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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과 다른 대하 축제, 실상은 이랬다.
해마다 9~11월이면 충남 안면도, 남당리에서 어김없이 열리는 대하 축제.
특히, 올해는 대하가 많이 잡혀 가격이 저렴해졌다는 뉴스를 자주 접했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대하 축제에 가보니 뉴스에서 보도한 사실과 달리 대하가 저렴하지 않습니다.
상인들은 대하가 비싸진 이유에 대해 자연산 대하가 잘 안 잡혀서라고 합니다. 방송과 뉴스만 보고 간 시민들은 고개만 갸우뚱합니다.
이에 대하 축제장까지 와서 자연산 대하는 구경도 못 해보고 '양식 대하'만 사 먹고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팔고 있는 '양식 대하'는 대하일까요? 뉴스에서는 연신 대하가 풍어라며 한껏 고무된 표정의 앵커가 대하 축제를 권했고 인터넷 뉴스를
쓰는 기자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글 쓰기보다는 인용만 하고 있습니다.
"결국, 낚인 이들은 다름 아닌 소비자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여기서 저는 소문과 다른 대하 축제의 실상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수조에서 활발하게 헤엄치고 있는 양식산 새우
#. 대하만으로 축제하지는 않았다.
대하 축제의 문제점을 알기 위해서는 대하가 무엇인지부터 바로 알아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대하(大蝦)'는 큰 새우이기 전에 종의 이름입니다. 다시 말해, 보리새우과에 속한 왕새우의 한 종류이지요.
사람들은 단순히 크기에 따라 대하 혹은 중하라 부르지만, 대하는 엄연히 새우의 한 종류이며 우리가 평소 사 먹는 양식산 새우와 달리 이철(9~11월)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새우입니다.
반면, 평소 우리가 마트나 시장에서 사 먹는 새우는 동남아산 타이거 새우이거나 양식산 흰다리새우입니다.
게 중에는 '국내산 새우'라 표기한 것도 있는데 모두 양식산 흰다리새우입니다.
흰다리새우는 중남미가 원산지로 맛과 모양에서 대하와 흡사해 우리나라에서 대량 양식되고 있습니다. 양식이 되니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겠죠.
지금 축제장에는 자연산 대하가 들어오기는 합니다만, 양식산 흰다리새우와는 물량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은 양입니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잡히는 어획량은 한정이 되어 있으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니 지금 대하 축제장의 횟집 수조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은 모두 양식산 흰다리새우입니다. 마트에서 파는 새우와 똑같은 것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산 것과 죽은 것의 차이입니다. 특별히 회로 먹을 게 아니라면, 굽거나 튀겨 먹는 것으로는 산 새우의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우리의 미각은 새우를 익혔을 때 산 것과 죽은 것의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흰다리새우를 회로 먹는 것은 축제 위원회에서도 권유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마트에서 산 흰다리새우로 집에서 소금을 깔고 구워 먹는 맛이나 축제장에서 4만 원 내고 먹는 맛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굳이 대하 축제장으로 찾아가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새우를 사 먹습니다.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대하 축제는 마트에서도 사 먹을 수 있는 새우를 축제장까지 가서 비싸게 사 먹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마치 '가을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별미'로 생각하고 대하 축제를 찾지만, 지자체의 무리수에 흰다리새우는
'양식 대하'란 이름으로 탈바꿈하면서 대하 축제의 정체성을 억지로 이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양식산 흰다리새우를 대하로 알고 먹는 것일까요?
#. 지자체의 무리수에 넘어간 소비자들
우리나라는 삼 면이 바다이자 세계에서 수산물과 생선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많이 소비하는 만큼 수산 자원을 관리해야 할 국가지만, 실상은 후진국 수준에 맴돌고 있습니다. 대하도 자원 관리를 하지 않는 수산물입니다.
'어획량을 제한'한다든지, '방생 크기'를 따로 정한다든지 해서 이를 단속하거나 관리,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자연산 대하 어획량은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연신 '자연산 대하가 풍어라 가격이 저렴하다.'며 기사를 타진했으므로 여기에 많은 시민이 낚여 축제장을 찾았지만, 실상은 작년과
다를 게 없는 가격을 주고 대하를 사가게 됩니다. 가장 큰 원인은 대하 어획량 감소입니다.
올해는 시즌 초반에만 반짝 잡혔을 뿐(그래서 성급히 대하가 풍어라며 뉴스가 나온 것으로 추정) 10월을 앞둔 지금은 벌써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대하 철인데 대하가 귀하니 축제를 주관하는 지자체나 축제위원회에서는 고심이 클 겁니다.
대하와 흰다리새우를 구분하지 않고 파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느 상인 말에 의하면 축제를 주관하는 협회에서부터 아예 '자연산 대하', '양식 대하'로 표기해 팔 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명색이 대하 축제인데 자연산 대하는 온데간데없고 대부분 양식산 흰다리새우가 점령했으니 '대하 축제'가 무색해진 것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흰다리새우라는 어감 자체가 손님들에게 어필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결국, 지자체와 협회는 흰다리새우라는 명칭 대신 '양식 대하'라는 명칭을 이용할 것을 상인들에게 권고했다는 것입니다.
