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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낚시 점수'는 몇 점일까? 모두가 지켜야할 낚시 에티켓
'낚시 점수'란 제목으로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1) 낚시 매너
2) 낚시 실력
3) 낚는 글 솜씨
점수는 그 사람의 그릇이고 평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취미이자 레포츠인 낚시를 실력이나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을 지양하고자 합니다. 모름지기 실력은 필드 경험이 많을수록 좋아집니다. 물론, 똑같은 출조 횟수라도 사람마다 재능과 학습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차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조건이라면 출조 횟수가 잦은 사람이 경험치가 올라가므로 실력도 동반 상승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말하는 '낚시 점수'란 지역과 연령, 신분과 출조 횟수, 실력과는 상관없는 매너를 의미합니다. 낚시 매너는 그 사람의 실력과 상관없이 인간 됨됨이를 판단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행해지는 비매너는 물론, 평소 무의식중에 저지르는 실수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낚시인은 물론, 점주들에게도 포함되는 내용입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의 낚시 점수는 얼마나 되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추운 겨울, 달리는 배에 튀는 파도를 맞으며 가는 승객이 있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눕는 꾼들
여수에서 백도 해상까지 3시간을 달려야 하지만, 앉을 자리가 없어 바깥에서 찬바람 맞고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1. 예약과 출항 시간은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가?
전 세계에서 한국인의 레스토랑 예약 펑크는 전체 예약 중 15%를 차지할 만큼 좋지 못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출조점 예약도 손님의 갑작스러운 취소나 무통보 잠적에 손실을 내기도 합니다. 나의 일방적이고도 갑작스러운 취소는 누군가의 출조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불러오므로 예약 취소는 최소 하루 전, 하다못해 반나절이라도 미리 통보해 나를 대신해 인원을 메꾸도록 시간적인 배려를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여러 사람이 함께 출조할 때는 출항 시간을 준수하는 것 또한 지켜져야 할 에티켓이겠지요.
2. 승선객이 많을 때 자리를 배려하는가?
정원 초과를 비롯해 한국의 낚시 문화에서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새벽잠을 포기하고 나서는 꾼은 누구나 고단합니다. 수도권에서 자가용을 몰고 오는 꾼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낚싯배 정원은 선실에 앉아갈 경우 모두 수용 가능한 인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 명이 다리를 펴고 누우면, 일부는 앉지 못하고 서서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물론, 자발적으로(흡연 문제로) 선실 밖에 나가기도 해 20~30분 거리이거나 바다가 잔잔할 때는 그리 문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도권 출조 시에는 배가 전속력으로 달리고 특히, 날궂이면 반드시 선실 내로 들어와 있어야 합니다. 시작부터 바닷물에 샤워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죠.
일부는 자리가 없어 선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데도 꿋꿋이 다리를 뻗고 자는 사람, 심지어 잘 것도 아니면서 누워서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는 사람, 춥다고 선실에서 담배피는 사람, 특히, 조타실에서 선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앉아 담배피는 사람. 혹시 나는 그런 적이 없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파도치고, 바람 불고, 멀리 가야 할 때 자리가 없어서 바깥에 머무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가 자발적으로 앉아가거나 자리를 배려하는 성숙한 의식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음
3. 포인트 선점을 위한 불쾌한 행동을 하지는 않은가?
