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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낚시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산 생선회를 비교적 손쉽게 접한다는 점. 그러다 보니 때로는 양이 많아서 처치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낚시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마트나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생선회를 먹다가 남길 때가 있기 마련이죠.
'하루만 지나도 회로 먹기에는 썩 내키지 않은 상태. 버리긴 아깝고 먹자니 꺼림칙하고.'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이름하여~ '먹다 남은 생선회의 적절한 변신"
먹다 남은 생선회, 비빔면으로 활용해 보자
1. 회 비빔면
먹다 남은 생선회로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 다름 아닌 인스턴트 비빔면일 것입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제품이 있을 텐데요. 여기서는 단순히 먹다 남은 생선회만 올려도 꽤 그럴싸한 회 비빔면이 된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비빔면도 좋지만, 시중에 파는 즉석 비빔냉면도 좋습니다.
※ 참고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양념 스프의 양입니다. 보통은 면발에 딱 맞는 양이라 생선회까지 넣고 비비면 다소 싱거워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초고추장으로 간을 보충하면 맛이 딱 맞습니다.
하루 이틀 지난 생선회도 문제 없다
※ 생선회 유통기한은 언제까지?
엄밀히 말하자면, 생선회 유통기한은 접시에 낸 상태에서 1~2시간까지입니다. 더 지나면 육이 마르고 살이 물러져 회로 먹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다만, 생선회를 비닐랩에 싸서 1~3도에 보관한다면 하루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가령, 어제저녁에 먹다 남은 생선회가 있다면, 오늘 저녁이나 내일 저녁까지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대신 보관을 잘 해야 합니다. 먹다 남은 생선회를 보관할 때는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닐랩으로 다소 빡빡하게 싸맨 뒤 밀폐 용기에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보관 온도는 '고기 숙성'이나 '김치 보관'으로 설정된 김치 냉장고가 가장 좋고, 차선책으로는 냉장고입니다. 냉장고 보관 시 하루(24시간) 이상은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틀 지난 횟감을 꺼내 회덮밥으로 활용했다
2. 회덮밥
사진의 횟감은 낚시로 잡은 벵에돔입니다. 김치 냉장고에서 이틀가량 숙성한 것으로 초밥 재료로는 적당한 상태입니다. 이것을 비빔면이나 회덮밥에 활용하면, 면과 채소가 주는 식감 때문에 무른 살집이 어느 정도 상쇄됩니다. 입에 남는 것은 숙성에 의한 감칠맛. 그래서 회덮밥에 숙성회를 쓰는 것이 나쁘지 않은 판단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회덮밥 재료는 사진과 같습니다.
1) 당근, 오이, 상추, 깻잎, 쑥갓, 양배추, 그리고 매운 고추(땡초)를 준비합니다.
2) 잘 씻고 물기를 턴 채소는 사진과 같이 썰어 놓습니다.
3) 그릇에 따끈따끈한 쌀밥을 한 공기 얹고, 그 위에 채 썬 채소를 올립니다.
4) 마지막으로 생선회를 먹을 만큼 올린 다음
밥에 채소와 회를 올린 뒤 초고추장과 참기름, 깨소금으로 마무리한 '돈으로는 사 먹기 어려운' 회덮밥
5) 초고추장과 참기름, 깨소금까지 올려 쓱쓱 비벼 먹으면 됩니다.
간단하죠? ^^
여력이 된다면 토치로 껍질을 구워낸 껍질구이회를 회덮밥에 이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야들야들한 껍질의 식감에 불향이 가미돼 더욱 좋은 풍미를 냅니다. 껍질구이회 만드는 방법은 관련 링크를 참고하세요. (관련 글 : 벵에돔 껍질구이회(일명 유비끼) 만들기)
회덮밥에 얼마나 숙성한 횟감을 써야 하는지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 정도만 알아둡시다. 횟감의 신선도가 오래 가려면 반드시 활어 상태에서 즉살 및 손질된 것이라야 합니다. 이러한 전제로 마련된 횟감이라면 김치 냉장고에서 3~4일까지 숙성해도 먹는데 무리는 없습니다.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한 생선회는 이미 썰어진 상태이므로 선도 유지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비닐랩에 바짝 싸서 밀폐 용기에 보관, 하루 정도만 두었다가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아래에서 소개하는 레시피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먹다 남은 부시리회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안주
3. 생선튀김
지금부터는 남은 생선회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정성이 필요합니다.
1) 먹다 남은 생선회는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둡니다.
