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의 전형, '수입 수산물 구별법'의 맹점


 

지난주에는 그동안 해양수산부가 추진한 '수산물 이력제'가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제도인지를 꼬집었습니다.

(관련 글 : 9년간 헛걸음질한 '수산물 이력제', 무엇이 문제인가?)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제도도 문제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관련 부처의 공식 사이트가 일부 왜곡된 내용을 올림으로써 과연 이것이 구별법으로 제구실을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고, 또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을 짚어봅니다.

 

 

 

조기 구별법

<자료 1> 수산물 이력제 사이트에 올려진 우리 수산물과 수입 수산물 구별법

 

지금부터 거론하는 자료는 '수산물 이력제' 사이트에 올린 것을 인용했지만, 원본의 출처는 해양수산부 관할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라는  사이트에 먼저 등록된 자료입니다. 자료를 살핀 결과 상당 부분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독성입니다. 고화질의 사진 대신 평면적 구도의 사진과 설명을 이미지와 함께 줄이니 글이 깨져서 읽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진과 설명의 대질을 어렵게 하고, 구별 포인트도 뚜렷하지 못해 이해를 어렵게 합니다. 설명에는 채색으로 구별하는 방법을 자주 거론하는데 어류는 활어일 때와 싱싱한 선어일 때 또는 유통 기한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 여기에 같은 종이라도 산지와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채색이 제각각이어서 단순히 '색'으로 수입산을 구분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등쪽은 암회색을 띠고, 배쪽은 황금색을 띤다.'라는 틀에 박힌 색채 묘사보다는 고화질 사진을 바탕으로 누가 보아도 차이가 날만 한 구별 포인트 2~3가지만 설명하는 편이 쉽고 빠르게 이해됩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설명입니다.

 

 

참조기(위), 부세(아래)의 유상돌기 비교

 

- 참조기는 이마에 다이아몬드형 유상돌기가 있지만, 부세는 없다.

 

※ 참조기와 부세는 어종이 다를 뿐, 국산과 중국산을 가르는 기준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부세의 99% 이상이 중국산이고, 국내 선단에 어획된 부세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산 부세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국내산 참조기(위), 중국산 부세(아래)의 옆줄(측선) 비교

 

- 국내산 참조기의 옆줄은 주변이 밝아 이중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고, 중국산 부세의 옆줄은 비교적 흐리고 평범하다.

 

※ 언젠가 방송에 나온 식품 관련 전문가가 "참조기의 옆줄(측선)이 두 줄이어서 한 줄인 부세와 쉽게 구별된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틀린 정보입니다. 참조기든 부세이든 측선은 한 줄입니다. 다만, 참조기의 측선은 주변부가 밝아 부세보다 뚜렷하게 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입니다. 이러한 옆줄의 차이로 참조기와 부세를 구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광어 구별법

 

 

<자료 2> 수산물 이력제 사이트에 올려진 광어 구별법

 

국내산 광어의 설명에서 '몸은 흑갈색으로 유백색의 둥근 반점이 있다.'와 '눈이 있는 쪽은 황갈색 바탕에 크고 작은 짙은 갈색 점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산지와 양식 여부에 따라 특징이 제각각이므로 이것으로 국내산 광어를 단정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광어는 산지에 따라 채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광어는 삼면으로 둘러싸인 한반도에 고루 분포하지만, 자연산의 서식과 어획 비율은 서해>남해>동해 순입니다. 양식산 광어는 서해(보령), 서남해(완도), 남해(통영), 제주, 그리고 동해 여러 군데서 길러지고 있으며, 이들 광어도 산지마다 채색이 다릅니다. 한 예로 완도산 광어는 흑갈색으로 짙은 편이고 제주산 광어는 밝은 황톳빛이 특징입니다. 

 

같은 산지의 광어라도 수조 적응도(순치)에 따라 채색이 다를 수 있습니다. 활어 차에서 갓 들어온 광어는 활어 차의 어두운 환경 탓에 전반적인 채색이 어둡고 갈색 반점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수조에 옮겨져 2~3일 보내면 순치가 되면서 제 색을 찾습니다. 이때의 광어는 수조 조명과 주변 환경의 영향에 채색이 밝으며, 이로 인해 갈색 반점도 도드라집니다.

