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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뻥치기 조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감성돔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습니다. 경남 지역에서는 올봄 감성돔 낚시 시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른 채 조용히 넘어간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감성돔 조황이라고 올라오는 것들은 선상 카고 낚시로 잡아들인 게 많았고, 갯바위나 방파제서 감성돔을
잡았다고 올린 순수 낚시꾼들의 조행기는 예전만큼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실 뻥치기 조업은 매년 있었지만, 올해는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감성돔 낚시로 손맛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어제 올린 동영상을 링크해 놓겠으니 한 번쯤 보시기 바라고요.(관련글 : 씨를 말리는 감성돔 대량 포획, 이대로 괜찮은가?)
오늘은 최근에 다녀온 서해권 감성돔 낚시 조행기를 올려드릴 텐데 약간 참담한 기분입니다.
지금까지 감성돔 낚시를 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인터넷이나 FTV에서 늘 말하고 있는 감성돔 채비나 밑밥, 혹은
공략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감성돔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법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저의 실패 사례를 통해 왜 감성돔 낚시가
새벽 4시, 격포항
미적지근했던 제주도 낚시 이후, 며칠 안 돼 저는 홀로 격포로 감성돔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그야말로 소리소문없이 몰래 다녀왔는데요.
이날은 토요일이었고, 본격적으로 대물 감성돔이 쏟아지기 시작했던 주여서 수도권, 현지꾼 할 것 없이 많은 낚시꾼들로 붐볐습니다.
이 새벽에 엄청난 인파가 아닐 수 없네요. 비행기가 결항하면 다음날 특별기를 띄워 승객들을 수송하듯이 이곳도 꾼들이 몰리자 특별선(?)을 띄워
여러 대로 꾼들을 실어 나릅니다. 평일 같으면 원하는 포인트를 찍고 내렸을지 모르나 지금은 어디에 내려질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
게다가 고기는 격포 내만권 전역에 붙어 있지 않고, 특정 포인트에서만 먹이활동을 하므로 조황이 들쑥날숙해 예측이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이곳에서의 감성돔 낚시는 '복불복'. 한 곳에 수십 명의 낚시꾼들이 무더기로 내려 각자 밑밥을 치고 하다 보니 확률이 줄어듭니다.
감성돔 낚시에서 일출 시각은 놓칠 수 없는 찬스이다.
저는 후발대로 나갔습니다. 이미 선발대가 주요 포인트를 차지한 가운데 그래도 덜 붐비는 갯바위에 내려 낚시를 시작하였습니다.
이곳도 작년에는 대물 감성돔이 많이 나왔고, 바로 2~3일 전에도 대물이 나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그런 자리입니다.
이곳에 내린 꾼들은 총 아홉 분, 저를 포함해 두 명씩 혹은 세 명씩 조를 이뤄 낚시를 시작합니다.
몇 번의 흘림으로 바닥 지형을 효과적으로 읽으려면, 특정 장소에서만 발생하는 밑걸림 현상을 기억해야 한다.
오전 7시, 중날물이 한창 이어지고 있습니다. 격포뿐 아니라 서해권은 조류가 빠른데 수심은 굉장히 낮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썰물이 진행되고 물이 빠지면 지형이 드러나는데 그곳을 걸어나가면서 해야 하는 낚시입니다. 그래서 서해권 갯바위 포인트는 썰물 포인트가 많아요.
제가 선 자리는 수심도 낮고 지형이 들쭉날쭉해 초심자가 공략하기엔 무척 어렵습니다. 걸핏하면 밑걸림이 생겨 채비분실이 잦은 곳이지요.