2) 튀김 옷을 만듭니다. 저는 튀김가루를 종이컵으로 1컵에 차가운 맥주 1컵 반을 섞는데 튀김가루와 물의 비율을 1 : 1로 하거나 2 : 1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묽고 얇은 튀김옷을 원하는지, 두꺼우면서 껍질 감을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고요.
※ 튀김 옷 바싹해지려면?
튀김 옷을 만들 때는 반드시 차가운 물이나 맥주를 이용합니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 얼음을 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튀김가루 대신 밀가루로 하겠다면, 소금 간을 해야 하며, 새끼손톱 만큼의 베이킹파우더를 넣어줍니다. 취향에 따라 달걀 1개나 흰자만 섞어 만든 튀김 옷도 괜찮습니다.
3) 170도 이상 가열된 기름에 가볍게 튀긴 후, 건져서 잠시 식혔다 두 번 튀겨냅니다.
4) 맥주와 간장 소스, 간단한 양상추 샐러드를 곁들입니다.
먹다 남은 민어회로 부친 민어전
4. 생선전 부치기
먹다 남은 생선회로 만드는 음식 중 생선전만큼 만만한 음식도 없을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튀김과 생선전은 가열 음식이라 선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회를 먹고 남겼는데 아차! 싶어 까먹었다면, 냉장고에서는 2~3일, 그보다 온도가 낮은 김치 냉장고에서는 3~4일까지 보관할 수 있으므로 바쁜 일로 생선회를 모두 먹을 수 없을 때 생선전을 부쳐 드시기 바랍니다.
1) 생선회에 소금, 후추로 밑간합니다. (이때 청주나 맛술을 분무기에 넣고 뿌리면 비린내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입니다.)
2) 만드는 방법은 일반적인 생선전과 같습니다. 밑간한 생선 살에 부침가루를 묻혀 탁탁 털어냅니다.
※ 참고
크린랩 같은 비닐에 부침가루와 생선회를 모두 넣고 흔들면 쉽게 코팅할 수 있습니다. 부침가루가 없으면 전분 가루를 활용하세요.
3) 이어서 달걀 물에 적신 생선회를 중약불에 천천히 부칩니다. 불이 세면 보들보들한 식감을 잃으니 주의합니다.
4) 달걀옷이 익으면 생선전도 거의 익은 겁니다. (오버쿡 주의)
4) 초간장(진간장 + 물 + 식초)과 함께 냅니다.
5. 오챠즈케
꼭 사진과 같은 도미회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마트나 횟집에서 구입한 생선회를 먹고 남기면 사진과 같이 간장에 절여 오챠즈케 덮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음식은 지금까지 소개한 음식 중 가장 많은 정성이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만들기 까다롭다고 생각하겠지만, 가장 화려하면서 독특한 맛을 내는 만큼, 한 번쯤 만들어 드시기 바라며 간략한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1) 횟감은 덩어리든 썰어진 상태든 상관없습니다.
2) 용기에 진간장과 맛술을 5 : 1 비율로 섞는데 생선회가 자작하게 잠길 만큼만 붓습니다.
3) 통깨를 빻아다 소복이 넣고 잘 저어줍니다.
4) 용기에 생선회와 간장 소스를 붓고 랩을 씌운 상태로 냉장고에 넣습니다.
5) 그 상태로 1~3시간가량 숙성합니다.
※ 참고
사진과 같이 덩어리진 횟감은 3~5시간 숙성을, 마트 생선회처럼 이미 썰어진 상태라면 1~2시간만 숙성합니다.
5) 생선 뼈나 대가리가 있으면 맑은 국물을 냅니다. 없으면 다시마 국물만 냅니다. 생선 맑은국을 낼 때도 다시마를 넣어다가 육수만 우린 뒤 건져서 버립니다. 육수가 펄펄 끓으면 생선 뼈를 넣고 10분간 우립니다.
6) 여기서부터는 생선 맑은국과 다시마 국물에 공통으로 적용됩니다. 국간장 1~2스푼으로 색만 내고, 청주(또는 맛술) 1~2스푼을 넣고 1~2분간 끓인 뒤 불을 끕니다.
7) 그릇에 따뜻한 쌀밥을 담고, 간장에 절인 생선회를 먹을 만큼 올립니다.
8) 고명으로는 구운 김과 쪽파, 통깨, 쑥갓잎(또는 방아잎)을 올립니다.
9) 마지막으로 준비한 육수를 부어줍니다.
고추냉이를 살짝 풀어서 말아 먹으면 특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오챠즈케입니다.
이제부터는 먹다 남은 생선회, 물러졌다고 버리지 마시고 오늘 소개한 음식으로 재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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