꾼들은 누구나 A급 포인트에 내리고 싶어 합니다. 똑같은 선비를 내는데 누구는 A급, 누구는 B급 포인트에 내려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런데 조황이 한번 터지면 꾼들은 몰리고 고기 나오는 곳은 한정돼 있어 선장은 A급과 B급 포인트에 내려질 승객을 어느 정도 마음에 점찍어 둡니다.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조타실 정치'가 작용합니다. 조타실의 실질적인 권력은 선장이 쥐고 있지만, 포인트를 쥐락펴락하는 꾼들이 한두 명은 있기 마련입니다. 특급 포인트에 내리기 위해 선장과 친분을 다지고, 의도적으로 선물하고, 위스키나 혹은 그 이상의 향응을 접대하는 것도 어찌 보면 우리네 정치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곳에서의 행위를 근거로 지탄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선장 입장에서는 매주 매상을 올려주는 단골손님이나 친분 있는 지인을 좋은 포인트에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일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선장과 친분이 없는 개인 손님이라도 원하는 포인트를 어필하는 것은 승객으로서의 기본 권리입니다. 다만, 그것이 과하거나 떼를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최소한 눈에 보이는 곳이라면, 포인트 선점을 위한 그 어떤 노골적인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보통은 하선하기 전에 내릴 팀이 정해지고 뱃머리에 짐을 올리지만, 서로 들어가겠다고 아우성인 포인트를 앞두고 고성이 오가거나 자리 빼앗길세라 여차하면 밑밥통을 들고 뛰어내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한 자리를 두고 서로가 한치의 양보도 없다면, 차라리 '가위바위보'나 '제비'로 결정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갯바위에서는 온갖 있는 척 없는 척하면서 선실에서는 품위를 잃는 사람들. 이렇듯 바다낚시의 격을 떨어트리는 이들로 인해 즐거워야 할 출조가 씁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4. 포인트 침범 및 독점은 하지 않은가?
가령, 네 사람이 낚시할 수 있는 갯바위에 네 사람이 낚시 중이라면, 뱃머리는 들이밀지도 말아야 하고 내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네 사람이 낚시할 수 있는 갯바위에 두 사람이 낚시 중이고, 두 사람이 추가로 내린다 하여도 흘림낚시의 특성상 공략 범위가 제한되고 서로 부대끼므로 앞서 내린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선상낚시는 자유로운 이동과 조류에서 이득을 보기 때문에 한정된 범위만 공략하는 갯바위보다 포인트 선점력이 유리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바다에서 강자와 약자가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만약, 갯바위에 먼저 들어와 낚시하는 사람이 있는데 배를 들이밀고선 보란 듯 닻을 내리면 먼저 온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낚시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흘림낚시와 던질낚시, 루어낚시, 카고낚시, 그리고 선상낚시 등 서로의 장르를 존중해주기 위해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포인트를 공유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포인트 독점은 여러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이제는 독점이라 하기에 너무 멀리 가버린 '조기 출항'. 그것이 한두 출조점에 의해 자행되면서 바이러스 번지듯 퍼졌고, 서로가 출항 시간으로 경쟁하다가 결국에는 비박 야영 낚시가 돼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 추운 날 포인트 선점을 위해 갯바위에서 번개탄이나 피우고 앉아 벌벌 떨고 있어야 하는 꾼들. 감성돔 한두 마리 잡기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습니다. 또 어떤 배는 2인 1조씩 내리는 갯바위를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1명씩 내리며 줄타기를 하기도 합니다. 개인 낚시꾼들의 포인트 독점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4명이 낚시할 수 있는 자리를 한두 명이 차지하면서 자리를 내주지 않는 독선. 상황마다 다르지만, 주말이라 어차피 메꿔질 자리임에도 서로가 얼굴 붉히며 양보하지 않는 행위. 그래서 고기 좀 잡으셨습니까?
서로 간에 채비가 엉키면 누가 잘못이랄 것 없이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게 예의가 아닐까?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5. 함께 쓰는 자리에서 에티켓을 준수하는가?
예를 들면, 방파제, 방조제, 그리고 여러 명이 함께 서서 낚시할 수 있는 갯바위에서는 더욱더 에티켓에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옆 사람 진로를 방해하는 무리한 캐스팅도 자제해야 할 행위 중 하나입니다. 대상어는 대게 소음에 취약하므로 고성방가, 시끄러운 잡담에도 경계심을 품을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방해될 수 있으니까요. 새벽에 감성돔, 혹은 벵에돔을 노릴 때는 헤드 랜턴을 바다에 비추지 않아야 하고, 서로 간에 채비가 엉키면 누구 잘못이랄 것도 없이 사과하거나 눈인사라도 하는 여유도 필요할 것입니다. 야구, 축구에서 진로방해가 있듯 흘림낚시에서도 옆 사람의 찌 흘림에 내가 방해될 수 있음을 항시 염두하고, 포인트가 서로 겹치면 대화를 통해 호흡(로테이션)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6. 선상낚시에서 채비 엉킴 시 어떻게 대처하는가?
