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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조림을 맛있게 만드는 양념 팁(벵에돔 김치찜)
이번에 벵에돔 김치찜을 만들면서 평소 생선 조림 양념에 관해 궁금했던 부분을 긁어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봤습니다. 적잖은 분들이 생선 조림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물 조절과 양념 배합에 있을 것으로 봅니다. 너무 흥건하지도 타지도 않게 자작하게 졸여진 양념은 생선 육수가 배어 나와 칼칼하면서 감칠맛이 나야 합니다. 그런데 수분이란 함께 넣은 무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자칫 물 조절에 실패하면, 양념이 물에 희석돼 싱겁고, 어떨 때는 흥건해져서 찌개처럼 되기도 하며, 불 조절이 잘못되면 냄비 바닥에 깔린 무가 타기도 합니다.
조림은 정석적인 방법도 중요하지만, 레시피를 응용하면 얼마든지 맛있는 생선 조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중 한 방법으로 김치 맛을 빌리는 것입니다. 지금쯤이면 작년에 담근 신김치(또는 묵은지)가 가정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생선과 신김치의 궁합은 매우 좋습니다. 냉동실에서 처치 곤란한 생선이 있다면, 신김치와 궁합을 맞춰 근사한 밥 도둑을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자세한 방법 나갑니다.
칼집을 내고 그 사이사이로 다진 생강을 바른다
오늘 생선 조림의 주인공은 요즘 낚시꾼들에게 많이 잡히는 벵에돔입니다. 벵에돔을 구하기 어려운 일반 가정에서는 고등어로 대체하면 됩니다. 사진의 벵에돔은 최상의 선도가 아니라 냉동실에 한두 달 뒹굴던 것을 해동한 것이어서 비린내 제거를 위해 다진 생강을 발랐는데 만약, 싱싱한 생물을 쓸 것이면 굳이 생강을 바르지 않아도 됩니다.
벵에돔(또는 고등어)은 이렇게 장만합니다. 비늘과 내장을 제거하고 철 수세미나 조리용 솔을 이용해 내장이 빠진 부분을 흐르는 물에 대고 박박 문질러서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될 수 있으면 아가미를 뜯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아가미를 뜯어낸 부분에 멍울이 진 핏기도 잘 닦아내야 비린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양면에 칼집을 내고 사이사이에 다진 생강을 발라 넣습니다.
#. 벵에돔 김치찜 재료(2~3인분)
벵에돔 大(800g) 1마리(혹은 고등어 2마리), 신김치 혹은 묵은지 200g, 무 1/5개, 감자 1개, 매운고추 2개, 양파 1/2개, 당근 약간, 대파 1대, 명이 또는 마늘대 장아찌(선택)
#. 생선 조림 양념
조림 간장 반컵, 물 2컵, 고춧가루 5T, 매운(청양) 고춧가루 1T, 설탕 3T, 간마늘 1큰술, 맛술 또는 청주 5T, 된장 1T, 후추 약간, 다진 생강 약간, 고추냉이 약간, 참기름 1T
※ 참고
- 제 레시피는 밥숟가락과 종이컵으로 계량합니다. 1큰술은 수북이 떠서입니다.
- 채소는 위 사진처럼 다듬습니다.
- 조림 양념은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준비합니다. 이때 신김치 국물이 있으면 몇 스푼 넣어 줍니다.
생선 조림 양념은 정확히 계량화하여 3인분용으로 만들었습니다. 분량의 양념을 볼에 섞어 잘 저어준 뒤, 랩을 씌워 냉장고에 1~2시간 정도 숙성해 두면 더욱 깊은 맛이 납니다.
※ 생선 조림을 더욱 맛있게 만드는 양념 팁
여기서 사용한 물과 조림 간장의 비율은 4:1입니다. 물은 2컵을, 조림 간장은 반 컵을 사용합니다. 생선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다진 마늘과 청주를 넣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1티스푼 용량의 다진 생강과 고추냉이를 넣는 것이 팁입니다. 고추냉이는 튜브형도 좋고 일식집에서 사용하는 생(生)도 좋습니다. 또한, 된장 1스푼을 넣어주면 생선 비린내를 감추고 양념에 감칠맛을 더해 줍니다.
