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명물, 명태회 막국수의 무리수


 

 

이곳은 속초 근방에서 제법 인지도가 높은 막국수집입니다. (사진에 영업시간 확인) 보시다시피 전 테이블이 좌식.

 

 

내부로 들어서면 의자에 앉아서 먹는 테이블도 있고

 

 

이렇게 방바닥에 앉아서 먹는 방도 있습니다. 돌이 삐져나온 모습이 특이.

 

 

비집고 들어온 돌을 깎아내기보다 이런 식으로 처리한 점이 눈에 띕니다.

 

 

이 집은 메밀 면을 직접 뽑고 백김치도 직접 담그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메뉴는 막국수. 그중에서도 명태회를 올린 막국수는 이 집뿐 아니라 속초 여행 시 한 번쯤 맛봐야 할 별미입니다. 옆에는 원산지표기법에 따른 주요 품목을 표시했는데 막국수의 핵심 재료인 메밀과 명태의 원산지 표기가 빠진 것은 아쉽습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명태회는 러시아산일 수밖에 없음이 확실하며, 메밀은 중국산이 범람하고 있어 직접 물어보지 않은 이상 확인이 어렵습니다. 메밀 원산지를 거론하는 이유는 메밀이 막국수의 핵심 재료일 뿐 아니라, 중국산과 국산 여부에 따라 맛과 품질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냉면과 막국수를 다루는 집은 음식의 특성상 양념 통의 위생 상태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사진은 식초와 설탕통입니다. 설탕통 입구에 설탕이 조금 묻어 있지만, 이 부분은 손님이 다녀갈 때마다 닦아주기 어려우므로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식으로 테이블 세팅지를 겹친 모습은 식당의 격과 미관을 떨어트립니다. 명색이 인지도가 있고 유명세를 타는 식당이라면, 자기 음식과 테이블 세팅, 또 거기에 놓이는 식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지언데 도대체 우리나라 식당은 인지도에 걸맞은 격조를 찾기 힘들고, 단지 뒤처리의 편리성이란 이유로 '관광지 식당'이라고 티를 내는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주문하자 차가 나오고

 

 

보쌈 大자를 주문해 두 테이블로 나눴습니다.

 

 

그중 한 접시가 이 정도이니 大자의 양이 가늠될 것입니다.

 

 

보쌈에도 명태회 무침이 나옵니다.

 

 

 

백김치에 보쌈을 올리고 새우젓과 고추 한 조각을 올려 먹거나 혹은 명태회와 함께 집어서 먹습니다. 보쌈은 두께가 얄팍한 게 흠이나, 오겹살의 지방과 단백질 분포가 적당하며, 퍽퍽하지 않게 잘 삶아내었습니다. 식전에 여럿이 막걸리 한잔 곁들이기에는 괜찮아 보이는군요. 

 

 

속초 명물, 명태회 막국수

 

담음새가 빼어날 정도는 아니지만, 비교적 정갈합니다.

 

 

메밀의 구수한 맛을 느끼고자 양념이 묻어있지 않은 면을 한입 베어 뭅니다만, 제철이 아니라 메밀 향이 썩 와 닿지는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명태회의 제조 과정을 궁금해합니다. 그런데 국내에는 명태가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하물며 수온이 오르는 여름에는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한반도 근처에도 얼씬할 리 없겠죠. 겨울에도 안 잡히는 명태를 어떻게 회로 무쳐내 사계절 내내 팔 수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동태를 썰어 무쳐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동태는 전량 러시아산입니다.(반면, 생태는 일본산이 많죠.)

