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러분은 생선회 뜨기에 앞서 반드시 해할 전(前)처리를 보고 계십니다. 여기서 전처리란 피를 방혈하고 내장을 제거해 횟감을 좀 더 신선한 상태로 이동 및 보관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더 나아가 뇌를 찔러 급사시키거나 척수를 파괴하는 척수 마비(이케시메)까지 함으로써 시간이 좀 지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상태의 식감과 선도를 얻게 됩니다.

 

이렇듯 전처리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심장과 그 아래를 관통하는 동맥을 그어서 피를 방혈하는 것이겠죠. 아가미뚜껑을 열고 칼로 깊숙이 넣은 뒤 심장과 그 아래 방향으로 그어주는 겁니다. 제대로 찔렀다면 바닥에는 피가 흥건할 것입니다.

 

 

횟감이 크다면 꼬리 쪽도 칼로 찍어서 피를 빼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상태로 물에 담가두면 피가 저절로 빠지는데 사진은 호수가 있어서 아예 아가미에 호수를 꽂고 물을 틀어준 장면입니다.

 

 

낚시인들은 집으로 가져갈 때 쿨러를 이용합니다. 이때 각얼음을 넣는데 장거리 이동 시에는 각얼음 1개보다 2개가 낫습니다. 각얼음을 사진과 같이 배치하고.

 

 

횟감을 넣는데 이때 횟감이 얼음에 직접 닿으면 그 부분이 얼기 때문에 이렇게 부력망을 깔아줍니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쿨러에 얼음과 횟감을 넣고 깨끗한 해수를 적당히 채우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많이 하는 방법이죠.

 

 

이렇게 해서 회를 뜨면 살이 아주 뽀얗고 윤기가 나면서 탄력이 살아있습니다. 만약, 생선회 뜨기의 기본인 피빼기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됩니다. 사진은 냉동 상태라 더욱 볼품없어 보이는데(상태가 저래서 냉동실에 처박아 둠) 어종은 감성돔이며 피를 빼지 않고 가져왔더니 이 모양이 됐습니다.

 

 

보시다시피 살이 빨갛지요. 이동하면서 피가 스며든 것입니다. 특히, 산채로 발버둥 치면 살에 피멍이 드는데 이렇게 되면 생선회는 물론, 구워도 비린 맛이 납니다. 

 

 

#. 횟감 크기에 따라 처리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횟감은 피를 빼지 않고 곧장 생선회를 뜹니다. 우럭, 광어, 참돔 등 1kg 미만인 활어는 몸에 도는 혈류량이 아무래도 대형 활어보다는 적기 때문에 낚시인들이 하는 것처럼 따로 아가미를 벌려 심장이나 동맥을 긋지 않습니다. 해체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가 빠지는 거죠. 

 

비슷한 이유로 전어, 볼락, 학꽁치 같은 소형 어류는 꼭 살아있을 때 피를 빼지 않아도 됩니다. 횟집에서 이들 어종을 회 뜰 때 따로 아가미를 벌려 피를 빼는 장면은 못 보셨을 겁니다. 굳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대방어처럼 덩치 큰 횟감은 반드시 피를 빼고 얼음물에 담가 열을 식혀야만 합니다. 활어는 죽은 직후 몸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덩치가 크면 클수록 열이 많이 발생하죠. 그 열을 효과적으로 식혀줄 수단이 얼음물입니다. 그러면 근육은 수축하면서 좀 더 쫄깃쫄깃하고 차진 식감을 얻습니다. 오늘의 글을 정리하자면..

 

1) 활어가 1kg 미만일 때

- 현장에서 회 뜨겠다. → 피 안 빼고 바로 해체한다.

집으로 가져가서 회 뜨겠다. → 피를 빼 둔다. 

 

2) 활어가 소형일 때

- 현장에서 회 뜨겠다 → 피 안 빼도 된다.

- 집으로 가져가서 회 뜨겠다. → 얼음물 또는 얼음에 파묻힌 채 가져온다.

 

3) 활어가 1kg 이상일 때

현장에서 회 뜨겠다 → 무조건 피 빼고 얼음물에 담가둔다.

- 집으로 가져가서 회 뜨겠다. → 이 역시 무조건 피 빼고 얼음물에 담가서 보관한다. (차선책은 쿨러 냉방으로 보관)

 

#. 관련글 보기

죽어가는 생선으로 회뜨면? 우리가 몰랐던 활어회 식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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