그럼에도 이런 곳에 대물 감성돔이 낚이는 이유는 먼 곳은 뻘이고 가까운 곳에만 갯바위 지형이 있어 그곳에 부착된 각종 먹잇감들(담치 등)을 먹기 위해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에서 낚시할 때는 최대한 집중해야 합니다. 찌에 약간의 미동이 보이면 그것이 밑걸림인지 입질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재빠른 견제 동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얻게 된 데이터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흘려 나가야만 밑걸림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격포권 포인트가 대부분 그렇듯 이곳의 평균 수심도 간조 때 2m, 만조 때는 약 5~6m 선을 보입니다.
조류가 매우 빠르므로 반유동 채비로 무게를 줘서 흘리다 보면 특정 장소를 지날 때마다 찌가 잠깁니다.
그러면 90% 이상은 밑걸림이라고 보고 수심을 조절해 나가는데, 중요한 건 그곳을 머릿속에 기억해 둬야 다음에 흘릴 때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낚시할 때는 봉돌의 위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조류가 빠르면 통상적으로 바늘에 가깝게 봉돌을 물리는데요.
이곳은 물밑 지형이 험하고 수심이 낮으므로 그렇게 물리면 잦은 밑걸림으로 낚시가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목줄을 1.5m로 짧게 하며, 봉돌은 한가운데 물리거나 혹은 도래 쪽에 물리면서 목줄 각을 많이 벌리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미끼의 연출도 자연스럽고 채비 각이 벌어져 밑걸림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미끼가 뜰 것이라는 염려는 안 해도 됩니다. 어차피 순강수중찌가 눌러주고 있으며, 목줄 길이가 짧으므로 바닥 지형을 더듬어 나가기에는 이상 없습니다.
첫수로 작은 우럭(방생)
중날물 때의 채비(좌)와 간조에 다다랐을 때의 채비(우)
제 채비의 변화도 입니다. 이날 물때는 '무시'였지만, 썰물 조류가 매우 방방하게 흘렀습니다.
수심은 3~6m로 매우 낮지만, 조류 특히 속조류가 빠르므로 처음 내렸을 때의 채비는 0.8호 반유동으로 미끼가 뜨지 않게 흘렸습니다.
남해권 조사님들이 보면 수심보다 무식한 채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서해에서 이 정도 채비는 저부력에 속합니다. ^^
빠른 조류와 낮은 수심대를 극복하기 위해선 고부력 반유동 채비를 하고 목줄은 한 발로 짧게 하며, 이때 좁쌀 봉돌은 잔존부력을 없애는 용도로만
넣으므로 목줄 상단(도래에 가깝게)에 달아 거친 여밭을 탐색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하지만 간조에 다다르면서 조류의 흐름도 급격히 꺾이는데요. 이때도 고부력을 고집했다간 낭패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들어온 감성돔은 산란 감성돔이어서 무척 예민한 상태입니다. 조류가 없을 때는 경계심이 많으므로 자칫 물었던 크릴을 뱉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B찌와 B봉돌을 단 반유동 채비로 살살 끌어오면서 낚시하는 게 효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속에 파란색 봉돌은 제가 애용하는 좁쌀봉돌로 '고무'로 된 제품입니다.
나중에 따로 소개할까 생각 중인데 사용하기 정말 편하며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이지요.
또다시 우럭이 낚이고(방생)
제가 좀 전에 산란 감성돔 낚시를 한다고 했는데요. 이 말에 불편을 느끼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그냥 낚시꾼도 아닌 '갯바위 낚시꾼'들이 낚아 들이는 수는 뻥치기 조업으로 싹쓸이하거나 선상 카고로 잡아들이는 수에 비해
새 발의 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갯바위 낚시꾼들은 잡아도 된다는 '합리화'는 결코 아닙니다.
어떤 낚시 장르든 산란 감성돔은 먹을 만큼만 잡으시고 나머지는 캐치 앤 릴리즈를 해주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산란을 마친 감성돔이 아니라면 무조건 방생할 생각으로 낚시를 왔는데(어차피 먹어도 맛이 없고), 또 그런 과정을 찍어서 보여줄 수 있다면
글을 보는 이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것도 쉽지가 않군요. ^^;
이날은 수도권과 현지꾼을 합쳐 못해도 50여 명은 될 것 같은데 고기가 나온 자리는 저 위에 보이는 바깥여 뿐이었습니다.
