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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가거도와 더불어 3대 원도권에 속하는 거문도. 거문도는 제가 유일하게 가보지 못한 원도권이기도 합니다. 해마다 3~4월이면 참돔 시즌이 열리는데 그때마다 일이 생겨 가보지 못한 거문도를 이번에는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출조점 우등 고속버스에서
이번 거문도 낚시는 제가 소속된 낚시 클럽인 쯔리겐FG의 정출 겸으로 다녀왔습니다. 1박 2일 일정으로 첫날은 자유 낚시를 하고, 일요일인 둘째 날은 정출 대회에 참가합니다. 판교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데 클럽 회원님들이 준비한 족발로 요기합니다.
새벽 2시, 전남 녹동항
그런데 족발을 많이 먹었나요. 밤이라 속이 부대낍니다. 게다가 소주 몇 잔 받아먹을 땐 몰랐는데 이날 거문도로 향하는 뱃길에 멀미가 나서 고생 좀 했습니다. 배는 초도에 들려 몇 팀을 내려주고 거문도로 향하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선실에서 새우잠을 자다가 속이 울렁거려 잠을 뒤척이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갑판으로 나오니 거긴 또 꾼들이 피는 담배 연기 때문에 울렁거리고.
새벽 4시 30분 거문도 도착, 종선으로 갈아탄다
그래도 선실보단 나으니 차디찬 바닷바람에 속을 진정시켜 봅니다. 그렇게 30분을 더 달리자 당도한 거문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섬나라였습니다. 녹동항에서 출발하면 가까울 줄 알았는데 중간에 초도를 들려서인지 멀미 때문인지 멀게만 느껴집니다. 도착하자마자 방파제 석축에 배를 대고 종선으로 갈아탑니다. 거문도는 원도권이라 종선 시스템을 이용해야 갯바위에 입도할 수 있습니다.
녹동항에서 거문도까지 사선비가 7만 원, 거문도에서 갯바위로 싣는 종선비가 35,000원(물론, 왕복 기준). 도합 105,000원을 들여야 밟을 수 있는 절해고도의 갯바위. 그래서 즐길 수 있는 낚시는 무궁무진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참돔이 주종이고 벵에돔과 감성돔이 손님 고기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생각만 해도 설레지요.
첫 하선은 개인 손님이 방파제에 내리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제 차례는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앞에서 제 이름을 호명, 이번 일정과 함께하게 될 상원아빠님과 함께 처음으로 거문도 갯바위에 상륙합니다. 남서풍에 너울기가 있는 관계로 으리으리한 직벽으로 형성된 서도는 일찌감치 포기, 동도에서 시작합니다. 새벽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군요. 여기가 거문도 어디에 붙은 갯바위인지도 모르겠고, 포인트 지명 같은 건 더더욱 알 리 없고.
2호 반유동 채비로 시작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NS 알바트로스 1.5-530
릴 : 오쿠마 LBD 3000번
원줄 : 조무사 3호
어신찌 : 쯔리겐 본류원투 2호, -2호 순강수중찌
목줄 : 토레이 일본선 2호
바늘 : 감성돔 전용 바늘 4호
깜깜한 새벽에 내리면 우리 딸내미 반찬감(볼락)부터 몇 마리 잡고 시작하겠노라 마음먹었는데 벌써 날이 밝아옵니다. 곧바로 참돔 낚시를 시작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가까운 곳 수심이 13m, 조금 떨어진 곳은 18m라는 점. 여기서 본류에 찌를 태워 수십 미터를 흘리면, 수심이 20m, 30m, 혹은 그 이상 깊어질 것입니다. 거문도라서 그런지 수심은 자비가 없죠. 포인트 지형도 전형적인 곳부리에 본류대가 스치는 곳이고, 안통 쪽 수심도 13~18m를 형성하니 일단 참돔 포인트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상원아빠님은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 낚싯대를 펴고도 여전히 가방을 메고 있습니다. 가방은 내려놓고, 채비하기 전에 밑밥부터 좀 뿌리고 시작하자고요. ^^
낚시꾼은 이때가 제일 설렌다
거문도 첫 출조에 첫 캐스팅이 시작됐습니다. 늘 하는 낚시지만, 매일 해도 질리지 않을 때가 바로 이 순간이죠. 채비하기 전에 밑밥을 다량으로 뿌려놓았기에 뭐가 잡혀도 잡힐 것이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이니 발 앞에 들어온 70~80cm급 참돔 한 마리가 덜커덕 걸려주면 좋겠지요? 그래서 지금은 굳이 멀리 던지기보다는 가까운 곳 13~15m 권을 노리기로 합니다.
