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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다 보면, 시내 중심가와 시내 외곽 사이에서 극명한 온도 차가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피부로 와 닿는 것은 물가입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시내 중심지에는 여러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유명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음식 물가만 따지면 우리나라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이지만, 빈부 격차가 많은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굳이 명품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저소득층 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물가죠.
반면, 도시 외곽은 시내로부터 수십 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체감 물가는 정말 상당했습니다. 앞서 공항에 도착한 첫날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무슬림 마을만 하더라도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이 많았고, 이날 아침 식사를 위해 간 동네도 그렇습니다. 시내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인도 타운의 수많은 식당도 저렴하기는 마찬가지.
그런데 저렴한 만큼 맛도 저렴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저는 이날 아침 식사에서 잔잔한 충격을 받았는데 현장으로 가봅니다.
홍콩 음식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우리 가족은 이날 밤, 구치소에 수감되고 말았습니다. 가 아니고 구치소처럼 생긴 현관문을 열고 숙소에 투숙했습니다. 아파트마다 철문이 있는데요. 치한 상황이 비교적 좋은 중산층 동네에서 왜 철문을 달아 놓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우유나 신문 배달꾼들을 위한 건가도 싶고. ^^;
다음 날 아침 6시. 일찌감치 일어난 우리 가족은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왔습니다. 서로 다른 테마로 꾸민 네 개동 중 한 동의 옥상을 구경하기로 합니다.
이른 아침의 쿠알라룸푸르는 인간이 가장 살기 좋은 기온으로 다가옵니다. 해가 중천에 걸리면 그때부터는 실내에 에어컨을 켜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때만큼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히 선선한 기온이 참으로 쾌적합니다. 바로 앞에는 따듯한 물이 계속해서 순환되는 스파가 마련되어 있고, 그 뒤로 쿠알라룸푸르의 시내가 펼쳐집니다.
실은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잠도 포기하고 온 거였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근사한 일출은 구름 때문에 물 건너간 것 같습니다. 내일을 기약해야 할 듯.
일출 구경은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부촌이나 감상해 봅니다. 여유가 된다면 저런 집 하나 얻어서 사는 것도 근사하겠지만, 저 같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집들입니다. 딱히 공감되지 않은 풍경인데 이렇게 바라보는 것으로도 이곳에서의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연상되려 하니 좀 웃프군요. 가끔은 이루어지지 않을 상상으로 기분을 전환해야 하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말레이시아가 좋은 나라라고 말하기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살기 좋은 주거 환경과 아이의 교육 문제로 이민 가는 한국인들이 대폭 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이곳에 정착하게 되면, 여러 문제에 직면하겠죠. 우선 직업을 포기해야 하고, 좋아하는 갯바위 낚시도 포기해야 합니다. 먹고 사는 일도 암담하겠고 당장 언어 장벽에 부딪히는 것으로도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벅찰 겁니다. 그런 냉정한 현실을 생각하자니 갑자기 저런 집이 부럽지 않군요. ^^;
자기 위안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한층 더 올라와 봅니다. 이제 이 건물에서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습니다. 최상층에는 인공 해변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주말이면 이곳에 누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선탠을 즐기고 아이들은 물놀이하는 상상을 해봅니다만, 자꾸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경뿐이군요. 왜 영화에 흔히 나오는 장면처럼 말입니다.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선글라스 낀 아빠와 엄마는 칵테일을 마시며 선텐을 즐기고, 아이들은 물놀이하고 뛰놀며 행복한 소리가 메아리치는 그래서 그 행복을 잡으려고 1인칭 시점으로 손을 뻗치는데 갑자기 잔상이 되어 사라져버리는 가족과 메아리치며 흩어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약간의 허망함에 눈을 부릅뜨자 현실로 되돌아옵니다. .
맞은 편 동 꼭대기는 저런 모습입니다. 그 옆으로는 헬스장과 옥상 정원으로 이어지는데 저곳도 조만간 둘러볼 예정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헬스장을 찾아 운동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쿠알라룸푸르는 곳곳마다 건물 세우기가 한창입니다. 워낙 인구 밀도가 높으니 이곳에서 20~30층짜리 건물은 흔한 편이죠.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니 저 멀리 KLCC 페트로나스 타워와 쿠알라룸푸르 타워가 한눈에 보입니다. 페트로나스 타워는 한일 합작으로 지었습니다. 둘 중 어느 것인지는 모르지만, 하나는 일본이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가 세웠다고 합니다.
