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오니 오후 3시. 숙소에 있는 공용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이곳 주상복합 아파트는 총 4개 동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중앙에 넓은 브리지에는 수영장 3개와 테니스 코트, 체육관 등의 시설이 있어 입주자라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른 풀장은 수심이 1.4미터 정도. 어린이 풀장은 40~70cm 정도의 수심이라 어린 딸이 놀기에 적당해 보입니다. 11월에 접어든 말레이시아의 아침은 꽤 선선해 오후 들어서야 딸이 들어가도 괜찮을 정도의 수온이 유지됩니다.

 

 

수영장에서 딸과 비슷한 또래를 만났습니다. 보통은 엄마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간단한 대화만이 오가고 ^^;

 

 

불과 5년 전만 해도 아이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던 저였는데 딸이 태어난 이후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특히, 딸과 비슷한 또래 아이를 보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그렇다고 이곳에서 머리를 쓰담쓰담 하면 눈총맞기 십상이겠지요. 지금은 우리나라도 그런 추세로 가는 듯하지만, 외국에서는 일찌감치 이 문제에 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일전에 아내와 캐나다를 여행했을 때(그땐 딸이 없었던 시절) 지금의 딸 정도 되는 아이들이 너무 인형 같고 예뻐서 아내가 카메라를 들었는데 유치원 인솔교사로 보이는 백인 여성이 찍지 말라며 경고했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여자인 아내가 같은 여자아이의 앞모습도 아닌 뒷모습을 향해 카메라를 드는 것조차도 과민 반응하는 이유는 그것이 향후 아동성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일이지만, 외국에서는 아이의 신변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점이랄까요. 조금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말레이시아와 같은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아이 어른을 막론하고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매우 실례되는 행위라고 합니다.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기 때문이죠. 또한, 사람을 가리킬 때는 중지 손가락은 물론, 검지를 써도 실례입니다.

 

중지 손가락이야 욕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그렇다 쳐도 검지는 의아했는데 이곳에서는 '짐승'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손가락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주변에 짐승이라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검지를 써도 상관없겠죠. ^^; 그렇다면 어떤 손가락으로 가리켜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았는데요. 약지 손가락은 개인의 피지컬적인 문제로 안 될 것 같고, 새끼손가락은 그 자체가 자칫 이상한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물어보니 보통은 엄지손가락을 쓴다는데 이 내용이 말레이시아에 전체적으로 통용되는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물에 들어간 딸은 완전히 신났습니다. 수영보다도 물에 떠다니는 나뭇잎 주우러 다니는 것이 재미있나 봅니다.

 

 

한쪽에서는 미끄럼틀 타기가 한창입니다. 이걸 본 아내가 딸을 안고 시도해 보는 데 왠지 불안.

 

 

저런~! 상체가 뒤로 젖혀지면 그 결과는..

 

 

물 폭탄 뒤집어쓴 아내는 정신이 없고, 딸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어 이 장면을 끝으로 황급히 들어가야 했습니다. 서둘러 딸을 들어 올리는데 이미 물을 먹고선 터져버린 울음. 코가 찡해 어찌할 줄 몰라하는 것도 잠시.

 

 

금새 평정심을 찾은 딸은 생전 처음 보는 아빠의 물개쇼에 참았던 웃음을 터트릴 찰나입니다.

 

 

 

 

 

그나저나 저 배는 어쩔. 아이 배가 대부분 그렇다지만, 혹시라도 내 배를 닮으면 안 되는데 ㅎㅎ

 

 

그냥 물속으로 잠수해 딸 앞에서 '어푸'하고 올라왔을 뿐인데도 딸은 자지러집니다.

 

 

항상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면서도 자주 놀아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이렇게 딸과 함께하니 그간 묵은 체증이 샥 가시는 듯합니다.

 

 

딸과 아내가 어린이 풀장에서 노는 동안 저는 어른 풀장에서 잠시나마 선탠을 즐깁니다. 그런데 햇볕이 워낙 뜨거우니 이것도 오래 하기가 부담스럽군요.

 

 

풀장의 샤워 부스에서 샤워하고 토끼 가운을 입혀 체온을 보온합니다.

 

 

횟집 수조를 그냥 못 지나치는 딸이 이걸 그냥 지나칠 리 없지요. 이제 그만 가자고 해도 조금만 더 보겠다는 딸. 물고기에 대해 뭐라고 설명한 적도, 관심 갖게 하려고 유도한 적도 없는데 이것도 천성인지, 아니면 부전여전인지 유난히 물고기를 좋아한다는 점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딸이 물고기에 관심을 두고, 집에 있는 어류도감도 보고 있어 지금은 횟집 수조를 지날 때마다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알려주곤 합니다. 그 결과 지금은 돌돔과 넙치, 우럭, 참돔까지는 구별하게 되었어요.