잠시 후, 던지자마자 첫 입질이 이어지는데..
표준명 불볼락(열기)
저의 거문도 첫수는 열기입니다. 이번 출조는 딸내미 반찬감도 챙겨오는 것인데 이런 사이즈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낚시 시작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열기 지옥이다
던지면 대물 참돔이 물고 늘어질 것 같은 포스를 뽐냈던 포인트는 돌연 열기 지옥으로 변합니다.
얼마나 많으면 이런 식으로 꽂히는지. 문제는 이 열기가 수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층에서도 물고 늘어진다는 점입니다. 바닥층에 이런 치어가 극성이라면, 참돔이 안 들어왔다는 증거로 봐야겠죠. 따라서 이른 아침이라도 수심 13~18m의 안통 공략은 포기합니다. 몇 번 더 던져보고 가망 없다고 판단, 미련을 버리고 공략지점을 바꾸기로 합니다.
3호 반유동으로 채비를 교체했다
공략지점을 본류 쪽으로 옮기자 거긴 또 조류가 시냇물 수준입니다. 몇 번 던져보니 가까운 곳 13~14m에서는 해초 뜯김이 발생하다가도 찌가 갯바위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바닥층을 탐색해야 하는데(이 시기 참돔은 바닥층에 붙어 있음) 이 조류에 2호찌로는 채비를 안정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3호찌로 바꾸는데 -3호 수중찌가 없습니다. 할 수 없이 -2호에 -1호 수중찌를 덧대고, 여기에 3B 봉돌 3~4개를 목줄에 분납해 채비가 조류에 떠밀리지 않도록 안정감을 줍니다.
몇 차례 봉돌을 더하고 빼고 하면서 3호찌의 잔존부력을 완전히 없애고 마이너스 부력으로 만듭니다. 그 결과 수심 15m까지는 직공으로 내리고, 이후 면사매듭이 찌톱에 걸린 후부터는 찌가 아주 천천히 잠기는 잠길찌 체제가 됩니다. 이렇게 하면, 갯바위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수심층을 공략할 수 있겠지요. 수심 20m 이하로 내려갈 수 있게 흘려야만 합니다. 밑밥은 조류가 시작되는 지점에 꾸준히 1~2주걱씩 뿌리면서 밑밥띠를 만듭니다. 이런 본류대 참돔 낚시는 발판만 갯바위지 선상 흘림낚시와 다를 게 없습니다.
스풀에 원줄이 거의 다 풀려나갔을 즈음입니다. 100m 이상 풀려 찌가 보이지도 않습니다. 조류에 줄이 나가다가 그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다면, 입질입니다. 그런데 방금 줄이 비정상적인 패턴으로 또르르~ 하고 나가다 멈칫합니다. 조류에 의한 풀림이라고 하기에는 인위적인 느낌입니다. 참돔이면 쫙하고 나갔을 텐데 이건 좀 애매하네요.
걷어보니 황놀래기 한 마리가 바늘에 매달려 있습니다. 허무하죠. 실컷 흘렸는데 이런 녀석이라면. 이것으로 바닥층 언저리 공략이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중간에 밑걸림이 생길 때까지 면사매듭을 조절해 옥신각신 낚시를 이어가는데
상원아빠님은 바닥을 긁었는지 웬 거미불가사리를 낚아냅니다.
