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낚시 13부, 아쉬운 관탈도 낚시 그리고 긴꼬리 벵에돔회


    "일반 벵에돔 VS 긴꼬리 벵에돔"

    이 둘의 외형은 비슷하나 습성은 완전히 달라 오래전부터 낚시꾼들 사이에서 최고의 대상어로 칭송받아
    옴과 동시에 늘 비교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릴 찌낚시 선진국인 일본에선 이 두 어종을 빼놓고는 아무것
    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역사와 함께 했었고, 특히 긴꼬리 벵에돔은 다른 어종에 비해 동급 대비 힘과
    지구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물론 회맛도 일품인 어종입니다. 이를 가지고 굳이 등급을 논하자면 '돌돔'과
    비교가 되고 있지만 양식이 되는 돌돔과 달리 긴꼬리 벵에돔은 양식도 안되고, 언제나 수중 암초를 끼며
    거센 물쌀을 따라 회유하기에 그물로도 잡히지 않는 영물중에 영물이지요.
    그러니 유난히 발달된 근육에 배지근한 지방이 있어 쫄깃함과 고소함은 여타 횟감에 비해 한수 위!
    문제는 '낚시'만이 이것을 먹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철수 30분전, 무언가 입질 받고 파이팅 중이다, 제주 관탈도

    꿈에 그리던 관탈도에서 반나절 낚시를 하였지만 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뜰채질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뺀찌급 돌돔 몇 마리로 철수를 받아들여야 하는 아쉬운 상황.
    저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남은 밑밥을 모두 쏟아 부었습니다. 대략 20주걱 정도?
    그렇게 마지막 캐스팅을 하고 난 후 밑밥통이나 씻으려고 물을 붓는데 찌가 사라지고 없네요. 어디갔지?
    들어보니 입질입니다. 다시 확인 챔질 후 대를 세워보는데 제법 힘 좀 쓰는군요.^^


    오호라~ 너가 힘을 써 봤자지...
    라고 만만히 봤다가 발 앞에서 파고드는 녀석을 콘트롤 하지 못해 터트려 먹은 적이 몇 번 있었던가.
    그 기억을 되살리며 조심스레 릴링을 합니다. 중간엔 거의 끌려오다 시피한 이 녀석, 발앞으로 오더니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군요.
    살짝 LB(레버 브레이크)를 놨다가 찌가 초릿대 언저리까지 닿을 때까지 감아들인 후 다시 대를 들어보이는데 뭔가 시커먼게 올라옵니다.



    "뭐지? 이 고인물에 설마 벵에돔은 아닐테고..."



    37cm급 긴꼬리 벵에돔

    관탈도에 온 이유가 그간 이어졌던 벵에돔 낚시가 지겨워 잠시 돌돔으로 외도하려던 건데 여기서도 긴꼬리 벵에돔이 물어줄 줄이야.
    조류가 가지 않으면 절대 물지 않는 이 녀석이 조류없는 이 곳에서 물어줬다는 건 행운입니다.
    아무래도 날이 어두워지면 갯바위 가장자리로 붙는 습성에 밑밥 냄새까지 현혹되다 보니 덜컥 문거 같아요.
    이런 녀석들은 한 마리가 아니고 여러마리가 군집을 이뤄서 다니므로 사진촬영을 대충 마무리하고 서둘러 던져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던지자마자 훅 가져가는 입질!



    "올커니~또 왔구나~!!!"



    "한마리 더 했습니다!"

    해가 지고나니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원래는 돌돔 찌낚시를 하러 왔지만 씨알도 변변찮고 해서 실망이 컸는데요. 남은 20주걱의 밑밥 효과가 컸는지 괜찮은 씨알급의 긴꼬리 벵에돔이 주변으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를 본 아내, 접었던 낚시대를 다시 펴야 하나 고민하는데..
    저 멀리 정박해 있던 배가 엔진을 키더니 꾼들을 태우기 시작합니다. 어흑 ㅠㅠ
    한 시간만 더 했다면 좋았을텐데 이럴때 하는 철수는 너무나 아쉽군요.^^;


    이 날 관탈도에서 잡은 조과는 뺀찌 씨알 때문에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항으로 돌아오니 저녁 7시 30분. 
    이 날 열악한 조과의 원인은 물때를 무시한 채 한 포인트만을 고집한 결과라고나 할까.
    우리부부가 내내 노렸던 서북코지 안통 포인트는 사리때 본류대가 스쳐지나갈 때 가장 좋을 것이라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오늘같이 물이 안가는 날엔 마당바위나 마당여가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얘네들은 항에서 피를 빼고 손질을 마친 후..


    숙소로 가지고 왔답니다. 오늘의 장원은 아쉬운대로 긴꼬리 벵에돔 37cm.
    눈금을 보면 정확히 36.5cm를 가리키지만 이미 죽은데다 내장을 빼서 길이가 줄었으니 37cm로 해주세요.^^;


    굵은 천일염 솔솔 뿌려 튀겨낸 뺀찌

    역시 뺀찌급 돌돔은 구이가 최고지요.
    뼈가 굵어 살집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 단단한 살집과 고소함은 여타 생선들이 따라올 수 없지요.
    이왕 할꺼 직화로 구웠음 좋겠지만 늦은 시간에 그럴 겨를은 없었답니다. 아쉬운대로 톡하며 씹히는 천일염에 고소한 기름맛으로 위안 삼아봅니다.