 

 

이곳은 또 다른 어른 풀장.

 

 

주민 한 사람이 수영을 즐기는데 수영장 구조가 저곳에서 절단나듯 끊겨서 그 뒤로 공간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살펴보니 이런 식이로군요.

 

 

숙소로 돌아와 좀 전에 마트에서 산 열대과일을 꺼냈습니다. 코코넛은 가져오면서 즙이 세버렸네요. 원래는 과육 안에 갇혀있어야 하는데..(먹는덴 지장이 없지만) 시원하게 해서 마시니 정말 천연 이온음료가 따로 없습니다. 국내에선 영 밍밍해 먹지 않았는데 여기 것은 맛있네요.

 

 

그린 망고와 일반 옐로 망고. 그리고 자줏빛 품종의 용과와 스타후르츠까지

 

 

가운데 골든 패션후르츠는 어떤 맛인지 감이 안 서서 3개만 샀는데 결과적으로 후회했습니다. 딸이 두 개를 홀라당 까먹는 바람에 한 개밖에 남지 않았는데 신맛이 강했지만, 뭐랄까 특유의 향이 굉장히 중독적이면서도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일반 패션후르츠도 맛있지만, 골든 패션후르츠가 더 맛있군요.

 

옐로 망고야 말할 것도 없이 달고 맛있지만, 무작정 단맛을 싫어한다면 그린 망고를 권합니다. 당도는 조금 덜하지만, 그린 망고만이 갖는 리치함이 있습니다. 완전히 익은 것은 흡사 버터 향이 날 정도로 향이 풍부해 저는 잘 익은 그린 망고가 일반 망고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덜 익은 그린 망고는 과육으로 먹기에 적절치 않으니(그래서 샐러드로 사용) 주의.

 

 

스타후르츠는 모양이 특이해 예전부터 맛봐야지 하고 점찍어 둔 것인데 맛은 흡사 풋사과와 비슷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있습니다. 계속 먹다 보니 건강해지는 느낌이긴 한데 당도는 높지 않아 아이들과 일부 어른들에게는 인기가 없을 듯합니다. 사진의 스타후르츠는 덜 익은 것이라 그냥 먹기보다는 즙을 내거나, 주스로 활용하는 편이 어울립니다. 

 

스타후르츠는 수산염이 많아서 저 처럼 결석을 앓았던 환자에게는 좋지 않으며 특히, 신장 질환이 있는 분들은 스타후르츠가 가진 독을 분해하기 어려우니 많이 먹어선 안 된다고 하는군요. (것도 모르고 이날 열심히 먹었다는 ㅠㅠ)

 

 

보통 우리가 아는 용과는 속살이 흰색인데 이런 자줏빛은 처음입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두 품종을 모두 볼 수 있는데 자줏빛 품종이 좀 더 비싸고 당도도 높다고 합니다. 맛을 보니 일반 용과보다 당도가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맹맹합니다. 그런데도 자줏빛 용과가 좋은 이유는 수분이 풍부해 한입 먹으면 과즙이 입안에서 홍수처럼 쏟아진다는 점. 한껏 땀 흘리고 수분 보충하기에는 이만한 과일도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망고스틴과 두리안이 빠지면 열대과일을 논할 수 없으니, 조만간 두리안의 심오한 세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수영 후에 과일도 먹었지만, 역시 체력 소모가 있었는지 저녁이 되면서 극심한 허기가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약 20분을 달려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있는 먹거리 시장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식당이 즐비합니다. 제가 어설피 알기로는 중국계 화교들이 살거나 혹은 찾아오는 먹자골목이었는데 흑인이 많이 보여 뜻밖이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 현지 맛집으로 정평이 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홍콩 요리 레스토랑인 '탁폭(Tak Fok)'으로 향합니다. (다음 편 계속)

 

<<더보기>>

말레이시아 여행(1), 쿠알라룸푸르에서 산다면 이런 느낌일까?(프롤로그)

말레이시아 여행(2), 인천 쿠알라룸푸르 항공편 및 기내식 이용 후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3), 로컬 식당에서 맛본 전통 음식 '사테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4), 브런치 카페에서 즐기는 오전의 느긋함

말레이시아 여행(5), 식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쿠알라룸푸르의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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