저쪽에도 눈에 띄는 건물 하나가 보이는데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보다는 아래에 펼쳐진 주택가들에 시선이(아까부터 자꾸만 ^^;) 그리고 이곳에 보이는 야산은 하나같이 평범해 보이지만, 숲에는 원숭이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아찔한 풍경이지만, 꼭대기 층에도 스파가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곳의 일상생활이 조금 연상되려고 하죠. 퇴근 후 이곳에서 몸 담그고 야경을 바라보면서 맥주 한 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하면 이것도 지겨우려나요? ㅎㅎ
이곳에서 발 담그며 고요한 아침의 차분한 시간을 가져봅니다. 동생의 지휘 아래 명상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봅니다. 단전에 손을 대고 심호흡하면서 나의 육신과 바깥세상의 경계를 허물어트리는 고난도의 정신 수련. 여기서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목적인데 자각을 통해 나를 알고 내 경계를 허물면 나의 육신을 벗어나 스파 주변 모두가 나 자신이 되고, 그 범위를 좀 더 벗어나 28층 높이의 허공으로 나아가 급기야 저 멀리 보이는 페트로나스 타워에 이르고 급기야 내가 쿠알라룸푸르 자체가 되며, 더 나아가선..우주의 기운이
하지만 이런 명상을 처음 해보는 저로서는 제 육신이 경계를 두고 벗어나질 못해 그 이상은 나아갈 수 없더군요. 아까부터 정신 집중이 잘되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동생으로부터 여행 비즈니스 교육을 받으러 온 지인들인데 이번 일정 중 일부는 우리와 함께했습니다. 소피상은 일본인으로 고교생을 가르치는 국어(일본어)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나 : 저는 일본어를 드래곤볼(?)로 배웠는데요.
소피상 : 아 그래요? (웃음)
나 : 그래서 아는 거라곤 '시네(죽어)', '고로시테야로(죽여버리겠어)', 키사마(이놈이), 쿠소(빌어먹을) 정도고요.
소피상 : (웃음)
나 : 손고쿠가 자주 쓰는 '오라가 와꾸와꾸(나 두근두근거려)' 그런 단어들인데
소피상 : (웃음 터트림) 그런 단어는 일상에서 잘 안 쓰여요.
나 : 배고플 때 '하라해따'라고 하던가, 배부를 때 '훗타훗타'라고 하던가, '이꾸죠' 같은 말은 써도 되는지요?
소피상 : 드래곤볼에서 손고쿠가 쓰는 말은 대부분 일상적인 언어와 거리가 있어요. 그걸 아이들이 따라 하면 엄마들이 훈육하는 편이죠.
나 : 왜죠?
소피상 : 뭐랄까.. 그게 아이들끼리는 꽤 있어 보이는 말투라던가, 괜히 가오잡는 느낌이 있고, 버릇없는 말투이기도 해서 엄마들이 손고쿠의 말을 흉내 내거나 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아무튼 시간이 시간인지라 배가 고파오니 뭐라도 먹으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피상에게 한마디 했지요.
"(배를 만지며) 하라해따~"
"ㅋㅋㅋ"
이제 밥 먹으러 갑니다. 러시아워와 겹치면서 택시 잡기가 힘드네요. 그래서 2km 정도 떨어진 거리를 걸어서 왔습니다. 이 정도야 다들 가뿐하시겠지만, 저와 동생은 번갈아가면서 딸내미를 안고 가야 했으니 헉헉..;;
어쨌든 여기는 먹자골목처럼 아침 식당이 즐비한데요. 대부분 갈 길 바쁜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들리는 밥집입니다.
청과물 가게도 보이고.
쭉 걸어들어와 '펠리타'라 불리는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이곳 역시 출근길에 아침을 먹으러 오는 현지인들이 대부분입니다.
커리 향이 물씬 나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말레이시아 음식은 인도 음식 문화가 결합된 형태가 많습니다. 이 많은 커리들 무슨 맛인지 하나하나 맛보고 싶은데 말이죠.
우리나라로 치면 태극기 요리모를 쓴 셰프가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한쪽에서는 로띠 반죽이 한창입니다. 뒤를 보니 쌓인 달걀 하며 특히, 통조림을 많이 쓰는가 보군요. ㅎㅎ
그리고 이건 주문서 일부인데 처음 오신 분들은 꽤 당혹스러울 만하겠습니다. 그래도 공부 차원에서 몇 가지 기본적인 말레이시아어는 알고 가는 편이 이런 메뉴판을 맞닥트렸을 때 대처를 잘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 SUP : 수프, 국물요리
- AYAM : 닭고기
- KAMBING : 염소고기
- LIDAH KAMBING : 염소 혀
- DAGING : 송아지 고기, 수육, 살코기
- EKOR : 꼬리
- URAT : 도가니
- LIDAH : 혀
- PERUT : 생선이나 닭 따위의 내장을 통칭
- BURUNG PUYUH : 메추라기
- ROTI : 차파티, 난과 함께 북인도에서 유래된 빵의 일종
하지만 당시에는 알아들을 수 없어 메뉴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이곳에 한 번 온 경험이 있는 동생이 그때 먹었던 경험을 살려 바디랭귀지로 설명. 로띠와 나시르막 위주로 주문하였습니다.
