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낚시 14부, 방파제 생활낚시(제주시 탑동, 모슬포 방파제, 입질의추억)


    "입질의 추억"을 검색하니깐 모 낚시카페에 이런 글이 보이더군요.
    "입질의 추억요? 그 사람 처음엔 시화방조제에서 손가락 만한 우럭만 낚더만 인자는 전국적으로
    갯바위 순회공연을 다니데요."
     그 말속에는 낚시도 초심을 잃으면 안된다라는 무언의 메세지가 있는거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전문꾼이 될 수 없듯, 낚시를 입문했을 당시엔 방파제 생활낚시
    로 재미를 키우곤 하지요. 생각해보니 이곳 제주도에 오면서 낚시에 대한 여유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모름지기 낚시란 여유를 가지고 한다는 것이 조업과 다른 점인데 저의 갯바위 낚시는 늘 전투적이였죠.
    그래서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방파제 생활낚시를 해 볼 필요를 느꼈답니다.
    오늘은 제주시 탑동, 모슬포 방파제로 입질의 추억을 안내합니다.

     



    제주시 탑동 광장

    생활낚시 탐사지로 탑동 서부두 방파제를 찾았다

    늘 척박한 갯바위를 배경으로 하다 도심지도 보이고 놀이공원도 보이니 느낌이 새롭죠.^^
    게다가 그 전투적인 낚시복장도 하지 않으니 평상복의 편리함을 세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날의 대상어는 그냥 "묻지마" 예요. 딱히 대상어란 없습니다.^^
    다만 눈먼 참돔이나 돌돔 한마리 걸려주면 금상첨화지요. 아내는 무늬오징어를 한마리 낚아보겠다며 에깅대를 가지고 왔습니다.



    실로 오래간만에 갯지렁이를 만져본다

    채비는 평범합니다. 원투낚시용 20호짜리 묶음추 봉돌에 청개비를 꿰매였습니다.
    혹시나 모를 밑걸림에 대비해 바늘 3개 중 맨 아랫 바늘은 제거. 과거 시화방조제나 신진도 마도 방파제에서 했던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원투낚시를 하는 것도 마음이 설레네요. 그때는 직장인이였고 서울에서 낚시 한번 가려면 주말밖에 시간이 안났었는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대부도 시화방조제이고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가면 충남 태안에 있는 신진도 마도였습니다. 거기서 원투낚시를 하면 늘 잡히는 어종들이 있지요.
    노래미, 우럭, 붕장어, 가끔 황해볼락등 여기서 크게 벗어나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씨알도 뭐 손바닥보다 조금 크거나 작거나..^^
    가끔 감성돔을 노린다고 안면도 연육교 아래서 쏙(갯가제)를 꿰매다 던진적도 있는데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렇듯 저의 낚시 변천사도 알고보면 수도권 생활낚시 조사님들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수순으로 진행 되었었죠.
    어쩌다 갯바위 낚시에 빠져 이 지경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곳 제주도에서의 생활낚시는 어떨까?
    아무래도 수도권보다는 잡히는 어종도 다양할테고 여러가지로 유리한 면이 있겠지요. 무엇이 물고 올라올지 감히 예상하기 어려운..
    그것이 저를 설레이게 만드는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벵에돔이야 늘상 잡아왔지만 원투 처박기로 했을 땐 뭐가 나올지 몰랐던 저는 한마디로 이쪽 부분에
    있어선 "백지장과 같은 입질의 추억"인 셈이지요.
    오늘은 백지장에 무엇을 그려나갈까?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까? 사뭇 기대를 하면서 캐스팅을 해봅니다.


    해가 떨어지는 이 시각, 외항을 향해 힘차게 채비를 날렸다 

    던지자마자 3초도 안되 물고 늘어진 용치놀래기 커플(위가 숫놈이고 아래가 암놈이다)

    해질녘이라서 그런지 잡어들의 입질이 왕성하네요.
    채비를 던졌는데 곧바로 신호가 와서 올려보니 용치놀래기 숫놈과 암놈이 나란히 물고 올라옵니다.
    정말 커플인가 보네요.^^ 방생해주고요~


    이어서 어랭 놀래기가 쌍걸이로 올라옵니다.(방생)
    누가 낚시를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했던가요? 던지면 5초도 안되서 물고 늘어지는데 ^^


    이 녀석은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지렁이 두개를 다 물고 오기도 합니다.


    실로 오래간만에 방파제 생활낚시를 즐기며 옛 추억을 회상해 본다

    해가 수면 가까이 떨어지자 잡어들의 입질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어랭이들이 귀찮을 정도로 물고 늘어졌는데 지금은 잠잠하네요.
    이럴땐 긴장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주꾼들이 말하는 소위 "해창"의 시간이 왔으니 큰 고기들의 활동으로 인해 잡어 입질이 끊겼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30분 가량을 열심히 쪼아봤지만 뭔가 이슈가 될 만한 것을 잡는덴 실패로 돌아가고..
    날이 어두워지니 위험할 수 있는 테트라포트 보단 조용한 내항쪽으로 옮겨봅니다.