거미불가사리는 줄가자미(이시가리)의 주 먹잇감이기도 하지요. 낚시로 잡은 건 처음 봅니다. 그나저나 입질이 아예 없네요. 가까운 곳은 열기 지옥이고, 멀리 흘리면 가끔 어랭이가 무는 정도. 지금 시즌은 북서풍이 불어줘야 하는데 남서풍이 부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러다 보니 너울이 일고요. 일단 너울이 일면, 참돔과 돌돔 같은 어류는 입질을 잘 하지 않습니다. 열기를 만져보니 얼음장같이 차갑습니다. 어플로 검색해보니 전날 대비 수온이 떨어졌군요.
포인트는 멋진데 조짐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해가 뜨고 주변이 선명하게 보이자 이제야 포인트 전경도 눈에 들어옵니다.
전방에 멋진 간출여가 하나 솟았고 그 사이로 물골이 형성되긴 하는데 수심이 생각보다 낮고 조류도 빨라 금방 벗어납니다. 몇 번 던져보긴 했지만, 역시 아니다 싶은...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입질이 들어와야 할 황금 시간이 허무하게만 흘러갑니다. 상원아빠님은 안경 고쳐잡는다면서 제게 손가락 욕을 날리는 것 같네요.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이 사진만 보면 꼭 그렇습니다. ㅎㅎ
해는 중천에 떴으니 참돔 타이밍은 거의 물 건너 간 듯합니다. 감성돔이라도 노려볼까 싶어 직벽 가장자리를 탐해보는데 역시 이쪽은 열기뿐입니다.
이번에는 상원아빠님이 조금 큰 열기를 건 줄 알았는데 복어네요.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만 갑니다. 먹을 만한 해초와 거북손이 지천에 깔려 보기는 좋은데 마음의 위안은 되지 않습니다. 이때 상원아빠님에게 강력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왔다. 왔어!"
방향이 바뀐 본류대로 찌를 흘린 지 수 분. 70m 정도 흘린 지점에서 광속으로 줄을 가져가는 시원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순간 대가 L자로 휘어지면서 참돔임을 직감했는데 그만 힘없이 벗겨지고 맙니다. 아~ 어떻게 받은 입질인데 이렇게 날리시나이까? 채비를 걷어서 확인해보니 엉뚱하게도 도래매듭이 풀렸습니다. 주로 벵에돔 낚시를 해왔기에 직결 매듭에만 익숙한 것이 이런 실수를 유발했군요.
오전 11시, 이제는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감성돔이라도 잡아볼까 싶은 생각에 안통을 집요하게 공략해 보지만..
거문도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도시락 배달이 와서 포인트를 이동합니다. 앞서 아침 도시락도 챙겨야 했었는데 저의 실수로 챙기지 못해 쫄쫄 굶었죠. 지금 빈속에 속도 쓰리고 기분도 쓰립니다.
그래도 거문도는 천혜의 절해고도 다운 풍광을 뽐내고 있습니다. 전국에 낚시 실력이라면 날고 긴다는 쯔리겐FG 회원들이 이곳 거문도 일대에 깔렸으니 뭐라도 조황이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낚시를 하다 보면 몰황 조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너울, 수온, 물색, 그 외 여러 기상 여건을 종합해 보면 이날은 그 누구도 참돔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들기도 하죠. 바로 이런 날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멋진 갯바위 풍경이 슬프게만 보이는 걸까요?
새로 옮긴 포인트에서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시간은 벌건 대낮입니다. 벌건 대낮에도 참돔이 나올 수는 있겠죠. 주로 가까운 곳보다는 멀리 본류대에 채비를 실어서 잡아낼 수는 있겠지만, 좀 전에서 썼듯이 이날은 수온이 전날 대비 꽤 하락했고 너울기 여파가 있어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배는 동도를 돌며 적당히 내릴 자리는 탐색하는데 전방에 아주 멋진 간출여가 우뚝 솟았습니다. 담그면 뭐라도 퍽퍽 물고 늘어질 것만 같은데 저곳에 우릴 내려줄 생각일까요?