딸을 위해 망고주스 하나를 주문.
이건 말레이시안들이 즐겨 먹는 밀크티
말레이시아의 전통 음식인 나시르막입니다. 말레이시안들이 매우 자주 먹는 기본 형태의 주식인데 여기에 치킨 한 조각을 추가했습니다.
밥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느낌의 은은한 향이 나고, 품종 자체가 우리나라 쌀과 달리 찰기가 없어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런 밥맛이 진리일 것입니다. 여기에는 두 종류의 고추장 소스가 제공되고 삶은 달걀과 생 오이 몇 조각을 곁들입니다. 이러한 나시르막은 어딜 가더라도 비슷비슷한 구성이죠. 마치 우리네 비빔밥에서 빠져선 안 될 재료가 있듯이 말입니다.
나시르막에는 늘 멸치볶음과 땅콩을 곁들입니다. 고추장 소스를 살짝 비빈 밥 한 숟가락에 멸치 한 조각과 땅콩 한 점을 올려 먹으니 맛이 조화롭습니다. 바삭바삭 씹히는 멸치는 비리지 않고 담백했으며, 저 땅콩은 흡사 우도 땅콩과 싱크로율이 90% 이상이면서도 맛까지 비슷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일반 땅콩보다 훨씬 고소하고 리치한데요. 이런 땅콩이 밥맛을 살려주는 격인데 말레이시안들은 나시르막에 땅콩과 멸치를 곱빼기로 추가해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추장 소스가 제 입에는 딱 맞는데 쌉쌀하게 올라오는 매운 향이 매운 품종의 고추를 쑤어 만든 느낌으로 우리네 매운(청양) 고추와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풍으로 올라오는 알싸함이 있습니다. 매운 음식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별로 문제 되지 않는 맵기이며, 맛있게 매워서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에 살짝 비벼 먹는 맛이 계속해서 침샘을 자극합니다.
이건 일반적인 프라이드 치킨 형태로 조각조각 썰어져 나옵니다. 갓 튀겨져 나와 아주 뜨끈하면서 바삭하고 맛있네요.
로띠는 한 사람당 한 판씩 주문.
카야 로띠입니다. 로띠 만드는 모습을 언뜻 보았는데 뜨거운 철판 위에 우리네 부침개 만들듯 묽은 밀가루 반죽을 국자로 부어서 넓게 펴더군요. 그런 다음 통조림 표 카야 잼을 쓱쓱 바르고 나서 두 번 접습니다. 막 부친 카야잼 로띠는 후후 불면서 맨손으로 뜯어 먹는데, 인도계 손님이 먹는 방식으로 오른손으로 커리를 찍어 먹으면 됩니다. (왼손은 뒤를 닦는 손이라 음식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커리가 말입니다. 한 마디로 기가 막힙니다. 저도 한 커리 먹는 사람이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제가 먹은 커리는 물론, 국내 인도 음식점들이 만드는 커리는 죄다 뭐란 말입니까? 지금까지 먹었던 커리는 죄다 커리 흉내만 낸 것임을 이곳 커리를 먹고서야 비로소 느꼈던 것.
우리식 카레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식 커리도 이곳의 커리 향이 비하면 새 발의 피. 혹자는 나라마다 방식이 다르고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커리이기에 틀린 것이 아닌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커리에 사용된 향신료의 품질과 살아 숨 쉬는 듯한 향이 마치 질 좋은 싱글 오리진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분쇄하자마자 타 먹는 커피의 그윽한 향처럼 말입니다. 그러던 사람이 카누,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던킨도넛, 맥도널드 등의 아메리카노를 먹었을 때 느껴지는 맛의 간극이랄까. (해당 브랜드 커피를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매우 실례되고 죄송합니다.) 그 정도의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커리는 세 종류가 제공되는데 이 중 불그스름한 생선 커리의 맛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생선이 들어간 것이라곤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다만, 감칠맛이 풍부해 기억이 또렷이 납니다. 생선 대가리를 다량으로 넣어 푹 끓인 육수를 커리에 이용하면 정말 감칠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다고 평소 생각해 왔지만, 실제로 맛을 보니 이건 기대 이상이군요. 사진은 치즈 로띠입니다.
