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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에서만 콜레라 환자가 세 명이 발생한 가운데 거제도 대계항 앞바다에서 콜레라 균이 검출되었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환자의 것과 97.8% 일치해 적어도 거제도 앞바다 중 극히 일부 해역은 콜레라균에 오염된 것으로 보입니다. 콜레라가 해수 오염으로 밝혀지면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대체 이 콜레라균이 어디서 유입되었냐는 것입니다.
<표 1> 거제도에서 발생한 세 명의 환자(출처 질병관리본부)
이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저는 콜레라 감염 경로를 해수 오염에 무게를 두고 글을 써왔습니다. 산발적인 감염이 아닌, 비슷한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만 세 명의 환자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거제도에서만 세 명의 환자가 나왔다는 것은 거제도 어딘가가 콜레라균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오염원이 수산물에 있는지 혹은 다른 어떤 음식물이나 식수에 있는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세 명의 환자 모두 거제 등지의 횟집에서 생선회 및 수산물을 먹었다는 공통된 진술은 오염원의 범위를 좁히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표1>은 지난 8월에 거제도에서 발생한 세 명의 콜레라 환자의 정황을 집계한 것입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15년 만에 창궐한 콜레라의 원인을 폭염과 저염분으로 꼽았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유례 없었던 폭염에 해수온이 상승하고, 양쯔강 홍수 사태로 대량의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어와 염분 농도가 낮아졌기에 콜레라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폭염에 의한 고수온의 여파를 원인으로 생각했으나, 이는 시간이 흐르고 콜레라 발생 원인이 미궁에 빠지면서 다른 원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양쯔강에서 아무리 많은 물을 방류한다고 해도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거제 앞바다에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거제도 앞바다의 염분 농도는 전적으로 동중국해에서 올라오는 쿠로시오 난류의 지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해류 순환의 방향상 양쯔강의 담수가 이 지역에 영향을 줄 수도 없지만, 거제도를 비롯해 통영 근해까지 영향을 미쳐도 고염도를 좋아하는 벵에돔을 비롯해 몇몇 어종의 낚시 조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양쯔강에 의한 염분 농도 하락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결국, 이번 콜레라의 오염원은 콜레라균이 발견된 '극소 해역'의 문제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원인 지목은 거제도 내의 하수 처리 시설입니다. 하수 처리를 하지 않은 생활 하수가 거제 앞바다를 오염시켰다는 의문인데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거제시 관계자에 따르면 200개의 마을 중 하수처리장이 있는 곳은 30곳에 불과하다면서 정말로 하수 처리 시설이 문제였다면, 나머지 170곳은 왜 오염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생활 하수가 왜 지금에서야 문제를 일으켰는지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원인 지목은 외국 국적 선박의 평형수에 의한 오염입니다. 콜레라 오염 확률이 높은 아프리카 및 적도 부근 해역에서 들어온 선박이 우리 근해로 들어와 평형수를 쏟아부은 것. 여기서 평형수는 배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출발지에서 채운 바닷물을(이 때문에 외래종이 국내 해역으로 흘러들어와 번식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함) 거제 해역에 버렸거나 혹은 선원들의 대변이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면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인데 아직은 확신할 증거가 없어 이것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 콜레라 발생 원인을 둘러싼 섬뜩한 추론
이는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절대로 현실화되어선 안 됩니다. 이 추론은 99% 허구이고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티끌같은 가능성을 염두해 봅니다. 얼마 전, 한 폐친분이 제게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습니다.
"600여군데를 검사하여 그나마 콜레라가 나왔기 망정이지 안 나왔으면 미궁에 빠질뻔 했습니다. 혹시 대계 마을에 가보셨는지요? 비가 많이 와서 낙동강 하구언둑에 수문이라도 열린 날엔 강에서 내려온 쓰레기들이 대계와 그 인근 바다를 뒤덮습니다. 특히 조류가 부산쪽 아니면 남해쪽으로 흐르니...방류시점에 남해쪽 조류 같으면 더하지요.. 전 콜레라가 생긴 기원부터 시작하여 창궐 환경까지 생각해봤습니다. 콜레라는 오염된 식수에 의해 창궐했고 그 식수는 오폐수의 관리부실에 의한 재앙이었다고 믿습니다. 오염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우리가 먹는 지하수를 오염시켰고 그 결과 콜레라 균을 계속 마시며 병을 확산 시킨것...
저는 질병관리본부에 낙동강의 콜레라 검출 여부를 의뢰하고 싶습니다. 썩어 가는 낙동강이 과연 멀쩡한지..그 물들이 그대로 바다로 들어왔을때..우리의 바다는 과연 버틸 수 있는지 그것을 먼저 묻고 싶어요.."