    긴꼬리 벵에돔회

    피곤에 쩔다보니 특별히 데코레이션에 신경쓰진 못했답니다. 회도 대강대강 썰어서 올려봅니다.
    어차피 접대용도 아니고 우리 둘만 먹을꺼니^^

    아시겠지만 낚시 다녀오면 생선 손질하고 포뜨고, 그 이후에는 장비를 담수에 씻어서 그늘에 말리는등 할일이 많습니다.
    하루종일 염분기에 노출된 카메라는 반드시 물티슈로 닦아야만 했고(요건 아내가 해줍니다.), 샤워까지 마치고 나면 1~2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이때 잡아온 횟감들에 대해선 선도관리에 신경을 써줘야만 제 맛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날은 항에서 숙소까지의 거리가 10분 거리여서 그냥 들고왔지만
    서귀포에서 달려온다면 각얼음 하나 정도는 사서 넣어줘야 40분이라는 시간동안 선도의 변질을 막을 수 있을겁니다.


    뺀찌급 돌돔회(좌), 긴꼬리 벵에돔회(우), 쥐치회(좌측아래)

    돌돔 + 긴꼬리 벵에돔 + 쥐치의 조합으로 모둠회가 완성되었습니다.
    일반인들은 돌돔을 최고로 치지만 이 날 잡은건 씨알이 작아 맛과 포스면에서 긴꼬리 벵에돔회에 완전히 밀려버렸습니다.

    꾼들의 인식은 돌돔회와 긴꼬리 벵에돔회를 '동급'으로 치는 경향이 있고 그 뒤로 감성돔과 벵에돔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참돔은 그보다는 좀 더 아래에 있기도 하지요. 꼭 그렇다는 건 아니나 제 주변 꾼들의 인식 + 여러 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충 그러하더군요.
    물론 그 맛이 제대로 나려면 씨알이 어느정도 컸을 때의 얘깁니다. 35cm이하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우리부부의 조촐한(?) 저녁상차림


    "아내야~오늘도 고생이 많았다."
    "자기가 고생이 더 많지"

    내일도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기에 이 시간에 소주는 무리이고 시원한 맥주로 회포를 풉니다.


    바다의 푸아그라라 불리우는 쥐치간

    생간을 먹을 수 있는 어종이 몇 안되죠.
    아귀, 돌돔, 그리고 쥐치 정도인데 제 아무리 쥐치 간이 산해진미라 해도 저는 입에 대지 않습니다.
    지난번 쥐치를 몇 마리 잡았을 때도 간은 모두 버렸어요. 다른건 먹어도 내장 울렁증 때문에 생선은 물론 육고기 내장이 들어간 음식은 안먹습니다.
    심지어 다른 젓갈은 입에 대도 창란젓은 창자로 만들었다고 입에 안댑니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을 고쳐먹고 그 귀하다는 쥐치간을 시식해 볼렵니다.
    저 니글니글한 질감 보세요. 그닥 먹어보고 싶은 비쥬얼은 아니죠.
    한번 속는 셈치고 입에 넣어보는데...

    "세상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이것이 진정 간이란 말인가?
    무슨 맛이냐면 왜 땅콩버터 있죠? 거기에 생크림을 섞어놓은 맛이랄까.
    간 특유의 비릿함이나 냄새는 눈감고 느껴보려고 애를 써 봐도 느낄 수 없는..
    그저 크리미하게 녹아드는 고소한 풍미만이 입안을 감쌀 뿐입니다.


    이번에는 쥐치회에 쥐치간을 올려 먹어봅니다.
    아내도 선뜻 망설였지만 한번 속는 셈치고 먹어보라는 권유에 못이겨 입에 넣는데 눈이 똥그레지는군요.

    "쥐치간..아주 그냥 녹네요 녹아."

    이후 저는 처음으로 쥐치만을 노리기 위한 낚시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낚시하면서 쥐치만 노리고 들어간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네요. 이게 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간 때문이야..^^"


    제주도 바다가 이 안에 있다, 긴꼬리 벵에돔회

    정말 탱글탱글하네요. 막판에 잡은 녀석을 스트레스 안받도록 단칼에 처리했기에 맛이 살아 있습니다.
    그 전에 먹었던 25cm급 긴꼬리 벵에돔회는 그냥 잊고 싶군요.^^
    마치 다른 어종을 맛보는 듯 풍미나 질감에서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입에 넣으면 적당히 씹히는 치감에 뱃살도 아닌데 기본적으로 배지근한 풍미가 녹아있어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벵에돔은 정말로 맛있는 생선이구나. 아니면 칼질을 잘해서 맛있는건가? ^^;;
    제주도에 와서 여러가지 어종을 잡아다 회를 쳐봤지만 35cm가 넘는 긴꼬리 벵에돔회가 단연 으뜸이였습니다. 다른건 다 아웃!!(쥐치회도 아웃!!)


    먹다보니 뺀찌구이에서 바늘이 나옵니다.
    한번은 아내가 잡은 녀석들 중 바늘을 삼키고 올라왔는데 이게 그건가 봅니다.
    요 바늘은 챙겨서 나중에 또 쓸껍니다.^^;  개당 330원 정도 하다보니 버리기엔 아까워요. 물에 잘 씻고 말려서 쓰면 됩니다.



    조미김 밖에 없었지만 원래는 소금을 치지 않은 구운 김에다 싸 먹으면 맛이 좋다.^^

    그나저나 이렇게 끝내버려 관탈도 낚시가 너무나 아쉽네요. 관탈도로 복수전 할 날이 올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써야 할 글들이 무진장 밀려있지만..^^; (얼마전 엄청난 대물을 낚은 것을 포함하여)
    제주도에서 남은 시간은 겨우 열흘, 앞으로 낚시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거 같습니다.
    입질 부부의 제주도 조행기는 쭈욱~! 이어집니다. 다음 편을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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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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