거기서 열 마리가 나왔고 나머지는 헛방을 쳤지요. 보기엔 몇 미터 안 떨어진 포인트 같아도 이렇게나 포인트 편차가 심합니다.
제가 선 이곳도 고기가 잘 나오는 자리이고 조류가 멋지게 흘러줬는데도 잡어 입질 한 번 못 받은 조사님들이 수두룩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낱 인간이 바닷속 사정을 알기는 어렵겠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선상 카고 낚시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포인트 반경 내에 선상 카고만 아홉대 가량 뜨면서 연신 감성돔을 뽑아내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곳에서 감성돔을 집어시키니 이곳에 들어올 리가 있겠느냐는 꾼들의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저도 그쪽에 무게를 두고는 있지만, 진짜 이유는 알 수가 없겠지요.
결국은 아홉 명의 꾼들이 빈손으로 철수했다.
새벽 3시, 밑밥 개는 현장
그리고 며칠 후 저는 아내를 대동하고 또다시 격포권을 찾았습니다.
평일에도 많은 꾼이 찾은 격포항, 전북 부안군
대물 감성돔 명당인 마당 바위
새벽에 하선하니 타 선박을 타고 온 꾼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마당 바위는 최대 일곱 명까지 낚시할 수 있는데 다섯 명이 더해져 이곳에서의 낚시 인원은 총 아홉 명이 됐습니다.
저는 재작년 이곳에서 45cm와 51cm를 연거푸 낚은 좋은 기억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전체적으로 물때가 영 아닙니다.
감성돔이 집중적으로 입질한다는 오전 6~8시에 힘 빠지게도 간조가 겹쳐 있습니다. 사실 이를 알고 있다면 출조를 안 하는 게 상책이지만, 저는
스케쥴 상 격포권 출조를 할 수 있는 날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 감행하였습니다.
낚시를 시작하는 아내
조류가 빠른 서해권이지만, 조류가 약해지는 간조 전후라면 B찌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간조를 앞둔 시점이어서 조류의 흐름이 미약하게나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곳은 다른 포인트에 비해 수심이 1~2m가량 더 나옵니다. 간조 때 3m~3.5m, 만조 때는 최대 6~7m가 나옵니다.
지금은 저나 아내 모두 B찌 반유동으로 채비를 꾸리고 수심을 각각 4m와 5m로 설정해서 낚시 중입니다. 예상 수심보다 1m가량 많이 준 이유는
밑걸림을 빨리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감성돔 낚시에서는 바닥 지형을 더듬는 게 가장 중요한데 초반에 밑걸림이 두려워 띄워서 낚시한다면 지형을
읽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무조건 예상 수심보다 1m를 더 줘서 바닥을 긁습니다.
긁다 보면 밑걸림이 생기겠죠? 그럼 수심을 적절히 줄여나가는 식으로 해서 최적의 수심으로 세팅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팁은 밑밥을 뿌리는 요령입니다.
대게 감성돔 낚시에서 밑밥을 뿌릴 때는 '단단히 뭉친 밑밥을 한곳에 집중 투척하라!'라는 말이 있는데요. 지금 상황은 그러면 안 좋습니다.
특히 봄철에는 감성돔이 소리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밑밥이 들어가거나 캐스팅할 때 수면에 착수음이 나는데 이 소리에 놀라 도망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캐스팅은 가까운 곳을 노리더라도 멀리 던져서 서서히 끌어오는 방법을 택하고, 밑밥은 흩뿌려줍니다.