생선 조림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꿀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장아찌'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제주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생선 조림에는 어김없이 마늘대 장아찌가 들어갑니다. 마늘대 장아찌를 구하기 힘든 도시권에서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명이나물 장아찌를 국물과 신김치 국물도 함께 넣어주면, 조림에 맛의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전골냄비에 재료를 담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먼저 무와 감자를 깔고 그 위에 생선을 올린 다음, 양파와 당근을 올립니다.
신김치를 올리고 마늘대 혹은 명이나물 장아찌를 올린 다음
준비한 양념을 모두 끼얹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선 조림(벵에돔 김치찜)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후에는 끓여 잡숫기만 하면 됩니다. 가스레인지에 끓여도 되고, 온 가족이 모여 앉은 식탁에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놓아 끓여도 됩니다.
끓일 때 불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끓기 시작한 처음 5분 동안은 강불에 팔팔 끓이고, 대파를 넣은 뒤 불을 은근히 낮춰 약불에 5분을 조립니다. 조릴 때는 냄비 뚜껑을 닫고, 넘칠 것 같으면 살짝 열어둡니다.
강불에 5분, 약불에 5분을 졸이면 어느새 양념이 반 이하로 줄어서 생선과 각종 재료에 양념이 잘 배어 있을 겁니다. 이때 냄비 바닥에 깔린 무와 감자가 생선 밑면이 타는 것을 막아 줍니다.
완성된 생선 조림은 부서지지 않게 잘 들어서 접시에 세팅합니다.
나머지 재료들도 적당히 둘러쳐서 세팅합니다. 마무리로 깨소금을 살짝 뿌리면 더욱 좋겠죠?
입맛 없는 여름, 공깃밥을 단번에 비우기에 좋은 생선 조림이 완성됐습니다. 장아찌의 달짝하면서 신맛이 양념에 녹아 온갖 재료에 착 달라붙어 맛의 깊이를 더합니다. 포실포실하게 익은 감자는 잘 으깨지고 양념이 잘 배서 밥반찬으로 좋고, 간이 잘 밴 무도 근사한 반찬이 됩니다. 이렇게 생선과 궁합이 맞는 여러 재료로 합을 맞추니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겠죠. ^^
채소를 걷고 벵에돔을 크게 한 점 떠봅니다. 잔가시가 적은 벵에돔은 조림용으로 손색이 없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구하기 힘들므로 벵에돔을 대신해 씨알 굵은 생물 고등어를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튼실한 벵에돔 살을 밥에 척 올려 먹은 뒤, 반찬으로 무와 감자를 함께 들면 어느새 공깃밥은 반 이상 사라집니다. 먹다 보니 양념 맛이 과하지 않아 밥에 비벼 먹고 싶게 합니다.
남은 밥에 조림 국물과 포실포실한 감자를 적당히 으깨서 비벼 먹으니 이 맛도 기가 막힙니다 (거참 제가 만든 것인데도 ^^;) 이날 식탁에는 다른 반찬도 있었지만, 잘 만든 조림 한 접시에만 젓가락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생선 조림, 쉬우면 쉽고 어려우면 어렵습니다. 양념 배합과 재료의 합이 집마다 다르고 맞추기도 어렵지만, 신김치와 장아찌의 맛을 빌리면, 조금 더 쉽게 맛을 낼 수 있으면서 오묘한 맛의 깊이가 더해져 쉽게 물리지 않은 생선 조림이 가능해집니다. 한창 벵에돔이 잡힐 때이고, 시장에는 물 좋은 고등어가 많이 들어올 때이니 오늘의 레시피를 잘 활용해 한 접시 근사하게 만들어 드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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