콜레라균이 검출된 거제 대계항은 낙동강 하구에서 유입되는 담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해역입니다. 홍수라도 나는 달에는 일대 해역이 낙동강에서 쏟아지는 강물에 염도가 낮아져 조업과 낚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낙동강 하구로 쏟아지는 강물은 그때그때 조류 방향에 따라 부산 앞바다로 흘러갈 수도 있고, 거제도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해수온이 30도 이상 육박했다지만, 우리 근해가 30도 이상 오른 경우는 예전에도 많았습니다. 폭염에 의해 일시적으로 콜레라균이 창궐한다 해도 태풍이 한바탕 쓸고 가면 어느 정도 정화가 됩니다. 일주일 전, 콜레라균이 검출되지 않아 오리무중일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번 콜레라 사태가 폭염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었다면, 8월 말 이 해역에 들이닥친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소멸되었을 확률이 높고, 그렇다면 콜레라 원인을 해수 오염으로 밝히기에는 시기적으로 물 건너 갔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거제 대계항에서 콜레라균이 발견되었고 그것이 환자의 것과 동일한 유전자임이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콜레라균의 유입은 거제도 '일부 해역'에 영향을 주는 그 무언가일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 무언가가 낙동강 오염에 의한 것이라면, 왜 낙동강이 오염되었는지를 따져야 하는데(모두가 예상하는 그 문제겠지만) 이 부분은 제가 다뤄야 할 문제에서 벗어나므로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고자 합니다.
#. 그런데도 우리 수산물이 안전한 이유
저는 이번 콜레라 사태가 일시적인 현상이며 낙동강 오염에 의한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추론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서 지적한 낙동강 오염이 문제라면, 지금의 콜레라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산물이 안전한 이유는 지금의 콜레라 사태가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졌다는 것입니다. 작년 3월, 고래회충 오보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울산 정자항에서 낚시꾼이 잡은 망상어에서 기생충의 일종인 '필로메트라(Philometra)'가 발견되면서 횟집 종사자들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인체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 필로메트라 선충을 '고래회충(Anisakis)'으로 발표하면서 감염률이 낮은 양식산 활어까지 외면받은 것입니다.
이런 왜곡 기사로 인해 어떤 현상이 필요 이상 부풀려지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 중 하나지만, 그렇다고 수산 강국으로 보기에는 여러 방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기생충과 비브리오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도 최근에서야 밝혀진 내용이 많고, 흔히 겪는 일이 아니어서 경황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은 성급한 기사를 쏟아내기에 바쁘고, 잘 모르는 국민은 동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침으로써 수산물 전반의 인식이 향상되고 수산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콜레라 사태도 이러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콜레라는 치사율이 심각한 전염병으로 인식하고 언론도 그렇게 부추긴 점이 없잖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지금 발견되고 있는 콜레라는 '엘토르 형'으로 과거에 심각한 치사율을 안겼던 '클래식 형' 콜레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유전인자를 가졌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엘토르 형 콜레라는 조금 심한 설사병 정도이며, 치사율이 극히 낮습니다. 또한, 공기로의 전염이 되지 않으며 오로지 소화기 내의 대변과 구토물로만 전염되므로 전염성도 강하지 않습니다. 설사 감염된다더라도 면역력이 정상인 성인의 몸에서는 위산에 의해 대부분 사멸합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콜레라 환자 중 대부분은 고령자이며, 위산 억제 및 위장 질환을 앓은 환자에서 나타났습니다. 교인 수십 명과 한 곳에서 같은 회를 먹어도 단 한 명만 콜레라에 걸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런 콜레라보다는 여름이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브리오 패혈증을 더 걱정해야 합니다. 지난 5년간 조사된 비브리오 패혈증의 치사율은 무려 50%가 넘었습니다. 감염된 두 명 중 한 명은 사망에 이르는 것이니 지금의 콜레라와는 위험성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비록, 거제 대계항에서 콜레라가 검출되긴 했지만, 거제 전 지역이 오염 된 것은 아니며, 오염 지역이라도 조만간 소멸돼 정상화 될 수 있습니다. 검사를 시행한 수백 군데 중 겨우 한 곳이 발견되었을 뿐이며, 지난번에도 누누이 강조했지만, 생선회나 수산물 자체가 콜레라에 오염된 것이 아닙니다.
비브리오 콜레라와 패혈증을 일으키는 불니피쿠스 균은 대부분 내장과 피를 빼는 손질 과정에서 칼, 도마, 행주 등에 옮겨붙고 그것이 살에 묻고 우리 입으로 들어가면서 감염됩니다. 다시 말해, 위생이 불결한 '일부 횟집'과 수산시장의 '일부 좌판'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되는 것일 뿐, 생선 자체가 감염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생 상태가 양호한 횟집, 평소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초밥과 선어회 전문점 등을 이용한다면 콜레라나 비브리오 패혈증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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