    내항쪽에서 낚시 망중한을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제주도 현지꾼들이 애용하고 있는 한치 채비

    채비를 바꿨습니다. 위 사진은 한치 찌낚시 채비로 제주꾼들이 많이들 애용하는건데요.
    목줄대신 컬러가 있는 원줄을 사용했는데 사실 별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에기는 흔히 "삼봉"이라 불리는 가벼운 에기를 쓰며 한치전용 스티로폴 막찌에
    전지를 넣어 막대찌 채비처럼 사용하더군요. 이제부터 대상어는 한치입니다.


    라고 시작한지 한시간 가량이 지났을 즈음 한치는 안나오고 돌문어가 올라왔습니다.
    하도 한치가 안잡히자 수심을 깊게 내려 흘렸더니 문어가 올라온 것입니다. 뜻밖의 수확에 땡큐! ^^

    반면 옆에서 열심히 흔들던 아내는 결국 무늬 오징어 잡이에 실패했답니다.
    한번은 에기를 가져가는 입질을 받았는데 릴링하는 도중 벗겨졌다네요. 크기도 좀 된거 같은데 아쉬워서 펄쩍펄쩍 뛰고 난리를 치는군요.^^


    탑동 광장에서 본 깜찍한 공연^^

    캐스팅 자세가 범상치 않았던 어느 여성조사님

    제주시 탑동 방파제는 이렇게 시끌벅적 사람들로 끊이지 않은 활발한 거리였습니다.
    문화공연도 있었고 롤러 스케이트장이 있으며 월미도를 연상케하는 놀이동산도 있습니다.
    비록 무언가를 잡는데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곳을 배경으로 생활낚시를 할 수 있음이 감사했습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제 입장에선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 제주도민들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워낙 낚시환경이 좋다보니 평범한 꾼들도 평균 이상의 기량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날 잡은 문어는 문어라면이 되었다

    타우린이 가득 든 문어라면, 최고 별미다^^

    제주도 문어는 돌문어라고 해요. 뻘이 아닌 돌밭에서 자라기 때문에 특별히 갯펄을 제거하지 않고도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어만 가지고는 왠지 아쉬움이 남았던 출조였지요. 


    모슬포 항, 제주도 서귀포시

    다음날 우리는 활어 위판장으로 유명한 모슬포 항을 찾았습니다.
    제주 다금바리의 주 산지이기도 한 이곳 모슬포 방파제는 듣던대로 낚시 풍경이 진풍경이였죠.
    다른 지역과 달리 이곳에서 펼쳐지는 원투낚시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만한 어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제주 다금바리, 돌돔, 능성어등..."

    저 낚시대와 릴만 하더라도 기백만원은 됨 직한 우직함에 투박한 제주 사투리가 오가며 망중한을 즐기는 꾼들의 모습하며..
    대상어종만 보더라도 결코 생활낚시라 보기 어렵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걸 잡아다 활어 위판장에다 파는 생계형 낚시꾼들도 있겠지요.
    이 분들에게 잠시 말을 붙여봅니다.

    "여기서 뭐 잡혀요?"
    "다금바리, 돌돔, 그 외 오만가지가 다 나오죠"
    "이런 내항에서 그런게 나와요?"
    "아우~ 여기가 다 포인트예요. 봐요 이쪽에만 꾼들이 몰려있잖아요. 저쪽 분들은 안보이던 분들인데 초짜들인듯..그래서 입질이 없나..에잉;;"

    이 분들이 노리는 곳은 보기엔 내항의 만곡진 곳으로 보이지만 전방 30m 앞쪽에 급격하게 들어가는 수중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뭔가 될 것 같은
    포인트로 보였습니다. 그치만 다금바리가 그리 쉽사리 잡히는 어종이던가요. 야행성인데다 워낙 경계심이 강해 다금바리를 노리는 전문꾼들도 일년에
    몇 마리 못잡는 것으로 압니다. 정말 엄청난 인내심에 행운까지 따라줘야만 가능한 일이지요.
    아마 지금은 다금바리 보다는 돌돔이나 능성어류를 잡으면 매우 땡큐인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저도 원투낚시를 하기 위해 테트라포트 여기저기를 살펴봅니다.
    마침 적당한 자리가 하나 보이는군요. 자세히 보시면 찡 박힌 자국이 선명한데 돌돔낚시를 했던 흔적입니다.
    비록 제 채비나 낚시대는 다금바리나 돌돔을 노리기엔 매우 연악하지만 그래도 낚시란 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지 않겠어요?^^
    아차~ 준비한 미끼가 청갯지렁이네요. 오늘은 그냥 마음을 비우고 해야겠습니다.^^;


    아내는 전매특허인 구멍치기를 준비합니다.
    채비는 매우 간단해요. 목줄에 바늘을 묶고 그 위에 약간 무거운 봉돌을 달아주면 됩니다.


