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이용은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왕복 항공편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한 각종 팁이 공유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누구처럼 돈이 너무 많아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등석은 물론, 비즈지스도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저처럼 해외여행(및 출장)을 자주 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마일리지에 의한 좌석 승급도 기대하기 어렵고요. 좌석 클래스는 이미 정해졌지만, 조금만 신경 쓴다면 조금이라도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항공권 구입에 대해 누구나 고민할 것입니다. 

 

저는 동남아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 아시아를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쿠알라룸푸르까지 직항이란 점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제게는 어린 딸이 있고, 그 바람에 붙여야 할 수화물이 20kg 정도 발생하기 때문에 기내식과 음료(심지어 물까지도), 수화물에 이르기까지 전부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항공사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좌석은 엄청나게 좁고(에어 아시아는 다른 저비용 항공사보다 좁기로 악명이 높죠.) 넓은 좌석을 이용하고 싶어도 추가로 돈이 들기 때문에 이것 저것 더하면, 결국에는 일반 항공사와 같거나 혹은 더 큰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적어도 가족 여행 수단으로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용하게 된 것은 경유 시간이 2시간인 베트남 항공입니다. 네이버 항공권과 스카이 스캐너 등 티켓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존의 루트가 있지만, 저는 동생이 근무하는 외국계 여행사를 통해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를 순 있는데 만 2세를 일주일 남겨둔 딸은 항공가를 면제받았기에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1인 왕복 항공권을 268달러(우리 돈으로 약 31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오전 8시, 인천 국제공항

 

항공 일정은 10시 15분 출발 → 4시간 운항 → 호치민에서 2시간 경유 → 2시간 운항해서 저녁 6시 30분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합니다.

 

 

곧 있으면 우리 가족이 이용하게 될 항공기로 기종은 보잉 777-200. 좌석은 3-3-3 열로 되어 있습니다.

 

 

두 돌을 일주일 남겨둔 우리 딸. 지난번 나고야를 비롯해 벌써 해외여행 경험이 2회째입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에 신이 났는지 노래를 부르는데 언젠가부터 노래를 부르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어요. 혼자 감정에 몰입하면서 거의 열창 수준입니다. ㅎㅎ

 

 

시간이 지나도 멈출 줄 모르는 딸의 노래. 최근 자아 생성의 시기인지 혼자 쫑알대고 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듯합니다. 시끄러운 공항에 딸의 목소리가 묻히니 그나마 덜 민망. ^^;

 

 

사실 얼마 전에 다녀온 나고야 여행은 익숙한 느낌이 많았습니다. 일본 여행이라는 특성상 해외나 이국적인 느낌은 덜 한 편인데 제게 아무런 정보가 없는 말레이시아는 그래도 해외 여행 기분이 나더군요. 이렇게 비즈지스와 이코노미로 나뉜 입구에서도 말이지요.

 

 

티케팅 시 직원의 배려로 벌크석(앞에 좌석 없이 벽으로 된 넓은 좌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만 2세 미만의 아이를 동반한 부모라면 대게 벌크석을 배려해주지만, 그것도 자리가 남아있을 때라야 가능하기 때문에 출발 3시간 전에는 도착해 일찌감치 티케팅을 하는 것이 좋고요. 웬만하면 웹 체크인이나 무인 발권 시스템을 이용해 대기 시간을 대폭 줄이는 것도 팁입니다.

 

무인 발권 시스템으로 티켓만 미리 발권해 놓는다면, 이후로는 비교적 한산한 'Only Baggage'에서 수화물만 신속히 맡기고 출국 심사장으로 향합니다. 아기를 동반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줄을 서지 않고 빨리 통과할 수 있는 전표를 붙임으로써 출국 심사가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좌석에 앉으니 창가에 앉은 할머니가 베트남어로 말을 걸어옵니다. 아마도 한국 사람과 결혼한 친딸을 만나보고 돌아가는 길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게 생각하자니 창가를 바라보는 표정에는 오랜만에 만난 딸과의 아쉬운 작별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이륙 직전, 안전밸트에 답답함을 느낀 딸이 몸을 비틀자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 책을 꺼내 듭니다.