먹느라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는데 이 안에는 치즈가 살짝 녹아 있어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것이 또 커리와 함께 했을 때의 콜라보레이션 효과는 훌륭합니다. 저는 치즈 로띠가 아내는 카야잼 로띠가 마음에 들었는데 한참 먹다 보니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래서 한 접시씩 더 시키려고 했는데 로띠 한 접시 가격이 커리 3종 포함해서 우리 돈으로 1,500원?
"싸다~ 마음껏 시켜. 배부를 때까지 먹자 ㅎㅎ"
말레이시아 음식에서는 '음식에 감칠맛을 정말 중요히 여김'을 느낍니다. 물론, MSG나 각종 스톡으로 맛을 내는 식당도 이곳에 많지만, 적어도 커리만큼은 집마다 자기만의 자존심과 개성이 있으며, 실제로 커리를 살피면서 든 느낌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인상. 다시 말해, 생선이 됐든 양고기가 됐든 뭐든 듬뿍 넣고 대량으로 만들어 걸쭉해질 때까지 끓이니 감칠맛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음식은 실제로 맛을 봐야만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따끈한 로띠와 커리의 궁합은 가격을 떠나 국내도입이 시급합니다! ㅎㅎ
몇 종류의 카야 잼을 먹어봤지만, 이곳 카야 잼이 정말 맛있더군요. 분명 뒤에 있는 통조림 제품을 쓰던데 포장 알아두었다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구해봐야겠습니다. 왼쪽에 마일로는 코코아 가루 같은 것으로 물이나 우유에 타 먹는 건데 우리 입에는 좀 텁텁하고 싸구려 코코아차 맛이지만, 이곳 말레이시안들은 즐겨 먹는 음료라고 합니다.
사실은 우리 딸이 그동안 고기를 잘 먹지 않아서 걱정이었습니다. 생선은 잘 먹는데 육고기를 먹지 않아서 말이지요. 내심 단백질이 부족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런 걱정을 쿠알라룸푸르로 여행 오면서 말끔히 씻어낸 계기가 있었습니다. 우리 딸이 닭고기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가 어쩌면 이때인가 싶은데요.
외국에 나와도 식사가 즐거운 우리 딸.
국내에서는 입에 대지 않았던 닭고기를 여기선 어찌나 흡입하시던지 아이의 입맛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설마 우리 딸이 국내 양계장의 열악한 현실을 직시했거나, 혹은 성체도 안 된 공장의 어린 닭고기 맛이 밍밍해서 그런 건 아닐 텐데 말이지요. ㅎㅎ
한편으로는 아이 입맛이 예민한 것도 사실입니다. 딸은 제가 잡은 제주 은갈치를 아주 잘 먹는데 하루는 외할머니가 세네갈산 갈치를 구워줬더니 한점 먹고선 입에도 대지 않았다거나, 또는 (참)고등어는 폭풍 흡입하면서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지는 점고등어(망치고등어)는 한점 먹고 치워버렸다거나 하는 사건은 우리 집에서 꽤 유명한 일화가 되었죠. ^^;
근방에 코리아타운이 있어서인지 한국어 간판이 몇 개 보입니다. 저 멀리 함흥이라 쓰여 있고 나머지 글자는 나무에 가려졌는데 아마 냉면이겠죠? 말레이시아에서 맛보는 함흥냉면의 맛이 어떨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군요. ^^;
지나가면서 인도계 아이들을 종종 봅니다만, 그럴 때마다 신비한 인상이 듭니다. 어쩌다 보니 가족 여행이 미식 여행으로 변질되었군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변질될 것 같습니다. 이제 아침도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쿠알라룸푸르에서의 3일 차 여행을 시작해 봅니다. 이날은 시내 중심가로 나가는 날로 쿠알라룸푸르 최대 쇼핑몰인 파빌리온과 KLCC 패트로나스 타워, 차이나 타운, 잘란 알로 야시장 일정이 몰려 있습니다. 아래는 식당의 위치 정보이니 찾아가실 분들은 참고되시기 바랍니다. (다음 편 계속)
#. Nasi Kandar Pelita
주소 : Ground Floor, 24, Jalan 27/70a, Desa Sri Hartamas, 5048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Malaysia
영업시간 : 24시간 영업, 주중 무휴
연락처 : +60 3-6201 8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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