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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미식 생활과 여행 먹방을 돕는 수산물(생선회) 가이드로 오늘은 초겨울에 먹으면 맛있는 제철 생선회 8선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잠깐! 이 글은 '한겨울'이 아닌 '초겨울'에 맛이 좋은 생선회라고 못을 박았지만, 길게 보면 겨울 내내 맛이 좋은 생선회이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워낙 제철 맞은 생선회가 많기 때문에 겨울철 대표 생선회인 방어는 다음 편을 위해 양보하겠습니다. (그러니 방어가 빠졌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 오늘 소개하는 생선회는 지금 당장 먹어야 손색이 없는, 2월 이후에는 어종에 따라 맛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생선회를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양식 모둠회
#. 11~12월은 양식도 맛있는 시기
초겨울에는 양식 활어의 살이 단단하고 지방이 오르는 시기입니다. 양식장은 주변 바닷물을 끌어다 쓰기 아무래도 한여름 30도에 육박하던 수온이 15도 안팎으로 떨어질 시기입니다. 여기에 양식 횟감으로 선호하는 광어, 우럭, 도미(참돔), 감성돔 등은 모두 15도 안팎에서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때문에 생육 조건이 좋아지고 살집도 두툼해지죠.
사진에는 농어도 있지만, 겨울철 농어는 그리 추천할 만한 생선회는 아닙니다. 광어는 국산(제주, 완도)이 알아주고, 참돔은 일산을 최고로 칩니다. 국내 양식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곤 하나 그래도 돌돔, 능성어, 자바리, 참돔은 맛과 크기, 빛깔에서 일본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죠.
제게 "지금쯤 권할 만한 양식 생선회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자주 들어옵니다. 그랬을 때 저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초겨울 양식 활어에 한정해서 말씀드리자면, 광어는 완도산(제주보다 물이 차기 때문에) 2.5kg 이상, 참돔은 국산도 좋지만, 일산 대도미(2kg 이상), 일산 능성어(1.5kg 이상)를 권해봅니다."
긴꼬리벵에돔
#. 긴꼬리벵에돔
지금부터는 일반 소비자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생선회지만, 조금만 검색해 보고 산지를 찾으면 충분히 드실 수 있는 횟감이기도 합니다.
최근 <도시어부>, <성난 물고기> 같은 낚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긴꼬리벵에돔을 초겨울 제철 생선회로 낙점했습니다. 저는 긴꼬리벵에돔을 사계절 먹습니다. 계절별 맛의 특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요. 또한, 현장에서 그곳 선장이나 전문 낚시꾼들의 이야기도 많이 참고합니다.
긴꼬리벵에돔의 맛이 가장 떨어지는 철은 산란기가 겹치는 봄입니다. 그래서 겨울이 제철이라 할 수 있는데요. 겨울 중에서도 저는 혹한기(영등철)보다 겨울의 문턱이라 할 수 있는 11~12월에 맛본 긴꼬리벵에돔 회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사실 긴꼬리벵에돔은 서식지에 따른 먹잇감이 다르고, 잡히는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글이 정답이 될 순 없어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해조류 위주의 식성이던 긴꼬리벵에돔이 겨울에는 갑각류 위주로 바뀌면서 육질과 향미가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서울, 수도권에 긴꼬리벵에돔을 취급하는 횟집은 많지 않습니다. 긴꼬리벵에돔을 맛보려면 제주도로 가야 합니다. 제주도 중에서도 모슬포, 가파도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칩니다.
이유는 그 부근에서 잡힌 벵에돔 종류가 긴꼬리벵에돔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제주 지역에서는 일반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이 섞여서 잡히고 구분 없이 판매하는 경향이 있으니 벵에돔을 드실 때는 긴꼬리벵에돔인지 또는 모슬포 산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지요.
돌가자미 회
#. 돌가자미
가자미 중 최고급 횟감을 꼽으라면 줄가자미, 노랑가자미, 범가자미가 있지만, 모두 맛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줄가자미(사메가레이, 이시가리x)는 비싸서 먹기 힘들고, 노랑가자미는 일본 북해도는 가야 맛볼 수 있고, 범가자미(멍가레)는 엄청나게 희귀하죠.
제가 초겨울 생선회로 추천하고 싶은 어종은 이 세 가자미에서 바로 아랫급이라 할 수 있는 돌가자미입니다. 속초에서는 '돌광어', 그 외 지역에서는 '돌도다리' 또는 '이시가레이'로 불리는 비늘 없는 가자미입니다. 등에 딱딱한 뼈가 길게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뼈도다리'라 부르기도 하죠.
육질은 광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합니다. 바로 썰어 먹기보다는 몇 시간 정도 숙성했을 때 쫄깃쫄깃, 차진 식감이 으뜸이죠. (활어회를 두껍게 썰면 질길 수 있어요.) 얼마 전, 통영 중앙시장에서 돌가자미를 포장해왔는데 kg당 35,000원 정도 했습니다. (시세는 매일 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포항, 부산, 거제, 통영, 남해, 여수 쪽으로 여행을 가겠다면, 인근 재래시장에서 '돌도다리'를 찾아 맛보시기 바랍니다. 돌가자미는 11~12월이 가장 맛있습니다.