우리가 내린 곳은 그곳을 마주한 자리였습니다. 선장이 그러더군요. 이 자리가 거문도에서는 참돔 포인트로 몇 손가락 안에 든다고. 그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검색해보니 '딱발'이라 불리는 꽤 유명한 자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 좋은데 우리가 흘려서 참돔을 노려야 할 자리에는 선상 낚싯배가 떡하니 정박해 있습니다.
이러면 아무리 좋은 포인트에 내려도 소용없죠. 저 배도 밑밥을 흘리며 참돔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갯바위에서는 잡아낼 재간이 없습니다. 망했죠. 진작에 봤다면 내리기 전에 포인트 거부권을 행사했을 텐데..
아침을 굶어 배도 고프니 도시락부터 까먹습니다. 이런 낚시 도시락도 오랜만이네요. 배가 고프니 거의 다 비웠습니다.
먹고 있는데 저곳에도 쯔리겐FG 회원분이 두 팀 정도 내린 것 같습니다. 분위기를 보아 아침에 참돔을 잡지 못한 것 같아요. 라이브웰도 가벼워 보이고.
그리고 저쪽에서 낚시하던 배가 시동을 걸더니 이쪽으로 와서 밧줄을 묶습니다. 그리곤 여기서 참돔 낚시를 시작. ㅠㅠ 저 밧줄 용도가 그런 거였군요. 뭐 좋습니다. 저쪽에서 입질 받으면 어쨌든 참돔이 밑밥에 반응한다는 증거일 테니 우리는 좀 쉬다가 저기서 고기 잡으면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밥을 먹고 잠시 쉬는데 주변에 누구도 입질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제가 나서봅니다. ㅎㅎ 물때는 초썰물로 참돔 낚시하기 좋은 분위기가 형성돼야 합니다. 선장이 말한 대로라면, 본류대가 난바다 방향으로 쭉쭉 밀고 나가야 하는데 물심이 아예 없습니다. 빌빌거리며 나아가던 찌는 전방 30m 부근에서 멈춘 채 맴돕니다.
낚시하러 거문도까지 오면 뭐하나, 다시마나 씹어 묵지
바닥층 수심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해초 뜯김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다시마가 걸려 오네요. 간식 타임입니다. 짭짤하니 간도 되어서 맛도 좋습니다. ^^;
공략 수심층을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다시마 줄기가 뽑혀 올라옵니다. 이건 상원아빠님 간식으로 드렸습니다.
바닥층 공략에는 문제없는데 여기서 조금 띄워도 보고 끌어도 보고 별짓 다 해도 나오는 것은 용치놀래기나
새끼 열기뿐. 아니 거문도가 왜 이래요? 처음 찾았다고 혹은 수온 좀 떨어졌다고 이렇게 텃세 부려도 되는 건지. ㅠㅠ
이날 철수는 오후 5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때가 오후 3시. 이쯤이면 낚시할 마음이 쑥 들어가 버리지요. 원도권까지 와서 이렇게 낚시가 안 될 수도 있다니.. 그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갯바위에 붙은 각종 부착 생물은 미식 본능을 불러일으키려고 합니다. 여력만 된다면 조금이라도 좀 캐 가고 싶은 거북손과 김.
저 물김으로 김국을 끓여 먹으면 얼마나 좋은데요. 거북손은 또 어떻고. 동네 술집에 거북손을 팔기는 하는데 한 줌 내고서 15,000원 받더이다.
계속 보고 있자니 침샘을 자극해서 몇 점 뜯어 먹었습니다. 완전 별미네요.
이건 불등가사리로 보입니다.(전에 어느 독자분이 알려주셨지요.) 통통한 것 좀 보세요. 입에 넣으니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끝내줍니다.