 

언 명태라도 어획되자마자 선동(배에서 급랭)한 것이므로 해동을 거쳐 무침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동태도 크기와 유통 기간에 따라 품질이 다르지만, 가자미식해를 비롯해 속초 명물로 자리 잡은 명태회는 선도가 살아있는 동태를 잘게 썰어서 무쳐낸 함경도 음식으로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태로 회무침을 만들 때는 반드시 식초와 소금, 설탕이 들어가야 합니다. 바닷물에 천천히 해동한 동태를 손질해 포만 깨끗이 썰고, 그것을 식초와 소금, 감미료 등이 들어간 절임액에 약 한 시간 정도 절입니다. 여기서 식초는 동태 포의 잔가시를 부드럽게 삵히고 살균 효과를 냅니다. 이후 흐르는 물에 헹군 명태포를 설탕에 절인 뒤 빨간 양념에 버무리면 우리가 먹는 명태회가 됩니다. 이 명태회는 속초 재래시장과 몇몇 젓갈 집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 음식점에서도 사다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집도 명태회를 직접 담근다는 정보나 언질을 일절 찾아볼 수 없어 물건을 받아 쓰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온갖 양념에 버무린 메밀 면은 메밀이 가진 맛과 향을 고스란히 느끼기에 역부족이지만, 자극적이고 새콤달콤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취향에 따라 동치미 육수를 부어 먹기도 합니다.

 

 

후루룩 부드럽게 넘어가는 메밀 면에 양념의 강렬한 맛. 여기에 동치미 국물을 말아 청량감을 살리고 쫄깃하게 씹히는 명태회까지, 대략 어떤 매력으로 먹는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서 주관적인 평가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요.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글 하나를 쓰기 위해 자료 조사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썩 유쾌하지 못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관련 키워드를 치면 이 집 리뷰가 수없이 나옵니다. 언뜻 보면 이집을 다녀간 블로거들이 쓴 글로 보이지만, 일부 글들은 성수기 한철 장사를 앞두고 조건부로 바이럴 마케팅에 의해 의도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사람들은 몇몇 맛집 블로그를 놓고 '블로거지'니 하며 그들의 무전취식 행위를 비난하지만, 사실 블로그 권력을 앞세워 무전취식을 하는 경우는 생각한 것만큼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무전취식보다 더 악랄한 수법으로 홍보와 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이들입니다.

 

겉으로 바이럴 마케팅이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홍보물에 대해 어떻한 도덕적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오로지 돈벌이에만 급급하기 때문에 포털 검색 일면에 띄우기 위한 온갖 편법을 동원합니다. 그중 하나가 네이버 검색 엔진의 허점을 이용한 '블로그 방문자 늘리기', 또는 그렇게 만든 타인의 블로그를 '돈으로 매수하는 것'입니다. 식당 리뷰에 사용된 사진은 그날 촬영된 각도만 조금 다른 사진들이며, 여기에 글만 살짝 바꿔서 8~10개 정도의 폼을 작성한 뒤, 돈으로 매수한 여러 블로그를 이용해 하루 간격을 두고 여러 글을 올리면, 네이버 검색 일면에 해당 식당 리뷰가 줄줄이 뜨게 됩니다.  

 

이를 본 검색자는 해당 블로거가 직접 먹고 남긴 후기로 착각하며, 바이럴 마케터들은 수많은 맛집 피해자를 양산합니다. 이 집의 경우는 개인적 취향을 떠나 막국수로 제법 알려진 지역 맛집이고 맛도 나쁘지 않으므로 글을 보고 찾아간들 크게 손해볼 일은 없지만, 대부분 식당은 조악한 음식에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장사하는 관광지 식당으로 적잖은 피해를 발생시키며, 이로 인해 블로그 신뢰도 하락에도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해당 식당을 검색해보니 여러 블로그에서 하루 간격으로 식당 리뷰가 올라왔으며, 사진도 동일 업체가 촬영한 것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실 식당측은 무지한 죄 말곤 없습니다. 블로그 마케팅이 효과가 있음을 잘 알지만, 이쪽 방면으로는 아는 게 없고, 때마침 홍보를 해주겠다는 업체 말에 현혹돼 홍보비를 지불하고 음식을 촬영토록 한 것입니다. 

 

제아무리 인지도가 있는 지역 맛집이라도 여행 성수기를 앞둔 시점에 놓이면 누구도 식당 홍보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비록, 방법이 잘못되었긴 해도 말입니다. 우리도 이런 식의 바이럴 마케팅이 음지에서 이루어짐을 인지하고, 바이럴 마케터가 작성한 글들이 진정성 있는 일부 맛집 평가글을 밀어내고 포털 상단을 차지하면서, 순수 개인 후기로 둔갑하고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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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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