갈치회
#. 갈치 회
11월 하면 은갈치 회가 별미죠. 솔직히 맛있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제 입맛에는 썩 안 맞아요. 다른 생선회보다 맛이 유별나거나 뛰어나서 먹는 회라기보다는 지금 시기 특별한 기분으로 먹는 별미 같은 회죠. 그래도 제가 갈치회를 추천하는 이유는 11월에 유독 큰 갈치가 많이 잡히고, 지금이 가장 맛있는 철이기 때문입니다. 갈치회는 제주도로 여행 가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삼치 회
#. 삼치 회
삼치 하면 구이부터 생각나지만, 여수를 비롯한 남도 지방에서는 선어회로 유명합니다. 특히, 몸길이 90cm 이상인 대삼치는 지금 이 시기 기름기가 찰대로 차서 방어 못지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그런데 삼치는 잡히자마자 금방 죽습니다. 즉, 활어 유통이 어렵죠. 이 때문에 우리가 횟집 수조에서 살아있는 삼치를 맛보기란 전설의 물고기 돗돔이나 심해 다금바리를 만나볼 확률보다 희박할 겁니다.
때문에 초겨울 삼치회가 그렇게 맛있다는 말은 어획 직후 선도 관리가 잘된 선어에 한정해서입니다. 그러니 횟감용 선어를 고르는 오너 셰프의 안목, 거래처와의 신뢰도가 우리가 먹을 삼치회의 신선도를 좌우하겠지요.
제대로 된 삼치회를 맛보시려면 정평 난 선어 횟집을 이용하시길 추천합니다.
자연산 우럭 회
#. 우럭 회
우럭의 본명은 '조피볼락', 광어와 더불어 양식이 많이 되는 국민 횟감입니다. 좀 전에는 '횟집 수조에 산 삼치를 볼 확률은 희박하다.'고 했는데 반대로 우럭은 횟집 수조에 없을 확률이 희박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식집과 스시 전문점에서는 우럭을 취급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이유는 낮은 수율 때문입니다. 우럭은 대가리가 커서 뼈와 내장을 쳐내고 나온 순살이 전체 중량의 약 30%에 불과합니다. 그 외 부산물은 매운탕 외에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편이죠.
그래도 이 시기에 잡힌 자연산 우럭은 살이 차지고 담백하면서 단맛이 납니다. 양식 우럭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텁텁함은 없어요. 만약, 서해 및 서남해로의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인근 수산시장이나 횟집에서 한 마리 1kg이 넘는 자연산 우럭을 맛보시길 권합니다. 자연산 우럭은 이 시기 서울 수도권의 수산시장에도 종종 들어오니 놓치지 마세요.
양식 고등어회
#. 고등어 회
11~12월은 고등어의 지방 함량이 절정에 이를 때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등어는 양식 기준입니다. 자연산 고등어는 잡자마자 금방 죽어버려 활어 유통이 어렵습니다. 특별히 자연산 고등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산지 식당이 아니라면, 좀처럼 맛보기 힘들죠. 양식 고등어는 물차에 실려 전국으로 운송되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고등어회를 드실 때는 수조를 유심히 살피시기 바랍니다. 몸길이 40cm에 육박하는 대고등어가 활기차게 수조 속을 도는데(주로 원형 수조) 그 수가 많을수록 회전율이 좋은 횟집입니다. 수조에 고등어가 몇 마리 없고, 수조 또한 사각형이고, 바닥에 힘없이 드러누운 고등어가 몇 마리 보인다면, 다른 생선회를 드시기 바랍니다.
돌돔 회
#. 돌돔
초겨울에 살이 찌고 맛이 오르는 생선회로 돌돔을 선정했습니다. 돌돔 하면 '생선회의 황제'니 '생선회의 끝판왕'과 같은 수식어가 줄줄이 붙을 만큼 고급 어종입니다. 이 경우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표현하지요. 돌돔은 예외입니다.
안 먹어본 사람도 있고, 한 번만 먹어본 사람도 많습니다. 이유는 비싼 가격 때문입니다. 산지에 가면 다금바리니 줄가자미니 값비싼 횟감이 즐비하지만, 돌돔만큼 흔하면서 비싼 회도 없을 겁니다.
자연산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여러분께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못합니다. 자연산은 여력이 되시는 분들만 드시길 바라며, 여기서는 일산 양식을 권합니다. 양식이지만, 이 또한 무시 못할 가격이지요.
서울, 수도권 수산시장에서 구입하면 kg당 8~12만 원.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보통 2kg짜리 돌돔 한 마리면 20만 원 전후로 듭니다. 다음 달 카드 명세서 받기가 두려울 수 있겠죠? 다만, 그러한 리스크를 희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돌돔의 회 맛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돌돔은 여름 생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계절 돌돔 맛을 본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7~8월 돌돔은 산란기에 접어듭니다. 지역에 따라 5~6월경 산란하기도 합니다. (제주) 돌돔은 산란철이 오면 방파제 테트라포드나 갯바위에 바짝 붙는데 이때 낚시로 많이 잡힙니다. 많이 잡히고, 많이 먹으니(낚시꾼들이) 제철로 인식되는 것일 뿐, 엄밀히 말하면 제철이 아닌 낚시 시즌이죠.
돌돔이 정말 맛있어지는 계절은 늦가을부터 한겨울 사이로 봅니다. 이 중에서도 저는 9~11월에 맛본 돌돔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다음이 12~1월이었고, 최악은 4~5월이었죠.
돌돔 회 맛은 명불허전입니다. 씹을 때 느껴지는 탄력과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이 무슨 고기를 씹는 듯합니다. 맛은 잘 익은 과육과 비견될 만합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요. 소주에 쓸개즙 타서 원샷으로 털어 넣은 뒤, 꼬들꼬들한 돌돔 껍질 데침(유비끼)을 참기름장에 콕 찍어 우물우물 씹고 있으면, 그게 그렇게 사람 기분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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