 쌀이 잘 갈리라고 넣어주는 것이니 쌀이 잠길 정도로만 부어줍니다.
※ 일반적인 전복죽 레시피는 내장을 잘게 썰어 볶아주는데 사실 그렇게 하면, 도마가 지저분해지고 플라스틱 흰 도마의 경우 물이 들면서 변색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쌀과 내장을 함께 갈아 같이 볶습니다.
충분히 갈아줍니다.
체에 걸러 쌀만 따로 담아 둡니다. 체를 통과한 전복 내장물도 버리지 않습니다.
냄비에 참기름 1T를 두르고 전복살을 달달 볶다가
다시 참기름 1T, 진간장 1T, 청주 1T를 두르고 전복 내장과 함께 갈린 쌀을 볶습니다.
살짝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볶았다 싶으면 체에 걸러진 내장물과 함께 준비한 육수를 3컵 정도 붓습니다. 이 상태로 4~5분 정도 팔팔 끓이다가(이때 열심히 저어주어야 합니다.) 불을 약불로 낮춰서 15분간 몽글몽글 끓이고, 중간에 너무 뻑뻑하다 싶으면 육수를 추가해 줍니다. 끓일 때는 쌀이 냄비 바닥에 들러붙기 때문에 옆에 붙어서 수시로 저어주어야 합니다. 사실 전복죽은 정성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시중에 파는 전복죽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아직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유형별 전복죽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1) 유형 A
'일부' 죽 전문 프랜차이즈와 뷔페에서 즐겨 쓰는 전복죽은 사실 전복이 아닌 소라(수입산 피뿔고둥) 살을 이용합니다. 그런데도 죽이 전복죽처럼 누런색을 띠는 이유는 외국에서는 먹지 않는 전복 내장만 모아다 수입한 것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수입산 전복 내장으로 죽을 쑤기는 하는데 살은 소라 살을 사용합니다.
2) 유형 B
전복죽에 국내산 양식전복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본디 죽이란 것은 불린 쌀을 적당히 갈아서 재료와 함께 푹 끓여낸 것이지 미리 지은 밥으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시중에는 지은 밥으로 죽을 만드는 곳이 꽤 많습니다. 생쌀로 죽을 쑤기에는 시간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입니다.
3) 유형 C
전복죽의 정석입니다. 양식산이든 자연산이든 활전복을 사용하며 불린 생쌀을 적당히 갈아서 죽을 쑵니다. 시간과 정성은 배로 들지만, 적당히 간 생쌀은 우리 입에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소화 흡수를 돕습니다. 싱싱한 전복의 사용은 두말할 것도 없고, 내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전복죽으로서 갖춰야 할 맛과 향, 색을 모두 만족합니다.
이 레시피는 유형 C에 속하며 대부분 가정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죽을 만들고 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가족에게 먹일 집밥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다소 귀찮아도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겠지요? ^^
푹 끓여진 전복죽은 이런 질감, 이런 색을 갖추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간을 보고 싱거운만큼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됩니다.
마트에 파는 작은 양식 전복 두 마리면, 1인분에서 1.5인분 정도가 나옵니다.
살짝 구운 김을 채 썰고 통깨를 올려 마무리했습니다.
개웃(전복내장)과 은은한 참기름의 구수한 향이 감도는 전복죽이 완성되었습니다. 먹음직스러운가요? ^^ 적당히 불리고 간 쌀이기 때문에 입에 넣으면 사르르 퍼지면서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우리 딸도 이날 과식 좀 했습니다. ㅎㅎ 사실 이런 전복죽에 입맛을 길들이게 되면, 시중에 파는 어지간한 전복죽에는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제주도나 완도 정도는 가야 전복죽다운 전복죽이 나오지 않습니까.
하지만 방법만 알면 산지 전문점 수준의 전복죽을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물론, 약간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에게는 제대로 된 전복죽의 구수한 맛을 그리워하거나 혹은 죽으로 끼니를 때워야 할 처지에 놓인 가족이나 연인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손수 끓인 전복죽으로 맛과 감동을 전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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