해마다 대하 어획량이 떨어지니 양식산 흰다리새우로 대하 축제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하 축제는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요?
#. '일부' 지역 축제는 정치적인 목적의 일환일 뿐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에는 어김없이 지자체장이나 정치인이 참석합니다. 이번 대하 축제도 충남 홍성 대표의 새누리 의원이 참가하였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축제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는 지역 축제들. 기획력은 둘째치고라도 다른 축제와 차별화된 개성이나 볼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대신 남은 것은 바가지 상흔과 장사치들이지요. 늘 반복되는 축제에 반복되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축제가 이어지는
까닭은 그 지역의 지자체장이 원하기 때문입니다. 축제는 자신의 임기 동안 거둘 수 있는 성과이자 언론에 효과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는 불 보듯 뻔하지요. 일부 지역 지자체장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시민들이 놀아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대하 축제를 보며
그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에는 분명 자연산 대하가 1kg당 23,000~25,000원이라고 보도 하였지만, 막상 가보니 40,000원이 넘습니다.
뉴스에 낚여서 온 시민은 대하가 왜 그리 비싸냐고 투정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상인들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하는 원래 이 가격에 팔았는데 왜 자꾸 25,000원으로 알고 오는 거냐는 겁니다.
그렇다면 대하가 많이 났다는 축제 초기에는 뉴스 보도처럼 킬로 당 25,000원이었을까요?
여러 상인에게 물어본 결과, 자연산 대하가 킬로 당 3만 원 이하에 판매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흰다리새우(상인은 이를 양식 대하라 부름)는 포장해 가는데 3만 원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대하 축제는 진실 게임으로 가게 됩니다.
뉴스가 자연산과 양식의 구분도 없이 가격을 보도했을 리는 없을 텐데 상인의 말을 들어보면, 자연산 대하는 축제 초기부터 45,000원에 팔았고 크기가
작은 것은 35,000원에 팔았으며 이는 대하 축제장이라면 통일한 가격이므로 이견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좀 더 알아본 결과,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자연산 대하는 그 날 잡히는 양에 따라 시세가 정해집니다. 분명, 시즌 초반에는 많이 잡혔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격도 저렴했으며 이는 뉴스에서 보도한 대로입니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자연산 대하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싹쓸이 조업을 하니 자연히 개체 수가 준 것입니다. 시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이러한 현상이 심화됩니다.
일부 살아남은(?) 대하는 그사이 살이 찝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개체 수는 줄지만, 씨알은 커지면서 시세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지난 주 남당리 대하 축제에서 자연산 대하 소비자가는 1kg당 45,000원. 씨알이 작거나 하루가 지난 건 3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먹고 가는 건 55,000원이지만,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 양식산 흰다리새우를 '양식 대하'로 써 붙여 놓고 판매하는 실정입니다.
#. 해마다 되풀이되는 바가지 축제, 그 씁쓸한 단면
문제는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습니다. 횟집 거리에 들어서면 호객행위는 기본이요. 대하와 흰다리새우의 구분 없이 파는 식당이 대부분입니다.
원산지 표기를 제대로 한 식당은 눈 씻고 찾아보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그저 '대하'겠거니 하고 사 먹는 실정입니다.
또한, 대부분 식당은 뒤처리(설거지)의 편리를 위해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그 위에 새우를 익혀 먹도록 하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호일은 그냥 사용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그것이 열을 받으면 소금보다 녹는점이 낮은 알루미늄 호일은 알루미늄 기체가 새우를 감싸게
되면서 우리 인체에 해로운 여러 물질을 방출,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알루미늄 호일은 최근 들어 치매와 알츠하이머와 관련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물질인 만큼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식자제입니다.
그리고 1kg이라는 정량을 지키고 있는 지도 한 번쯤 눈여겨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업소의 경우 흰다리새우(양식 대하) 1kg에 약 스무 마리만 넣어주기도 합니다.
인터넷에 '대하 축제 다녀왔다.'는 글을 보면 적잖은 글에서 스무 마리 전후로 담긴 냄비를 볼 수 있는데 모두 바가지를 쓴 것입니다.
양식 새우는 크기가 비슷비슷해 1kg이라 하더라도 마릿수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습니다.
1kg이 되려면 35마리 전후가 돼야 하며 최소 30마리는 넘어야 1kg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kg에 감이 없는 손님은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인심이 야박한 게 아닌 엄연한 바가지이며 축제장을 찾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축제위원회도 문제입니다.
대하가 많이 잡히지 않자 대하 축제의 정체성을 양식산 흰다리새우로 유지할 생각만 했지, 서비스나 행사의 질은 개선할 여력도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그저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으로 되풀이되는 축제가 아쉽습니다.
지금까지는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통했지만, 계속 이러한 축제가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소비자들에게 철퇴를 맞고 외면당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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