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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나가면 서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물회를 사 먹는 편입니다. 동해 물회, 남해 물회, 제주도 물회 등.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그 특색을 맛으로 음미하고 메모해 왔습니다. 이제는 시즌이 시즌인 만큼 집에서 직접 물회를 만들어 봅니다. 제가 만든 물회는 제주도식을 기초로 했지만, 완벽하게 토속적이지는 않습니다. 남해 스타일도 조금은 섞었습니다.
양념장 비율과 재료도 만드는 사람 숫자만큼 천차만별이라 처음에는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몇몇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고, 나름대로 토속 물회 레시피를 알아보고 취합한 결과를 소개할까 합니다. 아직은 100% 제 마음에 쏙 드는 물회는 아니지만, 한여름 무더위를 날릴만한 한치 물회는 될 것이라 믿습니다.
<사진 1> 채소를 사진과 같이 다듬는다
#. 한치 물회 재료(2인 기준)
싱싱한 한치(또는 오징어) 2마리, 오이 2/3개, 청양고추 2개, 배 1/4개, 양파 1/2개, 미나리 또는 깻잎 약간, 쪽파 약간, 당근 약간, 깨소금(볶은 참께) 2숟가락
#. 물회 양념장
고추장 2큰술, 된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다진마늘 1큰술, 사과식초 8숟가락, 매실액 2숟가락, 소금 한 꼬집.
※ 참고사항(중요)
- 제 레시피는 언제나 밥숟가락으로 계량합니다. 1큰술은 수북이 푸고, 1숟가락은 적당히 깎아서 풉니다.
- 오이, 당근, 양파, 배는 사진과 같이 채 썹니다.
- 미나리, 쪽파는 잘게 썹니다.
- 당시에는 깻잎이 없었는데 깻잎을 잘게 다져서 넣어주면 더욱 향긋하고 맛있는 물회가 됩니다.
- 제피(초피)잎을 다져서 넣어주면 더욱 좋습니다.
- 여기서는 고추장, 된장 비율이 1:1입니다. 좀 더 제주식을 원한다면 고추장과 된장 비율을 1:2로 해주길 권합니다.
-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위해 육수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 같은 이유로 참기름, 들기름 또한 사용하지 않습니다.
- 설탕은 넣지 않습니다. 대신 매실액을 넣는데 배즙이나 배 음료(갈아마신 배 등)를 넣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사진 2> 분량의 양념장을 고루 섞는다(참고로 사진은 3인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진 1>과 <사진 2>처럼 재료를 다듬고, 양념장을 섞는 것입니다. 완성한 양념장은 비닐랩에 씌워 3~4시간 정도 냉장고에 숙성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치(또는 오징어)를 잘게 썰어 놓습니다. 한치회는 몸통과 귀 부위만 이용합니다. (다리는 국이나 튀김에 양보하세요.) 한치회 뜨는 방법은 일전에 쓴 링크를 걸어놓겠습니다. (관련 글 : 오징어 한치회 맛깔나게 뜨는 방법)
사실 한치 물회 만들기는 이게 전부입니다. 채소를 다듬고, 양념장을 만들고, 주재료인 한치를 썰면 요리의 8할이 끝난 거죠. 이제부터는 양념에 무치고 물 붓는 일만 남았습니다.
큰 볼에 한치회와 잘게 썬 미나리, 쪽파를 올립니다.
미리 준비한 양념장을 넣어 무치는데 모두 넣지 말고 일부만 넣어 조물조물 무칩니다. 이렇게 물회를 만들 때 미리 무치면 한치나 오징어회에 간이 좀 더 잘 뱁니다.
이제 큰 그릇에 무친 한치회를 올립니다.
다듬은 채소도 함께 올립니다. 이 상태에서 물을 붓게 되면 채소의 양만큼 양념이 배지 않은 상태라 싱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깨소금과 남은 양념을 마저 넣은 뒤.
대충이라도 버무립니다.
그런 다음 얼음과 차가운 생수를 붓습니다. 혹시나 하여 전날 미리 우려둔 다시마 육수도 사용해 봤습니다만, 제주도에서 먹은 그 맛이 아닙니다. 정 육수를 사용하고 싶다면, 차라리 슬러시처럼 얼려서 부어 먹는 포항식이 낫고, 이렇게 된장이 들어간 물회에는 생수가 더 어울린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이 시점에서 맛을 보고 싱겁다 싶으면, 양념장을 좀 더 넣어가면서 간을 맞춥니다. 애초에 양념장을 충분히 만든 이유가 이럴 때 사용하기 위함이니까요.
한치 물회가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서는 3인분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테이블 가운데 두고 각자 그릇에 덜어 먹으면 됩니다.
이렇게까지 사전 조사하고 정성껏 만들었는데 맛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 ^^;
무더위를 한방에 날릴 제주도식 한치 물회
아직은 맛보기 전입니다만, 이렇게 보고 있자니 기분이 남다르네요. 제주도에서 활 한치 물회 한 그릇이 최소 15,000원인데 이걸 서울의 한 가정집으로 순간 이동시킨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요즘 참 덥죠.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에 땀이 줄줄 흐르는데요. 평소 먹고 싶어도 산지가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던 한치 물회를 집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게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만들면 충분히 가능하단 것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한웅큼 떠봅니다. 맛을 보는데요. 오~ (내가 만든 거 맞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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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비워버렸습니다. 문제는 낚시를 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가 횟감용 한치나 오징어를 구하는 일인데요. 마트에서 파는 것은 횟감으로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쇼핑몰이 발달해서 횟감용 한치와 오징어를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데 한치의 경우 냉동도 횟감으로는 괜찮습니다. 보통은 잡아다가 싱싱할 때 급랭한 것인데요. 한치꾼들도 냉동실에 쟁여둔 다음, 일 년 동안은 먹고 싶을 때 꺼내어 썰어 먹습니다. 수산시장이 가까운 분들은 당일 들어온 한치를 구입하면 됩니다.
남는 재료로 만든 한치 초무침
이날은 의욕이 앞섰는지 한치를 다섯 마리나 썰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물회로 말아버릴 작정이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양이 거대함을 알고선 물을 붓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참기름만 추가로 넣고 무친 뒤, 볶은 깨를 올리니 꽤 맛있는 한치 초무침이 돼버렸습니다.
요즘 남해와 제주도에서는 한치 낚시를 많이 할 텐데요. 잡으면 안주인에게 던져만 주지 마시고, 오늘 같은 날 한치를 맛깔나게 썰어서 물회 한 번 말아 드심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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