    그리고 난 후 구멍을 찾는게 관건인데 처음엔 여기저기 들쑤셔보다가 좀 더 깊이 들어가는 구멍을 찾고선 그곳을 집중 공략합니다.
    구멍치기는 역시 구멍을 찾는 게 일이로군요. 자주 찾는 방파제라면 자신만의 냉장고 자리가 있지만 모슬포 방파제는 처음이고 또 테트라 크기가 워낙
    대형이다 보니 타고 내려가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제한된 공간내에서 구멍을 찾는 수 밖엔 별 도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때 어신이 왔습니다. 초릿대를 낭창하게 흔들던 이 녀석..

    "어디 얼굴 좀 보자!"


    손바닥 사이즈를 살짝 넘기는 쏨뱅이가 선을 보입니다.^^
    이곳 제주에서는 쏨뱅이를 '우럭'이라 불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유를 물어보니 우리가 보통 우럭이라 불리는 어종은 조피볼락인데 이곳 제주에서는
    산호가 발달하였기에 우럭 색깔이 빨갛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잘못된 사실입니다. 저건 우럭이 아니고 쏨뱅이입니다.
    조피볼락(우럭)과 쏨뱅이는 엄연히 다른 어종인데 제주도에선 이들 어종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우럭으로 통칭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럭이란 말 자체가 방언이니 상관은 없으려나요.^^


    이어서 황놀래기가 지렁이를 물고 올라옵니다. 얘는 방생 ^^


    이윽고 아내의 구멍치기에도 볼락 한마리가 올라옵니다. 생긴게 너무 귀엽죠.^^
    누루시볼락 치어인데 원래 꼬리 지느러미가 저렇게 빨갛지 않은데 이곳 서식환경이 그렇다보니 다소 붉은 색을 띄는 것 같습니다.


    한번 구멍을 찾으니 입질이 연달아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 외계생물같이 생긴 녀석은 처리할 때 조심해야 할 어종이지요.


    바다의 메기라 불리는 쓸종개입니다. 야행성이고 무리지어 살기 때문에 저게 잡히면 계속 잡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운탕을 끓이면 맛이 좋다지만 쓸종개를 만질땐 절대 손을 대지 마세요. 가시에 독이 있어 찔리면 며칠을 고생할 수 있습니다.


    방파제 저편엔 벵에돔 낚시가 한창입니다. 그것을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 청년분들..
    벵에돔 낚시를 배우려는 분들인가요. 보통 잘 안잡히면 대충 구경하다 가는데 저 분들은 30분 이상을 꼼짝없이 서서 앞 조사님을 관찰하더군요.
    하지만 벵에돔 낚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답니다. 밑밥을 뿌리면 시커멓게 달려드는 전갱이(각재기)새끼에 이래저래 쉽지 않은 낚시를 하고 계셨습니다.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남녀. 바로 우리부부의 모습이다

    이후 저는 비슷한 크기의 쏨뱅이를 2마리 더 추가한 후 숙소로 귀가했습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포인트에서의 생활낚시다 보니 그닥 큰 이슈는 없었지만, 그래도 둘이서 먹을 횟감은 구했답니다.


    오늘은 데코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조금 꾸며봤습니다.^^;
    아랫쪽은 마트에서 구입한 초생강과 락교를 얹어봤고요. 숙소까지 살려온 쏨뱅이는 훌륭한 활어회가 되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호가든 맥주를 메뉴얼대로 컵에 따라준 뒤 건배.
    비록 메이드인 코리아로 생산되면서 주 원료가 되는 밀과 홉의 변동으로 인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래도 호가든은 호가든 ^^
    깔끔하고 담백한 흰살 생선회엔 곧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여기에...



    탱글탱글한 쏨뱅이 회 한점을 입에 넣으면 하루의 피로가 샥 가시죠.^^ 
    요새는 고추냉이를 간장에 풀어서 먹기 보단 저렇게 따로 분리시켜 먹으니 참 맛있데요.
    쏨뱅이 회맛은 아주 제대로였습니다. 맛으로만 따지자면 너무 깔끔해 배지근함이 덜한 편이지만 식감에서 만큼은 그 어떤 회에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선어회도 무척 좋아하지만 쏨뱅이 만큼은 반드시 살려와서 활어회로 먹어요. 전에 선어로도 먹어봤지만 감흥은 활어회보다 떨어졌습니다.
    예전에 선상낚시를 하다 쏨뱅이 회를 먹어봤는데 그 달짝한 맛을 잊을 수가 없었지요.
    방파제서 잡은 쏨뱅이는 선상만큼의 씨알은 아니나 그 특유의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하며 단내가 나는 맛이 역시 명불허전이였습니다.
    입질 부부의 제주도 조행기 15부는 조금 불미스러운 일과 함께 시작될 예정입니다.

    추신 : 지금 노트북으로 접속했어요. 제 데스크탑 컴퓨터가 맛이 가버리는 바람에 주말동안은 고치는데 주력할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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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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