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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를 먹으러 가는 아파트 길
혼잡한 교통, 밤의 쿠알라룸푸르, 얼떨결에 찾아온 무슬림 마을과 로컬 식당에서의 늦은 저녁 식사. 그리고 피곤함.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이후 현재까지 우리 가족이 느낀 감정입니다. 날이 밝았고 눈을 떠보니 9시. 침대에서 뒹굴다 간단히 씻고 나오자 우리 앞에는 이런 느낌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야외 풀장 A
이곳은 4개 동으로 이뤄진 주상복합 아파트가 서로 연결된 브릿지입니다. 브릿지에는 야외 테니스 코트와 배드민턴 코트가 있는 체육관, 그리고 몇 개의 야외 풀장이 있으며, 이곳에 입주한 주민들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입주자 카드를 가진 자라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죠.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월세로 사는 동생 덕분에 숙소비를 아낄 수 있었고, 좋은 주거 환경에서 느긋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야외 풀장 B
오전에 수영을 즐기는 주민도 보이고
조만간 이용하게 될 어린이 풀장
이 외에도 입주자가 편히 쉬고 즐길만한 시설물이 여기저기 숨어 있는데 그것은 나중에 둘러보기로 하고요. 우선은 브런치를 먹으러 내려갑니다.
아파트 1층에는 쇼핑몰과 브런치 카페가 밀집돼 있는데 그중 적당한 곳을 골라서 들어갑니다.
B-LAB 내부
이곳은 전날 밤에 찾아간 로컬 식당과 완전히 대조적인 느낌의 브런치 카페입니다. 브런치가 괜찮다는 동생의 추천으로 들어갔는데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군요.
오전 8시부터 3시까지 판매한다는 브런치 메뉴들입니다. 가장 비싼 메뉴인 'The Ultimate Breakfast'가 32링깃(약 8,600원). 이름 한번 거창해 아내와 동생이 먼저 주문했고, 저는 바로 위에 있는 Egg, Bacon & Sausage로 주문해 봅니다.
다른 메뉴도 살피는데 맨 아래 피쉬앤칩스가 32링깃.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8,600원이니 이 정도 물가는 쿠알라룸푸르에서 꽤 비싼 축에 든다고 합니다. 아파트 월세가 중산층 이상은 돼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 여기에 어느 정도 부합돼는 물가로 보시면 됩니다.
#. 말레이시아의 화폐 단위와 쉬운 원(KRW) 계산법
참고로 말레이시아의 화폐단위는 링깃입니다. 1링깃은 약 280원 정도인데 현지에서는 계산의 편리를 위해 곱하기 3을 하고 00을 붙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30링깃은 X3에 00을 붙여서 우리 돈 9,000원. 현재 환율로 정확히 계산하면, 8,064원이 나옵니다.
테이블 기본 세팅
주문하면 직원이 소금, 후추, 토마토케첩, 칠리소스를 서빙합니다. 케첩은 하인즈. 여러 브랜드 중에서 하인즈를 쓰는 곳이라면, 다른 음식도 믿을 만 하다는 영국인들의 주장에 일단은 동의합니다. 정말 찐~~한 케첩은 하인즈. (나머지는 진한 척만 하는 ㅎㅎ) 영국 남자에서 나오는 영국인 신부님의 하인즈 찬양이 괜한 게 아닐 정도지요. ^^
우선은 기본으로 커피부터 주문하는데 여기서 아메리카노를 찾으면 대부분 알아듣지 못합니다. 보통은 '롱블랙'이란 말로 통용됩니다. 사실 아메리카노란 말은 이탈리안들이 커피에 물 타서 먹기를 좋아하는 미국인을 조롱하고자 지어낸 말이기도 합니다. 미국인들에게는 이탈리안들이 즐기는 에스프레소가 너무 진하고 써서 예부터 즐겨 먹던 홍차와 비슷한 농도로 맞추기 위해 물을 타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처음에는 양키들이 먹는 구정물이라며 비하하기 시작했다죠. 입맛과 취향은 서로 다른 법인데 아메리카노는 그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이탈리안들의 독선에서 유래된 말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커피의 한 축이 되었죠.
쿠알라룸푸르의 아침은 우리네 서울 못지않게 바쁘게 돌아갑니다. 사실 저는 택시를 타고 가더라도 좀 더 로컬다운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길 원했지만, 오전에 택시를 잘못 잡아탔다가는 교통 체증에 갇혀버릴 수 있어서 말입니다. 비록, 로컬 분위기는 나지 않지만, 이렇게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브런치 메뉴를 주문하면, 세 종류의 빵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토스트 빵도 있고요.
Egg on a toast(18링깃, 약 4,800원)
내가 주문한 Egg, Bacon & Sausage(25링깃, 약 6,700원)
The Ultimate Breakfast(32링깃, 8,600원)
제 것과 비교해보니 다 똑같고 버섯밖에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2천원 차이.
같은 메뉴로 달걀만 써니사이드업으로 주문한 것입니다. 써니사이드업은 저렇게 해가 뜬 모양이라는 데서 유래된 말로 알아두면 좋습니다.
전날 피곤함에 제대로 먹지 못한 딸이 이날은 딸이 좋아하는 단호박 수프부터 시작해 버섯과 계란의 도움으로 충분히 먹었습니다. 딸이 잘 먹으면 옆에서 지켜보는 것으로도 배가 부르는 법. 음식은 전반적으로 무난한데 특히, 버섯의 향이 좋고 육수에 졸인 듯한 베이크드 빈이 맛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퍼블리카로 갑니다. 이곳도 주상복합 아파트에 딸린 쇼핑몰인데 지하에는 커다란 마트가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퍼블리카 로비
들어가서 아이폰 7도 구경하고요.
동생이 링깃으로 환전해 오는 동안 할로윈 느낌이 물씬 나는 포토존으로 들어가 봅니다.
아무래도 어린 딸과 함께하니 정서적인 측면에서 자칫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뭐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좋아지더군요. (딱 내 정서 ㅎㅎ) 아빠가 좋아하니 딸도 영문을 모른 채 신났습니다.
엄마까지 좋아하는...(우리는 피바다 가족인가 ㅎㅎ)
어떤 곳은 아동 정서 분위기를 잘 녹여낸 듯하면서도
어떤 곳은..
그리고 또 어떤 곳은...
아...이런 거 너무 좋아 ㅠㅠ
사실은 할로윈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양의 놀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시대의 흐름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문제는 축제의 의미도 모를 얘들을 앉혔다가 할로윈 파티를 시키는 보육기관(유치원 등)의 맹목적 편승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순수성을 일부 어른들의 수익 사업에 이용된다는 부정적인 느낌도 들고 말이죠.
지하 식품 매장
우리는 지하 식품 매장으로 갑니다. 이곳에서 수영 후에 먹을 열대과일을 좀 사는 것을 비롯해 어떤 육류와 생선을 파는지도 살필까 합니다. 여기에는 귀국 후 지인 선물용으로 좋은 카야 잼도 장바구니 리스트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한 규모입니다. 종류도 어마어마해 둘러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다음 편 계속)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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