상원아빠님 이것 좀 드셔볼래요....? 하는데 주무시고 계심. 거문도 첫 출조이자 쯔리겐 정출 첫 참여부터 가혹한 신고식을 치르고 계시네요. 실은 저도 한두 시간 정도 눈을 붙였습니다. 건너편 갯바위도 낚시가 안 돼 쉬는 것 같고, 선상낚시도 헛발질 중이고.
근처에 그럴싸한 홈통을 발견하고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봅니다. 거문도까지 와서 이런 식으로 조행기를 망칠 순 없다는 생각이 확 밀려옵니다. 경비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넉넉지 못한 상황 속에서 거문도라는 매리트 하나 믿고 온 건데 아무리 그래도 입질의 추억이 여기서 허무하게 무너지면 안 되겠지요. 남자가 낚싯대를 뽑았으면
청볼락
볼락이라도 잡아야죠. ^^; 마침 포인트 근처에 홈통이 하나 있는데 지금은 물이 빠져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홈통 하면 볼락, 볼락 하면 홈통 아니겠습니까? 모양새가 꼭 돌돔 뺀찌와 볼락, 여기에 운 좋으면 감성돔까지 나올 것처럼 생겨서 담가보는 데 아니나 다를까 왕볼락이 퍽퍽하고 뭅니다. 아니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볼락이나 잡아 둘걸. 허허
마릿수를 위해 재차 캐스팅 합니다. 이번에도 갯바위 직벽에 바짝 붙여 볼락을 탐하고 있었지만, 내심 능성어나 붉바리, 돌돔 같은 녀석을 바랐습니다. 저곳 수심이 어림짐작으로 10m 전후일 것 같은데 제 면사매듭이 13m로 되어 있습니다. 던져보니 역시 밑걸림이 생기죠. 면사를 2m나 쭉 올려 11m로 맞추니 밑걸림이 없습니다. 그럼 적어도 저자리 바닥 수심은 12m 전후가 됩니다.
그렇게 수심을 맞추고 찌를 흘리는데 채비가 바닥층에 안착하자마자 찌가 스멀스멀 잠기더니 총알처럼 빨려 들어갑니다. 찌들어가는 모양새가 돌돔이었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는 신발짝 볼락입니다. 정확히 쟤면 250mm 신발 크기 정도 되겠네요. 이런 건 딸내미 반찬감으로 최고입니다. 제 딸이 이제 30개월인데 생선구이를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요. 이런 거 갖다 주면, 아침마다 딸내미 반찬을 생각해야 하는 아내의 고민도 덜어줄 수 있고요.
표준명 황놀래기
평소에는 어랭이가 아무리 커도 쓸모없다며 방생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물론, 이런 것도 소금구이로 구워내면 딸내미 밥반찬으로 훌륭하지만, 이게 제주도에서는 물회 재료로 별미입니다. 예전에 한두 번 썰어먹어 본 적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요. 껍질 째 썰어먹어도 되는 횟감입니다.
볼락으로 쿨러를 채우면 좋겠지만, 그럴 것이면 이른 아침부터 해야 했습니다. 실컷 참돔 낚시로 꽝 치다가 오후 늦게서야 발동이 걸렸는데 이젠 늦어도 너무 늦어버렸죠. 왕볼락은 세 마리로 끝입니다. 간조를 한두 시간 남기고 수위가 낮아지면서 입질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그러다가 상원아빠님의 동태를 살피는데 갑자기 밑밥통이 미끄러지면서 바다로 떨어집니다. 밑밥통에는 시스템 거치대와 주걱통, 주걱 등이 매달려 있어 어떻게든 건져야 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뜰채로 건지려는 찰나 중간에 흠이 있었는지 힘없이 똑 부러집니다. 결국, 상원아빠님의 밑밥통은 그 자리에 수장되었습니다.
제 뜰채는 NS에 A/S를 보내거나 그게 안 되면 버려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누구 때문에 제 뜰채가 부러졌는데 V자가 웬 말입니까?
... 는 연출샷. ^^;
저의 첫 거문도 낚시는 이렇게 제대로 망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얼마나 잡았을까요? 내일의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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