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창의 어느 해산물 레스토랑

 

꼬창은 태국 동남부에 있는 휴양지 섬입니다. 한국에서는 한 해 4~5천 명이 찾을 만큼 인지도가 낮지만, 남들 눈을 피해 조용히 휴가를 즐기려는 프라이버시 성향의 유럽인들에게는 제법 알려진 곳이죠. 주변이 군도로 이뤄진 만큼 해산물 요리가 유명하니 낚시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왔어도 이곳의 해산물 요리는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 <성난 물고기> 태국 편 기획서를 받으면서 사전 미팅을 했을 때는 그 지역 특산물을 비롯한 여러 먹거리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랍스터와 비견되는 닭새우나 부채새우, 어른 팔뚝만 한 타이거 새우, 그루퍼 요리가 기대됐죠. 어제 포스팅한 '살아있는 화석, 투구게' 요리도 다른 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별미일 것 같습니다.  

 

때는 점심이고 우리는 지역 코디네이터의 추천으로 꼬창의 한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들어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꽃길이 펼쳐지는 바닷가 풍경에 기대감이 슬슬 오르고 있었죠.

 

 

알고 보니 가두리 양식장을 겸한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어떤 어종을 키우나 살피는데

 

 

표준명 흉기흑점바리

 

가두리에는 일명 '라푸라푸'라 불리는 대형 그루퍼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이 물고기를 '다금바리'라 팔기도 합니다. 다금바리는 한국에서 워낙 인기 있는 고급 횟감이니 유사어종인 흉기흑점바리나 갈색둥근바리를 한국인이 좋아하는 이름으로 팔아 조금이라도 값을 올리려는 것이겠죠. 

 

사진의 그루퍼는 우리 말로 '흉기흑점바리'라고 합니다. 다금바리와 같은 그루퍼에 속하는데 사촌일 뿐 다금바리는 아니죠. 맛도 다르고 가격도 완전히 다른 물고기입니다.

 

 

표준명 갈색둥근바리

 

몇 마리가 연거푸 솟아오르는데 그중에는 갈색둥근바리도 보이는군요. 이 녀석도 흉기흑점바리와 함께 다금바리로 곧잘 둔갑해 우리에겐 다금바리를 사칭하는 원흉으로 인식되지만, 사실 동남아 국가에서는 주요 양식어종이자 고급 식재료입니다. 제가 기대하는 것도 이런 그루퍼를 생선회가 아닌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재료와 함께 조리된 요리입니다.

 

 

그나저나 수려한 조망 때문인지 왠지 고급 레스토랑의 기운이 느껴지는 가운데 저는 괜스레 디님의 총알이 걱정되었습니다. EBS 특성상 워낙 저예산이고 최소 인원으로 하는 해외촬영인지라 런 데서 밥을 먹어도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걱정할 부분은 아니겠지만 ^^;)

 

 

어쨌든 지금 만큼은 촬영이 아닌 여행 온 기분입니다. 이날 오랜만에 늦잠도 잘 수 있었고요. (제 기준에 오전 7시에 기상하면 늦잠입니다. 평소 낚시 촬영 때문에 새벽 2~3시에 기상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여러 메뉴판 중 하나를 올려봅니다. 아시다시피 'Mullet Fish'는 숭어를 의미하지요숭어 똠얌꿍을 비롯해 각종 숭어 요리를 파는데, 게 중에는 숭어회도 보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숭어회를 맛보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태국의 숭어회 맛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문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코디분에게 맡겨서 착착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소고기 뭇국 같은 담백한 국물로 시작.

 

 

살짝 매콤한 오징어 요리에

 

 

간장 양념에 볶은 맛이 나는 돼지고기 배추 볶음에

 

 

동남아 여행에서 빠지면 서운한 공심채 볶음에

 

 

매콤한 태국식 돼지고기 덮밥(팟 끄라파오 무쌉)도 빠지면 안 될 것이고

 

 

밥 배는 따로 있으니 해물 볶음밥을 시키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음식은 대체로 입에 맞아 무난한데 왠지 모르게 공허한 기분이 듭니다. 어차피 촬영이 아니니 특별한 음식을 주문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새우 정도는 시켜주실 줄 알았는데 말이죠. ㅠㅠ (나중에 얼마나 좋은 음식 먹이려고 총알을 저장해두시는지 ㅎㅎ) 

 

 

별로 궁금하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필요한 분을 위해 식당 정보를 올립니다.

 

 

꼬창의 어느 야시장

 

야시장은 그 나라 노점 음식을 접하기 좋은 장소지만, 우리는 낚시 미끼를 사기 위해 찾았습니다. 인근에 수산시장이나 마트가 없어 할 수 없이 야시장을 찾아 오징어나 새우를 사야 했는데요. 보시다시피 꼬창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유럽인입니다. 희한하게도 흑인은 드문 편이고요. 대부분 백인이고, 한국인은 가끔 봅니다. 야시장을 쭉 둘러보는데

 

 

동남아 야시장에 흔히 있을 법한 꼬치 구이

 

태국식 매운 돼지고기 덮밥

 

이것은 곱창?

 

먹음직스러운 등갈비 바비큐

 

크레페를 부치는 아가씨

 

카메라 전원이 켜지고 피디님의 레디 사인이 나갑니다. 그리곤 제게 태국 돈을 쥐여주는데요. 저와 우지원씨는 정해진 동선이나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꽂힌 음식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맛보라는 겁니다.

