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의 어느 반쎄오 전문점

 

성난 물고기 베트남 편 촬영 마지막 날. 베트남에 와서 여러 다양한 음식을 접했지만, 그 유명하다는 반쎄오를 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에 저는 호찌민 현지 코디네이터인 예리씨를 따라 반쎄오 잘하는 식당을 찾아갔니다. 가게는 반쎄오 전문점임을 강조하는 듯 'BANH XEO 46A'란 글씨가 굵직하게 적혀 있습니다.

 

 

주방은 오픈된 공간으로 조리사들이 분주하게 반쎄오 부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현지 맛집이지만, 지금은 입소문이 나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적잖게 찾아온다고 합니다. 첫인상은 맛집답게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야외 석의 시끌벅적함이 눈에 띕니다. 웨이팅을 각오했지만, 늦은 시간이라 실내석은 비어있었죠. (실내석을 이용하면, 추가로 5% 정도의 에어컨 비용을 받는다고 합니다.)

 

 

큰징거미새우

 

수조에는 민물 새우이자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대량으로 양식하는 큰징거미 새우가 들었습니다. 반쎄오에 들어가는 새우는 아닌 듯한데요. 이 새우를 사용하는 다른 요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내에는 이 집의 창업주이거나 반쎄오 비법을 전수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할머니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사진이 아닌 그림이로군요. 초상화라면 돌아가신 선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팬에다 여러 반쎄오를 동시에 부치면서 호쾌한 웃음을 짓는 모습에서 반쎄오계의 큰손다운 카리스마를 뽐내는 듯합니다.

 

 

메뉴판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됩니다. 첫 장에는 가게 영업시간이 적혀 있으니 호찌민 여행을 가실 분들은 참고해서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메뉴판이 복잡해 보이지만, 대표 메뉴는 가장 위에 적혀 있습니다. 반쎄오는 레귤러 한 판이 우리 돈으로 약 4천 원 정도입니다. 종로 에머이의 반쎄오 그것도 부실하게 나오는 한 접시가 18,000원임을 감안한다면, 베트남에서 반쎄오를 먹고 한국에서 사 먹기란 여간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사이공 맥주는 한 병에 약 700원. 스페셜이라고 해봐야 1,000원. 혹시 이곳은 천국인가요? ^^;

 

 

테이블 기본양념으로는 다진 고추와 느억맘(생선액젓소스)이 늘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문하자 달짝지근한 느억맘 소스가 나옵니다. 채 썬 당근과 파파야를 상큼한 국물에 말아 느억맘을 섞은 형태로 '분짜조'에 부어 먹는 소스와 같습니다.

 

 

이것을 개인 접시에 덜어 기호에 맞게 다진 고추나 느억맘을 추가해 여러 음식을 찍어 먹으면 됩니다.

 

 

반쎄오를 주문하면 함께 내오는 쌈입니다. 가장 위에 상추 비슷한 잎과 아래에 깔린 베트남 깻잎은 이렇다 할 향이 없어 우리 입맛에 잘 맞습니다.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민트 역시 향기가 좋고요. 문제는 고수인데 이곳에서는 고수를 볼 수 없습니다. 쌀국수를 주문하면 따로 내오는 고수가 있지만, 쌈채로는 흔히 활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에 고수와 비슷한 향이면서 곱하기 3~4배는 됨직한 라우람과 너가이, 라우괘 같은 잎채소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라우람과 너가이는 고수 공포증이 있는 이들에게 곤혹스러울 수도 있으니 각자 알아서 가려 드세요. ^^

 

하지만 현지에 와서 현지식으로 제대로 드시고자 한다면 이러한 향채를 곁들여 먹기를 권합니다. 저의 경우 몇 년 전에는 고수를 즐겨 먹지 않았으나 지금은 쌀국수에 고수 빠지면, 앙코없는 찐빵처럼 느껴집니다. 이곳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 음식점을 이용하다 보면 한 접시 가득 쌈채를 내오는데 종류가 다른 각각의 잎채소를 하나하나씩 뜯어서 맛보면서 그 향을 음미해보는 것도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할 재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연근 줄기 볶음

 

재빨리 볶아내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연근 줄기 볶음은 담백한 닭가슴살과 어우러져 자꾸만 손이 가게 합니다.

 

 

연근 줄기 볶음과 함께 곁들이는 새우 칩입니다.

 

 

뻥튀기처럼 만든 새우 맛 과자에 연근 줄기 볶음을 올려서 한입 베어 무는데요. 저는 그냥 먹는 게 나았습니다.

 

 

짜조

 

'넴'이라 불리기도 하는 베트남식 만두입니다. 우리에게는 짜조란 이름으로 익숙한데요. 맛은 사진에 느껴지는 대로입니다.