 

이 같은 내용은 소비자가 일일이 알고 있기에 매우 전문적이므로 수입산 광어의 구별법에는 크게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로 접하는 광어는 횟감용으로 전량 활어 유통이 되고 있으며, 국내산임을 고려해 설명해야 할 부분입니다. 북양 넙치라 불리는 러시아 및 알래스카산 광어가 음지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사실이 없지만, 적어도 저는 이런 수입산 광어가 시장과 마트에 나도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시중 유통량이 매우 적거나 거의 없는 수산물을 구태여 국내산과 비교해 구별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까요?

 

 

 

 고등어 구별법

 

<자료 3> 문제가 있는 고등어 구별법

 

고등어는 갈치와 더불어 우리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주요 수산물입니다. 그만큼 예민할 수 있는 품목으로 자료의 작성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대만, 일본, 중국산으로 묘사한 고등어에 있습니다. 자료에 나온 대만, 일본, 중국산 고등어는 원산지와 관계없으며 그저 종류가 다른 고등어일 뿐입니다. 

 

한반도 연안에는 고등어와 망치고등어로 크게 두 종류가 서식합니다. 우리가 참고등어(또는 안동 간고등어)로 알고 먹는 고등어는 표준명 고등어이고, 위 자료에 나와 있듯이 '배쪽에 회색 반점'이 산재한 고등어는 표준명 망치고등어입니다. 망치고등어는 제철인 여름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맛이 고등어보다 열세입니다. 그러한 점을 부각하기 위해 일부 상인은 일반 고등어를 참고등어로 표기해 팔고 있습니다.

 

 

생물 참고등어라 파는 상인, 포항 죽도시장

 

지역의 재래시장에는 잡힌 지 얼마 안 된 생물 고등어를 저렴하게 파는데 상대적으로 맛이 덜한 망치고등어(일명 점고등어)와 구분하기 위해 일반 고등어를 참고등어로 표기해 팔기도 합니다.   

 

 

고등어와 혼획되고 있는 망치고등어

 

그러나 자세히 보면, 망치고등어가 중간중간 뒤섞여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합니다. 자료의 설명대로라면 이 고등어는 중국이나 일본, 혹은 대만산이어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망치고등어는 수온이 오르는 여름부터 가을에 일반 고등어와 함께 어획됩니다. 이 바람에 재래시장 마트 할 것 없이 두 어종이 한데 섞여 '고등어'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으며, 이를 구분해가며 파는 상인도 소비자도 많지 않습니다.

 

망치고등어는 배에 작은 점이 산재해 있어 일반 고등어와 쉽게 구별됩니다. 고등어의 원산지는 전적으로 조업 배의 국적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이 고등어를 무조건 수입산으로 단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음지에 거래되고 있는 일본산 고등어와의 구별법이 시급합니다. 이 부분은 조만간 정리되는 데로 올리겠습니다.

 

 

 

 참돔(도미) 구별법

 

<자료 4>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참돔 구별법

 

해양수산부 관련 기관에서 작성된 참돔 구별법은 그야말로 총제적인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국내산 참돔으로 올린 참돔이 정말 참돔이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참돔을 낚시나 횟감으로 자주 접한 저로서는 사진에 보이는 아치형 꼬리지느러미와 전반적인 형태가 참돔과 유사 어종인 붉돔의 특징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부분을 100% 확신하려면 정밀한 사진 감정이 필요하므로 해당 어류가 참돔인지 붉돔인지는 잠시 제쳐놓고 설명하겠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국내산 참돔과 일본산 참돔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a'로 표시한 구절입니다. 국내산 참돔에는 '등쪽으로 붉은색을 띠며 옆줄 주위로 푸른빛의 작은 반점이 산재되어 있다.'고 나와 있는데 이와 비슷한 구절이 일본산 참돔에도 묘사되고 있습니다. 결국, 같은 내용을 구절만 바꾸어 놓은 것이어서 오히려 혼선만 주고 있습니다.  