밑밥을 흩뿌리는 건 연습이 필요한데요. 밑밥을 주걱에 담을 때 꾹꾹 누르지 말고 허술하게 담은 뒤 옆으로 내리쳐서 갈기는 방법으로 하면 밑밥이
흩어지면서 착수음 하나 없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하면 소리가 안 난다는 장점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어차피 물도 안 가는 상황이므로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보다는 넓게 흩뿌려서 포인트 반경을 넓혀 주는 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첫수로 황해볼락(방생)
아내는 밑걸림을 몇 차례 당하면서 지형을 파악 중에 있습니다.
같은 배에서 내린 분들인데요. 그쪽은 포인트가 아니고 반대편 끝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냥 하시네요.
반대편 상황입니다. 많은 꾼이 감성돔 하나 노리고자 왔지만 입질 하나 없습니다.
건너편 바깥여도 예의주시하면서 보고 있지만, 대를 세우는 꾼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물을 보면 고기가 보인다고 했던가요? 지금 이 상황에서는 고기가 나올 것 같지가 않습니다.
찌야 어쩔 수 없이 흘리고는 있지만, 이미 제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는 차츰차츰 꺼져만 갔습니다.
오전 8시, 포인트 이동
이곳에서의 낚시는 시간적 제한이 있어 오전 8시가 되면 무조건 포인트를 옮겨야 합니다.
이때까지 입질을 받지 못하면 이후부터는 어디로 옮긴들 감성돔을 만날 확률은 5%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배에 타야 합니다.
자리를 옮긴 곳은 섬이 아닌 격포 내륙의 도보권 자리입니다.
이때도 총 다섯 명이 내렸는데요. 보시다시피 포인트가 매우 널찍해 어디로 자리를 잡아야 할지 빨리 고민해야 합니다.
배를 댄 자리는 저분들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벋어나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와 지형과 조류 상황을 살펴보고선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반대편 모습
그 이유는 조류가 좌에서 우로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들물이 시작했으므로 서해권 갯바위 포인트에서 모든 조류는 들물(밀물)이 북쪽으로
흐르게 되어 있습니다. 한 자리에 여러 명이 내렸다면 자리를 잡을 때 '조류의 하류' 쪽으로 잡는 게 좋겠지요? (옆 사람의 밑밥 지원을 받을 수 있음)
게다가 건너편에는 홈통과 같은 지형이 있어 조류가 돌아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이것뿐이네요.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아내가 첫 입질을 받았습니다.
황해볼락만 줄창 낚입니다.
또다시 입질이 들어옵니다. 거의 1타 1피 수준.
이번엔 좀 더 먼 곳에서 입질 받다 보니 괜한 힘이 들어가는데요.
황해볼락 씨알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상어가 아니어서 전부 방생.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제가 실험 정신이 많이 떨어졌구나 란 걸 느낍니다.
황해볼락이 미각의 가치는 떨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직접 회를 뜨고 맛을 보다 보면 여기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고, 하다못해 매운탕거리라도
챙길 수 있는데 요즘 제가 낚시를 즐기러 온 건지 블로그 글을 쓰러 오는 건지 갈피를 못 잡겠네요.
이럴려고 낚시하나? 싶은 생각에 개인적으로 제 스스로에 실망감이 많이 듭니다.
어쩌면 처음 낚시를 시작했던 그 때의 모습을 떠올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밀물 조류가 아주 멋지게 흘러줬지만, 감성돔의 입질을 받아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실패라기보다는 이곳에 감성돔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거에요. 대부분 여치기 포인트에 들어와 있고 이런 내만 깊숙한 곳에 감성돔이
터졌다는 소식은 없었기 때문에 시간대도 그렇고 그냥 기약 없는 낚시를 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잡어라도 잡아야 하는데 지금 입질이 집중되는 구간은 2번 라인에 X자로 표시된 구간입니다.
지류가 홈통으로 말려 들어가는 1번 라인도 수차례 공략해 보았지만, 입질이 없었고요. 전방 30m 원투하면 2번 라인으로 흘러가는데 예상대로 지형상
합수되는 저곳에 찌가 들어갔다 하면 여지없이 입질이 옵니다. 거리상으로는 전방 50~60m쯤 될 거에요.
