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의 원두 크기(왼쪽), 에디오피아를 비롯한 일반적인 원두 크기(오른쪽)

 

니카라과는 온두라스와 코스타리카 사이에 있는 작은 중남미 국가다. 세계 각국의 커피를 갈아서 마셔온 나지만, 니카라과는 아직 낯설다. 품종은 전부 아라비카 계열인데 세부 품종에서는 다른 나라의 원두보다 크기에서 압도한다. 아라비카종에서는 가장 크지 않나 싶다.

 

 

한 달에 한번은 커피 감별사인 지인의 사무실에 찾아가 개인적으로 몇 종류의 커피 원두를 볶아간다. 시중가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 시중에서 파는 원두보다 훨씬 질 좋은 원두를 구입하면서 커피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얻어가는 것도 즐겁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 브랜드의 아메리카노에 길들인 사람들은 이것저것 섞은 블랜드를 이야기하지만, 이런 원두는 블랜드를 할 필요가 없다.

 

블랜드란 것이 한 가지 원두로는 낼 수 없는 부족한 맛을 다른 원두를 섞어서 보충해 맛의 균형을 맞추는 건데 핸드드립 커피는 대체로 싱글 오리진을 쓰고 그중에서도 불량두가 적은 G1급이나 스폐셜티라 이 자체로 아로마가 풍부하고 균형감이 좋아 다른 원두와 블랜드할 이유가 없다. 늘 200g씩 다섯 종류(총 1kg)씩 가져왔는데 이번에는 모두 85점을 넘은 스폐셜티라 지출 부담이 크다. 

 

그래봐야 다해서 한달에 2~3만원 정도 차이 나는 것이니 하루 중 유일하게 여유를 챙기는 커피 타임의 질을 떨어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간 다양한 원두를 접했지만, 이번에는 모두 생소한 녀석이라 그만큼 기대가 크다. 왼쪽부터 간략히 소개하자면, (테이스팅 노트는 기존의 평가를 참고)

 

1) 에티오피아 리무 코사 네추럴

오렌지와 라임, 레몬, 살구, 잘 익은 복숭아, 케베르네 쇼비뇽 품종의 Winey,

깔끔한 시트러스함과 적포도, 체리필, 바디감은 약간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

-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커피. 향이 팡팡 터질 정도는 아니지만, 산뜻한 산미와 상큼함이 아이스로도 잘 어울릴 듯.

 

2) 엘살바도르 아추아차판 라 글로리아 허니 네추럴

풋사과, 옅은 카라멜의 단맛, 인도 통후추, 오렌지필, 입 안에서 휘몰아치듯 부서지는 균형감, 깔끔함.

- 뭔가 그윽하면서도 알싸함. 평소와 다르지 않게 내렸는데 약간 스파이시한 맛이 난다. 다시 마셔봐야 할 듯

 

3) 과테말라 코반 라 플로리다 SHB 워시드

복숭아, 건자두, 무르익은 살구의 달콤함, 부드럽고 실키한 산미의 조화, 좋은 균형감

- 두 번째로 만족도가 높았던 커피. 흔히 밸런스 좋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바로 이런 커피를 두고 한 말임을 실감.

 

4) 케냐 키링야가 카리미쿠이 AA TOP 워시드

자몽, 파인애플, 건포도, 카카오닙스, 캐슈넛, 여운이 긴 산미

- 케냐 AA 중 가장 높은 등급이라는데 로스팅이나 핸드드립 잘못하면 특유의 산미가 독이 될 수도, 내 취향에는 잘 맞다. 아프리카 계열이 대부분 그렇지만 여름에 아이스로 내려먹으면 정말 기분이 산뜻해진다.

 

5) 니카라과 라 프란시스코 허니 네추럴

로즈마리, 자스민, 약간의 배즙, 달콤함이 느껴지는 은은한 산미와 시럽류의 단맛, 좋은 밸런스

- 나는 왜 이 커피 맛에서 예가체프 모모라를 떠올렸을까? 중남미 계열임에도 산미가 제법 있다. 고급스럽기는 한데 호불호 갈릴 듯.

 

 

어느새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먹은지 2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물 조절, 힘 조절이 안 되서 같은 원두로 내려도 내릴 때마다 맛에 차이가 났는데 지금은 그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아직 배우고 연습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지금의 커피 맛도 나쁘지 않다. 이 녀석은 어떤 맛이 날까? 저 녀석은 어떤 향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첫 물을 내릴 때의 작은 행복. 내릴 때 준비까지 해서 4~5분, 마시는데 30분 정도 걸리는 이 시간이 하루 중에서 가장 좋다.

 

아메리카노 마시는 분들이 이런 커피 맛보면 커피의 신세계가 열릴지도. 갓 로스팅에 갓 분쇄한 커피향이 입안에서 휘몰아 칠 때 보통은 이렇게 말하더라. "지금껏 내가 먹은 커피는 뭐였었지?"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 이후로는 휴게소나 카페에서 커피 대신 다른 걸 시키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시판 커피는 못 먹겠다. ㅠㅠ (갈수록 입만 고급이라 큰일이다. 차라리 이 맛을 몰랐을 때가 나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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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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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빛비
    2017.01.23 06:3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저도 언젠가부터 스타벅스 가게되면 아메리카노보단
    그날 드립으로 내린 오늘의 커피가 제일 맛나더라구요.
    입만 고급이 되어간다는 말씀에 웬지 공감이..ㅎㅎ
    • 2017.01.28 00:5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네.. 아메리카노와 드립은 빛깔만 비슷할 뿐 상당한 차이가 있지요. ㅎㅎ
  2. 아휘
    2017.01.27 20:5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초심,

    중요한 이야기임에도 우리는 항상 잊고 살지요.
    설 연휴에나 뒤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는 단어,

    낚시인은 열정과 열망으로 항상 임하고 있죠,
    낚시의 매력인 바다는 항상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없도록 인간에게 해주죠,
    다시 바다를 찾게 하게끔,

    첫 댓글을 남깁니다.
    님의 글을 본지 5-6년,
    변화의 시간이 많은 만큼 열정과 열망이
    변하기 나름이죠.
    그때마다 저도 떠올려봅니다.
    열정, 열망

    초심의 간절함과 열정, 성취감을 찾아볼려고
    저도 글을 남겨봅니다.

    한번은 생각해봅직합니다.

    감사합니다.
    • 2017.01.28 00:5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제 글을 봐주신지 5~6년 .
      우선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이야기하는데 초심, 낚시, 열정을 이야기하시니..
      5~6년간 지켜봐온 분의 첫 댓글은 뜬금이 없습니다. ㅎㅎ

      때론 우회적 표현보단 직설 화법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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