 

이왕이면 가장 태국스러운, 태국 야시장에서나 볼 법한 음식을 먹어주는 것이 좋은데 한쪽에서 크레페를 부치는 고소함이 코를 찌르길래 자연스레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인상 좋은 아가씨가 맛있는 누텔라를 바르며 크레페를 부치고 있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지요

 

개인적으로 야시장 씬에 비친 제 모습이 가장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해당 방송분을 올려봅니다. ㅠㅠ

 

 

EBS1 <성난 물고기> 태국 꼬창 편 야시장에서

 

 

한쪽에는 색다른 크레페를 부칩니다.

 

 

망고 크레페로군요. 마음 같아선 맛보고 싶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서둘러 움직여야 합니다.

 

 

아이스크림 노점상

 

하루는 아이스크림 노점상이 숙소 근처에 있길래 사 먹어 봅니다. 우리 돈으로 300~400원이면 사 먹을 수 있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인데요.

 

 

옥수수 알갱이와 연유를 뿌리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아이스크림 위에 밥을 담습니다?

 

 

코코넛 아이스크림에 옥수수 알갱이의 조합. 여기까지는 흔히 상상되는 맛인데

 

 

길쭉한 찰밥이 과연 아이스크림과 어울릴까 싶어 맛보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군요. 은근히 식사가 되는 이 기분은 뭘까요? ㅎㅎ

 

 

꼬창에서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는 맛집에 들렀다

 

저녁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현지 코디네이터의 추천으로 현지 식당에 들어왔습니다. 보통은 음식이 나오는 족족 먹는데 보시다시피 때는 촬영이라 조명까지 동원하면서 한 상 푸짐히 차려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식은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는데 촬영 환경상 어쩔 수 없죠.)

 

 

그루퍼로 만든 보양 요리, 쁠라능씨이우

 

꼬창을 비롯한 태국에서는 그루퍼를 보양 식재료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그루퍼지만, 증기로만 쪄서 갖은 재료를 얹고 소스를 뿌리면 근사한 요리가 되지요. 맛을 보는데 괜히 보양식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생강, 마늘, 버섯, 죽순  보양에 좋다는 식재료는 한국이든 태국이든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듯합니다.

 

 

부채새우 튀김

 

부채새우는 보기와 달리 속살이 많이 들었습니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별미.

 

 

숭어 말이

 

숭어살을 찌고 돌돌 말아서 소스를 뿌린 형태인데요. 상큼한 소스 때문인지 예상외로 조화롭습니다. 

 

 

그리고 어제 소개했던 이 녀석. 우리나라 갯가재와 모양은 비슷한데 크기는 서너 배 이상 크죠. 이 녀석을 어떻게 조리할지 궁금했는데요.

 

 

현지에선 볶음으로 나옵니다. 갯가재 살은 적당한 탄력과 함께 마늘과 고추의 매콤함까지 더해지면서 기가 막힙니다.

 

 

후식은 태국인들이 좋아하는 찰밥과 망고인데 망고의 부드러움과 단맛은 두말할 것도 없고, 문제는 이 찰밥이 말입니다. 그냥 먹어도 코코넛 우유 향이 가득해 느끼할 줄 알았는데요. 망고와 함께 먹으니 의외로 중독성이 강합니다. 은은하게 달면서 고소한 찰밥에 저도 모르게 손이 갔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는 해당 방송분입니다. 꼬창에서 촬영한 씬이지만, 방송에서는 2부인 자이언트 스네이크 헤드 피쉬 편에 들어갔습니다.

 

 

EBS1 <성난 물고기> 자이언트 스네이크 헤드 피쉬 편에서 레스토랑 먹방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꼬창의 유일한 한인 게스트하우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식은 뜻밖에도 한식입니다. 8일 동안 태국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음식을 접했지만, 기억에 남는 음식은 따로 있었습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한인 게스트하우스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인 손님만 받는 곳은 아닙니다. 꼬창이라는 여행지 특성상 유럽인 손님이 대부분인데요. 이 와중에도 한식을 식사 메뉴로 팔고 있어 호기심 많은 외국인이 한국 라면이나 한식을 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날은 꼬창에서 갯바위 낚시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게스트하우스 사모님이 현지 음식에 지친 제작진과 출연진들을 위해 맛깔스럽게 한식을 차려 주었습니다. 저는 해외에서도 어지간하면 한식을 먹지 않지만, 옆 이웃집에서나 날 법한 김치찌개 냄새에 어찌 침이 안 고일 수 있을까요? ^^ 이는 한국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김치찌개 냄새의 정체는 무려 묵은지 김치찜이었습니다. 친정(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라는데요. 투박하게 썬 태국산 돼지고기와 합을 맞춘 근사한 돼지고기 김치찜입니다. 두부는 또 어디서 구하셨는지..

 

묵은지가 제대로 익었네요. 돼지고기, 두부와 같이 싸 먹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뻔했고, 다른 분들은 먹느라 한동안 말도 없습니다.

 

 

한국식 밑반찬에 저 달걀말이까지.. 태국에서 고국으로 갑자기 순간 이동한 기분입니다. 

 

 

그래도 밥은 어쩔 수 없이 태국 쌀. 여기에 매콤한 태국식 돼지고기 볶음까지 모처럼 과식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실은 사모님이 차려준 음식이 이게 다는 아닙니다. 대망의 마지막 회를 장식하기 위해 여기서는 아껴두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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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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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무성
    2018.01.26 13:0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바일런핫 다녀오신거 맞죠?
    페북이랑 블로그 눈팅만 하는 독자이지만
    얼마전 태국여행에서 다녀가셨단 이야기 듣고는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ㅎㅎ
  2. 라이카
    2018.01.26 15:1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본문의 망고 크레페는 로띠라고 불리는 태국의 길거리 간식입니다 ㅎㅎ
  3. 2018.01.26 16:4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태국에 이런곳이 있었군요 파타야랑 방콕 만 갔었는데 가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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