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장

 

이날도 꼭두새벽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장을 찾았습니다. 대방어를 구매하기 위함인데요. 대방어 수요가 많은 요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습니다. 이 바람에 경매장에는 구매를 포기하는 중도매인들이 속출하기도 하는데요. 방어는 연 중 지금이 가장 비쌀 때죠.

 

얼마나 비싸면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 와중에 저 같은 일반인이 이곳에서 대방어를 구매하면 얼마나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이때 시간이 새벽 4시 20분 경이었습니다. 한창 활어 경매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다양한 어종 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방어입니다. 연말연시라 회식 자리도 잦을 것이고, 방어는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지지만, 산지 물량은 조금씩 부족해 지금은 일본산 양식 방어가 방어 경매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방어 경매는 3~4회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경매장을 돌며 괜찮은 방어가 보이면 즉각 구매하려 했는데 대부분 팔릴 예정이거나 예약된 것이라고 합니다.

 

 

할 수 없이 경매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한 중도매인에게 부탁했어요. 아직 경매가 끝나지 않아서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지만, 제가 아는 가격대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일단 '찜'을 해두었습니다.

 

참고로 12월 말을 기준으로 대방어(8kg 이상)의 경락단가는 kg당 12,000~16,000원 사이였습니다. 경락단가는 중도매인들이 사가는 낙찰가라 보면 됩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방어 가격이 5,000~8,000원이었는데 그새 두 배 정도 뛰었네요.

 

 

이날 내가 구매한 8.7kg 방어

 

이제 이곳에 깔린 수많은 방어 중 한 마리를 골라야 하는데요. 대부분 거기서 거기라 그냥 상처 없고 통통하게 생긴 방어를 고릅니다. 제가 구매한 가격은 kg에 15,000원. 8.7kg짜리 대방어를 130,000원에 구매했습니다. 이렇게 구매하면 일반적인 수산시장에서 구매할 때보다 약 50%가 절약되겠죠?

 

 

그리곤 피를 빼는데요. 피를 빼달라고 요청해야 빼줍니다. 경매장에서는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해야 해요.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처럼 내장을 제거하거나, 손질을 해주거나 혹은 포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피를 빼는 것도 아가미에 칼을 긋는 것으로 끝. 제가 꼬리 쪽도 그어달라고 하자 칼로 긋더니 팍 꺾어버립니다. 그리곤 바닷물에 담가서 피를 빼는데요. 방어가 원체 크니 피를 빼는 것도 15분 정도 걸립니다.

 

특히, 8kg 이상 대방어는 덩치가 크고 몸에 도는 혈류량이 많기 때문에 살아있을 때 피를 말끔히 빼야 해요.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비싼 횟감 버립니다.

 

 

피를 뺐으면 집으로 가져와야 하는데요. 이 커다란 방어를 가져갈 방법도 본인이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따로 포장을 해주지 않아요. 이날 저는 빈손으로 왔기 때문에 그냥 포대 자루에 넣어주더라고요. ^^; 그나마 칼로 구멍 내서 손잡이를 만들어준 것은 이곳 상인들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일반인이 중도매인들을 상대로 물건을 사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요. 일부이긴 하나(왠지 일부라고 써야 할 듯) 상인들은 썩 친절하지 않습니다. 전쟁터 같은 새벽 시장에 남보다 한발 빠르게 물건을 수매하면서, 그날 팔아야 할 물량을 확보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상인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요.

 

뭐 땍땍거리거나 하지는 않는데 말투라든지 여러 면에서 좀 거칩니다. 상대하다 보면 저도 기분이 상할 때가 있는데 그냥 참고 넘겨요. (옜날 성격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싸웠을 텐데 지금은 그냥 참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포장이라든지 친절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저는 포대에 든 8.7kg짜리 방어를 차에 싣고 집으로 가져왔으나, 가족이 잠드는 새벽이라 일단은 베란다에 두기로 했습니다. (이날 저녁에 먹을 거라) 요즘 날씨가 굉장히 춥지만, 그래도 베란다 온도는 영상이에요. 그냥 두면 선도 저하가 오고, 숙성도 제대로 안 먹힐 수 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7,000원을 주고 얼음 두 봉지를 사다 포대에 쏟았습니다.