또다시 입질 받는 아내.
처음에는 대를 세워 간을 보던 아내가 잡어임을 알자 그냥 질질 끌어 올립니다.
저는 아가야 우럭이 ^^
이날 우럭과 볼락을 20여수 했지만, 모두 귀가 조치하고 철수배에 올랐습니다. 그냥 감성돔 낚시 트레이닝을 하다 온 기분이네요. ^^;
그나마 우리 부부는 잡어로 잔 손맛을 봤지만, 잡어 입질 한 번 못 받고 낚시를 마친 꾼들도 많았습니다.
결국, 이날은 수도권에서 오신 스물네다섯 분의 조사님들 중 두 분만이 감성돔을 한 수씩 올렸고 나머지는 꽝! 꽝! 꽝!
이제 오늘의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 요즘 낚시꾼들이 손맛 보기 어려운 이유
1) 전자총 등 특수장비를 이용한 불법 뻥치기 조업
앞뒤 안 가리고 마구잡이로 싹쓸이해대는 뻥치기 조업에 연안의 고기들이 남아나질 않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감성돔 조황을 보고 출조하셨다면 십중팔구는 '뒷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뻥치기 배들도 낚시 조황을 보고 조업을 나가기 때문. 어느 지역에 감성돔이 좀 나왔다고 하면 그날 밤은 여지없이 뻥치기가 난입해
훗자망이라는 촘촘한 그물로 싹 쓸어 갑니다. 뻥치기 배가 한 번 쓸어가면 그 일대의 바다는 3~5일가량 텅텅 빈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참고로 서해권은 아직은 뻥치기 조업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것은 오로지 망구 제 생각입니다.
2) 선상 카고낚시
손맛 보기 어려운 이유는 어디까지나 갯바위 낚시꾼들에 한해서입니다만, 낚시의 변수는 수온과 기상 말고도 선상 카고나 보트 낚시에 있을 수 있습니다.
갯바위 포인트 전방에 선상 카고가 다수 포진해 있으면 거기서 집어가 되므로 갯바위에서 밑밥으로 감성돔을 불러들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선상 카고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도 엄연한 낚시 장르이므로 존중해 줘야 하고요. 문제는 봄철에 산람 감성돔을 엄청난 마릿수로 잡아
들인다는 사실. 보통 잘 나올 땐 한 척당 열 마리 이상 뽑아 가는데 예를 들어 그 지역에 열 척의 배가 떴다 하면 하루에 잡아들이는 알배기 감성돔의
수는 100마리가 넘습니다. 그렇다고 낚시꾼들이 방생을 하느냐? 것도 아닙니다. 뻥치기 조업 배가 잡아들이는 숫자에 비하면 선상 카고도 미미하다 할 수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카고로 잡는 감성돔 낚시도 산란철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트 낚시가 변수가 되는 이유는 갯바위에 너무 바짝 붙여서 낚시 할 때입니다. 닻을 내리고 밧줄로 묶어서 낚시하다 보니 찌를 흘릴 수가 없습니다.
3) 특정 포인트에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
바다에 포인트는 방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고기가 몰리는 곳은 대단히 한정적입니다.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낚시꾼은 누구일까요? 현지 낚시점에서 대접받고 있는 VVIP 손님입니다. 매주 낚시를 오는 골수 단골이므로 낚시 점주들이
늘 신경 써야 하는 손님이지요. 이 이야기를 여기서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그런 손님이 아니라면 대부분 '들러리'에 불과할 것입니다.
물론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일부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비단 낚시뿐만이겠습니까? 이해관계로 얽히고 설히는 문제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낚시를 배우는 입장이라면 포인트 탓은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고기가 특정 포인트에 몰리는 현상은 신이 아닌 한 예측이 어렵습니다.
