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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존커 스트리트
하모니 스트리트에서 여러 종교가 한 장소에 공존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둘러 본 후 존커 스트리트로 갑니다. 존커 스트리트와 하모니 스트리트는 한 블럭 차이로 나란히 뻗어 있어 올 때는 하모리 스트리트를, 되돌아갈 때는 존커 스트리트를 이용하는(혹은 그 반대) 동선이 좋습니다.
존커 스트리트에는 개성 있는 바, 식당, 카페, 상점이 많습니다. 이곳에 오면 한 번쯤 둘러봐야 할 식당이나 요리(라이스 치킨볼 같은)가 있지만, 낮에는 보시다시피 썰렁한 편입니다. 이곳의 진면목은 주말 밤마다 열리는 야시장에 있다고 하니 말라카로 여행 오실 때는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 일정을 맞추시길 권장합니다.
저는 말라카를 패키지로 왔기 때문에 하루 만에 다 둘러보고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야 합니다. 가이드께서 우리에게 준 시간은 한 시간이라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존커 스트리트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존커 스트리트 곳곳에는 이렇게 개성 넘치는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국가에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 부여하는 작위 '다툭(Datuk) 동상
존커 스트리트는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활기를 띱니다. 건물 양식과 전반적인 색채가 독특한데요. 아무래도 과거 포르투갈 식민지배를 받았던 곳인 만큼, 마카오에서 보았음직 한 포르투갈 건물 양식과 중국 화교의 색채가 절묘히 결합한 느낌입니다.
거리에는 옷 상점이 많은데요. 가격이 저렴하고 패션은 현지인스러운 옷들이 많습니다.
어느 과자점에서
과자와 빵을 파는 상점을 기웃거리다가 두리안 빵이 보여 몇 개 사 먹어보았습니다.
생긴 건 베이비슈와 비슷한데 슈크림 대신 두리안 크림이 들어 있는 폭신한 빵입니다. 그 맛이 어떨까 싶어 한입 깨무는데
두리안이란 과일 자체가 상당히 크리미하니 그것으로 만든 크림은 오죽할까 싶겠냐만, 시궁창 냄새가 나서 비위가 맞지는 않네요. 일전에 야시장에서 먹은 두리안은 맛있었는데 아무래도 제빵에 사용되는 것인 만큼 좋은 품종의 두리안을 가져다 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두리안 특유의 시궁창 냄새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맛. 일행은 먹다가 버리네요. 저도 웬만하면 다 먹겠는데 이건 좀..^^;
딸내미는 삼촌 목마 타고 아주 신이 났습니다.
존커 스트리트를 빠져나오자 이곳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대식 건물이 반깁니다.
말라카 강의 해넘이
강으로 돌아오자 해넘이의 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밤이 오면 밤이 오는 대로 이곳은 활기를 띨 것입니다. 닫혔던 일부 상점과 식당은 셔터를 올리고 간판을 밝히면서 손님맞이에 들어가겠지요. 말라카 곳곳을 여행하던 사람들도 밤이면 존커 스트리트 주변으로 몰릴 것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말라카에서 하루 묵고 좀 더 진득하게 둘러보고 싶지만, 어린 딸과 함께하기에는 여러모로 힘에 부칩니다.
다음에 또 이곳에 올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라카와 패낭 같은 여행지를 당일치기 패키지로 이용한다는 것은 역시 수박 겉핥기식 여행이란 생각입니다. 오가는 교통편만 잘 알아본다면, 말라카는 자유 여행으로 다녀보시길 적극 권합니다.
계속해서 강가를 둘러보는데 웬 악어가 있군요? (사진 하단) 우리 같은 관광객이 저런 장면을 보면 야생인지 누가 키우는 건지 그 짧은 순간 혼란이 오기도 하는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야생입니다.
다가가 가까이서 보니 악어가 아니고 왕도마뱀이었군요. 성격이 온순한지 흉폭한지 짐작되지 않는 저 덩치 하며, 연신 혀를 날름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한동안 꼼짝도 안 하던 도마뱀이 몸을 틀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강물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가 싶었는데
이때 유람선 한 대가 도마뱀을 향해 돌진합니다.
어어~ 저 상태로 가다가 괜찮을까? 싶은데
도마뱀은 무사하네요. 히잡을 둘러쓴 여인들이 손을 흔들어줍니다만, 바로 아래 헤엄치고 있는 도마뱀은 못 본 듯합니다.
붉게 물들었던 말라카 강은 해가 지면서 다시 차분해집니다. 이윽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겠지요.
강 따라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이제는 약속 시간이 다 됐습니다.
해가 지면서 고기들의 활성도가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수면 밖으로 입을 내밀어 뻐끔거리기를 좋아하는 이 물고기의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 합니다만, 잘 보면 메기과 어류처럼 수염이 달려 있더군요.
투어 버스가 오고 우리는 그 길로 해상 모스크를 보러 갑니다.
말라카 해상 모스크
해상 모스크는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으로 건축된 말라카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입니다.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이슬람 신자가 아니면 입장할 수 없습니다. 즉석에서 이슬람 개종을 받으면 또 모르겠습니다. 저녁이라 많은 신자가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신 알 수 없는 흥얼거림(코란을 읽는 듯)에 뭔가 차분하면서 신성한 분위기가 이곳까지 전달되는 듯하고요. 그들에게는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의식이겠지만, 멀찌감치 바라보는 우리 눈에는 그저 멋진 사진 포인트에 지나지 않기도 하겠죠.
대부분 이슬람 해상 모스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이곳이 베스트 사진 포인트라고 가이드가 일러주더군요. 이날을 구름이 잔뜩 껴서 수평선 아래로 해가 지는 장관을 볼 수 없었지만, 날이 좋으면 해상 모스크 뒤로 오메가 일몰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 확률이야 복불복이지만, 진사분들은 망원렌즈가 필수겠지요?
"엄마! 별님 봐요."
당시 24개월 된 딸이 이 발음을 정확히 말하기 시작했다죠. ^^
저 멀리에서는 낚시가 한창입니다.
누군가가 말라카 해협을 향해 힘찬 캐스팅을 합니다. 처박기 원투 낚시로군요. 위성 사진으로 보아선 이곳은 전부 뻘밭이던데요. 그렇다면, 망둥어나 숭어를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가 아니고 뻘밭에 사는 이곳의 아열대성 어류를 노리겠지요. ㅎㅎ
해상 모스크에서는 코란이 끊이질 않고 흘러나옵니다. 굉장히 나긋나긋한 목소린데요. 아마도 저였으면 그거 듣다가 졸았을지도 모릅니다. ^^;
우리는 패키지 투어에 포함된 식사를 위해 가이드를 따라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중국식 레스토랑. 이곳에서 식사하고 나서도 말라카 여행 일정이 조금 남았습니다. 인력거인 트라이쇼를 타고 유람선으로 왕복 7km에 달하는 강을 구경하다가 숙소가 있는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면, 밤 11~12시가 되어 있을 겁니다. 말레이시아 여행 4일 차 밤이 저물고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순간입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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