앞뒤 혹은 옆 사람과 채비가 엉켰을 때 우린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혹시 얼굴 붉히며 말없이 채비를 푸는 것은 아닌지요. 아니면 옆 사람 채비를 싹둑 자르거나 하지는 않은가요? 신속하고 빠른 대처를 위해선 누군가의 채비를 잘라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구의 채비를 잘라야 이 엉킴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조력 있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 좋지만, 반드시 선택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상대방의 채비를 잘라야 한다면 반드시 양해를 구해야 함이 맞겠지요. 그런데도 말없이 자르고 그것도 모자라 (선상에서는 일종의 벌칙이라는 암묵 하에) 그 사람 채비에 매달린 고기까지 챙기는 뻔뻔한 꾼들도 여럿 보았습니다.
선상낚시, 기본적으로 고기 욕심을 부르는 낚시 장르임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캐치앤 릴리즈하러 선상낚시 하러 온 사람, 혹시 있습니까? 아마 열 중에 아홉은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쿨러 조황을 열망하고 누구나 가족 앞에서 체면이 서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체면보다 중요한 것은 체통이고 품위입니다. 이는 쓸데 없는 품위나 속칭 '가오' 따위가 아닌 우리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에티켓인 것입니다.
7. 나의 낚시 편의를 위해 잡어를 죽이지는 않는가?
우리는 낚시를 하면서 수많은 생명을 죽입니다. 바다 생명체를 빼앗음으로써 얻어지는 희락의 취미인 것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생계형 어부와 비교하며 낚시 행위 자체를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낚시를 하지 않는 일반인들 눈에는 살려고 발버둥 치는 물고기의 고통이 곧 손맛의 즐거움이고, 그것을 즐기고자 가족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은 이기적인 취미라 여기기도 합니다. 일부 낚시인의 그릇된 문화는 낚시의 품격을 헤치고 가족 지향적일 수 없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원하는 대상어를 잡기 위해 수많은 잡어를 희생시킵니다. 그것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대상어를 낚는 과정에서 잡어의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처음부터 피를 흘리며 올라오는 잡어, 바늘을 빼다가 아가미나 주둥이가 뜯긴 경우까지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생존율을 높이고자 바늘을 조심스럽게 뺀다 해도 말이죠. 그러나 일부러 패대기쳐서 죽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극성인 잡어가 너무 미워서 낚아 올리는 족족 말려 죽이는 행위, 고인 물칸에 던져놓는 행위, 심지어 '윤회 사상'을 들먹이며 이러한 행위를 합리화하는 꾼들까지, 먹지도 않을 거면서 일부러 죽이는 행위는 낚시의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낚시는 다른 취미보다 상대적으로 비주류이고 비대중적이며 마이너합니다. 낚시인은 낚시를 즐기지 않는 일반인(대중)의 시선에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낚시는 손맛의 희락이 목적이지만, 먹는 즐거움이 부차적으로 따릅니다. 먹지 않을 거면 살려주는 것이 자연을 이용해 희락을 즐기는 꾼으로서의 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울러 방생 씨알과 금어기는 제대로 알고 준수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방생 씨알과 관련해 자세히 쓴 글이 있으니 관련 글을 참조하십시오.
(관련 글 : 수산물 포획 금지 (방생)사이즈와 금지기간)
8. 낚시를 마치고 포인트 주변을 청소하는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아는 가장 합당한 평가 항목에는 '청소 여부'가 비중 있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최소한 내가 가져온 쓰레기만큼은 깔끔하게 치우고 만약, 야영 낚시를 했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모든 낚시인이 이점을 지켜나간다면 늘 쾌적한 환경에서 낚시를 즐길 것이고, 낚시 금지 구역이 추가로 생기지도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포인트 주변까지 청소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철수 시각에 맞춰 낚시 짐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도 에티켓일 것입니다. 철수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배려가 아닌 기본이니까요.
이 글을 쓰면서 저 자신도 미흡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 잘 고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쾌적하고 기분 좋은 낚시를 위해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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