 

 

바싹하게 튀긴 만두피 안에는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있는데요. 튀긴 음식은 어지간해선 맛이 있죠. 사이공 맥주가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안주입니다.

 

 

예리씨가 주문을 주도해 이 음식의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맛은 우리네 떡갈비와 제법 닮았습니다. 굵직한 레몬그라스 줄기에 고기를 말아서 구운 형태이며, 얇게 부친 찹쌀떡을 곁들였습니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재미있으면서 친숙했지요.

 

 

이건 바로 전날, 꼰다오 섬의 시장에서도 본 잎채소를 만 구이입니다. 안에는 소고기가 들었는데요. 포도잎도 아닌 것이 향이 무척 강렬합니다. 베트남식 깻잎 소고기 말이 구이 느낌인데 향이 낯설어 우리 입에는 호불호가 갈릴 것입니다.

 

 

반쎄오('BANH XEO), 약 4,000원

 

제가 그토록 맛보고자 했던 반쎄오가 나옵니다. 반쎄오(bánhxèo)는 베트남식 부침개입니다. 현지에서는 베트남식 팬케이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부칠 때 기름에 지글지글 익으면서 '치익' 하는 맛있는 소리가 나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죠. 주재료는 쌀가루 반죽에 약간의 강황과 코코넛 밀크(지역에 따라 그냥 물을 부어 섞기도)로 반죽을 만들며, 들어가는 재료는 다양하나 기본적으로 숙주와 새우, 돼지고기 등입니다.

 

모양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반쎄오는 최대한 얇게 부쳐내는 것이 바삭함의 포인트가 됩니다. 반죽을 국자로 떠서 평평한 팬에 부칠 때 그 국자로 원형을 그리며 넓게 퍼 눌러주는 시장터 녹두전처럼 말입니다. 그 위에 다양한 재료가 올려지고, 재료가 익으면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으로 접시에 올립니다.

 

그 모습이 흡사 타코나 크레페를 연상케 합니다. 베트남 남부지방 음식이란 설이 있으나 그 유래와 기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서 또 다른 반쎄오가 뜨거운 김을 내며 나옵니다. 갓 부친 반쎄오는 기름이 품고 있는 구수한 향과 쌀가루 반죽의 바삭함, 여기에 돼지고기와 숙주, 새우의 씹힘이 더해지면서 우리에게는 단지 '파'가 빠진 파전 맛 같은 익숙함이 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빈대떡집에서 나오는 매콤하면서 새콤한 간장(양파, 고추를 잘게 썰어 식초와 함께 섞은 간장 소스)에 푹 찍어 먹고 싶지만, 이곳에서는 반쎄오 먹는 법이 따로 있습니다.

 

 

쌀종이(라이스 페이퍼)와 널찍한 쌈 채소를 차례대로 올린 뒤 반쎄오를 크게 한 덩이 척 올려 돌돌 만 다음,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는 것입니다. 약간 딱딱하다 싶은 쌀종이지만, 한국의 베트남 음식점에서 나오는 그것과는 달리 입에 넣고 씹으면 잘 분쇄됩니다. 여기에 아삭한 쌈 채소까지 돌돌 말았으니 전반적으로 싱겁고 담백하며 건강한 맛인 데 비해 반쎄오 자체의 맛은 많이 희석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먹기 좋은 크기로 쭉쭉 찢어다가

 

 

가볍게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기를 선호합니다. 이렇게 먹으니 반쎄오의 바삭한 껍질과 재료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좋더군요. 이날 몇 접시는 시켜 먹었는데요. 우리네 녹두전이나 파전처럼 기름기를 품은 음식이라 그런지 사이공 맥주 같은 청량감이 높은 라거 계열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때문에 먹다 보면 배도 금방 불러올 것 같았는데 웬일인지 이날은 술술 들어갔습니다.

 

반쎄오는 기름 맛을 품은 베트남식 부침개로 여기에 쌈채와 쌀종이를 싸서 먹기 형태라 전반적으로 싱겁고 담백한 느낌입니다. 다른 지역의 반쎄오를 맛보게 된다면, 이 집과 비교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자극적인 양념 맛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반쎄오가 기대감 대비 밋밋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호찌민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해 지도와 간략한 식당 정보를 첨부합니다.

 

상호 : Bánh xèo Đinh Công Tráng

주소 : 46A Đinh Công Tráng, Tân Định, Quận 1, Hồ Chí Minh

연락처 : +84 28 3824 1110

영업 시간 : 연중 무휴, 오전 10시 오픈, 오후 9시 마감, 오후 2시~4시는 브레이크 타임

주차 공간 : 따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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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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