물론 선장들은 알고 있지만, 그분들도 확신은 못할 겁니다. 어디까지나 확률로서 접근할 뿐이고요. 그러므로 FTV에 나오는 프로들도 포인트를 찍고
들어가거나 선장의 권유로 좋은 자리에 내려 촬영하지만, 종종 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꽝 조행은 재미가 없으니 방송에서 편집될 뿐.
4) 물때
아무리 그 포인트가 명당이라 해도 고기 나오는 물때는 따로 있습니다. 들물 자리, 썰물자리, 만조 전후로만 고기가 나온다는 등의 특징을 갖고 있지요.
전날 오후에 그 자리에서 고기가 무더기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 물때에 맞춰 들어갔는데 꽝을 쳤다면, 그건 물때가 안 맞아서일 확률이 높습니다.
기억해 두십시오. 아무리 명당이라도 고기 나오는 시간과 물때는 정해져 있다는 것.
그래서 최고로 확률이 높을 땐 현지 낚시꾼이 몰래 빼먹는 자리를 안내받아 가는 것입니다.
"형님, 제가 매일 가는 포인트가 있는데 함께 가시죠. 아침에 일찍 갈 필요도 없습니다. 오후 썰물에 맞춰서 들어가기만 하면 백발백중입니다."
이랬을 때 특별히 악천후가 아니라면 손맛 볼 확률 80% 이상일 것입니다.
5) 감성돔 공략이 어딨어? 물 밑에 고기가 있으면 물고, 고기가 없으면 꽝치는 거지
저는 여기서 과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감성돔 채비? 공략? 밑밥?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물 밑에 고기가 있다는 가정하에 필요한 테크닉일 뿐, 포인트에 고기 안 들어오면 백날 낚시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인터넷, FTV 등을 보면 감성돔 낚시 기법에 대해 엄청나게 설명합니다. 전부 맞는 말입니다만, 이제는 바다에 감성돔이 줄다 보니 테크닉 보다는 고기가
나오는 시기와 포인트를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좀 더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로 가면 감성돔 손맛을 볼 확률이 높은지?"
만약 감성돔이 포인트 주변에 입성해 있다면, 초보자라 해도 입질 받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물 밑에 감성돔만 있다면 말입니다.
반대로 벵에돔은 안 그렇습니다. 물 밑에 고기가 있다고 해서 절대 물어주지 않습니다. 철저히 옆 사람과의 실력 차에 의해 희비가 엇갈립니다.
저도 감성돔 손맛을 보기 위해서는 채비나 공략도 중요하지만, 제 물때에 제 포인트로 들어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채비와 공략은 그다음 문제니까요.
적어도 감성돔이 들어와 옆 사람이 낚으면 나도 같이 낚을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전원이 꽝치는 곳이라면 낚시 프로도 명인도 장사 없습니다. ^^;
요즘 '감성돔 낚시가 2할이면 잘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확률이 낮습니다. 제 경우를 들어볼까요?
- 작년 9월 격포 내만권에서 한 마리.
- 12월 금오도에서 꽝.
- 12월 황제도에서 꽝.
- 12월 두미도에서 한 마리.
- 1월 가거도에서 꽝.
- 가거도 다음날도 꽝.
- 2월 청산도에서 꽝.
- 2월 여수 안도에서 꽝.
- 3월 동해 한섬 방파제에서 꽝.
- 3월 동해 한섬 방파제에서 또 광.
- 4월 울진 후포에서 한 마리.
- 5월 여수 가막만에서 꽝.
- 5월 격포에서 꽝.
- 5월 격포에서 아내와 함께 꽝.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총 세 마리밖에 못 잡았는데 그 중 두 마리는 박범수 명인과 함께한 출조였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눈치채셨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요즘 뻥치기로 잡아들이는 산란 감성돔 한 마리 경매가가 오천원입니다.
오천원짜리 생선 한 마리 잡으려고 이 방정을 떨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정말 낚시할 맛 안 나는 요즘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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