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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제주도에서 사 온 딱새우입니다. 이걸로 정말 쉽고 간단한 지중해식 딱새우구이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흐르는 물에 살짝 헹궈 물기를 탁탁 털어줍니다.
연기가 살짝 날 정도로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물기를 털어낸 딱새우를 굽습니다. 이때 기름이 튀니 뚜껑을 닫아줘야 합니다. 뚜껑이 오래돼 기름때도 있고 좀 더러워 보이는데요. 가운데 새우가 비친 부분은 먼지가 아니라 튄 기름이 가득 맺혀서 저렇게 보이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치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뚜껑 사이로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와 입맛을 자극하고 있지요.
요란한 소리가 잦아들 때쯤 뚜껑을 열어봅니다. 아직 익으려면 멀었습니다. 딱새우는 등껍질이 매우 단단해 꽤 오랫동안 구워야 속살이 익습니다. 불은 계속해서 강한 불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3분 정도 지났을 무렵에 한 번 뒤집고 뚜껑을 닫습니다.
4~5분이 지나면 다시 뒤집어주고 이때 소금과 후추로 간합니다. 어차피 껍데기에만 하는 간이니 다소 과하게 해도 됩니다.
불을 끄고 뚜껑을 닫은 뒤 2분간 뜸을 들입니다. 딱새우는 껍데기가 단단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구우면 속살이 안 익을 수 있습니다. 이 음식은 단순히 굽고 소금, 후추만 뿌려도 맛이 나지만,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해지죠. 여기까지 과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센 불에 3분간 굽는다.
2) 뒤집어서 5분간 굽는다.
3) 다시 뒤집고 불을 끈 다음 잔열로 2분간 굽는다.(뜸 들이는 과정)
그래서 이 음식의 총 조리시간은 10분입니다. 뒤집거나 간 할 때를 제하면 뚜껑은 닫는 것이 좋습니다.
접시에 올리면 끝. 정말 쉽고 간단하죠? ^^
먹기 번거롭다고 생각되는 딱새우로 이보다 더 간편히 즐기는 조리법은 없을 겁니다. 간편한 만큼 맛도 있으면 좋겠지요. 여기까지 보신 분 중 일부는 이 음식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간은 잘 뱄을까? 껍질이 딱딱한데 먹기는 쉬울까? 이는 딱새우 자체에 가지게 되는 선입견이기도 합니다.
새우살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딱새우구이
해물 뚝배기처럼 육수 내는 데만 쓰일 줄로 알았던 딱새우지만, 유럽과 지중해권에서는 이미 다양한 요리에 사용될 만큼 고급 식재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살은 달고 맛있으며, 간단한 방법으로 속살을 빼먹을 수 있는 편리한 재료임에도 국내에서는 천편일률적인 활용에 이 새우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가려진 상태죠.
딱새우구이는 우리 부부의 브런치로 낙점, 화이트 와인과 파스타로 합을 맞추었다
사실 이 음식은 지중해권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요리입니다. 지중해산 딱새우를 그곳에선 '랑구스틴'이라고 부르는데 제주산 딱새우(표준명 가시발새우)와 외형이 95% 일치하지만, 유전자까지 같은 종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차이라면, 지중해산 딱새우 껍질이 제주산보다 조금 얇다는 정도. 그런 이유로 지중해식 딱새우구이는 이렇게까지 긴 조리시간을 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와 비슷한 음식이 영국 BBC에서 제작한 '릭 스타인의 스페인 요리 여행' 3부에 등장합니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딱새우를 굽고 소금, 후추로 간 한 다음 접시에 내는 것까지도 완벽하게 똑같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다진 파슬리를 뿌리고 레몬을 곁들인다는 점. 저는 릭 스타인이 출현한 요리 다큐에서 적잖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딱새우 먹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방법을 알면 걱정 없습니다. 먼저 머리를 똑 떼고
2~3마디 부분을 손으로 잡고 똑 분지르면 이렇게 속살이 쑥 나옵니다. 이걸 모르는 분들은 입으로 아작아작 씹으면서 아주 걸레를 만들죠. 그리고선 "딱새우는 먹을 게 없어"라는 성급한 결론을 짓곤 합니다. ^^;
보세요. 왜 먹을 게 없겠습니까? 그리 큰 씨알도 아닌데 이만한 속살이 나오잖아요. 간은 껍질에만 묻은 것이 맞습니다. 워낙 껍질이 단단해 간이 속살까지 침투할 여력이 없거든요. 그런데도 먹다 보면 희한하게 간이 맞습니다. 새우를 까먹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빨기 때문입니다.
껍질 깐 손가락으로 속살을 빼고, 그 과정에서 새우 껍질에 묻었던 간이 손으로 옮겨붙고,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손가락까지 빨게 되고, 그러니 간도 자연스레 맞더라는. 그렇게 하나하나 까먹는 재미는 있는데 이것 때문에 대낮부터 와인을 두 잔이나 비워버렸습니다. ^^; 제 생각에 제주 딱새우는 앞으로(어쩌면 이미) 뜨는 식재료로 부상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딱새우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가 나오겠지요. 저는 파스타와 구이에 주로 활용하는데 파스타의 경우 속살만 빼서 볶고, 이때 나온 머리나 껍데기는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육수를 내거나 된장찌개에 활용합니다. 여러분도 딱새우로 딱히 해 먹을 게 없다면, 그냥 구워서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화이트 와인을 부르는 딱새우 특유의 달달한 맛이 입맛을 돋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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