 

이때가 오전 7시. 저는 집에 오자마자 방어를 꺼내 내장부터 빼냈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포대에 넣어 보관했죠.

 

 

이날 새벽에 구매해 가져온 8.7kg 대방어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저는 오전 11시쯤 대방어를 해체합니다.

 

 

대방어 배꼽살을 뗐고요.

 

 

이것은 방어 대가리에서 도려낸 볼살입니다. 방어가 워낙 커서 이런 볼살이 두 조각이나 나오네요.

 

 

이렇게 손질된 방어는 해동지에 말아 김치냉장고(보관 온도 0도)에 넣어 둔 뒤, 그날 저녁에 썰어 먹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새벽 5시쯤에 피를 뺀 방어가 총 12~14시간 정도 숙성된 겁니다.

 

 

9kg에 가까운 대방어를 해체하면, 순살 양만 4kg 정도 나옵니다. 수율로 보면 약 40~50% 사이. 이를 식당에서 판매하면, 15인분에서 최대 20인분 정도가 나와요. 저는 지인들 불러서 먹었는데도 이날 방어 반쪽을 다 못 먹었어요. 남은 반쪽은 여전히 김치 냉장고에서 숙성돼 다음 날 저녁에 꺼내질 것입니다.

 

 

방어 배꼽살과 대뱃살

 

그나저나 철철 넘치는 기름기 좀 보세요. 밖에서 사 먹을 때는 배꼽살 한두 점 맛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이날은 원 없이 먹었습니다. ^^;; 이렇게 먹어도 배꼽살이 남아돌아서 생선가스로 만들까 하다가 사람들에게 욕먹을 것 같아서 한발 물러났습니다.

 

그리곤 방어 대뱃살로 생선가스를 만들어 먹는 만행을 저질렸죠. ^^;

 

 

다음 날 저녁, 약 40시간 숙성된 대방어회

 

다음 날 저녁에는, 이틀 이상 숙성된 방어회로 방어 정식을 꾸려보았습니다. 구운 김에 초밥 밥을 올리고, 제가 만든 특제 초된장 소스와 대방어회 몇 점을 올려 먹는데요. 이렇게 먹어도 아주 맛있고 배가 든든하더군요. 방어와 관련된 내용은 조만간 제 유튜브 채널인 '입질의추억tv'에 업로드될 것입니다. (지금 열심히 편집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경매장에서 중도매인을 통해 구매하는 이 방법이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적합한지는 각자가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장단점을 정리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 새벽 경매장에서 구입 시 장단점.

1) 장점

-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 (시중가의 약 50% 이상 절약)

- 그날 즉시 낙찰된 활어 및 갑각류를 구매한 것이므로 매우 싱싱하다.

- 바꿔치기 같은 상술의 염려가 적다.

 

2) 단점

- 새벽잠을 포기해야 한다.

- 좋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 때로는 상인들이 거칠기 때문에 친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 활어를 구매할 때는 피 빼기만 해결, 나머지 손질과 포장은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 직접 손질해서 먹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 경매장이라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운동화 신고 오면 젓을 수 있으니 장화를 권함.

 

쓰다 보니 장점보다 단점이 많네요. ^^; 하지만 시중에 파는 방어 가격보다 50% 이상 저렴하다는 메리트가 있으니, 앞으로 대방어를 구매하게 된다면, 저는 또다시 새벽 시장을 찾을 것 같습니다.

 

※ 방어 관련 영상은 조만간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입질의추억tv : https://www.youtube.com/입질의추억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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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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