 

 

딸 덕분에 이런 자리도 다 앉아보고 ㅎㅎ 

 

 

이륙이 끝나자 메뉴판을 나눠줍니다. 일본처럼 단거리 노선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판이 해외여행의 기분을 더합니다.

 

 

딸은 엄마 품에서 뽀로로를 시청하며 비행의 지루함을 달래고

 

 

이륙이 끝나자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베트남 항공은 처음 이용하는데 승무원 복장이 이국적이더군요. 인천발이라 한국인 승무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닭다리 간장 조림

 

기내식은 닭다리 간장 조림과 소고기 목살찜 중 택일입니다. 우리 부부는 언제나 그랬듯 서로 다른 메뉴를 시켜 봅니다. 이에 앞서 베트남 항공의 기내식이 괜찮다는 평이 있어 기대했는데요. 데리야끼 소스 풍의 닭다리 조림은 우려했던 닭고기 특유의 잡내가 없었고 우리 입맛에도 적당히 맞았습니다. 탄수화물로는 밥과 중복되는 감자 샐러드라 그리 선호하지 않지만, 그 옆에 살라미와 치즈 케익은 맛있습니다. 음료는 진저 에일로 주문.  

 

 

소고기 목살찜

 

소고기 목살찜은 우리네 장조림과 비슷해 거부감이 덜하고요. 고기도 살코기 위주이고 특유의 고기 냄새도 없어 잘 넘어갑니다. 경유지인 호치민까지는 앞으로 4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니 장거리 노선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기내식입니다.

 

 

딸은 요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티케팅 시 신청해도 해주더군요. 무게가 1kg 정도 초과하긴 했는데 승무원이 친절히 설치해주셨습니다. 원래는 저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되고, 누워만 있어야 한다던데요. 이것도 승무원마다 대응이 다르고요. 이때는 아내가 좀 힘들어해서 하는 수 없이 요람에 앉혀서 밥을 먹였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딸의 요람 사용은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유아식이 안 나오는 줄 알고 밥을 먹였는데 뒤늦게서야 따로 나옵니다.

 

 

이윽고 호치민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호치민 국제공항

 

여기서 다시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로 갈아탑니다. 체류 시간이 2시간이라 수화물은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로 다이렉트 배달이고, 항공기 티켓도 처음부터 두 장씩 주어집니다. 중간에 쌀국수라도 먹을까 싶었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기내식이 또 나오기 때문에 패스합니다. 그나저나 저 무거운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경이롭고 신기하기만 하지요.   

 

 

고작 2시간 비행인데도 기내식은 어김 없이 나옵니다. 호치민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노선은 단거리 구간이라 3-3 배열입니다. 3-3 배열이다 보니 벌크석이 없는 대신 비상구 좌석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아이는 비상구 좌석에 배정되지 않습니다. 이륙 후 기내식이 나오는데 생선과 소고기 중 택일이고요. 샐러드에도 생선살이 들었는데 그 질감과 맛이 팡가시우스나 틸라피아 혹은 바라문디가 예상됩니다.

 

 

소고기 메뉴는 밥 대신 면이 나옵니다. 샐러드는 채 썬 파파야에 고추의 매운맛과 라임의 시큼함, 여기에 고수 향이 풀풀 나서 사람에 따라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기내식을 잘 먹는 우리 딸.

 

 

오후 6시 30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도착

 

공항은 저비용 항공사용과 일반 항공사용으로 나뉘어 있으며, 엄청나게 넓습니다. 출국 심사장까지는 레일을 타고 들어갑니다.