 

 

참돔에서 나타나는 푸른 반점은 원산지와 관계 없이 선도가 좋을 때 나타나는 특징이다

 

참돔은 국내산과 일본산 관계없이 옆줄(측선) 주위로 푸른 반점이 나타납니다. 푸른 반점은 싱싱할수록 뚜렷하게 나타나며, 선도가 안 좋아질수록 희미해 결국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일본산 양식일수록 뚜렷하게 나타나며, 국산과 중국산 순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중국산 양식 참돔에는 푸른 반점이 희미하거나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푸른 반점은 국내산과 수입산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꼬리지느러미 끝부분의 검은선도 원산지 관계없이 나타나는 특징이다

 

<자료 4> 수입산 참돔의 설명에서 '꼬리지느러미의 끝부분이 검은색이다.'란 구절 역시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별하는 포인트가 될 수 없을뿐더러 완전히 틀린 설명입니다. 이 검은선은 원산지는 물론, 양식 여부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참돔이라면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또한, 국내산 참돔이 '주로 활어로 유통된다.'고 하였는데 실제로는 선어로도 많이 유통되며, 자연산 참돔의 어획량이 증가하는 5~7월에는 선어 유통량이 증가해 마트와 재래시장의 생선 매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산 참돔의 설명에서 '몸은 국산보다 담홍색이다.'란 내용이 있는데 일면 맞는 말이지만, 올려진 사진으로는 도저히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수입 수산물의 구별은 소비자가 보고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이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고화질의 사진을 바탕으로 설명한 부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갱이 구별법

 

<자료 5> 국립수산품질관리원에 올려진 국산 전갱이 구별법

 

관련 부처가 제시한 수산물 구별법의 맹점은 고화질 사진의 부재와 몇몇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 외에도 어종의 구분을 무시하고 국내산과 수입산을 나누는 기준으로만 단정한다는 것입니다. 자료의 국내산과 뉴질랜드산 전갱이는 산지에 따른 차이라기보다 어종 자체가 다릅니다. 정확히 말해 각각 표준명 전갱이와 가라지입니다. 가라지는 전갱이와 사촌격인 어류로 뉴질랜드뿐 아니라 국내 선단에서 전갱이와 혼획되고 있는데 아직은 이 어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가라지를 모르는 일부 상인은 전갱이와 동일시해 의도적이든 아니든 국산 전갱이로 팔기도 합니다.

 

 

전갱이(위)와 가라지(아래)의 차이를 잘 나타내는 사진

 

사진의 전갱이는 어획 후 시간이 제법 경과해 표면이 마르고 채색이 흐려진 상태로 채색만으로 가라지와 비교해선 안 됩니다. 이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꼬리에서 몸통으로 이어지는 '모비늘(수술 자국처럼 보이는 딱딱한 뼈)'이 어디까지 확장되어 있느냐입니다. 모비늘이 몸통 가운데까지 길게 이어져 있으면 전갱이이고, 그 길이가 짧으면 가라지입니다.

 

가라지는 국내 선단에 의해 전갱이와 함께 잡혀 유통되지만, 그 물량은 전갱이의 1/10에도 못 미치므로 거의 무시해도 될 물량입니다. 국산 전갱이는 대부분 일본에 수출하고 남은 물량을 유통시키는 것이므로 전갱이의 유통량 자체가 많지 않으며, 이보다 더한 가라지는 우리가 시장에서 만날 일이 흔치 않습니다. 이렇듯 흔치 않은 어종을 굳이 뉴질랜드 산으로 규정해 국산 전갱이와 비교하는 것은 또 다른 혼선을 부를 수 있습니다. 

 

 

#. 마치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시스템의 선진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관련 부처의 정보화 구축에도 이렇게 허점이 드러나니 잘못된 내용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가 기사나 뉴스를 통해 구전과 인용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내용이 와전되고 왜곡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폐해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전문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일수록 해당 사이트의 공익성과 공신력을 믿고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수산물의 현황을 총괄하고 담당하는 핵심 부처인 만큼, 사이트의 구색 맞추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수산물 정보를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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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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