 

 

출국 심사장은 내국인, 아시안, 외국인으로 나뉘어 있는데 처음에는 아시안 라인이 따로 있어서 헷갈렸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우리가 외국인이니까 'Foreign'에 줄을 섭니다. 오는 동안 면세점이 즐비한데 거기서 시간을 어설프게 쓰고 나오면 이곳에 외국인 줄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비행기에서 내리면 신속히 이동해 조금이라도 이곳에서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참고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는 따로 입국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심사관은 여권과 관상(?)을 보고 통과시키지만, 저처럼 관상이 좋으면 대충 보고 통과시키고, 아내처럼 관상이 나쁘면 간단한 이미그레이션(검지손가락을 올리고 사진을 찍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ㅋㅋ 그보다 더 안 좋으면 질문 공세가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곳은 그리 빡새게 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 공항에서 택시 이용 팁

말레이시아는 산유국이라 기름값이 저렴합니다. 즉, 택시비가 다른 나라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거의 모든 대중교통을 택시로 이용해도 될 만큼 저렴합니다. 공항에서 고속 전철을 이용해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가격은 우리 돈으로 1인 1.5만원에 가까우니 2인 이상이라면 차라리 택시가 저렴합니다.

 

입국장을 통과하고 수화물을 찾으면 택시 티켓을 끊는 창구가 나옵니다. 공항 택시를 그냥 잡아타면, 바가지를 당할 수 있으니 이곳에서 티켓을 끊고 공인된 택시를 이용하기를 추천합니다. 티켓 값은 3링깃(우리 돈 600원)이며,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티켓을 끓고 택시 기사에게 건네면, 미터기를 켜고 가는 경우가 있고, 티켓을 끊을 때 아예 택시비까지 결제하고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는 후자였는데 창구에서는 1) 어디로 가는지? 2) 몇 명이 타는지? 3) 트렁크가 몇 갠지?를 묻고 거기에 따라 가격을 매겨 티켓을 끊어주는 형식입니다. 우리 가족의 목적지는 자가용으로 1시간 거리인 쿠알라룸푸르, 아이까지 3명에 트렁크는 1개라고 말하자 80링깃(약 21,000원)짜리 티켓을 끊어주었으며, 이 정도면 무난한 가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해외 유심칩 사용팁

하루 만원이라는 해외 로밍 서비스가 부담스럽다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통신사에서 구입한 유심칩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티켓을 끊고 나오면, 위 사진처럼 맥시스라는 통신사가 나오는데 유심칩은 여기서 구입해도 되고, 저처럼 입국장 통과하기 전에 나오는 핫링크에서 구입해도 됩니다. 

 

저의 경우는 7일짜리 2GB 사용을 조건으로 구입한 유심칩이 30링깃(우리 돈 8천원). 보통은 직원이 유심칩을 갈아주기도 하지만, 제가 이용한 핫링크는 그냥 손님이 갈아야 합니다. 유심칩 교체는 간단합니다. 자신의 휴대폰 상단을 보면 작은 구멍이 있는데 거기에 옷핀(통신사에 비치)을 넣으면, 칩이 뿅 하고 나오니 갈아 끼우기만 하면 됩니다. 기존에 쓰던 유심칩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는 보통 40분이 소요되지만, 서울처럼 인구 밀도가 높고 도시 계획과 정책이 효율적이지 못한지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한 수도 외곽에는 오후 5~8시 사이 극심한 차량 정체가 이어집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0시. 근처 카페에서 하루 먼저 도착한 동생과 만났습니다.

 

 

딸은 장시간 비행에 지쳤습니다.

 

 

우리 가족은 동생의 소개로 현지에 사는 중국계 커플과 함께 늦은 저녁을 들기로 했습니다. '닉'이란 이름의 친구는 자기가 종종 이용하는 현지인 맛집을 소개해 주겠다며, 우리 가족을 안내했습니다. 자가용으로 2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어느 무슬림 마을. 말레이 타운이라 불리는 이곳은 관광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누추하고 낙후된 느낌의 마을입니다. 주변 상점은 문을 닫아 어두컴컴했으며, 시골 읍 같은 동네 한구석에서 유일하게 빛을 밝히며 영업 중인 식당 하나가 눈에 띕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마을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관광객 차림새의 우리가 뻘쭘할 만큼 지극히 로컬스러운 식당입니다. 때마침 TV에서는 말레이시아의 A매치가 중계 중이었고, 가족 단위로 찾은 마을 사람들은 축구 중계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가벼운 음주와 식사를 즐기는 분위기인데요. 이런 곳에서 중국계 말레이시안 커플과 함께 맛보는 첫 식사는 어떨지 기대됩니다.(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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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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